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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봄이 왔을 때 봄을 먹자

2월 말 땅이 풀리기 시작하면 냉이가 먼저 고개를 든다. 아직 바람이 찬데 냉이는 이미 나와 있다. 대담한 녀석이다. 냉이의 향이 가장 진한 시간은 딱 3주다. 3월 초에서 3월 말. 이 때가 지나면 냉이는 꽃을 피우고, 뿌리의 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꽃 핀 냉이는 그냥 잡초에 불과하다. 3월 중순, 냉이가 절정에 달할 무렵 쑥이 본격적으로 올라온다. 쑥은 냉이보다 호탕하다. 어디서든 자란다. 아스팔트 틈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먹을 수 있는 어린 쑥의 계절 역시 4월 초가 한계다. 그 이후 쑥은 키가 커지고, 줄기가 굵어지며, 쓴맛이 너무 강해져서 입에 넣기 불편해진다. 4월에는 두릅이 나오고, 그 뒤를 취나물이 따른다. 이렇게 봄나물의 릴레이는 마치 누군가 시간표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정밀하게 짜여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시간표를 잊어 버렸다는 것이다. 마트에 가보면 12월에도 냉이가 있다. 7월에도 취나물이 있다. 연중 내내 두릅이 진열대를 지킨다. 냉동이거나, 수입산이거나, 하우스 재배 심지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다. 이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재배 기술의 발전이요, 유통의 혁명이다. 그러나 12월의 냉이와 3월의 냉이는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 냉이 향의 핵심 성분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자연광과 일교차 속에서 극대화된다. 노지에서 겨울 추위를 버티며 올라온 냉이와 온도 조절된 하우스 안에서 자란 냉이의 향 성분 차이는 연구에 따라 최대 2~3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비자가 "요즘 냉이는 맛이 없다"고 하는 건 미각의 쇠퇴가 아니다. 재배 환경이 바뀌었으니 냉이 맛이 없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트는 당신에게 봄나물을 1년 내내 제공하면서 친절하게 웃는다. 그 친절함 뒤에서 봄나물의 진짜 맛은 조용히 증발하고 있다. 봄나물을 망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식당에서, 가정에서, 심지어 호텔 주방에서도 봄나물은 종종 비극적으로 다루어진다. 가장 흔한 실수 세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미리 손질한다. 냉이를 전날 다듬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순간, 향의 절반을 이미 포기한 것이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세포가 파괴될 때 효소 반응으로 생성된다. 즉, 칼을 대는 순간부터 시계가 돌아간다. 손질 후 시간이 지날수록 향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조리 직전에 손질하라. 이것 하나만 지켜도 냉이 요리의 수준이 달라진다. 둘째, 오래 끓인다. 쑥국을 처음부터 쑥을 넣고 끓이는 사람이 있다. 쑥의 엽록소와 향 성분은 80℃ 이상 장시간 가열하면 급격히 파괴된다. 국이 탁해지고 쓴맛만 남는다. 쑥은 불 끄기 30초 전에 넣어야 한다. 남아 있는 잔열로 익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양념을 많이 한다. 쑥과 냉이에 참기름, 마늘, 깨소금을 한꺼번에 퍼붓는 순간 봄나물은 '나물 무침'이 아니라 '양념 무침'이 되어 버린다. 봄나물의 생명은 쌉쌀함과 독특한 향이다. 양념은 나물을 도와주는 조연이 되어야지 나물 본연의 풍미를 덮어서는 안 된다. 좋은 봄나물일수록 양념을 줄여야 한다. 냉이무침에 소금 한 꼬집과 참기름과 들기름 몇 방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봄 시즌 계절 메뉴에 두릅 전채와 쑥 리조또를 올리는 호텔 쉐프라면 실력을인정할 만하다. 플레이팅에 공을 들이는 만큼, 식재료 입고 날짜에도 같은 에너지를 쏟아라. 봄나물의 향은 24시간마다 달라진다. 봄나물 정식이라는 메뉴를 연중 운영하는 오너 쉐프라면 겨울 냉이와 봄 냉이는 같은 가격을 받으면 안 된다. 제철 식재료에 제값을 매기는 용기가 결국 단골을 만든다. 식품기업 경영자라면 쑥 라떼, 쑥 아이스크림, 냉이 된장국 간편식 시장에 눈을 돌려라. 제품 뒷면 원재료명을 보면 쑥 분말이 0.5%인 제품이 '쑥 성분 함유'라고 전면에 크게 쓰여 있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다. 성분 함량에 솔직한 브랜드가 결국 오래 살아 남는다. 냉이의 향은 산지에서 서울 마트까지 오는 36~48시간 동안 30% 이상 휘발된다. 콜드체인은 온도만 관리하지 않는다. 습도, 에틸렌 가스 차단, 진동의 최소화 이러한 조건들이 봄나물의 향을 최대한 유지하는 관건이다. 유통업계 종사자라면 봄나물 유통은 꽃 배달만큼 섬세해야 한다. 봄나물은 타이밍의 식재료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너무 늦으면 이미 억세져 버린다. 딱 그 사이에 있을 때만 진짜 봄나물의 풍미를 니타낸다. /연윤열 푸드칼럼니스트

2026-03-09 10:04: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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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매일 식탁에 올려도 좋을 항산화 식품 ‘새송이버섯’

주부 입장에서는 늘 고민이다. 마음이야 늘 최상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싶지만 물가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가격 대비 맛도 좋고 몸에 좋은 영양가도 풍부한 식재료가 없나 늘 찾게 되는데 ‘새송이버섯’이 딱 어울린다. 저렴한 가격에 비하여 양이 많으며 버섯만의 이점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베타글루칸은 천연 다당류의 일종으로 곡물, 효모 등에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특히 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은 면역력 강화와 항암 효능이 있으며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또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유지시키기도 한다. 근래 서구에서 항산화 물질로 많은 주목을 받는 에르고티오네인(Ergothioneine)이라는 성분이 있다. 주로 버섯에 다량 들어있는 천연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항산화, 항염 작용을 하며 노화를 늦춘다. 인체에서 합성이 불가능한 만큼 음식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한데 새송이버섯은 가장 저렴하게, 간편하게 섭취가 가능한 에르고티오네인의 원천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새송이버섯에는 몸에 좋은 비타민도 다양하게 들어있다. 비타민 B3로 알려진 니아신은 송이나 표고에 비해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니아신 결핍은 피부염이나 우울증, 펠라그라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엽산 또한 풍부하다. 엽산은 임신부와 예비 임신부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로 알려져 있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자녀들의 성장에 중요한 만큼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자주 버섯이 식탁에 오르면 좋다. 이토록 몸에 좋은 새송이버섯이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새송이버섯은 송이버섯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식 명칭은 큰느타리버섯으로, 실제로는 느타리버섯의 한 종류이다. 송이의 일종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3대 영양소의 구성은 송이와 거의 비슷하고, 앞서 보았듯이 항산화 성분은 새송이버섯에도 많기 때문이다.

2026-03-09 05:00: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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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이미 면책된 빚, 채무불이행자명부 올려 압박할 수 없다

채무자가 회생, 파산절차를 신청해 채무를 면책받게 되면, 면책받은 채무의 범위 내에서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채권자 입장에서 돈은 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해 법원 결정으로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적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개인 채무자 A가 있다. A는 B에게 돈을 빌려 사용한 뒤 이를 갚지 않았고, B는 A에게 돈을 반환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상황이었다. 승소 이후 판결이 확정됐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A가 돈을 갚지 않자, B는 채무자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대법원은 "그 사이 채무자 A가 파산선고 및 면책 결정을 받았음을 들어 B의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처럼 판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제도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불성실한 채무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함으로써 명예와 신용 훼손과 같은 불이익을 주고, 이를 통해 채무 이행을 유도하는 간접적 강제 효과를 가진다. 또한 일반인이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안전을 도모하는 기능도 있다. 반면, 도산절차에서 진행되는 면책 제도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회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채무 책임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면책받은 채무자에 대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허용하는 것은 면책 제도의 취지에 반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즉, 도산 절차에서 면책 결정이 이뤄지면 단순히 '채무는 존재하지만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채무에 대한 책임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 파산, 면책 절차에서 누락된 채권은 어떨까. 실제로 파산, 면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채무자 A는 채권자인 B의 채권을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했다. 이 경우 B의 채권에는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에 한해 면책결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예를 들어, 법원은 △면책신청 직전까지 카드 사용 및 연체가 지속되고 독촉장을 수령했음에도 신용카드 채무를 누락한 경우 △채권자가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지급독촉을 지속한 상태에서 채무를 일부 변제하였음에도 대여금 채무를 누락한 경우 △사업상 거래관계를 반복적으로 유지하면서 거래명세서를 발행하고 정산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물품대금채무를 누락한 경우 등은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했으면서도 고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다. 반면, △채권자가 오랜 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아 채무자가 채권의 존재를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 경우 △사업이 폐업한 후 정산이 불분명하게 이뤄졌고 장기간 이에 대한 분쟁이 없어 거래가 종결된 것으로 인식했던 경우 △채권자와 채권액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추후 추가 청구를 제기한 경우 등에는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러한 데에 과실이 있었던 정도만으로는 악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채권자목록에서 누락됐더라도 면책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채무자 A가 채권자인 B의 채권을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한 것 역시 악의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면책 결정으로 채무에 대한 A의 책임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도산 관련 소송에서는 채권, 채무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인식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단 도산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어 면책결정이 이뤄졌다면 면책된 채권에 대해서는 더이상 채무자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렵다.

2026-03-08 10:13:07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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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봄나물 ‘달래’

봄이 왔지만 아직 바깥바람은 차갑고 따뜻한 실내에서는 춘곤증 때문에서 고생이다. 나른해서인가 입맛도 없고, 일교차가 큰 탓에 조금만 방심하면 감기에 걸리기 일쑤다. 이러한 고민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 좋은 봄철 식재료가 있다. 바로 ‘달래’다. 달래는 봄을 대표하는 나물의 일종이다. 백합과 파속(Allium)의 여러해살이풀로 알싸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오래전부터 식용은 물론 약재로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의서인 『향약구급방』에도 달래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마늘의 본초명은 대산(大蒜)이고 달래의 본초명은 소산(小蒜)이다. 그만큼 달래와 마늘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는데 알리신(Allicin) 성분의 함유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알리신은 마늘과 달래 그리고 부추 등의 식물에 함유된 유황 화합물로 달래의 알싸한 맛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 항균 성분이다. 여기에 더하여 면역력을 강화하며 염증은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환절기 감기 예방과 치유를 위해 달래나 마늘 등의 음식을 자주 먹어주면 좋다. 또한 항산화, 항암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진 만큼 제철을 맞은 달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 달래에는 성장과 발육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자,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인 철분도 많이 들어 있다. 동일한 양을 비교했을 때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에 비해 모자람이 없을 만큼 철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마그네슘, 아연, 칼륨 등 피로회복에 좋은 미네랄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춘곤증을 쫓기에 좋은 음식이 바로 달래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봄기운에 몸이 나른해져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전이나 기계 조작 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 알싸한 맛으로 입맛을 돌게 하고 몸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달래를 자주 먹는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2026-03-06 05:00:1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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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14>'파리의 심판' 50주년…진판델부터 알바리뇨까지

<314>1976년 '파리의 심판' 50주년 1976년 당시 와인 양조 역사는 100년 정도 됐지만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 같은 국제 품종은 많이 재배되지 않았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진판델이 주로 재배됐고, 이외에는 스페인 선교사들이 들고온 토착 품종 정도가 자라고 있었다. 설명만 듣고 보면 전 세계 와인 산지 가운데 어느 곳인지 짐작도 못 할 터. 답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다. 반전의 시작은 1976년 파리에서 열린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른바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다. 명성을 가리고 맛으로만 평가했더니 '샤또 무통 로칠드' 등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캘리포니아가 레드와 화이트 와인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 와인 업계에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다. 올해로 파리의 심판이 열린지 딱 반세기가 지났다. 미국 대표 와인 작가이자 교육가인 일레인 추칸 브라운(Elaine Chukan Brown)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 주최로 열린 세미나를 통해 "파리의 심판 덕분에 캘리포니아 와인이 전 세계 최상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의식의 전환이 가능했다"며 "캘리포니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외의 전 세계 모든 와인 산지의 가능성을 알리게 된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국내에 수입되는 캘리포니아 와인과 미수입 와인까지 총 340여 종의 와인이 선보이는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Alive) 테이스팅 2026'도 진행됐다. 먼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타이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품종으로 보면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와인으로 승부를 겨룬 파리의 심판을 말하며 진판델과 알바리뇨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말이다. 특히 알바리뇨라면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것을 아는 이조차 극히 드물다. 일레인은 "파리의 심판을 계기로 생산자들이 캘리포니아의 잠재력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품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며 "이전부터 재배한 진판델을 시작으로 파리의 심판을 거쳐 새로운 세대가 알바리뇨 와인을 만들어냈다고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기념하는 테이스팅의 시작은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 알바리뇨 2019'다. 일레인은 "스페인의 해안가에서 자라던 알바리뇨를 캘리포니아 내륙의 고산 지대로 가져왔다"며 "생산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품종을 어떻게 탐구하고 개발시켜 왔는지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 블랑 2024'과 '허쉬 이스트 릿지 피노 누아 2019', '테라 와인 컴퍼니 바르베라 2024', '카민스 투 드림즈 그르나슈 2023' 등도 모두 캘리포니아만의 특색을 갖추고 양조됐다. 역전의 주인공,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이도 마시지 않고 넘어갈 순 없다. 파리의 심판 화이트 와인 1위 '샤또 몬텔레나 나파 밸리 샤르도네'와 레드 와인 1위 '스택스 랩 S.L.V.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샤또 몬텔레나 나파 밸리 샤르도네 2020'은 과실향이 풍부하면서도 입안에서 단단하게 조여오는 산도가 살아있다. 1973년 당시의 양조 방식을 그대로 고수 중이다. '스택스 랩 S.L.V.까베르네 소비뇽 2016'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밀하다. 과실미와 균형있는 산도, 벨벳같은 질감까지 딱 떨어진다 싶다. 2016년이 나파밸리 역사상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좋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레인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샤도네이를 경작하는 곳은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정도였지만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 됐다"며 "파리의 심판이 남긴 유산은 캘리포니아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에 영감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2026-03-05 14:22:0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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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어드바이스] 누구나 사기의 표적

[이승환의 어드바이스] 누구나 사기의 표적 진실을 신뢰하는 마음은 인간관계의 미덕이지만 낯선 상황에서는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는 격언이 있듯이, 특히 금전 문제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상황이라면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친절하게 굴거나 갑작스레 긴급한 요구를 할 때는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고 스스로 자문하며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친한 지인이 급하게 돈을 요구하거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전화가 오더라도 한번 의심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사기의 시작을 막는 첫걸음이다. 사기 범죄는 결고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도 사기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학력이나 지능,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한 순간의 방심으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난 절대 안속아'라는 지나친 자신감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나만은 예외일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사기 예방은 시작된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은 매우 위험한 함정이다. 많은 사람이 사기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낙관편향'이라 불리는 심리적 함정이다. 낙관편향이란 나쁜 일은 남에게 일어나고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연구에서 성인 2000명에게 '당신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남들보다 낮다고 보느냐?'라고 물었더니,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기는 다른 사람이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니야'라고 믿는 사이, 정작 사기 시도는 우리 모두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 분야에서 일하던 30대 회사원 A씨는 자신이 누구보다 사기 뉴스를 잘 챙겨 보고 대비한다고 믿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오는 피싱 문자쯤은 가볍게 무시할 줄 아는 센스를 가졌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늘 다니던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는 그만 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 상대방은 A씨의 이름, 직책, 심지어 최근 거래 내역까지 줄줄이 대며 전화를 해왔다. A씨는 '아는 은행 직원이니 문제 없겠지'라고 안심했다. 알고 보니 그 정보들은 모두 해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미리 수집한 신상 정보였다. A씨는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면서도 '설마 이 사람이 가짜일 리 없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 그리고 곧바로 '당신 계좌에 이상 거래가 감지되니 안전계좌로 옮겨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돈을 몽땅 이체하고 말았다. 평소 '나는 안 당해'하며 자신만만하던 태도가 오히려 함정이 되어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그 과신 때문에 기본적인 의심과 확인조차 소홀히 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내 연인은 절대 날 속이지 않아'라는 낙관에 빠져 연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사라지는 로맨스 스캠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수상해 보이는 정황인데도, 정작 본인은 '우리 사랑은 진실된 거야'라고 믿어 버리고 주변의 만류를 듣지 않는 일이 많다.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사기범들은 사람들의 이런 과신을 노린다. 과도한 자신감 대신 건강한 의심과 겸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 특별히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혹시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사기를 멀리하는 지혜가 생긴다./'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2026-03-05 08:16:5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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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토크] 2028학년도 대입 개편에 따른 학생부 정성평가 확대 및 대학별 선발 기준 분석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은 대한민국 대입 평가의 기준을 '정량적 수치'에서 '정성적 역량'으로 전환하는 전환점이다.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고 수능이 선택 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으로 개편됨에 따라, 점수가 가진 변별력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정성 평가 비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국대학교, 경희대학교, 건국대학교 등 주요 대학의 시행계획과 5개 대학 공동연구 결과를 분석하여 실전 대비 전략을 정리한다. 1. 내신 1등급 확대와 수행평가 영역명의 중요성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핵심은 내신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상위권 대학 지원자들 사이에서 내신 등급만으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대학은 등급 숫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학생의 실질적인 학업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부의 세부항목을 심층 분석한다. 동국대학교의 '수행평가 영역명 설정 가이드북'에 따르면, 대학은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검토하기 전 '수행평가 영역명'을 통해 수업의 난이도와 탐구의 성격을 파악한다. 단순히 '독서 보고서'와 같은 일반적인 명칭보다는 '통계적 유의성을 활용한 기후 데이터 분석 및 대안 제언'과 같이 탐구 주제 + 탐구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영역명이 필요하다. 이는 등급 변별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학생의 전공 수학 역량을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 2. 정시 전형의 정성 평가 도입 및 확대 2028학년도 입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수능 위주 전형(정시)에서도 학생부 정성 평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는 정시 지역균형전형에서 교과역량평가를 40%, 일반전형에서 20% 반영하며 학교 교육과정 이수의 충실도를 합격의 필수 요건으로 설정했다. 건국대학교 역시 정시에서 학생부 정성평가 20%를 반영하는 체제로 전환했으며, 경희대학교는 정시 내에 '수능·학생부형' 전형을 신설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능 점수만으로 대학에 합격하던 과거의 입시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능이 통합형으로 개편되면서 특정 과목에 대한 심화 학습 여부를 수능 성적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수능의 변별력 약화를 학생부의 교과 이수 현황과 탐구 활동 기록으로 보완하려 한다. 따라서 정시 지원자라도 학교 수업 내 탐구 과정을 충실히 기록해야 한다. 3. 고교학점제와 대학별 권장 과목 이수 고교학점제 하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는 대학이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전공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서울대학교는 '전공 연계 교과 이수 안내'를 통해 모집단위별 권장 과목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의예과는 생명과학 심화 과목을, 공학 계열은 미적분II와 기하를 필수적으로 이수할 것을 권고한다. 건국대학교 또한 'KU:PICK(이수추천과목)' 가이드를 발표하여 계열별 선택 과목의 방향성을 제공했다. 대학은 수강 인원이 적어 등급 확보에 불리하더라도 자신의 진로를 위해 심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를 선택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심화 과목의 이수 여부는 대학이 학생의 학문적 깊이를 확인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4. 나열식 기록 지양 및 탐구 과정의 구체성 확보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활동의 결과만을 나열하는 방식은 변별력을 상실한다. 대학은 학생이 어떤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탐구하고, 그 결과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학생부 기록은 '설계', '모델링', '비평', '상관관계 분석', '디버깅'과 같은 구체적인 행위 동사를 사용하여 고도화해야 한다. 경찰행정학부 지망생이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범죄율을 분석하거나, 자연계열 학생이 파이썬을 활용해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과정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탐구 과정의 기록은 5등급제 하에서 상위권 대학 합격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5.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의 대응 전략 통합형 수능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과목을 응시하게 함으로써 학습 부담을 줄였으나,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의 전공 관련 심화 학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생부의 기록을 통해 수능 점수가 보여주지 못하는 역량을 검증한다. 학교 수업 내에서의 수행평가와 탐구 활동은 수능 공부와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수능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을 심화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정성 평가에 대비하는 통합적 과정이다. 수험생은 고교 3년 동안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각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수행평가에 구체적인 탐구 방법론을 적용하여 그 과정을 학생부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결론: 정량적 수치를 넘어서는 탐구의 실제적 기록 2028학년도 대입은 학생을 시험 점수의 합산으로 평가하지 않고,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보여준 탐구 역량과 성실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내신 등급의 변별력이 낮아진 자리는 대학별 권장 과목 이수 현황과 구체적인 수행평가 기록이 채우게 된다. 수험생은 자신의 학생부를 단순한 활동 내역의 목록이 아니라, 학문적 탐구 과정이 담긴 문서로 관리해야 한다. 수행평가 영역명 설정부터 과목 선택,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탐구의 실제적인 과정을 논리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점수라는 지표가 약화된 환경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역량을 기록으로 증명하는 학생이 2028 대입의 성공을 거둘 것이다. /지상범 JSB진로진학연구소장

2026-03-04 15:17:2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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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의 철도 여행용 지역 특산 도시락

일본의 서점에서 '도시락 요리법' 혹은 '도시락 꾸미기' 책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시락 관련 책이 베스트 셀러로 여러 권 진열된 모습을 보면, 역시 일본은 도시락에 진심인 나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도시락을 더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다. 그것은 단순한 식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생활 구조와 문화적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치원은 급식이 완전 의무가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부모가 직접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학부모들이 직접 싸준 보기 좋고 맛있는 도시락을 자랑으로 여기기 때문에 학부모는 경쟁적으로 도시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직장인들도 직접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람이 한국보다 많다. 특히 도심의 빌딩 숲에 있는 회사는 직접 식당을 운영할 수 없으므로 지하에 있는 식당가는 점심시간에 늘 붐비게 된다. 이 복잡한 곳을 벗어나 직접 준비해 온 도시락이나, 편의점 혹은 식당 앞에서 파는 도시락을 구입해 근처 조용한 공원을 찾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식비 절감이나 건강관리 그리고 개인 취향 등으로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따라서 도시락 문화가 한국보다 발달했고 도시락에 관한 관심이 높아 요리책과 꾸미기 책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그런데 도시락이 단순히 점심 식사 한 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동' 혹은 '여행'과 결합해서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고 독특한 문화를 만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키벤(?弁)이다. (에키는 철도 역을 뜻하며, 벤은 도시락의 줄임말이다.) 즉, '철도 여행용 지역 특산 도시락'이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철도망이 빠르게 확장되었고 장거리 이동에는 기차 이용이 일상화되었다. 이동 시간이 곧 식사 시간이 되는 상황에서 도시락이 철도문화와 접목되었는데, 1960년대 신칸센 개통 이후 전국 이동이 급증하면서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이 단순한 한 끼를 넘어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도시락의 경쟁력은 '지역성'에 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는 해산물, 고베는 소고기, 규슈는 닭고기처럼 각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여 식재료를 도시락으로 담으면서 같은 도시락이지만 어느 역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편의점 도시락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재료와 구성을 유지하는 편의점 도시락과 달리 에키벤은 지역 특산물과 결합하여 차별화하고 있으며, 포장 디자인과 용기까지 지역 정체성을 담아 도시락 용기가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동경역과 같은 대형 역에서는 지역 도시락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가 수시로 열리며, 심지어 전국 각지의 에키벤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공간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서 지역 간 경쟁과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철도라는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이 유기적으로 엮여 '이동형 지역 관광상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기차 안에서는 음식을 먹는 모습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기차 안에서 취식이 전면 금지되었던 영향으로 습관적으로 기차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기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만 발달했을 뿐 문화공간으로 확장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좁은 통로를 지나는 매대에 놓여있던 삶은 달걀이 지금도 그립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6-03-03 13:52:5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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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지환 수원시의원 "'의로운 음주운전'은 없다, 국민에 대한 모독일 뿐"

최근 고위 공직자의 음주운전 사고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을 여실히 증명했다. 국민 93%가 음주운전을 '절대적 금기'로 인식함에도, 정치권은 '15년', '20년'이라는 자의적 시간 제한을 두어 범죄 이력을 세탁해주는 '정치적 면죄부'를 남발하고 있다. 필자가 이토록 단호하게 무관용을 외치는 데는 어릴 적 음주운전 사고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개인적 배경도 있다. 한 사람의 무책임이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평생 겪어온 피해 당사자로서, 범죄를 '의로운 행위'나 '실수'로 포장하는 정치권의 궤변을 마주할 때마다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정치권의 도덕적 파산은 언어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과거 송영길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음주운전 전과를 두고 "공익 제보를 위해 급히 가다 생긴 의로운 행위"라 강변했다. 음주운전은 도로 위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잠재적 살인 행위'다. 여기에 '의로움'을 붙이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이런 발언을 한 당사자가 여전히 국회의원 공천을 논하는 구조적 관대함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비극이다. 이러한 인식은 '기한부 면죄부' 공천 룰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15년 제한'은 당시 이재명 대표 보호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국민의힘 또한 '20년 제한'이라는 강화된 기준을 자임했으나 실제 공천자 중 전과자 비율이 9.5%로 민주당(7.4%)보다 높게 나타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여야 모두 '기간 제한'이라는 사각지대 속에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2015년 '태완이법' 통과 이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반인륜적인 살인 범죄에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잠재적 살인 행위인 음주운전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의 윤창호법 위헌 결정 당시, 국민의 63%가 경각심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정의에 시효가 없듯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던 이력에 대해서도 '시간적 유예'는 존재할 수 없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기에 공직 후보자에게 추천에 있어 '절대적 결격 사유'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숙취운전이나 대리운전 후 주차 중 적발 등 참작 사정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타협할 수 없는 금기선은 무엇인가. 바로 '인적·물적 피해를 동반한 사고 이력'이다. 술을 마시고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준 행위를 단순히 '부주의한 실수'로 치부하며 감싸주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가해자의 논리일 뿐이다. 특히 인적·물적 피해를 두 번이나 일으킨 사람은 첫 번째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는 법과 공동체의 안전을 비웃는 오만함이 체질화되었다는 방증이며,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은 결국 공직에서의 더 큰 부정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가 공권을 쥐었을 때, 사익을 위해 법과 원칙을 어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런 인물들에게 15년, 20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공천을 주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들에 대한 노골적인 모독이다. 이들에게는 시효 없는 '영구적인 정계 퇴출'만이 유일하고도 정의로운 해답이다. /배지환 수원시의원

2026-03-02 11:01:43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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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2027 대입 지역의사제: '의대 합격'의 문턱과 '10년의 무게' 사이에서

2027 대학 입시는 대한민국 의료 교육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원년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구체화 됨과 동시에, 지역 의료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의사제'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입시 현장에 전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의대 진학은 단순히 성적에 맞춘 합격을 넘어, 수험생의 전반적인 생활여건과 성향을 충분히 고려해 면허 취득 후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지가 됐다. ◆정책의 본질 :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강력한 사회적 합의 지역의사제의 핵심 목표는 의료 공백의 구조적 해결에 있다. 기존의 지역인재 전형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에게 입학 문호를 넓혀주는 데 그쳤다면, 지역의사제는 입학 단계부터 특정 지역 정착을 전제로 선발하는 제도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가 입학금, 수업료,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 수험생은 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며 지역 필수의료를 수행한다는 강력한 사회적 계약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원자는 이 제도를 단순한 입시 방편이 아닌, 공공 의료 리더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는 장기적 커리어 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시 전략 : 조금 낮아질 합격선과 강력한 페널티의 저울질 입시 공학적 측면에서 지역의사제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에게 기회이자 리스크이다. 10년 의무 복무라는 조건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한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심리적 저지선을 형성할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반 지역인재 전형보다 합격선이 다소 낮게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내신 성적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역 정착 의지가 확고한 학생에게는 의대 진입의 문턱을 낮춰주는 결정적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무 복무 불이행 시 지급된 지원금 환수는 물론, 의사 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뒤따르기 때문에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인생 전체의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커리어 로드맵 : '버리는 10년'이 아닌 '전문가로 성장하는 시간' 많은 수험생이 10년이라는 복무 기간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실질적인 커리어 과정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10년의 의무 복무 기간에는 인턴 1년과 전공의 4년 수련 과정이 포함된다. 즉,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독립된 전문의로서 지역에 공헌하는 실질적인 기간은 5년 내외이다. 이 기간은 의료인으로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지역 사회의 핵심 의료 인력으로 자리 잡으며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이를 단순한 '구속'이 아닌, 지역 의료 시스템의 리더로 성장하는 '기회'로 정의하는 가치관 정립이 합격 후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정주 여건과 지원책 : 지자체별 맞춤형 혜택 분석 필수 성공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해당 권역의 의료 인프라와 지자체별 추가 지원책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2026년부터 각 지자체는 지역의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주거 지원, 연구비 제공, 자녀 교육 지원 등 다양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 분야가 해당 지역 거점 병원에서 충분한 임상 케이스와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지역 사회 주치의로서의 삶에 가치가 부합하는지를 냉철하게 평가하여,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잘 맞는 권역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결언 : 지역 의료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용기 있는 선택 결론적으로 2026 지역의사제는 단순한 '지방 유학'이 아닌 '지역 리더'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이 전형을 선택한다는 것은 국가적 의료 위기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살겠다는 당당한 선언이어야 한다. 준비된 지원자에게 이 제도는 경제적 부담 없이 최고의 의학 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진료 환경에서 의업에 매진할 수 있는 최적의 통로가 될 것이다. 이제 수험생들은 배치표의 숫자 대신, 10년 뒤 자신이 지역 사회의 핵심 인재로 서 있을 미래 지도를 펼쳐놓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26-02-27 09:24:44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