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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중소기업 대통령

'중통령'이라고 불리며 중소기업중앙회를 16년째 이끌고 있는 김기문 회장이 내년 2월 임기까지 소임을 다한뒤 떠나겠다고 최근 입장을 피력했다. 박수칠 때 떠나기로 한 김 회장의 결정에 출입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박수를 드린다. 중소기업계의 어른, 원로의 한 사람으로 남겠다는 판단에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시길 바란다. 김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은 중동 전쟁 등 여러 힘든 환경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이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다. 그래서도 중소기업 대표 단체이자 맏형격인 중기중앙회를 이끄는 수장의 위치는 엄중한 자리임은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주도해 중기중앙회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한 후 중소기업계에선 김 회장이 5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개정안이 국회를 넘고 연임을 막는 족쇄가 풀릴 경우 김 회장이 주변으로부터 등 떠밀려 나오는 그림이 그렇다. 실제 일부 인사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 추진위원회' 이름으로 "임원 연임 제한 규정을 즉각 폐지해야한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중기중앙회 노조는 "졸속입법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 여론전을 폈다. 중기중앙회 주변 인사들도 "연임 제한 폐지"와 "너무한다"는 쪽으로 갈렸다. 국회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맞섰다.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 회의록에는 이를 놓고 벌인 의원들간 설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특정 임원의 장기간 재임에 따른 폐해 방지'를 이유로 과거 도입했던 연임 제한 규정을 바꾸는 것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김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중소기업계와 정치권내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김 회장은 회장 임기와 관련해 "현행 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회는 중앙회장 임기와 별도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에 대해 '2회까지만 가능'한 현행 연임 제한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중기중앙회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전은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중기중앙회 안팎의 분위기로라면 내년 2월 말 예정한 제28대 회장 선거는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차기 회장에 도전하겠다고 속내를 내비친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는 경선을 했던 과거 제25·26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논란이 일었다. 벌써부터 회장 투표권을 가진 이사장과 연합회장들의 색깔이 갈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차기 회장 선거에서 이들 중 어떤 표를 가져가는게 유리할 것이라는 판세 분석도 나온다. 중기중앙회는 연간 170억원 가량의 정부 예산을 받고 있다. 모두 국민 혈세다. 조직은 법정단체이자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다. 그만큼 공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도 회장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깨끗해야한다. 차기 중소기업 대통령은 저성장 고착화와 '9980' 숫자로 대변되는 중소기업 중심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은 물론이고 포용력과 높은 도덕성을 겸비한 탈권위적인 인물을 기대한다.

2026-03-26 13:29:1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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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인플레이션 조세

예로부터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며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 부르며 두려워했고, 백성들을 들볶으며 사정없이 세금을 거두는 가렴주구는 서민들 살림살이를 도탄에 빠트렸다. 관리통화제도 아래서 유동성이 팽창되면서 고지서도 없이 그림자 귀신처럼 어느 결에 다가오는 인플레이션 세금은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특히 빠듯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한층 두려운 괴물일지 모른다. 가계의 꾸준한 근검절약 노력도 공동체의 화폐가치 안정 의지와 조화를 이뤄야 서민들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되어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침체기에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못하는 통화량 팽창은 화폐가치를 떨어트리면서 돌아야 할 돈이 더 돌지 않게 하여 서민들의 생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인플레이션은 특히 소시민들의 근검절약 의지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의 예금은 제도적으로 도둑맞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창궐할 때 거액을 빌릴 수 있는 능력자(?)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큰돈을 벌 수도 있을지 모른다. 물가가 불안할 때 저금리 대출은 화폐가치가 떨어질수록 빚의 무게가 줄어들기에 빚을 늘려가다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수렁에 빠지기도 쉽다. 1997년 아시아 외환·금융 위기의 주요 원인은 불황 속 기업 부채 팽창이었다.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 했지만, 물가가 쉬지 않고 뜀박질하며 흔들리는 경제 혼란은 개인보다 공동체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장률 정체로 공급능력은 지지부진한데, 생산량보다 통화량이 더 많이 팽창하면 물가는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있어도 근심이고, 없으면 더 큰 절망에 빠트리는 부동산 시장 과열도 따지고 보면 통화 증발이 큰 원인이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풀면 어쩔 수 없이 화폐의 대내외 가치가 떨어져 물가 상승을 이겨내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통화팽창에 따른 물가 불안은 시장경제 체제를 흔들리게 만든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약화시키는 유동성 팽창은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부추길 위험이 커간다. 물가는 오르기는 쉬어도 내리기는 어려워 공급충격이 아니 수요 요인으 한 번 올라간 물가지수가 다시 내려간 경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역사상 찾아보기 거의 어렵다. 미봉책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행태는 어느덧 인플레이션 조세를 부추겨 죄 없는 서민들을 신음하게 만들기 쉽다.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오르는데 돈을 자꾸만 더 풀게 될 경우,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시련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으니 '바쁠수록 돌아서 가라'는 옛말을 새겨 봐야 한다. 화폐가치가 안정되어야 돈이 투기거래 같은 엉뚱한 곳으로 몰리지 않고 생산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순환되어야 결과적으로 중장기 성장잠재력도 향상되기 마련이다.

2026-03-26 13:21:0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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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입학사정관이 매료되는 ‘탐구 보고서’ 작성 방법

고등학교 생활의 가장 큰 부담은 학습 외, 쏟아지는 수행평가와 창의적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진로) 탐구보고서다. 수많은 학생들이 보고서의 분량을 채우는 데 급급해하거나, 무엇을 주제로 잡아야 할지 몰라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을 전전한다. 그러나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요약한 보고서는 학생의 학업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대학이 주목하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학생이 지식의 바다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학술적 근거로 검증하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확장해 나가는가 하는 '사고의 과정'이다. ◆교과서에서 발견하는 질문의 씨앗 탐구의 시작은 주제 선정이다. 많은 학생이 범하는 실수는 'AI의 정의', '기후 변화의 원인' 등 너무나 포괄적인 주제를 잡는 것이다. 이런 주제는 검색엔진에 키워드 하나만 넣어도 수천 개의 정보가 쏟아진다. 학생은 이 정보를 정성껏 복사해 붙여 넣고, 예쁜 폰트로 정리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사정관의 눈에 이것은 '정보 정리자'일 뿐, '탐구자'로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탐구 주제는 언제나 교과서 안에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 '아로리'에 소개된 합격생 사례들을 보면, 이들은 교과 수업 중 배운 개념이 실생활이나 전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배운 '연립일차부등식'을 보고 단순히 문제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경영 현장에서 이 식이 어떻게 쓰일까?"라는 의문을 품은 학생은 '선형계획법'이라는 전공 심화 탐구로 나아갔다. 교과서 목차를 펼쳐놓고, 각 단원 제목 뒤에 '왜(Why)'라는 질문을 붙여보는 것, 이것이 보고서의 첫 단추다. 네이버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과목명을 검색해 해당 과목의 '내용 요소'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과서 개념을 딛고 서 있을 때 탐구의 진정성이 확보된다. ◆논문과 통계로 다지는 학술적 토대 주제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검증해야 한다. 막연한 주장이나 감상은 사정관을 설득할 수 없다. RISS, DBpia, 구글 스칼라와 같은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관련 논문 10편 이상을 검색하고, 그 초록(Abstract)을 읽으며 연구의 배경과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통계 자료는 보고서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KOSIS(국가통계포털)와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찾은 객관적인 수치와 그래프는 보고서의 체급을 완전히 바꾼다. 막연히 "요즘 청소년 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쓰는 대신, "지난 10년간 한국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이 00시간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할 때, 보고서는 비로소 학술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단순히 자료를 찾는 것을 넘어, 그 자료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곧 탐구다. ◆'7:3 법칙'으로 입증하는 사고력 자료를 많이 모았다고 해서 좋은 보고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이 경계하는 것이 바로 '자료의 나열'이다.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기존 정보 7 : 나의 해석 3'의 법칙이다. 수집한 자료를 70% 활용해 뼈대를 세웠다면, 나머지 30%는 반드시 본인의 비판적 시각과 분석으로 채워야 한다. "기존 이론은 A라고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B라는 예외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특정 조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와 같은 문장이 들어가는 순간,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독보적인 사고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될 핵심 역량이다. 남의 이론을 옮기는 데 그치지 말고, "나는 ~라고 본다"는 본인의 사고 과정을 보고서의 핵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맥락과 비판적 확장" 탐구의 마지막 단계는 해당 주제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결하는 것이다. 빅카인즈(Big Kinds)를 활용해 해당 키워드가 언론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분석해 보라. 내 탐구가 현대 사회의 어떤 담론과 연결되는지 서술할 때, 보고서는 단순한 과제를 넘어선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최근에는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AI 검색 도구가 탐구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AI는 도구일 뿐이다. AI가 제시한 출처가 실제 존재하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하는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성실함과 비판적 태도 역시 사정관들이 높게 평가하는 지점이다. "이 주제가 사회적으로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탐구는 비로소 완결된다. ◆전략적 접근: 미리 설계하는 탐구 로드맵 성공적인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닥쳐서 해결하지 않는다. 학기 초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교과별 평가 운영 계획'을 철저히 분석하여, 한 학기 동안의 탐구 구조를 미리 설계한다. 어떤 수행평가가 언제 예정되어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평소 수행하는 독서나 창체 활동을 해당 평가와 연결해 '서사'를 만들 수 있다. 보고서 말미에 '탐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후 새롭게 생긴 후속 질문'을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자. 하나의 탐구가 끝나고 다음 탐구로 연결되는 흐름이야말로 사정관이 가장 사랑하는 '생기부의 서사'이다. ◆마치며 : 학부모와 학생이 나눠야 할 대화 탐구는 특별한 영재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거창한 주제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오늘 수업에서 배운 것 중 제일 궁금한 게 뭐야?"라고 물어보라. 교과서라는 익숙한 땅에서 호기심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논문과 통계라는 자양분을 주어, 비판적 사고라는 열매를 맺는 과정. 이 과정을 즐기는 학생이라면, 그 어떤 대학이라도 주저 없이 그 학생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당장 교과서를 펼치고, 당신만의 질문을 시작하라.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2026-03-25 14:19:4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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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 사이] 서민금융의 두 얼굴

벼랑 끝에 선 서민들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만나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한 곳은 막힌 혈을 뚫어 돈을 빌려주고(서금원), 한 곳은 쌓인 빚을 깎아준다(신복위). 표면적으로는 '포용적 금융'이란 명분과 함께 완벽한 상생의 구조를 갖춘 듯 하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지원 실적의 커튼을 걷어내면 이면에는 '정책'이란 방패 뒤에 숨은 '고금리 장사'와 '보여주기식 구제'라는 민낯이 드러난다. 서금원의 상징과도 같은 '햇살론'의 일반 상품 금리는 연 10~12%에 달한다. 시중은행에서 외면당한 저신용자에게 두 자릿수 금리가 '단비'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따져보자. 정부의 보증 재원과 금융권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정책 금융이 10%가 넘는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서민을 '진흥'시키는 길인가, 아니면 고통을 '연장'시키는 길인가.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민금융 이용자의 60% 이상이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기존 채무의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보증료를 포함한 실질 금리는 취약계층이 감당하기에 여전히 숨 가쁘다. "시중 저축은행보다 낮다"는 궁색한 변명 뒤에 숨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정책 금융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특히 올 들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금융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의 종착역이 국가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자를 수확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진정한 정책 금리'의 실현이 시급하다. 신복위는 매년 수십만 명의 채무 조정을 이끌어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재조정' 비율이다. 신용회복 절차를 밟다가 중도에 탈락해 다시 신복위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5년 결산 기준, 채무 조정 후 1년 이내 낙오하는 비율이 20%를 웃돈다. 이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일단 '합의'부터 시키고 보는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물이다. 원금 감면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그저 상환 기간만 10년, 20년으로 늘려주는 방식은 서민들을 평생 '채무의 노예'로 묶어두는 잔인한 처방이다. 서민금융기관의 존재 이유는 '조정 건수'라는 통계적 수치에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끝까지 빚을 갚고 사회로 복귀했는지를 나타내는 '완제율'과 그 이후의 '경제적 자립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갚을 수 없는 빚은 과감히 탕감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결단이 부족한 신용회복은 결국 '금융사의 채권 회수 대행소'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서민들의 절규는 더 구체적이다. "상담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2026년 고도화되었다는 비대면 앱은 복잡한 서류 요구와 잦은 오류로 디지털 소외계층을 밀어내고, 콜센터는 연결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창구를 찾은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공감 어린 눈빛이 아니라, 고압적인 태도와 관료주의적 절차다. "조건이 안 된다"는 차가운 답변 한 마디에 마지막 희망을 접는 서민들이 부지기수다. 두 기관이 '서민'과 '신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금융 공공기관 특유의 권위의식이 판을 친다.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계적인 서류 접수가 아니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이해해 주는 따뜻한 상담, 그리고 금융을 넘어 일자리와 복지가 연계된 실질적인 자활 대책이다. 서금원과 신복위는 이제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우리가 내민 손이 진정 서민을 일으켜 세우는 동아줄인지, 아니면 겨우 숨만 붙여놓은 채 마지막 남은 이자까지 수확해가는 정교한 족쇄인지. 진정한 서민금융은 '빌려주는 기술'이 아니라 '살리는 기술'이어야 한다. 2026년,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이들이 화려한 기념식 수식어보다 현장의 통곡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차가운 머리로 시스템을 혁신하되, 뜨거운 가슴으로 서민의 손을 잡는 '냉정과 열정'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6-03-25 13:41:1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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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데미안 허스트, 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난해 론 뮤익(Ron Mueck)의 극사실주의 조각 회고전으로 53만 관람객을 동원하며 서울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신체의 물질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시각적 압도감은 대중의 경탄을 자아냈지만, 1990년대 후반 조각의 문법을 갱신한 작가의 회고전을 2025년 한국의 국립기관에서 개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질문도 남겼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채 내려지기도 전에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마련됐다. 바로 지난 3월 20일(~6월 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이다. 허스트는 1980년대 말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들을 주축으로 결성되어,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 요법,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과의 긴밀한 공생을 통해 침체되었던 영국 미술을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격상시킨 예술가 그룹인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중심인물이다. 지금은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인 작가다. 그런 그가 한국 유일의 국립미술관에 초대된 건 올해를 시발점으로 하는 '국제 거장전 정례화'에 의해서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이나 미국의 'MoMA'에서나 볼 법한 전시를 국내 관람객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전시장에는 허스트의 예술 세계를 지탱해 온 핵심 작품 50여점이 빼곡히 들어섰다. 대표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을 필두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죄인>(1988), <천년>(1990) 등이다. 2017년 베니스에서 선보인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전만큼은 아니지만 규모와 강렬함 측면에선 꽤나 묵직한 편이다. 무엇보다 삶, 죽음, 종교, 과학, 믿음, 욕망 등을 주제로 한 허스트 예술 40여년의 궤적을 일거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이 전시에 대한 미술계 전문가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 굳이 30억 원이라는 세금을 쏟아 부으며 이미 '역사화'가 완료된(철지난) 작가를 '모실' 필요가 있는지, 해외에 나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게 목적이라지만 그게 왜 국립현대미술관인지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의 유명 미술관 소장품들을 대중적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전시기획사는 우리나라에도 차고 넘친다. 90년대 YBA를 통해 보여준 파격이 이미 상업 화랑과 아트페어를 통해 충분히 소구되었다는 점도 어째서 지금 이 전시를 열어야 하는지 되묻게 하는 요인이다. 무엇이 새로운지 불분명한 '뒷북 기획'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립 미술관이 동시대 미술의 담론형성보다 '흥행'을 좆는 듯한 여운이나, 싫든 좋든 '사업가'에 가까운 작가의 시장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보증인' 역할을 자처하는 현실도 이 전시의 그늘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본령은 '좋은 전시를 가져오는 곳'이 아니라,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균형 있게 구축하고 그 관계망을 연구·제시하는 것이다. 국가의 문화적 방향성을 설정하면서 한국 미술의 근간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책무가 우선이다. 따라서 국립현대미술관이 허스트를 선택한 것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단지 '세계적 작가 소개'가 아닌, 이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과 어떻게 접속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지점이 명확히 읽히지 않는다. 완성된 브랜드의 광채를 빌려 기관의 위상을 투사하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다.■홍경한 미술평론가

2026-03-24 09:59:1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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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고유가에 쏠린 어둑서니 공포의 실상

우리나라 사전에 '어둑서니'란 말이 있다.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헛것을 어둑서니라 한다. 그런데 공포심으로 바라보면 헛것이 점점 눈덩이 처럼 커져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어둑서니에서 벗어나려면 어두운 밤이 아니라 대낮 또는 밝은 데로 시간과 장소를 옮겨야 한다. 지금 원유가 상승이 필자에겐 우리 경제에 어둑서니처럼 보인다. 어둑서니 경제에서 벗어나려면 두 가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하나는 원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언제 끝날 가에 대한 예측이다. 다른 하나는 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분석이다. 지난 2월 26일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전날 배럴당 65.21달러이던 두바이산 유가는 21일째를 맞는 3월 20일 134.0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과의 협상기대감과 양측의 공격과 대응 수위에 따라 유가는 춤을 추듯 오르고 있다. 전쟁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전쟁당사자인 미국을 보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전쟁비용이 늘어가고, 사상자의 수치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어떻게든 전쟁을 빨리 종료해야만 한다. 이런 출구전략으로 거론되는 근거의 하나로서 이란의 원유 수출기지이자 저장소인 하르그섬을 미국이 조만간 점령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르그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정도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란의 아킬레스건 확보로 종전 협상에 우위를 가지려 할 것이다. 반면 이란의 공중과 해상에 대한 통제권 상실에도 불구하고 항전 의지의 지속표명, 호르무즈 봉쇄위협, 아랍 내 인접 산유시설에 대한 간헐적인 미사일 공격 등은 미국과의 전쟁 장기화 우려를 높이면서 유가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전쟁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이란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에 대해서는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일본과는 외교적 채널을 통해서 허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월 21일 주말에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상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란 내 발전시설 폭파로 맞대응할 것을 밝혀, 겉으로는 전쟁이 격화 조짐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과 이란은 각기 협상력 제고 차원으로서 종전 명분과 전비에 대한 보상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출구전략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이란의 육·해·공 군사시설 대부분이 무력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육군이 아니고 해병대가 파병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그렇다. 이란에 대한 48시간 내 해상개방 요구 역시 그렇다. 이는 조기 종전전략으로서 이란 정유와 발전시설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카드로 해석이 된다. 다음으로, 유가 상승세가 우리 경제에서 물가상승, 경제성장률 하락, 경상수지 악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2022년께 한국은행, 예산정책처, 에너지연구원 등이 유가 10% 상승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한 실증결과를 살펴보자. 유가가 10% 상승하는 경우, 분석기관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p)에서 0.2%p 범위로 상승한다. 경제성장률은 0.1%p에서 0.2%p로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2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 하락하게 된다. 3월 20일 두바이 유가 수준이 향후 유지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유가 상승률은 105.6%로서 배 이상이 된다. 그러면 유가 상승에 의한 물가상승률은 거의 1%에서 2% 오르고, 경제성장률도 1%에서 2%로 하락한다. 경상수지 역시 2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 하락한다. 또한, 산업연구원 3월 자료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이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비용 0.71%p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품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고, 그렇지 못하게 되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기업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들 분석기관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 우리 경제를 조망하면, 물가상승률이 기존 물가 2% 정도를 합쳐 3%~4%가 되고, 2026년 1.9%로 예측되었던 경제성장률은 0% 수준대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회복은 멀어지고,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암울한 경제 상황은 연구기관들의 분석결과에 기초한 해석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참고할 사항이지 이에 맹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가와 경제 관련 영향분석에서 연구기관들은 유가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이 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쟁 출구전략이 모색되는 현실에서 고유가가 장기간 계속될 것이란 가정은 어둑서니에 의한 두려움으로 비유될 수 있다. 현재 유가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그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정황상 낮아 보인다. 다만 유가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곧바로 돌아가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어두운 밤 막연한 두려움을 앞세우면 어둑서니는 점점 커진다. 경제는 심리적인 면이 적지 않다. 이에 낙관도 비관도 불필요하다. 정부는 전쟁 지속 여부와 이에 따른 유가 수준별 시나리오를 분석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냉정하게 가동해야 한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6-03-24 07:48:2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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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동현 국민의힘 전 윤리위원 "여의도의 셈법, 볼모로 잡힌 풀뿌리 출마자들"

6월 지방선거가 불과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지만, 국민의힘의 시계는 여전히 한겨울의 빙점 아래 멈춰 서 있다.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중앙당 내부에서 거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공천 시스템을 책임져야 할 기구마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의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당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며 관전평을 쏟아낸다. 하지만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 소모적인 논쟁의 진짜 피해자는 여의도의 유력 인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피해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힘의 상황을 두고 지역 주민들의 싸늘한 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지역 골목을 누비는 현장의 출마자들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국민의힘의 현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당내 사정도 사정이지만 우려스럽고 무책임한 것은, 광장으로 나가 장외 집회로 세를 과시하며 당을 흔드는 행태다. 진정한 혁신과 쇄신은 당의 시스템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타협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 밖에서 당을 향해 던지는 돌팔매질은 기득권을 깨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묵묵히 뛰고 있는 우리 후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 소모전 속에서 민생이 완전히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실물 경제와 지역 상권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든 상인들, 그리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민들의 눈에 지금의 국민의힘 상황이 어떻게 비치겠는가. 출마자들의 짙은 좌절감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지방선거에 도전하며 지역구를 누비는 예비후보들은 당의 이름으로 주민들의 삶을 바꿀 비전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치밀한 민생 공약을 준비해 다가가도, 중앙당의 파열음과 장외 집회의 소음이 모든 현장과 정책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집안싸움이나 먼저 끝내라"는 호통 앞에서, 지역의 내일을 논해야 할 후보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당의 리더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가. 현상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가. 아니면 뼈를 깎는 쇄신으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줄 때 오는가. 지금 현장의 출마자들이 바라는 것은 뻔한 여의도의 셈법이나 장외의 소음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과 중도 민심까지 넓게 아우를 수 있는 이기는 선거 대응 전략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어느 확실한 방향성 없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그 어떤 결정보다 현장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여의도의 셈법을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출마자들이 기댈 수 있는 베이스캠프부터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현장에서 피 흘리는 병사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채 치르는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출마자들에게 외연 확장과 자유로운 목소리라는 최소한의 무기조차 쥐여주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선거의 패배 책임은 온전히 기득권에 안주한 이들과 당을 분열시킨 이들의 몫이 될 것이다. 여의도의 멈춘 시계를 깨고, 과감한 선거대응전략으로 전국 현장의 시계에 당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에겐 고민할 시간이 없다. /안동현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

2026-03-23 10:09:31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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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보약 공진단의 효능을 좌우하는 ‘사향’

보약 중 최고의 보약은 무엇일까? 수많은 한의사들은 공진단을 가장 먼저 꼽는다. 황제의 보약, 기사회생의 명약이라고까지 불리는 공진단은 그만큼 탁월한 효능으로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원나라 황제가 당대 최고 명의 위역림에게 황실로 들어오라는 명을 했는데, 환자를 두고 갈 수 없었던 위역림이 5대째 내려오는 가문의 비법으로 약을 만들어 진상했다는 것이 공진단의 유래다. 『동의보감』에서는 “남자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진기가 약한 것은 약하게 타고난 것이다. 기운을 보하는 약이 많지만 효과가 없을 때 공진단을 쓰면 천원일기가 튼튼해져 수승화강을 통해 병이 생기지 않게 된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뛰어난 보약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게 좋은 약이기에 쓰이는 약재들 역시 최고의 효능을 자랑한다. 양기를 북돋아주는 녹용, 자양강장에 좋은 산수유, 혈액 대사를 개선하는 당귀 그리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사향이 주재료로 들어간다. 그중에서 가장 공진단의 효능을 좌우하는,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성분이 바로 사향(麝香)이다.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향선낭(香腺囊)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건조시켜 얻은 약재다. 사향노루의 보호종 지정으로 현재 사향의 유통은 엄격하게 규제 몇 관리되고 있다. 사향은 주로 심장과 비장의 경락에 작용한다. 심규를 열어 정신을 들게 하고, 혈액이 잘 순환되게 돕는다. 혈압과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의식장애나 경련·발작, 뇌졸중 등에 처방된다. 워낙 귀한 약재이기에 가격 또한 다른 약재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며, 사향의 함량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공진단의 가격 또한 결정된다. 그렇기에 공진단을 구매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사향의 함량과 진품 여부, 제조하는 곳의 신뢰도 등을 체크해야 한다. 행여 가짜 사향이 들어있는 약을 구매 및 복용하면 돈도 돈이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26-03-23 05:00:1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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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처벌기준이상의 혈중 알코올 농도 판단 기준

대법원이 최근 음주운전 사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과 운전 시점의 차이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피고인이 주차장에서 약 30m 구간을 운전한 뒤 차로 변경 과정에서 오토바이와 충돌해 피해자에게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측정됐다. 원심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시점이 '상승기'일 가능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비록 피고인의 음주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 및 음주량 △단속 및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교통사고가 있었다면 그 사고의 경위 및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운전 종료 후 불과 12분 만에 측정된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점 △측정 당시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은 점 △측정 당시 피고인의 언행과 보행 상태가 술에 취한 모습이었던 점 △사고 경위가 음주운전 정황과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운전을 종료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경우,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시점인지 하강시점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약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태도였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운전을 종료한 때가 상승기에 속해 있다면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사건에서 위와 같은 '측정 시점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최근 대법원은 앞서 본 판결과 같이 비록 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로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무조건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과 운전 시점의 차이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는 경향이 있다.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에서 '측정 시점의 수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존 일부 판례의 흐름을 제어하고, 실제 운전 당시 상태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 입장에 따른 것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시점이 '상승기'에 해당하고 측정치가 처벌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운전 당시 취한 상태가 인정되면 처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져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2026-03-22 10:59:02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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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16>언제, 어디서든 이 와인…조쉬 셀라

<316>미국 조쉬 셀라(Josh Cellars) 사실 궁금했다. 미국만 가면 어딜 가도 이 와인이 보여서다. 미국 본토 뿐 아니라 괌에 갔을 때도 곳곳의 ABC마트마다 빠짐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미국령이라고는 하나 미국 와인은 물론 진열된 와인 종류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지역에서 말이다. 레드 와인이든 화이트 와인이든 레이블마다 우아하지만 강단있는 필체가 잊혀지지 않았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만나보게 됐다. 미국 내 판매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와인, 조쉬 셀라(Josh Cellars)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와이너리 조쉬 셀라의 데이나 라이얼(Dana Ryall) 부사장(사진)은 한국 시장 런칭을 기념해 방한한 자리에서 "조쉬 셀라의 목표는 처음부터 매일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과실향을 중심으로 균형미가 있어 음식과 잘 어울리고, 가격 접근성도 좋아 가족들이 다같이 즐기기 좋은 와인이 바로 조쉬 셀라"라고 강조했다. 조쉬 셀라는 오래된 와이너리는 아니다. 소믈리에였던 조셉 카(Joseph Carr)가 2005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설립했다. 2007년 아버지인 조쉬 카(Josh Carr)에게 헌정하기 위해 '조쉬 셀라'로 새단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레이블의 '조쉬' 로고 역시 아버지의 실제 필체다. 초창기 차고에서 오직 한 가지 품종인 카버네 소비뇽을 만들어 트럭 뒤편에서 팔았는데 이게 빠르게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2008년엔 와인 한 종류로 1만2000병만 생산했는데 불과 20여년도 지나지 않아 작년에는 1억병 가까이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급성장했다. 조쉬 셀라는 포도밭이 없다. 직접 재배하는 대신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양조한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많이 보이는 네고시앙 와이너리라고 보면 된다. 데이나 부사장은 "많은 재배자들과 10~20년 안팎의 장기 계약을 한다"며 "매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재배자들을 관리하면서 포도 선택의 유연함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와인 메이커인 웨인 도널드슨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도 와인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카버네 소비뇽과 소비뇽 블랑 등 다양한 조쉬 셀라 와인으로 평론가로부터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조쉬 셀라 와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느낌을 넘어 사실이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조쉬 셀라는 미국 내 모든 와인 브랜드 중 매장에 진열된 케이스 수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화 11~15달러 가격대에서는 전체 진열량의 4분의 1 이상을 조쉬 셀라가 차지하고 있다. 시중에 깔린 만큼 판매량과 성장률도 다른 와인 대비 압도적이다. 조쉬 셀라의 연간 매출액은 약 6억 달러로 11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테이블 와인 중 가장 많다. 2위와의 격차도 2.5배 가까이 난다. 전체 미국 와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2%며, 11~15달러 가격대에서는 20.4%에 달한다. 데이나 부사장은 "와인 시장이 경제 여건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최근 젊은층이 와인을 덜 마신다고 하지만 조쉬 셀라는 성장세가 높다"며 "한국 시장에서도 미국 와인 판매 1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젊은층을 타겟으로는 2023년 '조쉬 셀라 씨스웹트'를 내놨다. 소비뇽 블랑과 피노 그리지오로 양조해 화이트 와인으로는 단일 품종이 아닌 첫 블렌딩 와인이기도 하다. 여성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알콜 도수를 낮췄으며, 좋은 산도로 한여름 더위를 날릴 수 있는 와인이다. '조쉬 셀라 샤도네이'는 샤도네이 품종 와인으로 미국 내 판매 2위인 와인이다. 캘리포니아 다양한 지역의 포도로 만들어 품질이 안정적이면서 복합미가 있다. '조쉬 셀라 카버네 소비뇽'은 조쉬 셀라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와인이다. 잘 익은 검은 과실과 함께 부드러운 타닌과 구조감으로 균형미가 좋다.

2026-03-19 15:26:24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