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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비평가들의 노동현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2025 작가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출판 분야의 집필 작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의 첫 조사다. 지난 3월 10일부터 두 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중 20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 작가의 다수는 저소득·불안정 노동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응답자의 80%가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였고, 절반 이상이 생계를 위해 겸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업 작가라 하더라도 실제 집필만으로 생활 가능한 경우는 약 22%에 불과했다. 이들 중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원고료 체납 및 미납 경험이 있었다. 계약서를 항상 작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65.9%에 그쳤으며, 계약 조건을 협상해 본 경험이 있는 작가는 52%에 머물렀다. 협상하지 못한 이유로 '관행'이나 '협상 기회 부재', '정보 부족' 등을 꼽았다. 건강 문제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66.8%가 근골격계 통증, 눈 질환, 과로, 번아웃 등을 겪고 있어 집필 노동으로 인한 신체·정신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적정 단가 보장, 표준계약서 개선, 사회보험 및 보호제도 강화, 지불 지연·체납에 대한 제도적 대응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집필활동이 불안정 속 저임금, 건강 리스크를 지닌 노동이라는 점에선 비평가(미술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별도의 공식통계조차 없지만 소득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미술인 연 소득 1000만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문학 작가들처럼 원고료 체납(지연) 경험이 드물지 않다. 실제로 소득의 경우 이해할 수 없는 온갖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공공기관 원고료라야 편당 20-30만 원대도 흔하니 딱히 틀린 수치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도 지불 지연이 빈번하다. 한 달은 기본이요,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며 수개월까지 미뤄지곤 한다. 미술평론가에게 지불 지연은 '구조적 일상'에 가깝다. 원고료 정산이 정확하고 빠르며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는 대상은 개인 작가다. 사실상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작가들이 공공기관 대비 고비용을 지출하는 이상한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작가들의 원고료가 과도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공기관 원고료가 그만큼 '초현실적'이라는 게 맞다. 이러한 현실이니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업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당연하다. 대부분은 주업인 평론 외 대학 강의·번역·기획 업무 등을 겸업해 수입을 보충한다. 평론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수정권, 수정 및 검토 절차, 2차사용 범위, 데이터베이스·웹 업로드 조건 등, 비평가의 권리 보장차원에서 반드시 직종별 양식이 요구되지만 실상은 평론가용 표준계약서 자체도 없다. 미술비평은 사전 조사, 현장 취재(지역 간 이동도 상당함), 작가 인터뷰, 집필을 포함하는 복합 노동이다. 이에 기본적인 근골격계·시력 곤란 외에도, 과도한 이동과 시간 압박이 결합해 피로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성 인정 및 조직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활동 인구 자체가 적고 '개별 프리랜서 중심 구조'가 강해 조직화나 제도 개선 논의가 추진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비평가(비평계)들은 아직 보호 체계의 '출발선'에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작가들이 제도적 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흐름이 생기고 정부나 지자체 역시 작가들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평가들은 집필 노동의 권리를 스스로 찾고, 사회는 비평가들의 노동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동을 이어간다면, 결국 비평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미술계 전체의 담론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창작과 비평이 함께 건강할 때 비로소 미술 생태계 전체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12-09 10:04:3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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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압력이 만든 간편식의 맛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다'라는 감정은 단순히 미각의 만족을 넘어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젓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탄력,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히 번지는 육즙, 달착지근한 양념이 고기 결 사이로 스며들어 형성하는 풍미는 중독에 가깝다. 한식은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조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동력으로 비교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열세다. 압력 밥솥은 밀폐된 내부 공간에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 2기압으로 밥을 짓는다. 평상시에는 1기압으로 100도에서 물이 끓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120도까지 올라가서 2기압이 되는 것이다. 압력밥솥은 밥을 더 빠르고 고르게 익히기 위해서 내부 압력은 일반적으로 70~80 kPa (킬로파스칼)정도로 유지된다. 레토르트 식품은 압력 밥솥처럼 완성된 음식을 특수 재질의 파우치 용기에 담아 고온, 고압으로 미생물을 멸균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레토르트 식품은 국, 탕, 찌개는 물론 카레, 짜장, 볶음밥, 면류, 디저트, 이유식, 캠핑용, 군용식량까지 매우 다양해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의 간편식 시장은 작년 기준 5조 원을 넘어섰고, 레토르트 간편식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늘 한가지 난제를 갖고 있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으로 살균하기 때문에 신선함은 사라지고 풍미와 조직이 무너진다. 한식의 탕류처럼 단맛, 감칠맛, 육향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제품은 열처리로 인한 단점을 피해 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푸드테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듯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심에 바로 고압살균(HPP) 기술이 있다. 고온으로 처리하는 경우 고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 분자구조는 몇 분 안에 쉽게 변성되고 지방의 미세한 풍미 성분은 소실된다. 심한 경우 고기의 육질이 물러 지거나 양념의 균형이 깨져 집에서 만든 맛과 다르게 된다.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에 대한 기대치는 그와 비례해서 상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살균은 뜨겁게 가열해서 유해균을 없애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압살균은 가열 대신 600MPa(메가파스칼) 안팎의 강한 압력을 식품에 균일하게 전달하여 미생물을 비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해양 최대 수심이라고 하는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가 약 11㎞라고 하는데 600MPa 압력은 60㎞ 수심에 해당한다. 고압살균은 야채나 고기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고온으로 가열 처리하는 방법처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도 않는다. 조리 직후의 탄력과 육즙을 손상시키지 않는 점이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한다. 유해한 세균의 세포막을 고압으로 수축시켜 생존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만 손상되고 고기 섬유나 양념 성분은 거의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가 간편식의 품질을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다. 열처리 방식에서는 고기 속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단백질이 빠르게 굳는다. 반면 압력 처리는 수분 유지력을 지키기 때문에 조리했을 때 촉촉함이 남는다. 핵산계 조미성분, 아미노산, 지방등 휘발성 향미물질은 비교적 열에 약한데, 고압살균은 이를 해치지 않는다. 덕분에 집에서 바로 볶은 맛과 유사한 풍미 프로파일이 유지된다. 양념은 단맛, 염도, 산도가 미세하게 균형 잡혀야 한다. 고압은 이러한 조합을 흔들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양념의 깊이와 조화가 그대로 살아나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간다. 고압으로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어 클린라벨 설계가 가능해진다. 고온에서 처리한 음식에서 많이 생성되는 최종당화산물 (AGEs)의 생성을 감소할 수 있고 고열처리 식품에서 기인하는 마이야르 반응 결과 부산물의 생성이 적다. 이는 염증이나 노화의 지표 증가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미가 된다. 압력은 지방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 않기 때문에 소화 과정의 스트레스가 적다. 양념의 당질 구조가 덜 파괴되어 급격한 혈당 상승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고압살균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프리미엄 간편식 영역에서 눈에 띄고 있다. NFC 착즙 음료, 콜드브루 커피, 전골, 비빔밥, 볶음요리, 샌드위치, 도시락 등 활용도가 점차 넓어져 1~2인 가구에서 재구매율이 증가하고 있다. 가열의 한계를 넘어선 푸드테크 기술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열은 빼고 압력이 만든 변화가 식탁 위의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하는 시점이다. /연윤열 푸드테크 라이터, 식품기술사

2025-12-08 11:15: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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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과 가려움 진정시켜주는 ‘고삼’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한약이라고 하면 얼굴부터 찌푸릴 정도로 쓴맛을 가진 약재가 많은데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바로 ‘고삼(苦蔘)’이다. 고삼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척이나 맛이 쓴(苦) 본초이다. 하지만 인삼, 현삼, 단삼, 사삼 등과 함께 오삼(五蔘)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이름에도 삼이 들어가고 삼만큼이나 몸에 좋다지만 삼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약재로 사용되는 부분은 뿌리인데 그 끝 부분이 휘어진 모양 마치 도둑이 열린 창가에서 물건을 훔쳐 내던 지팡이와 닮았다 하여 도둑놈의 지팡이로도 불린다. 고삼은 이미 『신농본초경』에 그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삼에 대해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으며, 열을 없애고 이질과 소변이 황적색인 것을 낫게 한다”고 적고 있다. 그 밖에도 고삼은 속을 편하게 하고 궤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해열, 오한, 두통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살균, 건위, 진통, 소염, 이뇨 등의 효능 역시 가지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차로 고삼을 즐기며 건강을 보하기도 한다. 고삼차는 물 2리터에 고삼 15g을 넣고 중불에서 30분 이상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고삼이 워낙 쓴 만큼 차로 우렸다 해도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고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적응하는 게 좋다. 고삼의 또 하나 특별한 효능은 바로 피부 건강의 유지다. 예로부터 습진이나 피부 가려움에 주로 처방하는 약재였으며 현대에 와서도 가려움이 심한 아토피나 습진,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에 주로 쓰인다. 실제로 고삼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삼차를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피부 미용을 위해 직접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25-12-08 05:00: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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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사 비용상환청구권 행사 제한의 기준

신탁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수익자 이익 수호 의무를 위반해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신탁법 제32조 본문, 제33조, 제43조 제1항).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 주의를 위반해 신탁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과실로 확대된 비용이므로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수탁자의 과실뿐만 아니라, 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 또한 함께 고려'해오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신탁보수약정이 있는 경우 신탁사무를 완료한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탁사무가 중도에 종료된 경우에는 신탁사무처리의 내용 및 경과, 신탁기간, 중단된 신탁사무로 인해 발생하는 위탁자의 손실,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해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최근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및 보수청구권 행사의 제한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甲은 乙신탁회사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했고, 호텔준공 후 신탁사업 종료합의를 하면서 최종 수지계산서에 승인했다. 그런데 갑이 을 상대로 '수익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갑은 "을이 분양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부당하게 사업비를 지출했으므로, 부당 집행 사업비 상당액을 신탁계약 비용에 포함할 수 없으니, 갑에게 상당액을 신탁비용에서 제외하고 재산정한 수익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은 '신탁보수 감액 청구'도 했는데, 을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으니, 신탁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칙에 반해 신탁보수의 10% 상당액이 감액돼야 한다며,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3가합8971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0. 17. 선고 2025나202194 판결). 을이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해 부당하게 분양관련 사업비를 집행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갑은 기존의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새로운 분양대행업체가 선정되기까지 약 3개월간 분양업무가 불가능했음에도, 을이 위 기간 동안 분양업무 관련 사업비를 지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부당한 사업비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 분양대행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신규 업체가 들어오기 전까지 분양대행업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약정했었고, 기존 분양대행업체가 모델하우스에서 분양대행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공백기간 동안 사업비가 집행된 것이 사업비를 부당 집행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025-12-07 12:52: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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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5>기후변화 속에서 보르도가 찾은 해답…'그레이트' 2022 빈티지

<305>佛 보르도 와인 2022년 빈티지 우려가 기대로 바뀌었고, 기대는 현실이 됐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2022 빈티지에 대한 서사다. 와인은 과실미와 부드러운 타닌이 균형을 잘 맞췄고, 신선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르도 와인이 기다리지 않아도 원래 이렇게 향긋했나 싶더니 입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풀렸다. 초여름부터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2009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해였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보르도만의 모범답안을 찾은 셈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이 주최한 '202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지난달 열렸다. 68개 그랑 크뤼 와이너리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2022년 빈티지를 선보였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현재 132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UGCB는 1973년에 설립됐다. 매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음행사를 열어 각국이 회원 샤또와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시음회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700명 안팎의 와인 업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2022년은 기후만 놓고 보면 기대를 할 수 없었던 해다. 서리와 우박에 이어 봄에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몇 차례 폭우까지 이어졌다.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매우 덥고 건조한 여름도 견뎌야 했다. 포도재배부터 수확, 양조까지 그간의 노하우와 기술을 쏟아부은 와이너리는 물론 기후변화에 놀랍게 적응한 포도나무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프랑수아-자비에 마로토((Francois-Xavier Maroteaux) UGCB 회장은 2022 빈티지에 대해 "풍부한 과실미와 탄탄한 구조감, 신선함과 집중도를 모두 갖춘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는 빈티지"라며 "지금 바로 마셔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20~30년 뒤에도 훌륭한 잠재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로토 회장은 올해 2월 UGCB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생-줄리앙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토 브라네르-뒤크뤼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 패트릭 마로토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UGCB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새로 출시된 보르도 2022년 빈티지"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덥고 건조한 해였음에도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집중력과 생동감을 유지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대부분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5도에 육박하고 산도가 낮지만 이런 특징 덕분에 바로 마시기가 쉽다"며 "더 이상 보르도 와인을 따라 마시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말을 맞아 올해의 와인을 가리는 자리도 모두 보르도가 차지했다. 평가기준은 물론 지향점도 다른 두 매체가 올해 최고의 와인으로 나란히 보르도 2022 빈티지를 택했다. 와인 스펙테이터의 선택은 '샤토 지스쿠르 2022'다. 제임스 몰스워스는 "사토 지스쿠르는 보르도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와이너리들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며 "특히 2022년 빈티지는 그 해의 특징을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서클링은 '샤토 디쌍 2022'를 1위로 꼽았다. 그는 "풍부하고 복합적인 과일 향이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다시 찾게 만들었다"며 "생산량은 10만병이 넘고, 가격도 70달러 안팎으로 비교적 쉽게 구해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5-12-04 13:52: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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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한국은 대출금, 일본은 지원금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중소기업중앙회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함께 '한·일 중소기업 경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선 일본 중소기업청 야마자키 타쿠야 경영지원부장이 '일본 중소기업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5억엔의 정책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5억엔이면 우리 돈으론 50억원 정도되는 큰 돈이다. 일본은 이 돈을 기업에게 대출로 지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고 있었다. 포럼에 참석했던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은 매우 의아해했다. 우리나라 정책 자금은 거의 대부분이 이자를 갚고 원금까지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준 지원금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원금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대출금이다. 김기문 회장이 참석자들을 대신해 다시 되물었다. 야마자키 부장은 "5억엔을 무상으로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최대 5억엔까지가 한계다. 10억엔을 기업이 투자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엔 까지다. 단 1회까지만 지원해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많이하고 있어 이를 국내로 유도하기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 자리에 함께 있던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도 일본의 '진정한 지원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의 정책자금은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 일색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은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사업화 지원금, 수출기업들을 위한 수출바우처, 혁신바우처가 전부다. 운송료, 무역보험료, 통번역 등에 쓸 수 있는 수출바우처의 경우 가장 많은 지원금이 1억원(전년도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 강소기업) 정도다. 컨설팅, 마케팅 등에 쓸 수 있는 혁신바우처도 5000만원(매출 140억원 이하 소기업)이 한도다. 기업에게 5억엔(약 50억원)을 무상으로 쏴주는 일본과는 수준이 다르다. 물론 기업에게 돈을 그냥 주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국민 혈세니 당연하다. 그 중 '도덕적 해이'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지원 근거로 삼고 있는 '투자'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정책 자금과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있다. 한정된 예산을 많은 기업들에게 골고루 주느냐, 될(성장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느냐가 그중 하나다. 우리도 일본처럼 통크게 쏴주는 순수 지원금 형태의 정책자금 도입을 심사숙고 할 때가 됐다. 대출금보다 무상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국내에서 대규모로 투자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더 높다면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상으로 줬지만 이는 나중에 세금으로도 돌아온다. 한국의 중소기업기본법(1966년 제정)은 어느덧 60년을 향해간다. 일본은 우리보다 3년 빠른 1963년에 제정됐다. 하지만 일본의 100년 가게, 100년 기업 숫자는 우리와 천지 차이다. 이웃에겐 분명 비법이 있다.

2025-12-04 11:24:39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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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자기 운명도 모르는 도사들

70∼80년대 세계적인 인기 팝그룹 보니 엠(Boney M)의 히트곡 중 하나가 '라스푸틴(Rasputin)'이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에서는 '괴승'으로, 영어권에서는 '미친 수도자'로 불리는 유명인이다. 서구권에서는 그와 관련한 서적만 수백 권이며 드라마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사이비 술사(術士)의 대명사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 혈우병으로 추정되는 황태자의 병세를 호전시키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적의 치유사'로 불리게 된 그는 이후 치료 능력과 예지력으로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의 절대적 신임을 얻게 된다. 그는 수도사로 불리지만 신학을 공부하거나 성직을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라스푸틴은 황실의 비호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정과 인사권은 물론 군사작전에까지 개입했다. 심지어 황제가 나라를 비운 사이에는 그가 러시아를 섭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황후를 비롯해 귀족층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뇌물 받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전횡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민심은 돌아서도 황제는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결국 그의 월권과 추잡한 행실로 귀족들이 그를 처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1916년 12월이었고 이듬해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황제 가족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처형되었다. 이로써 로마노프 왕가는 사라졌다. 기밀이 해제된 러시아 문서에 따르면 라스푸틴의 직접 사인은 이마에 박힌 총상. 강에서 사체가 발견된 그의 신체 일부는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보다 앞선 1882년 조선에서는 임오군란 때 피신했던 고종 왕비 명성황후(민비)가 피란지 장호원에서 무당 박창렬을 만났다. 무당은 당시 암울했던 민비에게 환궁을 예언했고 그대로 실현됐다. 왕비는 환궁할 때 무당과 동행했으며 그에게 '진실로 영험하다'는 의미의 '진령군(眞靈君)'이라는 군호를 내려주고 '언니'라 부르며 궁궐에 함께 살았다. 그 뒤 진령군은 창덕궁에서 함께 살다가 사당을 챙겨 나갔다. 노론 거두 우암 송시열 집터에 지은 사당 이름은 북관왕묘(北關王廟). 삼국지의 장수 관우, 즉 관왕을 모신 동묘(東廟, 東關王廟)와 같은 급이다. ('오하기문(梧下記聞)') 왕조 시절 '君'의 칭호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왕의 아들이나 왕실과 종친, 또는 왕의 장인이어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드물게는 이하응(흥선대원군)처럼 왕의 부친이어야 했다. 천민의 신분인 무당이, 그것도 여성으로서 군호를 받은 인물은 진령군이 조선 역사상 최초이다. 왕과 왕비는 모든 판단을 그녀에게 의지했다. 고종 뒤에는 명성황후가, 명성황후 뒤에는 진령군이 있었다. 왕실에서는 굿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녀에게 줄을 대기 위해 탐관오리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후 진령군의 그동안 죄상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1894년 전 형조참의 지석영은 "요사스러운 계집 진령군의 살점을 사람들이 씹어 먹으려 한다"고 상소했다. 신변의 위험을 느낀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공식적인 최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나 신(神)의 계시를 받았다는 사이비 예언자들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능력 없는 통치자의 불안한 심리가 이들의 제물이 되었다. 신령(神靈)했다는 라스푸틴과 진령군은 민심 이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결국 나라는 모두 망하고 말았다. 더욱이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처참한 마지막은 알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의 법사와 도사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웬만한 도사보다 더 용하다고 자부한 영부인은 또 어떤가. 정권의 말로는커녕 감옥 가는 자기 운명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들이 국사(國師)로 활동하면서 대통령실 이전부터 국정을 운영해 왔다. 전 언론인/ 명리학자/ 철학박사 저서 : 명리 인문학, 사주팔자 30문 30답

2025-12-03 12:00:1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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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호흡기 면역력 높여주는 ‘더덕’

겨울철이 되면 차고 건조한 공기, 커다란 일교차로 그 어느 때보다 호흡기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감기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겨울 대유행했던 독감을 비롯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까지,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럴 때 호흡기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자주 챙겨 먹으면 좋은데 그중 하나가 ‘더덕’이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더덕은 도라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그 뿌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데 특유의 향과 맛으로 인기가 높으며, 찬바람 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를 제철로 본다. 구이, 무침, 장아찌 등 별미로도 많은 사랑을 받지만 오래전부터 약재로도 사용돼 왔다. 더덕에는 양유근(羊乳根)이라는 본초명이 붙어 있다. 더덕의 뿌리를 자르면 흰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이 마치 양의 젖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더덕을 두고 사삼(沙蔘)이라고도 하나 사삼은 잔대의 뿌리를 칭하는 것으로 구분이 필요하다. 더덕은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며, 산후에 산모의 젖이 모자라는 것을 치료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더덕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어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감기,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증상들을 다스리는 데 좋다. 더덕은 곧잘 인삼과 비교되곤 하는데 실제로 인삼처럼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다. 사포닌은 항산화, 항암 성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사포닌 성분의 경우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더덕을 요리하기 전에 물에 너무 오래 담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더덕에는 장 건강과 체중 관리에 좋은 이눌린 성분을 비롯하여, 구리와 망간 등의 필수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바쁘게 생활하느라 끼니를 건강하게 챙기기 어려운 현대인들의 경우 만성 변비와 같은 증상들을 흔하게 겪을 수 있는데, 더덕을 가벼운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2025-12-02 14:41: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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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

출장이나 여행으로 도쿄에 가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주요 역 근처에 붉은색 큰 글씨로 적혀있는 'Bic Camera(ビックカメラ)', 'Yodobashi Camera(ヨドバシカメラ)'라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두 곳 모두 이름에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어 카메라 전문 판매점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찾아가 보면 카메라 판매점치고는 규모가 너무 큰 것에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전철역 바로 옆에 아주 큰 건물을 전체로 매장으로 사용하거나, 주변에 있는 몇 개의 건물을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층별 안내도를 확인해 보면 카메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종합 백화점에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주쿠 서쪽 역 앞에 있는 Bic Camera의 매장 안내도를 보면, 지하 1층에는 냉장고, 세탁기, 주방용품, 심지어 화장품까지 팔고 있으며, 1층에는 카메라, 게임기, 완구 등, 2층에는 PC, 생활 가전과 잡화, 3층에는 음향기기, TV, 4층은 면세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회사의 이름에 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게 된다. 최근에 여행을 다니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사진 촬영에 진심인 사람들은 값비싼 장비를 챙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도 우리의 추억을 남기기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동 카메라가 필요했고 당시 도쿄의 요도바시(淀橋) 지역(현재의 신주쿠 주변)에서 카메라와 렌즈, 필름을 판매하는 카메라 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그것이 바로 Yodobashi Camera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 일본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며 카메라와 오디오와 같은 고가 장비의 수요가 급증했고,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전문점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정착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일본 경제 호황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세계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에게 필수품이 있었는데 바로 '카메라'다.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카메라는 아니더라도 사용하기 편리한 카메라가 필요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캐논, 니콘, 미놀타 등의 기업이 성장했고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이케부쿠로에서 대규모 카메라 할인 매장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Bic Camera의 시작이다. 카메라를 할인 판매하는 커다란 매장이라는 뜻이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카메라, 오디오 등 고가의 장비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해외여행 또한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즉, 카메라 수요가 많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선 카메라 중심의 판매 제품 범위를 PC, 게임기, 가전,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했다. 즉, 카메라 전문점에서 종합 가전 판매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게다가 대량 판매 시스템 구축으로 회전율을 높여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극도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속에서도 안정적인 고객 유입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종합 백화점 형태로 변모했지만, 두 회사가 '카메라'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한 상호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카메라 '전문점'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성을 이어가기 위함일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12-02 14:15:4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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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쿠팡이 뺏긴 개인정보, AI가 활용한다면?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훔쳤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어떻게 도둑 맞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토머스 에디슨이 남긴 명언이다. 에디슨이 여기서 말한 '그'는 전기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콜라 테슬라다. 그는 뢴트겐에게는 X레이 기술을, 리 드 포레스트에게는 진공관 앰프 기술을, 굴리엘모 마르코니에게는 라디오 기술을 빼앗겼지만 그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약 83%는 전현직 직원에 의해 발생하며,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토머스 에디슨은 이를 이미 한 세기 전에 간파했나보다. 에디슨의 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와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쿠팡의 고객정보 3370만여건이 유출된 것이 알려져 정부와 기업, 고객 등 그야말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이번 사고로 정부는 또 다시 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고, 사고 당사자인 쿠팡엔 내부 통제가 허술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쿠팡의 경쟁업체들은 자사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이커머스 사업 협력에 나서고 있는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는 이번 범죄 혐의자가 중국 국적의 전직 쿠팡 직원으로 알려지자, 혹여나 자사 사업과 연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불안에 떨고 있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일반 소비자, 우리 국민이다. 이미 이 사건에 앞서 SK텔레콤, 롯데카드, KT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어이 없는 대처로 개인정보가 탈탈 털려 더 이상 털릴 정보도 없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개인정보 유출에 노이로제가 걸려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범죄자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을 것이다. 쿠팡의 개인정보 탈취 사건은 우리 기업들의 보안대처 체계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에디슨의 지적을 상기시킨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보안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정보보호에 충실해야 할 기업들은 범죄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 낌새도 채지 못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개인 정보 유출이 내부 관리 소홀임에도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제도에 통과하는 것에만 급급해 수백, 수천억원을 썼다. 그 덕에 각종 인증을 받을 수는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정작 자사의 정보가 줄줄 새는 것은 알지 못했다. 사후 대응 부실도 똑 같은 패턴이다. 과거 해킹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대응과 마찬가지로 쿠팡도 정확히 어떤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둑을 막지는 못해도 뭐가 도둑 맞았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그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기업들의 보안 수준이다. 2026년을 목전에 둔 지금, 전 세계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인공지능 전환(AX)을 외치고 있다. 기업의 업무 환경이 AI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서 사이버침해도 AI 기반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범죄자들이 탈취해간 개인정보가 단순한 데이터였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AI가 이를 학습해 소비자들을 심각하게 위협할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기업 내부 시스템 보안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2025-12-01 16:35:39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