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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유사수신 영업책이 챙긴 수당, 회생절차시 반환해야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일명 주식·코인 리딩방을 열어 원금보장을 미끼로 돈을 받거나, 기존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돌려막는 '폰지 사기'가 횡행한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고수익이나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현혹해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행위를 법적으로 '유사수신행위'라고 한다. 일반인이 이러한 유사수신행위에 빠져들게 되는 데에는 업체의 영업 담당자들이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지인을 동원하거나 허위 정보를 남발하며 투자자와 친분을 맺고, 일정한 신뢰를 형성한 뒤 거액의 투자를 유도한다. 유사수신업체의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설립부터 영업 전반에 걸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정상적인 금융업체에 비해 기업 구조가 매우 부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은 당초 약속한 고수익과 원금보장은 커녕 투자금조차 반환하지 못한 채 파산에 이르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사수신업체만큼이나 그 영업 담당자들 역시 원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사수신업체가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경우, 영업 담당자들이 챙겨간 수당은 회수할 수 없는 것일까? 최근 대법원은 "유사수신업체가 영업 담당자에게 지급한 영업수당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채무자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최대한 변제한 뒤 청산하는 '청산형 회생계획'을 진행 중인 유사수신업체 A가 있었다. A사의 회생절차 관리인 B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영업 담당자들을 상대로 "A사와 맺은 영업수당 계약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며 이미 지급된 수당의 반환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영업 담당자들은 "해당 수당은 A사가 불법적인 유사수신행위를 실행하고 촉진하기 위해 교부한 이른바 '불법원인급여'이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원칙적으로 불법적인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746조). 예를 들어 불법 도박 자금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범죄 실행을 조건으로 돈을 건넨 경우, 돈을 준 사람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불법 행위에 관여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업 담당자들의 수당이 회수될 경우, 그 돈이 회생채권자(피해 투자자)들을 위한 변제 재원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A사가 영업 담당자들에게 불법 행위를 촉진하는 수당을 지급했더라도, 이를 반환받아 회생채권자들의 피해를 일부나마 복구하는 데 쓰도록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더욱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업 담당자들이 수당을 그대로 보유하게 방치할 경우, 범죄 수익이 고스란히 남게 되어 추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를 유인이 유지된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결론적으로, 유사수신행위에 관여해 받은 대가는 설령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몫이라 하더라도 추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채무자인 회사와 임직원이 한 행위나 제3자에게 지급했던 자금 등은 법원의 관리·감독하에 최대한 채권자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엄격히 처리된다.

2026-04-05 11:09:2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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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19>소믈리에가 먼저 찾는 '마크 크레덴바이스'…"알자스+한식"

<319>佛 알자스 '도멘 마크 크레덴바이스'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데 소믈리에들이 먼저 찾아 업장에 쟁여놓는 와인들이 있다. 알자스 와인이 그렇다. 좋은 산도에서 오는 긴장감과 미네랄이 한식은 물론 일식 등 아시아권 음식과 밀당하듯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다. 프랑스 알자스 와이너리 도멘 마크 크레덴바이스(Domaine Marc Kreydenweiss)의 와인메이커 앙투안 크레덴바이스(Antoine Kreydenweiss·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알자스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 리슬링도 어디서 재배됐는지에 따라 캐릭터가 각기 다르다"며 "마크 크레덴바이스 와인은 알자스의 다양한 테루아가 품종을 통해 잘 표현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앙투안은 마크 크레덴바이스의 13대손이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겹살부터 김치찌개에 라면까지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는 놀랐다. 마크 크레이덴바이스 와인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마크 크레덴바이스는 한국에서 알자스 와인의 존재감이 거의 없던 2016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페어링 와인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보니 캐주얼 다이닝까지 와인을 공급해달란 소믈리에들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사실 수입사인 와이너(WINER)는 역시 이승훈 소믈리에가 설립한 곳이다. 한국소믈리에대회 2연패 우승자답게 알자스 와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도멘은 18세기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가문이다. 와이너리로서 정체성을 구축한 것은 아버지가 와인 양조에 뛰어든 1971년이다. 알자스에서는 최초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했고, 지금도 기계가 아닌 말이 포도밭을 일군다. 앙투안이 도멘을 맡아 와인을 양조한 것은 2008년부터다. 앙투안은 아버지가 다져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였다. 앙투안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다. 마크 크레덴바이스 와인 만의 짱짱함이 여기서 나온다. 그는 "마크 크레덴바이스 와인은 굉장이 에너지가 좋다고 할 만한 긴장도가 있다"며 "와인에 필요한 요소가 충분하다 싶으면 바로 수확에 들어가 같은 마을에서도 수확이 하루라도 더 빠른편"이라고 전했다. 발효과정에서 차이점은 두 가지다. 먼저 외부 효모가 아닌 자연 효모로 발효시키고, 리(Lee) 숙성을 길게 가져간다. 리는 발효가 끝나면 생기는 효모 앙금 혹은 효모 찌꺼기를 말한다. 독특한 풍미와 질감으로 와인에 복합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이야 리 숙성을 늘리는게 트렌드지만 2000년대만 해도 시설도 그렇고 리 숙성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크 크레덴바이스는 가장 기본급인 와인도 2년은 리 상태로 숙성한다. 그랑크뤼 와인의 경우 2022년 빈티지가 아직도 병입을 하지 않은 리 숙성 상태다. 마크 크레덴바이스가 내추럴 와인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방향성이 다소 다르다. 필요에 따라 아황산염도 쓴다. '내추럴'을 위해 와인의 맛이나 품질을 희생할 생각이 없다. 와인병의 레이블은 매년 다른 예술가들이 디자인한다. 레이블만 보면 어떤 빈티지인지 알 수가 있다. 마크 크레이덴 와인은 품종이 테루아를 덮지 않는다. 테루아가 품종을 지배한다. 실제 같은 리슬링도 표현력이 다르다. '비벨스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 라 담 2021'과 '카스텔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2019'는 둘 다 리슬링 100%로 양조했다. 비벨스베르그가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생산해 잘 익은 과실미과 볼륨감이 느껴진다면 카스텔베르그는 검은 편암 토양에서 만들어 향신료 풍미와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숙성 잠재력은 30년 안팎에 달한다.

2026-04-02 15:52:1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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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서금원과 신복위에 대해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양대 축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각각 '사후 구제'와 '사전 예방'이란 역할을 맡고 있다. 겉으로 보면 촘촘한 안전망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두 제도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취약계층을 사각지대로 밀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설계가 여전히 '단절적'이라는 점이다. 서금원은 저신용·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공급하며 연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상환에 실패한 이용자는 미흡한 연계 시스템 속에 신복위로 이동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유기적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관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원 조건과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는 경험'을 준다. '사후 대응 중심'의 구조도 한계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은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지만, 이미 신용이 훼손된 이후에 작동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채무조정 이용자의 40% 안팎이 39세 이하 청년층이란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연체 이후가 아니라 연체 이전의 금융 환경에 있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자산 축적이 어려운 청년층에게 기존의 채무조정 중심 정책은 '늦은 처방'일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의 공급 방식도 구조적 한계가 있다. 서금원의 상품은 금리 부담을 낮춰주지만, 여전히 '대출'이란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소득이 부족한 계층에게 또 다른 부채를 제공하는 방식에 가깝다. 특히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나기 직전의 차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상환 여력이 취약한 계층에게는 문제를 이연시키는 효과에 그친다. 급변하고 있는 노동시장에 대한 반영 부족도 문제다. 플랫폼 노동자(배달 라이더 등),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소득 변동성이 큰 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책은 여전히 정규직 중심의 소득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책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서금원과 신복위를 단순히 역할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지원 체계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금융 상태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지원 프로그램이 연계되고, 절차가 간소화되는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사전 예방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소득 기반 상환(Income-Contingent Repayment) 모델이나 일정 수준의 채무 탕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금융교육 역시 형식적 수준을 넘어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전환돼야 한다. 결국 서민금융 정책의 핵심은 '빚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빚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후 대응에 치중된 구조로는 반복되는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책의 방향을 '구제'에서 '예방'으로, '단절'에서 '연결'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서민금융은 이름만 남은 안전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서금원, 신복위의 '전시 행정', '쇼핑 행보'도 사라져야 한다. 성과 중심보다 홍보 중심이란 인상을 준다. 서민을 위한 서민금융기관은 통치자와 정치인, 일반인에게 보여주기식 행보가 필요 없다. 기관장의 '사진 찍기' 반복과 홍보는 서민들의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6-04-02 08:37:1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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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2028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선 분석과 대응 전략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교육 현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내신 5등급제 도입과 표준편차 기재 폐지는 겉보기에는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학의 검증 방식이 더욱 입체적이고 정교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숫자로만 학생을 판단하던 시대는 저물고 학생이 걸어온 학업적 궤적과 그 과정이 담긴 기록의 문장이 합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한다. 본 칼럼은 2028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선을 분석하고 숫자가 몰락한 자리에 부활한 기록의 가치를 고찰한다. 대한민국 대입 지형은 2028학년도를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기에 진입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히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당국이 내신 등급의 표면적 변별력을 낮추는 동시에 성적표에서 표준편차를 삭제하기로 한 결정은 대학이 학생의 실질적 위치를 파악할 정밀한 통계적 도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명분 뒤에 내신 기록의 질적 평가 강화와 대학별 고사의 실질적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입시 방정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표준편차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성취도별 분포비율이다. 대학은 이제 이 지표를 통해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 여부를 엄격히 감시한다. 특정 과목에서 A등급을 받은 학생이 과도하게 많은 학교의 내신 1등급은 대학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다. 반면 변별력을 확보해 A등급 비율을 적절히 통제한 학교에서 얻은 높은 원점수는 학생의 진정한 학업 역량으로 간주된다. 결과적으로 변별력을 잃은 정량적 수치 대신 대학은 면접과 서류 평가를 통해 학생을 검증하려 하며 이는 모든 전형이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의 성격을 띠게 되는 전형의 수렴 현상을 초래한다. 이러한 통계적 지표의 변화를 반영해 기존 9등급제 합격선을 5등급제 체제로 정밀하게 매칭한 인서울 대학 라인별 예상 합격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과거 9등급 체제에서 대학은 학생의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편차를 활용해 집단의 학업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 이 정밀한 척도가 사라짐에 따라 대학은 정보의 비대칭 상태에 놓인다. 대학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생이 선택한 과목의 명칭과 그 이수 경로인 궤적에 주목한다. 고교학점제 환경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는 그 자체로 학생의 학업적 용기와 전공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평가가 수월한 과목만을 골라 듣는 학생은 대학의 서류 평가 과정에서 엄격한 잣대를 마주한다. 비록 최종 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물리Ⅱ나 고급 수학 또는 융합 과학 탐구와 같은 심화 과목을 정면으로 돌파한 기록은 표준편차가 사라진 성적표에서 학생이 우수한 집단 내에서 치열하게 학업에 매진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이는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 논쟁을 넘어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기주도적 탐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숫자가 감추고 있는 학생의 실질적 역량은 결국 선택의 용기와 그 과정을 담은 기록에서 드러난다. 내신 변별력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 2028 통합형 수능은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 과목이 사라짐에 따라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공통 과목의 실질 난이도 상승을 유발하며 대학은 이를 통해 내신 성적에 포함된 거품을 걷어내는 최종 필터로 활용한다. 내신에서 1.0 등급을 획득하고도 수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이는 수험생들이 고교 3년간 내신과 수능 학습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학생부 기록의 주관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학은 면접 고사의 비중을 높이거나 방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을 검증하는 심층 구술 면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공부를 넘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대입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됨을 의미한다. 숫자가 몰락한 자리에 학생의 목소리와 논리가 다시 부각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2028 대입 개편은 우리에게 숫자가 아닌 역량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1등급이 10%로 확대됐다는 사실에 안주해 학습의 고삐를 늦추는 것은 가장 위험한 전략이다. 부산시교육청의 전수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전 과목에서 완벽한 성취를 거두는 학생은 여전히 극소수이며 대학은 그 희소성을 찾아내기 위해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볼 준비를 마쳤다. 이제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 전문가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숫자의 화려함에 매몰되기보다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탐구의 깊이를 더하고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심화 과목에 과감히 도전하며 수능이라는 파도를 견뎌낼 수 있는 기초 학업 역량을 쌓아야 한다. 숫자가 몰락하고 기록의 문장이 부활하는 2028 입시의 미로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대학이 원하는 본질적 우수성을 갖추는 정공법이다. 제도의 변화는 전략의 수정을 요구하지만 공부의 본질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합격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026-04-01 15:50:4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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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마스크 문화

가끔 보는 코미디 유튜브에서 코로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동창회에 모여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보니 과장된 내용이지만, 왠지 이해되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단연 '마스크 착용'일 것이다. 한때는 마스크 없이 외출하지 못했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팬데믹이 잦아들자마자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 시절을 잊고 있다. 마스크 없이 생활했던 원래의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다.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겨울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사라진 마스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마스크는 일상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주로 방한용품으로 사용되는 물건이었고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일회용 마스크가 등장하였다. 즉,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보조적인 도구에 가까웠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해소되면서 마스크를 벗는 것도 그만큼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우리와는 달리 오랜 시간 형성된 생활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화분증(花粉症)-꽃가루 알레르기'이다. 일본은 봄철 삼나무 꽃가루가 심하게 날려 상당수의 국민이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겪고 있다. 이로인해 오래전부터 눈이 녹기 시작하는 늦은 겨울부터 봄까지 마스크는 필수적인 생활용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감기 예방뿐만 아니라 꽃가루 차단을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마스크가 일상화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이미 일상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그 습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일부 설문조사에서 "마스크를 벗으려니 화장에 신경을 써야 해서 불편하다.","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 좋다."라는 내용이 가끔 등장한다. 그것은 마스크가 단순히 위생용품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편의성도 제공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팬데믹 기간에 우리도 경험했고, 그 때문에 마스크를 벗는 것이 아쉬운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개인적 편의보다는 특수한 상황의 종료에 따른 일상 복귀라는 사회적 흐름이 더 크게 작용했을 뿐이다. 결국 마스크 착용의 지속 여부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생활 문화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가 특수 상황에 사용하는 보조적인 도구인 한편,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일상용품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되었으나 그것이 남긴 흔적은 각 사회의 문화 속에서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벗음으로써 일상을 회복하였고, 일본은 마스크를 유지함으로써 기존의 생활방식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같은 도구라도 사용하는 방식이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는 이러한 사소한 생활 문화가 다른 방향으로 축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6-03-31 13:25:5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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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터보퀀트 그 이후...

구글 리서치가 2026년 3월 말 발표한 '터보퀀트(TurboQuant)'는 단순히 메모리를 아끼는 기술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려는 '시스템적 혁신'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터보퀀트의 핵심은 한 마디로 '기억의 압축'이다. 기존 AI 모델은 대화를 길게 이어갈수록 과거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KV(키 밸류) 캐시 메모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투자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터보퀀트는 이 데이터를 정확도의 손실 없이 6~8배까지 압축하고, 연산 속도는 오히려 8배까지 높이는 기술이다. AI는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등장 이후부터 몇 차례의 충격에 가까운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왔다. 당시 알파고는 기술적 성격이 강했다. 핵심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존재론적 증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딥시크는 가성비의 혁명을 가져왔다. 중국의 AI업체가 글로벌 빅테크 못지 않은 성능을 초저비용으로도 구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IT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번 터보퀀트는 그 똑똑한 AI를 '어떻게 싸고 빠르게 보급할 것인가'란 경제적 해법을 제시했다. 추론 시 발생하는 하드웨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AI의 범용화, 운영단계의 효율화에 파격적인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보퀀트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앞으로는 AI 간의 '긴 문맥(Long Context)'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메모리 한계 때문에 수만 단어 이상의 대화는 비용 부담이 컸지만 터보퀀트가 도입되면 같은 장비에서 6배 더 긴 문맥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백 권의 책 내용을 한 번에 기억하는 AI'가 보편화될 것이다. 당연히 하드웨어, 특히 반도체 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는 고가의 HBM이 탑재된 엔비디아 GPU 없이도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낼 수 있게 된다. 구글이 터보퀀트란 기술을 내놓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터보퀀트 적용으로 무엇보다 혜택을 받을 곳은 저사양·저비용 기기들이다. 이 기기들을 활용하는 일반인들도 AI의 범용화로 누구나 손쉽게 AI 비서(에이전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위 '온디바이스(On-Device) AI'가 확산됨으로써 스마트폰·노트북 등 메모리가 제한된 기기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터보퀀트의 등장으로 '추론하는 AI 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금까지는 AI를 '학습'시키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많은 사용자에게 '서빙(Serving)'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구글이 터보퀀트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서비스 단가를 낮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는 일반 제조 현장이다. 지금까지 제조현장에서는 운영비용(OPEX)과 하드웨어의 제약 등으로 AI 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터보퀀트는 이를 동시에 해결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다. 고가의 AI구매비용을 대폭 줄여줘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터보퀀트가 'AI 서비스의 폭발적 보급을 이끄는 강력한 촉매'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터보퀀트 같은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간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는 더 커질 것이다.

2026-03-30 15:14:5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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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봄철 활력 돋우는 ‘주꾸미’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소생하는 봄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현대인들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데, 따뜻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몰려오는 춘곤증은 일상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 거기에 일교차가 커져 감기에 걸리기 쉬워지고, 면역력 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자연과는 달리 활력을 내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 봄이다. 활력 충전에는 무엇보다 음식이 중요하다. 특히 제철 식재료로 만든다면 더욱 좋은데, 봄철 밥상에 올리기 좋은 활력 재료로는 주꾸미가 단연 최고다. 주꾸미에는 타우린 성분이 가득 들어있다. 타우린은 두족류, 조개류 등에 풍부한데, 자양강장제의 주요 성분으로도 알려져 있다.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같은 각종 질병 예방과 관리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영·유아기에는 타우린이 체내에서 합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필히 섭취시켜야 한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뇌 발달은 물론이고 신체의 발달, 면역력 강화 등에 타우린이 되기 때문에 타우린 함량이 많은 주꾸미를 영양식으로 먹이면 도움이 된다. 주꾸미에는 타우린 외에도 단백질의 기본 요소인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체력과 에너지를 북돋운다. 같은 중량으로 비교했을 때 소나 닭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100g당 10g 이상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다른 육류와 비교했을 때 지방이 현저하게 적고, 그 조금의 지방 성분마저 뇌와 심혈관 건강 보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다. 적은 지방질로 비만을 예방하고 심혈관을 보호하여 활력을 증진시키는 게 주꾸미의 효능이다. 빈혈의 주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필수 미네랄인 철분 부족이 다수를 차지하며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 B12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주꾸미에는 이 두 가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즉, 봄철 활력 충전에 좋은 주꾸미가 빈혈이 잦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건강식이 된다.

2026-03-30 05:00: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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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s) 법률 산책] 명품가방 리폼, “상표권 침해 아니다” 의 시사점

최근 강남 소재 수선집과 명품업체 L사 사이의 명품 가방 리폼(업사이클링 등 특정 제품을 다른 형태의 제품으로 변형·가공하는 것)을 둘러싼 상표권 침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큰 화제가 됐다. 대법원이 "명품 가방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개인 사용 목적으로 가방을 리폼한 경우에는 리폼 과정에서 문제된 상표를 그대로 표시하였더라도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에서 1심 및 2심은 모두 리폼업자(강남 소재 수선집)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기에 해당 대법원 판결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명품업체 L사가 자사 상표가 표시된 가방을 해체 등의 방식으로 리폼해 새로운 가방과 지갑 등을 제작한 강남 소재 수선집에 대해서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먼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는 범위와 그 예외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대법원은 "상표법의 제반 규정, 비교법적 분석(유럽연합 상표규정, 미국 연방 상표법) 등을 통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은 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상거래에 제공돼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돼 있음을 지적했다. 어떤 물품에 관한 상표 표시행위 등이 그 물품을 상거래에 제공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업(業)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물품을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상표권 소진 원칙 등에 기초해 상품 소유자가 리폼 전·후에 제품의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제품을 리폼된 제품으로 변형·가공하는 일련의 리폼 행위 역시 소유권 행사의 자유로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리폼 과정에서 제3자의 조력을 받거나 제3자로 하여금 리폼을 대행하게 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소유권에 기초한 정당한 권리 행사의 모습이고, 이를 소유자가 스스로 리폼 행위를 하는 것과 달리 취급할 만한 뚜렷한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상품의 소유자가 직접 리폼 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리폼업자가 소유자로부터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 요청을 받아 그에 따른 리폼 행위를 하고 리폼된 제품을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에도 이를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해 리폼 행위를 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리폼업자가 일련의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서 상거래에 제공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에 수반돼 이루어진 상표 표시행위 등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의 해당 판결에 따라 명품 제품의 리폼 등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의 변형·가공과 관련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이 판시한 '개인적 사용' 부분에 주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 등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일정한 리폼 스타일을 브랜드화 해서 제공하는 등). 다만, 대법원이 언급한 예외사유(특별한 사정)와 관련해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 경계선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개별 사건들에서 계속 그 해석의 문제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026-03-29 12:45:54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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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18>세계 톱 100 와인을 서울에서?…수백명 몰린 'K-테이스팅'

<318>와인나라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톱 100 스페셜 테이스팅' 돔 페리뇽, 피터 마이클, 샤또 디쌍, 샤또 지스꾸르, 키슬러, 세냐. 와인 애호가라면 듣기만 해도 귀가 황홀하다. 아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귀가 솔깃할텐데 이 와인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니 안 갈 이유가 없다. 지난 18일 와인나라의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톱 100 스페셜 테이스팅'은 두 가지에서 면에서 와인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첫번째는 이런 와인 시음회가 가능했다는 것.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은 매년 수만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해 연말에 세계 100대 와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 와인들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시음 행사를 마련한 것이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도쿄, 서울 등에서 열린다. 전 세계의 뛰어난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이런 행사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드물어 티켓은 순식간에 완판된다. 와인업계에서도 스타급인 제임스 서클링이기에 이런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인데 서울에서 단독 행사가 열린 셈이다. 이번 시음회는 제임스 서클링이 선별한 상위 와인들 가운데 와인나라가 다시 한번 엄선했다. 1위를 차지한 '샤또 디쌍'을 비롯해 4위 '테라 상타 미스테리어스 디깅스 피노누아', 7위 '에라주리즈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 9위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 등이 모두 선보였다. 특히 1위 샤또 디쌍의 공동소유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마뉴엘 크루즈가 방한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와인을 따라줬다. 와인나라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그간 업계 관계자나 소수 애호가를 대상으로 할 뿐 일반 소비자 누구나 티켓을 구매해 최정상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개 행사가 없었다"며 "프리미엄 와인 경험을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관심있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문화로 열어놓겠다는 의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는 점이다. 그것도 판매 시작 단 이틀 만이다. 디너 뷔페와 지정석이 포함된 2부의 티켓 가격은 14만9000원이었다. 와인의 라인업을 감안하면 결코 비싸지 않지만 절대적인 가격 수준 자체는 높다. 경기 침체에 저가 와인만 팔린다고 하지만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결코 줄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제대로 된 콘텐츠와 경험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얘기다. 와인나라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자리가 됐다"며 "앞으로도 아영FBC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특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나라는 아영FBC가 운영하는 리테일 브랜드로 무드서울·사브서울·르몽뒤뱅·더페어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6-03-27 14:37:3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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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17>1위 '샤또 디쌍' 에마뉴엘 크루즈 …"보르도, 지금 당장 마셔라(DBY)"

<317>佛 보르도 샤또 디쌍, 에마뉴엘 크루즈 최고경영자 "보르도 와인, 묵히지 말고 지금 당장 마셔라(Drink Bordeaux Young·DBY)." 프랑스 보르도에 위치한 샤또 디쌍(Chateau D'Issan)의 공동소유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마뉴엘 크루즈(Emmanuel Cruse)가 한국을 찾았다. 작년 말 발표된 '2025 제임스 서클링 세계 100대 와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에마뉴엘(사진)은 메트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르도 와인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며 "예전처럼 10년, 20년 숙성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과실과 균형감으로 바로 마시고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설파 중인 말이 바로 'DBY'이다. 이번 방한은 와인나라가 주최한 스페셜 테이스팅 행사를 계기로 성사됐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 '제임스 서클링 그레이트 와인즈 월드' 중에서도 한국이 유독 젊은층이 많아 인상적이었던 에마뉴엘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테이스팅 행사 초청에 흔쾌히 응하면서다. 시음장을 찾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2022 빈티지를 따라줬으며, 샤또 디쌍에 대한 양조철학과 브랜드 스토리도 전했다. ◆ 보르도 반세기 만의 최고 2022년…더위 이긴 테루아의 힘 2022년은 보르도 와인 전반적으로 좋았다. 아니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환상적"이었다. 에마뉴엘은 "2022년은 지난 40~50년을 통틀어도 가히 최고의 빈티지라고 생각한다"며 "보르도는 다른 곳이 흉내낼 수 없는 위대한 테루아를 가지고 있어 좋은 기후를 만난다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래도 1위까지 할 줄은 에마뉴엘도 예상치 못했다. 와인 평가에서 보르도 와인이 1위에 오른 것은 7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것도 보르도 지롱드강의 오른쪽, 우안의 와인이었다. 샤또 디쌍은 왼쪽, 좌안을 대표하는 산지 마고(Margaux)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게다가 2022년은 덥고 건조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해다. 기후변화를 극복한 것은 다름아닌 포도나무 그 스스로다. 에마뉴엘은 "2003년 처음 폭염이 발생했을 때는 포도나무가 잎도 색이 바래고, 포도즙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반면 2020년 들어서는 고온에도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지장이 없었다. 쉬운 해는 아니었지만 포도밭도, 땅도 적응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 테루아에 대한 존중…변화를 위한 도전 에마뉴엘이 샤또 디쌍의 경영을 맡아 이끈 것은 1998년부터다. 포도밭을 전면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 어린 나무에서 나온 포도는 구분해서 세컨 와인을 만드는데 쓰는 등 품질 개선에 나섰다. 배수 시스템까지 손을 안댄 곳이 없지만 최근에 가장 큰 변화라면 지난 2020년 포도밭을 더 사들여 품종을 늘린 일이다. 카베르네 프랑과 말벡, 쁘띠 베르도 등 3개 품종이다. 그래서 탄생한 2022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각각 65%, 30%에 카베르네 프랑 2%, 말벡 2%, 쁘띠 베르도 1%가 들어갔다. 새로운 품종들의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부족했던 부분이 딱 채워지면서 와인의 복합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이전까지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두 품종에만 의존했지만 5가지 품종을 블렌딩하면서 아로마와 풍미, 구조감까지 완벽히 갖추게된 예시가 2022년이었다"며 "이와 함께 균형과 우아함을 가진 마고 테루아를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몇 세기에 걸쳐 레드 와인만 만들던 곳에서 화이트 와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전형적인 보르도 화이트가 아니라 프랑스 남부 품종인 비오니에를 비롯해 이탈리아 품종인 베르벤티노도 식재했다"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실험적인 수준이지만 샤또 디쌍을 넘어 보르도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첫 화이트 와인의 빈티지는 2024다. 생산량이 1300병에 불과해 판매보다는 와이너리 방문자들이 시음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1만병까지 늘릴 계획이다. ◆ '그레이트 와인'이란…균형감이 관건 에마뉴엘이 생각하는 진정한 좋은 와인, 그레이트 와인(Great Wine)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 하나다. 균형감이다. 너무 간단한 답에 웃으니 그는 "정말 진지하게(Very serious) 그렇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에마뉴엘은 "이제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와인을 만들고 있지만 키워드는 결국 균형감"이라며 "어느 특징을 부각시켜 잘 팔리는 훌륭한 제품(Product)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훌륭한 와인(Wine)은 될 수 없다. 그런 와인은 시음(Tasting)은 하겠지만 마시지는(Drinking)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형감을 쉽게 예를 들면 친구들과 잔을 기울였을 때 어느새 다 마셔버린 와인이다. 아직도 와인이 남아 있다면 뭔가 잘못된거다. 한 모금은 맛날지 몰라도 계속 마시기엔 너무 무겁거나 질리거나 어느 부분이 튄다는 얘기다. 샤또 디쌍 역시 더운 기후로 알콜 도수는 높아졌지만 신선한 과실미에 15도 안팎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제임스 서클링은 샤또 디쌍 2022를 1위로 선정한 이후 이렇게 평했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풍부하고 복합적인 과일 향은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계속해서 마시게 만들었다. 잔이 비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말은 '와인이 다 어디로 갔지?' 뿐이었다."

2026-03-26 15:41:40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