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1976년 '파리의 심판' 50주년
1976년 당시 와인 양조 역사는 100년 정도 됐지만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 같은 국제 품종은 많이 재배되지 않았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진판델이 주로 재배됐고, 이외에는 스페인 선교사들이 들고온 토착 품종 정도가 자라고 있었다.
설명만 듣고 보면 전 세계 와인 산지 가운데 어느 곳인지 짐작도 못 할 터. 답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다.
반전의 시작은 1976년 파리에서 열린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른바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다. 명성을 가리고 맛으로만 평가했더니 '샤또 무통 로칠드' 등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캘리포니아가 레드와 화이트 와인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 와인 업계에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다.
올해로 파리의 심판이 열린지 딱 반세기가 지났다.
미국 대표 와인 작가이자 교육가인 일레인 추칸 브라운(Elaine Chukan Brown)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 주최로 열린 세미나를 통해 "파리의 심판 덕분에 캘리포니아 와인이 전 세계 최상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의식의 전환이 가능했다"며 "캘리포니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외의 전 세계 모든 와인 산지의 가능성을 알리게 된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국내에 수입되는 캘리포니아 와인과 미수입 와인까지 총 340여 종의 와인이 선보이는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Alive) 테이스팅 2026'도 진행됐다.
먼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타이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품종으로 보면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와인으로 승부를 겨룬 파리의 심판을 말하며 진판델과 알바리뇨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말이다. 특히 알바리뇨라면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것을 아는 이조차 극히 드물다.
일레인은 "파리의 심판을 계기로 생산자들이 캘리포니아의 잠재력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품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며 "이전부터 재배한 진판델을 시작으로 파리의 심판을 거쳐 새로운 세대가 알바리뇨 와인을 만들어냈다고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기념하는 테이스팅의 시작은 '갤리카 로릭 헤리티지 알바리뇨 2019'다.
일레인은 "스페인의 해안가에서 자라던 알바리뇨를 캘리포니아 내륙의 고산 지대로 가져왔다"며 "생산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품종을 어떻게 탐구하고 개발시켜 왔는지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 블랑 2024'과 '허쉬 이스트 릿지 피노 누아 2019', '테라 와인 컴퍼니 바르베라 2024', '카민스 투 드림즈 그르나슈 2023' 등도 모두 캘리포니아만의 특색을 갖추고 양조됐다.
역전의 주인공,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이도 마시지 않고 넘어갈 순 없다. 파리의 심판 화이트 와인 1위 '샤또 몬텔레나 나파 밸리 샤르도네'와 레드 와인 1위 '스택스 랩 S.L.V.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샤또 몬텔레나 나파 밸리 샤르도네 2020'은 과실향이 풍부하면서도 입안에서 단단하게 조여오는 산도가 살아있다. 1973년 당시의 양조 방식을 그대로 고수 중이다.
'스택스 랩 S.L.V.까베르네 소비뇽 2016'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밀하다. 과실미와 균형있는 산도, 벨벳같은 질감까지 딱 떨어진다 싶다. 2016년이 나파밸리 역사상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좋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레인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샤도네이를 경작하는 곳은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정도였지만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 됐다"며 "파리의 심판이 남긴 유산은 캘리포니아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에 영감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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