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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진정한 사회적 통합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서, 2024년 한국의 사회갈등수준은 10점 만점에 8.1점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념(진보와 보수), 빈부(부자와 가난한 자), 노사(경영자와 노동자), 노동시장(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젊은 사람과 나이가 든 사람), 지역(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젠더(남자와 여자) 갈등은 시간을 더해가면서 완화보다는 되려 악화가 되는 듯하다. 또한, 동 조사 결과에서 14개 갈등집단 중 이념, 즉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3%로서 빈부(75.6%), 노사(74.6%), 노동시장 구조(71.6%), 세대(69.2%), 어느 것보다 높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분류기준이 사회적 관점이라 한다면, 좌파와 우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의미가 국가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좌파, 우파로 혼용되어 사용된다. 좌파와 우파란 말은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유래한다. 당시 의회에 모인 사람 중 질서유지를 원하는 쪽은 우측,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편은 좌측에 앉았는데, 여기서 이런 말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갈등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이념 갈등이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이념 갈등이 앞서 객관적 수치로도 제시되고 있듯이, 매우 심각함에 있다. 둘째는 이념 갈등이 다른 사회갈등과 상호작용을 하는 특성에 있다. 사람마다 지닌 가치관, 관념, 의식, 소득, 자산, 거주지역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이 음양의 원리처럼 조화를 이룬다면 사회발전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갈등은 조정되지 못하면서 결국엔 진보와 보수의 극한대립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탄핵국면 이후 진보와 보수세력 간 이념 갈등은 남남갈등으로 더욱 불거져 국론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까이 지난 6.3 대선 결과를 보자. 여느 선거가 그랬듯이,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과 보수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재연한 듯 하다. 먼저, 지역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호남, 광주, 세종,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에선 국힘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동과 서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성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2030세대 남성이 국힘을, 그리고 2030세대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세대별 정당지지도는 젊은층(MZ세대), 중장년(40~59)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높지만, 노년층(특히 70대)의 경우 국힘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대선후보별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49.2%, 국힘이 41.15%, 개혁신당이 8.3%로서 어느 정당 후보도 과반수(50%)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도를 채택한 국가라면 후보 당선의 정당성과 사표방지 등을 위해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선거를 치른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경우엔 후보정당 지지자들 간 승복 대신에 반목과 갈등이 선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선거제도가 국민을 통합해 내는 과정이 아니라 국민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다른 조사 내용을 더 살펴보자. 우리 사회갈등의 책임이 어디가 높은가에 대해 국회라는 응답이 88.7%로 11개 기관 중 제일 높게 나왔고, 다음이 언론 87.9%, 정부 83.5% 순으로 책임 수준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들 국회와 언론은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각각 15.2%, 10%로서 시민단체(21.4%), 정부(18.3%), 종교계(17.7%)보다 부족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어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배타적 진영의식에 빠져 있고, 역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듯하다. 우리의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대표·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와 헌정 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된다. 득표율과 의석수를 괴리시키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중선거구제 채택, 한 표라도 더 많은 승자가 독식하지 않도록 프랑스식 결선투표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중간평가와 책임정치를 가능케 하는 4년 중임으로의 대통령 임기 개헌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갈등에 책임이 큰 국회, 언론,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선거법과 헌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연임과 결선투표가 국정과제 1호로 채택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거제 등의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은 빠져 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으로부터 개헌 제시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적 통합이 개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국민 인식이 아닐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9-25 10:16: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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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문턱 높은’ 장애인 예술활동증명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했다. 예술인의 권익 보호와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덕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복지 시스템 속으로 편입할 수도 있게 되었다. 재단 출범과 함께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시행되었다. 예술인 복지사업 참여를 위한 기본 절차로, 공공재원 투입 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술, 문학, 음악 등 15개 예술 분야에서 창작·실연·기술지원 및 기획의 형태로 활동하는 '직업 예술인'이 대상이다. 예술활동증명은 필요성 및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예술인 요건에도 예술활동증명 완료 자격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행복주택 입주 시, 어린이집 입소 맞벌이 부부 확인 필요 시 등의 인정 자료로도 사용된다. 예술활동증명 분야별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공통적으론 최근 3년 내지는 5년 동안의 공개 발표된 일반예술활동 또는 신진예술인으로써 최근 2년간의 활동을 증명하면 된다. 신진은 해당되지 않으나 1년간 120만 원 이상 또는 5년간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술활동 수입'으로도 신청 가능하다. 9월 현재 음악 다음으로 많은 증명현황을 나타내고 있는 미술 분야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근 5년간 5회 이상의 단체전 참가 실적 혹은 1회 이상의 개인전 경력이 필요하다. 신진예술가는 최근 2년 동안 1회 이상 미술·사진·건축 작품을 관련 매체에 발표하거나 전시한 실적 등이 요구된다. 다만, 단순히 정량적 기준만을 적용하진 않는다. 각 분야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은 예술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예술활동의 지속성과 직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여기엔 전문 전시공간에서의 전시 여부, 활동이력 등도 포함된다. 이는 취미 활동과 직업적 예술 활동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다소 엄격해 보이지만 예술을 업(業)으로 하는 한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다. '예술성'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이다. 문제는 장애예술인의 경우다. 그들은 물리적·경제적 제약, 사회적 편견, 제도적 지원 부족 등 삼중의 어려움 속에서 작업을 잇고 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비장애 예술인에 비해 창작 공간 확보, 네트워크 교류 측면에서 또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만 해도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구조와 환경은 물론 전시 기회나 작품 판매를 통한 수입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방귀희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의 최근 인터뷰 발언에서처럼 "전시회에 불러준다거나, 같이 하자고 한다거나 그런 게 없기"에 비장애 예술인마냥 일정 기간 내 전문전시공간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진 예술활동증명에 있어 장애예술인을 위한 기준이나 절차는 없다. 비장애 예술인과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고 지원 서류와 활동 증빙 방식 또한 비장애 예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현행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에겐 과도한 장벽이자, 역차별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활동증명이 예술인으로서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장애예술인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 논의를 비롯한 장애 당사자의 입장과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장애예술인의 환경을 이해하는 심의위원들이 선임되어야 한다. 동등해 보이는 기준이 오히려 차별을 낳는 지금,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9-23 10:36:5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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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건강을 위한 히든카드, 들기름

우리에게 익숙한 참기름이 우리 식탁의 단골 손님이라면, 들기름은 나물을 무칠 때나 고작 한두방울 떨어 뜨릴 정도로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조미용 식용 유지였다. 이런 들기름이 최근에 와서 '들기름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슈퍼푸드'로 화려하게 재발견되고 있다. 현대인의 밥상은 편리함이라는 유혹만큼 '건강한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 수렵시대와 달리 현대인은 초가공식품과 육류 섭취가 늘어 나면서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균형이 무너져 오메가-6 섭취는 무려 20배나 늘어 났다고 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때 마침 우리식탁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들기름이다. 들기름은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을 맞춰주는 이상적이고 건강한 조미용 식용유다. 단순히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되었다 정도가 아니라 들기름은 전체 지방산중에서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 ALA)이 등푸른 생선보다 훨씬 많은 무려 60% 이상 함유하고 있어서 수치로 비교하면 식물성 오메가-3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가까운 일본에서는 영양제처럼 복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아마씨유와 함께 슈퍼오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들기름은 이미 글로벌 건강 트렌드의 중심에 와 있다. 들기름의 핵심성분인 오메가-3는 혈관건강을 개선하고 우리몸의 염증을 잠재우는 염증완화 효능을 갖고 있다.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EPA와 두뇌활동을 촉진하는 DHA로 체내에서 전환되기도 한다. 오메가-3는 뇌기능 활성화에도 필수적인 역할과 함께 항산화, 항염증, 항암작용을 하는 로즈마리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놀랍게도 들기름은 불면증 완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들기름을 섭취한 실험쥐는 수면시간이 연장되고 일 주기 리듬이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들깨의 진정 및 최면효과는 우울증 완화와 기순환 촉진 메커니즘과도 연결되어 있다. 밤마다 잠 못드는 현대인에게 들기름이 자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들기름에도 약점이 있다. 들기름은 열에 약해 고온에서 조리시 쉽게 산화되어 해로운 물질로 변할수 있다. 따라서 나물무침, 샐러드드레싱, 비빔밥등에 생으로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산패문제를 보완하기위한 방법으로 들기름과 참기름을 8:2 비율로 섞어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게 사용 할 수 있다. 참기름은 참깨에 함유된 천연 항산화 성분인 리그난(세사민·세사몰린 ·세사몰)과 알파 토코페롤(비타민E)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생리활성물질의 함량 측면에서 들기름은 압착 올리브유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섭취량은 하루에 3g정도(½스푼) 정도가 적당하다. 과도한 섭취는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들기름의 독특한 맛의 조합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을 재발견하고 과학으로 검증된 K-슈퍼푸드를 즐겨보자. 초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를 찾아서 '자발적불편'을 감수하고 오늘 저녁 갓지은 따끈한 밥 한공기 위에 신선한 들기름 한 스푼을 뿌려보자. 구수한 들기름 향이 당신의 건강을 변화시키는 작은 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09-22 15:45:4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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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사립문을 닫고 먹는 가을 채소 '아욱'

그 어느 나라보다 먹거리가 풍부한 중국에서 무려 '채소의 왕'이라 불렸던 채소가 있다. 바로 '아욱'이다. 맛도 좋고 훨씬 다양하게 요리에 활용되는 채소들이 제법 있지만 아욱에 담긴 영양 성분들을 확인하고 나면 채소의 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욱은 오래전부터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도 사용돼 왔다. 특히 아욱의 씨는 동규자(冬葵子)라 하여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게 하고(이뇨), 위와 대장에 좋은 작용을 한다. 현대의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아욱은 손에 꼽힐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아욱은 비타민의 보고다. 특히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가득 들어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의 경우 체내의 생리적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면역력을 유지하고 눈 건강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 것은 물론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그토록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한국인들이 대체로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로도 알려져 있다. 영양제로도 보충할 수 있겠으나 비타민 A의 경우 과잉 섭취할 시 독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욱과 같이 비타민 A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재료를 평소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 C 역시 영양제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양소 중 하나다. 정상적인 생리 작용과 면역력 유지, 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어 필히 신경 써야 할 영양소인데, 아욱은 채소류 중에서도 높은 비타민 C 함량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아욱에는 비타민 K, 엽산을 비롯한 비타민 B군이 골고루 들어있다.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미네랄도 풍부한데 비타민 A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늘 부족하게 섭취하는 칼슘이 특히 풍부하다. 이쯤 되면 천연 종합 영양제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몸에 좋은 아욱은, 채소의 왕이 맞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옛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라고 했다. 선조들이 이미 그 가치를 알아본 아욱을 이번 가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즐기며 건강 관리를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5-09-22 05:00: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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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실명법 전 명의신탁, 사후 등기 무효

한국 사회에서 '명의신탁'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존재해왔다. 가족 간의 신뢰, 지인 간의 편의, 혹은 세금 회피와 규제 우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겉으로는 타인의 명의로 등기되었지만 실질적인 권리는 다른 사람이 갖는 구조였다. 이중적인 소유 구조는 오랜 시간 묵인되어 왔지만,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이후 법원은 명의신탁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되었더라도, 등기가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의 유예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곧바로 명의신탁 무효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다시금 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확인시켰다. 이번 사건은 원고와 원고의 동생 사이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고, 원고가 해당 부동산을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부터 점유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등기가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이상, 부동산실명법 제11조·제12조의 유예조항이 아닌 부칙 제2조에 따라 곧바로 제3조·제4조의 명의신탁 무효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명의신탁 약정 역시 무효가 되고, 따라서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부동산의 소유자 겸 매도인인 피고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될 수 없어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점유를 개시했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시행일부터는 명의신탁자인 원고도 명의신탁이 무효임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함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일 이후부터는 그 점유가 타주점유로 전환된다고 보았다. 즉, 명의신탁자가 새로운 권원에 의하여 다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의 점유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며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점유취득시효를 통한 소유권 취득 역시 주장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명의신탁에 대한 법원의 일관된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등기 명의와 실질 권리자가 일치하는 실명등기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동업관계나 두터운 신뢰를 이유로 명의신탁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시도는 법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명의신탁은 결국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일단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법은 누가 실질적인 권리자인지를 묻지 않는다. 오직 등기부에 누구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지 만을 판단할 뿐이다. 명의신탁이라는 관행이 아무리 오래되었고, 당사자 간의 신뢰가 아무리 두텁다고 하더라도, 법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은 형식을 중시하며, 그 형식은 곧 사회적 질서와 책임의 기반이다. 실명등기 원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기준이다.

2025-09-21 11:06:5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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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8>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알프스와 지중해가 빚은 '알토 아디제'

<298>伊 '알토아디제 와인 서밋 2025'를 가다 [볼차노(이탈리아)=안상미 기자] 늦여름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비가 멎자 와이너리들이 올해 첫 포도 수확에 나섰다. 포도나무 사이로 가파른 비탈길에는 농부와 가족 정도로 보이는 소수의 인원이 손수확을 하고 있고, 와이너리로 이어진 도로는 수확한 포도를 실은 트랙터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다양하고 독특한 와인 산지로 꼽히는 알토 아디제의 풍경이다 이탈리아 최북단인 알토 아디제.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지역을 둘러싸고 좌우로 뻗어있고, 산 정상쪽으로는 쌓인 눈도 보이지만 포도밭이 펼쳐진 알토 알디제에는 9월임에도 햇살이 한여름만큼 따가웠다. 포도가 잘 익기 이보다 좋을 순 없겠다고 생각한 순간, 오후 2시 마치 알람을 맞춰놓은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가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천혜의 환경이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 자치주의 주도인 볼차노에서 '알토 아디제 와인 서밋 2025'가 열렸다. 이번 와인 서밋에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80여명 안팎의 와인 전문가들이 모였다. 와인업계에서는 최고의 자격으로 여기는 마스터 오브 와인(MW)도 5명나 참석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초청됐다. ◆ "작지만 강하다"…다양성의 힘 안드레아스 코플러(Andreas Kofler)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장은 '와인 서밋 2025'의 개막을 알리며 "2500년의 역사를 지닌 알토 아디제 와인은 지난 1970년 알토 아디제 DOC(이탈리아 와인 등급 가운데 상위)로 원산지 표시를 인정받은데 이어 현재는 전체 와인의 96%가 DOC일 정도로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산지가 됐다"며 "최근에는 원산지 표시를 좀 더 세분화해 추가 지리적 단위인 86개의 UGA를 와인 레이블에 표시하는 등 와인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토 알디제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양성이다. 와인을 말하기에 앞서 경험해본 이 땅 자체가 그렇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접해 사람도, 언어도, 역사도 다양하다. 볼차노 시내든, 산악 지역까지 올라가든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지명도 두 가지로 불린다. 알토 아디제 이면서 티롤의 남쪽을 뜻하는 독일어 쥐트티롤(Sudtirol)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웨이터가 이탈리아어로 물어오지만 손님은 아무렇지 않게 독일어로 주문하고 서로가 알아듣는다. 알토 아디제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무려 20여 개에 달한다. 주력 품종으로 추려봐도 화이트 품종이 피노 그리지오와 샤도네이,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소비뇽 블랑 등 5개, 레드 품종이 스키아바와 피노누아, 라그레인 품종 등 3가지다. 그래도 다양성의 원천은 역시 테루아다. 수년만 전을 거슬러 올라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알프스 산맥이 생겨나면서 붉은 화산암을 비롯해 와인에 짭졸한 미네랄을 주는 석영과 운모, 석회암까지 곳곳마다 다양한 토양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해발 200미터부터 1000미터까지 다양한 고도가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 '칸티나'…협동조합 와이너리의 힘 알토 아디제 와이너리는 운영 형태도 다양하다. 12개의 협동조합 와이너리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32개의 사유지 와이너리가 25%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독립 와인생산자다. 알토 아디제 와인 이름에서 '칸티나'가 보인다면 협동조합 와이너리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가 많다고 해도 대량으로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가족 단위의 재배자들은 좋은 품질의 포도를 위해, 와이너리는 좋은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칸티나 테를라노(Cantina Terlano) 관계자는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50년 이상으로 원래도 소출량이 많지 않지만 집중력 있는 와인을 위해 그나마도 포도송이의 절반을 잘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가리는 '감베로 로쏘'에서 올해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된 '그란 라포아 소비뇽 리제르바'를 만든 칸티나 콜테렌치오(Cantina Coltrenzio) 역시 협동조합 와이너리다. 300여개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 경계도, 한계도 없다…그랜드 테이스팅 알토 아디제 와인 서밋의 마지막 피날레는 그랜드 테이스팅이 장식했다. 무려 365종에 달하는 와인이 선보였다. 알토 아디제 와인은 경계도, 한계도 없음을 강조하듯 화이트 와인은 물론 레드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스위트 와인까지 총망라했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게뷔르츠트라미너와 피노 비앙코, 소비뇽 블랑 등 대표 품종을 비롯해 그리너 벨트리너, 케르너, 소비니어 그리 등도 리스트에 올랐다. 레드 와인은 토착품종인 스키아바를 비롯해 라그레인, 피노누아, 메를로 등 많은 와인이 출품됐다. 알토 아디제가 워낙 화이트 와인으로 이름이 났지만 레드 와인 생산비중도 35%로 낮지 않다. 특히 아직 병입되기 전 상태인 배럴 샘플부터 각 품종마다 올드 빈티지까지 준비돼 알토 아디제 와인 생산자들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일반적인 그랜드 테이스팅이 와인 부스가 마련되고, 참석자가 시음잔을 들고 다니며 관심있는 와인을 맛보는 것과 달리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는 원하는 와인의 번호를 6개씩 적어내면 소믈리에가 서비스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석자가 원한다면 한 품종에서 6종의 다른 생산자의 와인이나 6개의 다른 빈티지 와인을 비교해 볼 수 있고, 또는 한 생산자가 만든 6가지 다른 품종의 와인 비교 시음할 수 있다.

2025-09-18 15:14:2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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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용의 벤처나라] 구독 예찬

간 밤에 푹 잤다. 쿠쿠에서 렌털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삼성전자 AI 구독클럽에서 선택한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셨다. 화장실로 이동해 코웨이 비데를 이용한다. 매일 구독하는 경제 신문이 오늘도 현관 앞에 배달 왔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일종의 대중교통 구독 서비스인 기후동행카드를 개찰구에서 찍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 후에는 월 이용권을 구입한 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리쏘 안마의자에서 오늘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면서 넷플릭스 시리즈를 본다. 물론, 안마의자도 렌털 프로그램으로 이용 중이다. 이번 주말에는 롯데렌터카 G카 정기구독 서비스로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를 다녀올 생각이다. 요즘 필자의 일상을 한 번 풀어봤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평소에는 크게 못 느꼈지만 구독경제가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참고로 필자는 구독경제 예찬론자다. 구독·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초기 비용 부담이 없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침대, 냉장고, 비데, 자동차 등을 구독이 아니라 구매를 했다면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서 품목의 절반 이상은 경험 조차 못했을 거다. 적은 비용으로 최신 편의 기능을 이용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직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구독·렌털 서비스의 두 번째 장점은 정기적인 케어 프로그램으로 시간이 지나도 서비스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사용이 아닌 소유, 즉 구매를 선택 했다면 제품 관리는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구독·렌털 서비스는 계약 기간 동안 제품 관리까지 해준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소상공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구독·경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 렌털창업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 한 곳을 낸다는 건 큰 모험이다. 매장 임대료 외에도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 디지털 사이니지, 판매시점 관리시스템(POS), 보안장비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집기류 구입 등 비용이 한 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 구매 대신 구독·렌털로 전환하면 가맹점주가 일단 영업을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조금씩 비용을 낼 수 있다. 가맹본사 입장에서도 창업 문턱이 확 낮아져 신규 가맹점주 모집이 수월하다. 가맹점주와 가맹본사 서로에게 윈윈이다. 소유에서 사용으로, 구매에서 구독으로 소비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항상 큰 흐름의 변화 속에는 성공의 기회가 숨어 있다. 예비 벤처·스타트업 창업가들이여, 프랜차이즈 렌털창업처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 아이템을 꼭 찾으시길 바란다.

2025-09-17 16:11:30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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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금융당국 개편안 논란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논란이다. 금융위원회(공무원조직)와 금융감독원(공적 민간조직) 내부도 어수선하다. 금융당국 개편안은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고, 금융감독 기능만 '금감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 남는다. 금감위 아래에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둔다. 금감원 내에 있던 소비자보호처를 '금소원'으로 분리해 금감원, 금소원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효율성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감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해치고, 관료의 통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금감위와 금감원 간 권한 조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감위가 정책을,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담당한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정책 설계 기관인 금감위가 사실상 금융감독 가이드라인까지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뒀다. 금감원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시장 안정과 공공성이란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 결국 금융회사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요원해진다. 또 조직 슬림화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디지털 금융, 가상자산, 핀테크 등 새 분야는 보다 세분화된 감독국이 필요하다. 그런데 관련 부서가 통폐합되거나 상위 부처의 통제 아래 묶이면서 혁신을 뒷받침하기보다 리스크 감지 능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일부 핵심 기능이 금감위로 집중되자, 금감원 내부에서는 '정책 보조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금감원의 감독 기능 본연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 보호다. 대형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금감원내 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소원을 만든다. 건전성 검사와 소비자보호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데 소비자보호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 정보 공유 등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선 금융민원이 돈과 얽힐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어 금소원의 역할이 제한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금소원의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보다 법무법인으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금감위가 금감원의 제재 권한을 축소하고,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를 이관하려는 움직임도 논란이다. 금감원이 경징계만 담당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꼴이다. 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돼 경영·재정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특수민간조직의 경영평가를 정부가 하는 꼴이다. 금융회사는 재정경제부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입이 나왔다. 조직개편은 명확한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감독 독립성 확보, 소비자보호 강화, 신흥 금융환경 대응이란 큰 방향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 그 위에 조직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개편은 권한 다툼과 정치적 계산 속에서 탄생한 '불완전한 타협안'으로 비춰진다. 정부가 이제라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과연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 신뢰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이었던 이찬진 원장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답해야 한다. '앙꼬 빠진 찐빵' 상태가 될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bluesky3@metroseoul.co.kr

2025-09-17 07:00:1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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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토크] 수행평가의 민낯: 사고력 킬러인가, 입시의 덫인가?

수행평가는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력, 학습 참여를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 교실의 현실은 밤샘 과제에 시달리는 학생, 채점 지옥에 허덕이는 교사이다. 교육부가 2학기부터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 과제형 금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교육의 본질은 훼손될 위험이 크다. 깊이 있는 사고와 비판적 글쓰기 역량이 중요한 시대에 수행평가가 형식적인 기록에 머문다면 교육의 방향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 ◆수행평가 부담의 근본 원인: 입시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 학생 부담의 근본 원인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수행평가 점수는 학생부 세특과 연결되고, 세특은 다시 대학 입시의 중요한 변별 자료로 사용된다. 전국 중등교사노조 설문에서도 교사 열 명 중 여섯 명 가까이가 수행평가 횟수와 난이도 조정을 원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 교육청은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고, 교사는 최소한의 평가 횟수를 맞춰야 한다. 결국 수행평가는 수업의 일부가 아니라 '입시용 도구'로 변질된다. 절반 이상의 교사가 수행평가가 세특 기록용 형식에 불과하다고 응답한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학생과 교사를 삼중고에 빠트리다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부담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선택 과목이 늘어나면서 수행평가 횟수도 증가했고, 세특 기록이 학기 단위로 확대되면서 교사의 기록 부담은 두 배가 됐다. 학생들은 수능 준비, 내신 학원, 수행평가, 생기부 활동까지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행평가는 사고력 평가가 아니라, 생기부 한 줄을 채우기 위한 기록 생산 수단으로 전락했다.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생들이 불필요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도록 과목별 수행평가 횟수 상한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단순히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 원칙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것이다. ◆공정성 역설: 수행평가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 '교내 평가'원칙은 학교 간 격차를 키우고 있다. 사교육으로 이미 심화된 지식과 훈련을 받은 특목고 학생들은 손쉽게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든다. 반면, 기초 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기 어려워 탐구 기회를 잃게 되고, 학생부 기록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평가는 준비된 배경 지식과 속도에 의존하게 되며, 대학은 다시 학교 서열과 배경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목표로 한 '공정성 강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핵심은 평가 방식이 아니라 평가 구조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평가 결과가 대학 입시 변별 자료로 직접 사용되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해 학생과 교사가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또한, 교사 재량권을 확대해 과목별 평가 횟수, 난이도, 과제 유형을 교사 자율에 맡겨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 점수 경쟁이 아닌 학생의 성장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질적 평가'로 세특 기록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현행 대책은 겉보기에는 학생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지만,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평가 본연의 목적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수행평가는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본질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단순 규제보다 평가 결과가 입시에 지나치게 연계되지 않도록 구조를 조정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세특 기록 방식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감하고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2025-09-16 10:00:4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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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카레의 황금빛 마법, 강황

카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색깔이 진한 노란빛이다. 식욕을 자극하는 이 황금색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수천 년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동시에 주목하는 건강의 상징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강황이라는 향신료가 있다. 강황은 초본식물 쿠르쿠마 롱가(Curcuma longa)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다. 쿠르쿠마(curcuma)는 '노란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왔다. 선사시대에 인도에서 짙은 노란색 색소를 얻기 위해 처음 재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황은 인도에서 오랫동안 혼례와 장례식에서 피부, 의류, 음식물에 물감을 들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뿌리 식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약초로 사용되어 왔다. 강황의 주된 색소인 커큐민(Curcumin)은 생리활성 물질로 탁월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 강황 뿌리의 약 3%를 차지하는 이 성분은 항염증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서 관절염이나 만성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심장 건강, 기억력 향상, 면역력 강화, 심지어 우울증 개선과 노화 지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큐민은 염증 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를 조절해 감염퇴치에도 기여한다. 커큐민이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도에서는 생선과 음식을 요리하기 전에 먼저 강황가루를 뿌린다. 커큐민의 색깔은 pH에 민감해서 산성 조건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반면, 알칼리 조건에서는 주홍색으로 변한다. 강황은 쓴맛과 더불어 매운맛과 약간의 흙 냄새가 나는데 이는 테르펜 종류인 투메론과 진지베렌에서 기인한다. 투메론은 뇌세포의 재생을 돕고 신경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예방에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나타낸다. 커큐민은 뇌의 신경영양인자(BDNF)의 수치를 높여 기억력과 학습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커큐민의 낮은 체내 흡수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커큐민은 물에 잘 녹지 않고 체내에 흡수 되더라도 빠르게 대사되어 배출되기 때문에 단순히 카레에 강황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그 효능을 충분히 얻기는 어렵다. 독자들에게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비법을 공개한다. 첫째, 커큐민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코코넛 밀크나 올리브유를 활용한 요리에 강황을 넣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우유에 강황을 넣은 '골든 라떼'가 건강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나 저지방우유는 효과가 적다. 따뜻한 물에 꿀과 함께 타서 마시는 강황차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미국 건강식품기업 재직 시절, 일본마트에서는 남성용 강황 음료와 여성용 강황음료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둘째, 강황의 '단짝 친구'는 바로 검은 후추다. 후추 속 피페린이라는 성분은 커큐민이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흡수되도록 돕고, 분해 속도를 늦춰준다. 커큐민 2g과 피페린 20㎎을 함께 섭취하면 커큐민의 흡수율이 무려 200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강황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닭고기 요리, 스크램블 에그, 수프, 양념장, 소스 등 어디에든 잘 어울리며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특히 따뜻한 음식에 넣으면 향이 더욱 살아나고, 흡수율도 높아진다. 물론 강황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과유불급이 된다. 임산부는 약효 수준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고,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빈혈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한 담즙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 희석제나 당뇨약, 위산 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역시 강황 섭취 전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 카레의 노란색은 건강을 향한 자연의 메시지이며, 식탁 위에서 만나는 천연 치유제라고 할 수 있다. 강황은 우리 몸을 염증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며,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 주는 황금빛 향신료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강황 한 스푼으로 독자들의 식탁에 건강한 이야기를 더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09-15 15:21:32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