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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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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영업비밀에서 ‘비밀성’의 의미

현대사회에서 '영업비밀'은 회사경영의 핵심적 전략요소다. 최근 인도 정부가 애플, 삼성 등의 제조사에게 스마트폰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소스코드' 제출을 요구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요청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리가 영업비밀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영업비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막연하게 '회사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영업상의 정보 등'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영업비밀의 정확한 정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확인해 봐야 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은 다른 말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성(비밀관리성)' 등으로 불린다. 이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지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칼럼에서는 그 중 '비밀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밀성 즉,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는 등으로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는 영업비밀의 개념상 당연한 요건일지도 모르는데, 기업 스스로도 '비밀'로 유지·관리하고 있지 않은 정보를 영업비밀로 인정하여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밀의 요건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완화돼 왔다. 당초 부정경쟁방지법은 비밀 유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였을 것을 요구했는데, 그것이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노력'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2019년 개정된 법에서는 '합리적인 노력' 부분마저 삭제함으로써 비밀 관리의 요건을 더욱 완화했다. 즉,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기만 했다면 비밀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나 '합리적인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상당한 노력'이나 '합리적인 노력'이 애초에 추상적인 불확정 개념으로서 기업 실무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과 같이 인프라와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영업비밀에 대한 유지ㆍ관리를 위한 노력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스타트업 등이 영업비밀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을 수용한 개정으로 평가된다. 어떤 경우에 기업이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하나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판례들(과거 상당한 노력이나 합리적인 노력을 요구하던 경우의 판례들을 포함)을 보면 △보안관리규정 등의 존재 △출입카드 등 통제장치 △금지구역, 대외비 등의 표시 △보안관리책임자의 존재 여부 △비밀유지확약서의 작성 여부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ㆍ점검 여부 등이 주요 판단기준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 데이터법(EU Data Act)'이 영업비밀을 데이터 제공 등의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기반의 보호나 기술적 보호조치 등을 통한 보호를 강화하되, 오히려 원칙적으로 데이터 제공 대상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업비밀의 '비밀성' 등 요건은 조만간 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기에 실무자로서는 국내외의 입법 동향 등을 신속하게 살피면서 선제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26-01-18 11:08:2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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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8>'퀸 오브 소비뇽 블랑' 줄스 테일러…소비뇽 블랑은 다 비슷? 줄스 스타일!

뉴질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맛이 다 비슷비슷할 것이란 편견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풋고추나 자른 풀향을 넘어 열대 과일과 감귤 향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소비뇽 블랑이 이미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뉴질랜드 말보로 와이너리 '줄스 테일러'의 와인메이커 줄스 테일러는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이나 빈야드마다 스타일이나 뉘앙스가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줄스는 "구세계가 양조법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제가 많다면 뉴질랜드는 그런 부분에서 자율성이 많다"며 "특히 말보로는 와인 양조 역사가 길지 않아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양조하고,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줄스는 와인 업계에서 '말보로의 레전드', '퀸 오브 소비뇽 블랑'으로 불리는 이다. 말보로에 소비뇽 블랑 나무가 처음 식재되던 때에 태어났다는 필연적인 운명은 차치하더라도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자문을 구하러 올 정도로 소비뇽 블랑 전문가다. 특히 말보로 지역 스페셜리스트이자 여성 와인메이커로서도 선구자다. 지난 2021년에는 말보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줄스 스타일의 키워드는 과실이다. 이를 위해 포도를 기계로 수확한다. 그는 "30여년 전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라고 하면 초록 풀향이 특징이었지만 요즘은 열대과실의 풍미를 중시 여기고, 할라피뇨 페퍼 같은 복합미를 부여하려고 한다"며 "보통 손수확이 좋다고 보지만 기계로 수확할 때 나는 상처나 나오는 즙 등이 과실 풍미를 더 좋게한다"고 전했다. '더 베터 하프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아주 연한 볏짚 색깔에 잘 익은 노란 과실미와 신선함이 바로 느껴진다. 자른 풀향보다는 과실미가 두드러지고, 초록 뉘앙스가 있다고 해도 풀보다는 허브에 가까웠다. 줄스는 "말보로의 소비뇽 블랑이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와인"이라며 "과실의 생생한 풍미를 최대한 끌어 올리고, 너무 높지 않은 산도와 잔당을 느끼게 양조해 직관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베터 하프는 줄스의 남편인 조지가 만든 와인이다. 조지 역시 와인메이커였지만 줄스를 위해 와이너리의 다른 업무를 담당해 왔다. '더 베터 하프(The Better Half)'는 조지가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해 '줄스 테일러라는 유명한 와인 브랜드의 반쪽에 만족한다'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줄스 테일러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잘 익은 백도와 자몽, 패션푸르트 등이 단숨에 피어오르며 향만으로도 좀 더 복합적이고 구조감도 있겠구나 싶은 와인이다. 줄스 테일러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더 베터 하프보다 1년 정도 더 병숙성을 진행한다. 그래서 더 베터 하프는 2025년 빈티지, 줄스 테일러는 2024년 빈티지였다. 같은 품종, 같은 양조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지만 더 베터 하프가 소비뇽 블랑이 갖춰야할 덕목을 두루 갖춘 '육각형' 소비뇽 블랑이라면 줄스 테일러는 말보로 특유의 명확한 캐릭터를 구심점으로 모여드는 '둥근 원' 같은 소비뇽 블랑이다. '줄스 테일러 말보로 피노 누아'는 2007년부터 만든 와인이다. 모두 알다시피 피노 누아는 쉽지 않은 품종이다. 재배와 양조 모두 까다롭다. 줄스 역시 다양한 클론으로 재배해 구조감을 살리고, 저온 침용으로 피노 누아만의 매력을 살리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것에 비해 생산량도 많지 않지만 테루아와 기후에 따라 그때그때 와인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묘미는 와인메이커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즐거움이다. 2023년 빈티지는 균형감을 중시한 만큼 생동감 있는 과실과 매끈한 질감의 타닌이 잘 어우러진다. 줄스는 와인 양조 과정에서 자연 효모를 쓴다. 그는 "구매 효모는 정제되고 정해진 향과 맛을 내지만 자연 효모는 통제가 쉽지 않아 일정 부분 리스크는 있지만 다른 구조감과 질감, 다른 풍미를 줘서 와인을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01-15 16:21:5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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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반려동물에 대한 편견과 부끄러움

KB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1546만 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증가세를 반영하듯, 우리 주변에선 반려견 동반 카페, 동물용품 전문매장, 동물병원 등의 간판을 흔하게 접한다. 필자도 도베르만 핀셔 1마리와 토이 푸들 1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다. 대형견 도베르만을 키우게 된 원인이 '미니핀'이라고 판매한 분양업자의 속임수에 의해 시작됐다. 분양 한 달 만에 소형견이 아니라 대형견임을 알게되면서 분양업자한테 되돌리려 하던 참에, 2016년 당시 지상파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강아지 공장의 열악한 환경'을 접하면서 "우리가 책임지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결과는 옳았다. 두 견공이 우리 집에 끊임없는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는 가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필자가 난데없이 병오년 새해 벽두에 반려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반려견에 대한 편견과 우리 인간의 부끄러운 행동을 지적하고, 동물복지의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가 정화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먼저, 우리 사회의 편견을 보자. 첫째는 반려견을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고다. 내 소유물을 내 마음대로 관리하고 처리해도 괜찮다고들 생각한다. 사실 감정을 지닌 반려견은 정서적으로 인간과 교감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런 반려견에 대한 견주의 학대, 훈육 명목의 체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벌어지는 폭행, 병든 반려견의 유기 등은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사고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과거 사회에서 만연되었던 반려견에 대해 하찮고, 때론 필요치 않은 존재로의 인식이다. 우리말의 상소리로 '개소리, 개자식, 개새끼' 등과 같이 '개'란 접두사가 단어에 붙는 말들이 적지 않다. 물론 과거엔 지금과 같이 반려견이란 용어도 없었고, 동물복지란 개념 자체가 없었을 때 생긴 비속어들이다. 이 중에서 개새끼는 국민 욕설 5번째 순위에 들어가는 욕으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시간과 환경이 변화한 지금에도 이들 상소리 외에도 '매우, 몹시' 뜻의 접두사 '개'가 붙은 속어로서 일부 사람들은 '개피곤, 개무시'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과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접두사 '개'의 표현이 우리에게 주는 부끄러움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반려견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가시권에 드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채우려는 욕심이 있다. 반면 반려견은 가시권 내에서도 아주 자신의 좁은 영역에 대해서만 욕심을 가지며 나머지는 공생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면, 종종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사회성이 없는 반려견일지라도 자기 눈에서 벗어나면 다른 견종이 차지하는 영역에 대해 무관심하다. 어쩌면 인간만이 만족할 줄 모르는 끊임없는 욕심을 가진 동물일지도 모른다. 이는 인간이 부끄러워해야 할 행동이 아닌가? 둘째는 반려견의 충성심과 복종이다. 주인이 반려견을 버리는 일은 있어도, 반려견이 주인을 배반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탐지견, 안내견, 인명구조견 등과 같이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공익견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한 견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반려견은 자폐아, 따돌림을 받는 아동, 독거노인 등을 위한 심리치료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는 반려견의 충성심과 복종에 바탕을 둔 행동으로써, 반려견의 눈에는 자기 주인이 세상 최고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손바닥 뒤집기 식으로 의리와 충성을 쉽게 버리는 우리 인간과는 너무 대조적이지 않은가? 셋째는 반려견의 주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이해심이다. 보통 반려견은 오토바이나 진공청소기와 같은 굉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물치료사들은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견주가 직접 이를 타보거나 작동하는 걸 권한다. 이는 주인이 반려견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아님을 느끼게 하여, 반려견이 주인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부모에 대해 얼마나 한결같이 순종하며 믿고 따라줄까? 그것도 힘없고 돈도 없는 나이든 부모에 대해서 말이다. 반려견은 우리 인간과 사회적 감정을 교류하는 매우 유용한 동반자로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그런데, 최근 20대 젊은이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좋은 의미로서 '개'란 접두사가 붙어 '개좋다, 개신나다, 개이득' 등의 속어가 출현하고 있음은 눈여겨볼 일이다. 이런 사회의 언어변화 만큼, 반려견 복지도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과중한 반려동물 의료비가 적정화되어 반려인의 부담이 낮아졌으면 한다. 이를 위한 정책당국의 정책 개선 의지와 노력을 바란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6-01-15 07:55:3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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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의 스마트카'톡'] UAM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이 시급하다.

최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자율 비행 AAM과 전기 수직 이착륙 비행기(eVTOL)의 개발은 UAM의 미래를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및 제도적 체계이다. 정부는 UAM의 실용화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비행고도 및 경로제한의 UAM 비행 규제, 공역 관리, 안전 기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법적 정립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제도들은 신속한 기술 발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규제가 과도하게 엄격하거나 모호하여 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UAM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는 중국 기업들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DJI와 같은 드론 제조사들은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국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한국의 법 제도가 보다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럽은 UAM에 대한 접근 방식이 더욱 체계적이지만, 각국 간의 규제가 상이하여 통합적인 규제 체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으로 유럽연합의 EASA(유럽항공안전청)는 UAM 규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각 국가의 법 제도와 결합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때,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UAM 산업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제도·인증·실증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 FAA와 유럽 EASA 수준의 선제적 인증 프레임워크를 참고하여, 기체 안전성·운항 기준·소음 규제·도심 인프라 기준을 포함한 표준화된 국내 UAM 인증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지자체와 더욱 확대된 실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 시 중복 인증 부담을 줄이고, 국내 기술의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또 UAM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국산화가 요구된다. 전동 추진 시스템,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배터리 안전 기술, 통합 항공전자 시스템(Avionics) 등 핵심 요소 기술에 대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증 중심의 R&D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단기간 성과 위주의 과제 운영에서 벗어나, 실기체 비행시험과 인증 연계를 전제로 한 단계별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UAM을 단순한 미래 교통수단이 아닌 새로운 항공 산업 생태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UAM 산업은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법 제도의 지체는 기업들의 혁신 및 시장 진입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으므로 UAM 기술과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중앙부처 단위의 강력한 규제기관을 통해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중국의 유연한 접근 방식과 유럽의 체계적인 규제 체계 간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한국은 보다 개선된 법적 환경을 구축함으로서 기업들이 R&D에 투자하고 정부의 지원정책 강화를 통해 한국 UAM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UAM의 미래는 법과 제도의 유연성에 달려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통찰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

2026-01-14 12:00:31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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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AI 시대의 경고, 생존을 위한 '국가의 대전환'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율주행과 챗GPT 같은 기술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며 각종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 노동의 미래와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술 진보가 고단한 노동을 줄여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서늘한 경고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AI의 영향권에 있다고 분석했고, 세계경제포럼(WEF)은 2027년까지 전 세계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소멸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국은행 역시 국내 일자리의 51%가 AI 영향권에 있으며, 대체 위험이 큰 '위기 그룹'이 27%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고용 불안에 직면한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고용 지표의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복지국가를 지탱해 온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거대한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노동-생산-소득-세금'이라는 견고한 순환 고리 안에서 살아왔다. 인간은 노동으로 소득을 얻고, 기업은 이를 통해 생산하며, 국가는 그 세금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복지를 지탱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로봇과 AI가 생산을 주도하면 인간은 일자리와 소득을 잃고, 소득 감소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국가 재정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단절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기술과 플랫폼을 소유한 소수는 막대한 부를 쌓지만,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대다수 시민은 경제적 기반을 잃게 된다. 생산성과 임금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사회에서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며, 이는 우리 복지 시스템에 감당하기 힘든 하중을 줄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세계 각국은 이미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유럽연합(EU)은 'AI법'을 통해 기술 통제와 노동자 보호에 나섰고,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를 통해 전 국민의 직무 전환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당면한 경제 현안을 넘어 중장기적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혁신적 리더십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구조적 개혁을 제언한다. 첫째,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로서 '국민삶미래보장회의(가칭)'를 설립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 환경 속에서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독립적인 상설 정책 개발·실행 기구여야 한다. 초당적 협력체로서, 경제 논리만이 아닌 복지·노동·교육 등 사회부처들이 연합하여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국가 생존 전략을 집행해야 한다. 둘째, 복지 패러다임의 혁신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 주거·의료·돌봄 등 필수 서비스를 국가가 뒷받침하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의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디지털세'와 '로봇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기계와 알고리즘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사회적으로 환원하여 흔들리는 분배 시스템을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AI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비판적 사고, 창의성,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공교육을 대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맞춰, 모든 국민이 생애 주기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기술과 직무 역량을 습득하도록 유연한 평생 학습 체계를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목적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는 세상. 바로 그 지점에 변화의 시대,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넥스트케어(돌봄혁신허브) 대표

2026-01-13 13:09:59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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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위장을 보호하는 ‘백출’

현대인들에게 위장질환은 숙명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염, 십이지장염 등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이 한 해에만 수백만 명에 달한다. 소화기관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식습관, 위와 장에 좋은 음식 꾸준히 챙기기, 술·담배 멀리하기, 스트레스 덜 받기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쉽지 않다. 나름대로 관리를 함에도 자주 위장질환에 시달린다면 백출(白朮)과 같은 약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백출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삽주의 뿌리줄기를 말린 약재다. 삽주는 우리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그 뿌리를 채취하여 백출을 만든다. 동의보감에는 백출이 비위를 튼튼하게 하며 설사를 멈추고 소화를 돕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소화기 질환에 좋은 작용을 하며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한약재로 사용돼 왔다. 백출에는 상초, 중초, 하초를 고르게 이롭게 하는 효능이 있다. 상초의 폐가 주관하는 피부와 모발, 중초의 위, 하초의 장을 골고루 튼튼하게 만드는 삼초의 약재다. 그래서 병을 앓고 식욕이 없거나 전신이 쇠약하여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게 좋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한약 중 하나로 우황청심환이 있다. 심혈관, 뇌혈관 질환을 개선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긴장을 풀게 하는 효능이 있는데 백출이 그 우황청심환의 재료로 사용된다. 백출은 뛰어난 약재이지만 식재료로서 활용 또한 가능하다. 겨울이 되면 동치미를 담그는 집들이 많다. 동치미는 동침(冬沈)이라는 한자에서 나온 말로, 겨울에 먹는 김치를 의미한다. 동치미는 반찬이지만 체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마시는 상비약 대접을 받아왔다. 천연소화제라 할 수 있는 무를 발효시켜 동치미를 담글 때 백출을 함께 넣으면, 더 많은 소화기관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따뜻한 백출차도 좋다. 물 1리터 기준 백출을 10g 정도 넣고 약불에 30분 이상 끓이면 된다. 백출차의 쌉싸름한 맛이 부담스럽다면 백출과 같은 양의 감초를 추가하면 된다.

2026-01-12 05:00: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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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무면허 의료행위, 의사 공동정범 책임 여전히 유효

최근 한 연예인의 '갑질 논란'이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로 번지면서 연예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이 암암리에 무면허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적 책임 여부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제1항은 '의사가 아니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한다. 즉,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이 처벌대상이다. 2020년 개정된 의료법(2020. 12. 29. 법률 제17787호)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킨 자까지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따라서 무면허 시술을 지시하거나 주선한 자 역시 법적 책임을 진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환자 본인은 원칙적으로 처벌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순히 무면허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환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알면서 적극적으로 주선하거나 영리 목적에 가담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연예인이 무면허 시술을 홍보하거나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고 대가를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 대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해 의사와 비의료인의 공모관계에서 의사의 형사책임을 명확히 했다(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4도3736 판결). 개정된 의료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킨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의사가 직접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비의료인과 공모해 이를 가능하게 했다면, 위 의사의 처벌 규정을 의료법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보건범죄단속법으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의료법 규정과 보건범죄단속법 규정이 병존관계에 있으며, 보건범죄단속법은 중대 범죄에 대한 특별법적 성격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영리 목적을 갖고 업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의사도 공동정범으로서 보건범죄단속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의료법에 신설됐더라도, '영리 목적의 업으로 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보건범죄단속법상 중대 범죄로서 별도 처벌이 가능하고, 그 대상이 의사라 하더라도 공범으로 공동정범 책임을 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대법원은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제1호의 '영리 목적'과 '업으로 하는 행위'의 해석을 통해 법 적용 범위를 넓게 인정함으로써,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확대했다. '영리의 목적'은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을 말하는 것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행하는 사람이 반드시 그 경제적 이익의 귀속자나 경영의 주체와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고, '업으로 하는 행위'도 단 한 번의 행위라도 반복 계속할 의사로써 의료행위를 한 경우는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본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와 비의료인의 공동책임을 인정하고, 의료법 개정 이후에도 보건범죄단속법 적용이 가능함을 확인한 사례다. 이는 의료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법적 장치를 공고히 한 판례로서, 의료질서 확립과 국민건강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충실히 반영한 판결로 평가된다.

2026-01-11 11:08: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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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7>샤블리의 계절…단 하나의 품종으로 부리는 마법

<307>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굴이 보이기 시작하면 와인 애호가들은 일제히 외친다. "샤블리의 계절이 왔다!" '샤블리'라는 말 자체가 좋은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가 됐지만 의외로 접해보지 못한 이들도 많고, 제대로 아는 이는 더 드물다. 지난 연말 모임에서 한 지인은 '샤블리가 포도 품종인가?'라고 묻기도 했으니 말이다. 샤블리는 와인 산지를 일컫는 말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북쪽에 위치해 위도상으로 보면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한계지점이다. 팩트만 모아 놓고 보면 샤블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동서 약 18㎞, 남북 약 16㎞에 불과한 작은 산지다. 품종은 단 하나 샤르도네. 100% 화이트 와인. 프랑스 와인을 알아갈 때 그 복잡함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원산지통제명칭(AOC)도 4개가 전부다. 부르고뉴 와인 인증 강사 이인순 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샤블리 와인 마스터클래스에서 "샤블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 하나의 품종으로 다양한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라며 "샤블리에서는 샤르도네가 과숙 없이 독특하고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포도밭의 위치나 일조 방향 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클래스는 '샤블리 와인을 가까이 들여다보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기후는 해양성과 대륙성 요소가 절묘하게 뒤섞여 특유의 미네랄을 담은 신선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이와 함께 토양은 굴 화석을 품은 키메리지앙과 석회암으로 이뤄진 포틀랭디앙이다. 굴 화석의 미네랄을 담고 있으니 '샤블리하면 굴'이라고 외치는 것도 사실 다 이유가 있었다. 4개의 AOC는 쁘띠 샤블리와 샤블리,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 그랑크뤼다. 이 구분은 스타일의 차이일 뿐 와인 등급을 나눈 것이 아니다. 이걸 염두에 둬야 더 폭넓고 좀 더 자유롭게 샤블리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쁘띠 샤블리다. 한 마디로 경쾌하다.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마실 수 있고, 좋은 산도로 생기가 넘친다. 선보인 와인은 '도멘 알랭 애 시릴 고뜨홍'과 '도멘 알렉상드르'다. 모두 2023 빈티지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윤효정 소믈리에는 "국내에서는 굴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샤블리 현지에서 교과서적인 페어링은 푸아그라"라며 "찬바람 부는 김장철이라면 절인 배추와 굴, 버무린 김치 속과도 잘 어울리고, 모임에서 샴페인 등을 대신해 마시기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블리는 쁘띠 샤블리보다 산도도 조금 더 높고, 대부분 키메리지앙 토양으로 바다 느낌의 미네랄이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사실 어떤 음식과도 다 어울릴 와인이다. 맛깔나게 식초와 소금을 쳤는데 맛 없을 음식이 없지 않은가. 선보인 와인은 2023 빈티지로 '엘엔씨 뿌아뚜'와 '앙뜨 MCMLXXX 샤를리 니꼴'이다. 조개를 재료로 한 오일 파스타인 봉골레 파스타나 한국식으로 하면 조개 칼국수와 같이 마셔도 좋고, 짭쫄한 느낌의 샤블리 와인이라면 조개구이에 딱일 맛이다. 샤블리에서 2023년은 샤도네이의 특성을 잘 나타내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빈티지로 꼽힌다. 이젠 샤블리에서도 세부 포도밭의 DNA를 느껴보는 여정이다. 이른바 '끌리마'의 세계다. 샤블리 안에 47개의 끌리마가 있는데 40개가 프리미에 크뤼다. 보통 레이블에 끌리마가 나와 있다. '몽맹, 2023, 도멘 드 라 뚜르 '는 백도같이 단단한 과실향과 함께 미네랄이 확실히 느껴진다. 고트치즈나 참치 타다키, 방어 뱃살 부분과 잘 어울릴 와인이다. '보지로, 2023, 도멘 데 토아 베'는 집중도가 좋아 생굴도 좋지만 익힌 굴튀김이나 굴전도 좋다. '롬 모르, 2023, 도멘 다니엘 세귀노 애 피유'는 잘 익은 열대과일 향과 풍부한 아로마로 메로같은 흰살 생선이나 새우버터구이는 물론 잡채나 인삼 허브향의 삼계탕과도 같이 마실 수 있다. 샤블리 그랑크뤼는 샤블리에서도 세랭 강 오른쪽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을 잘 받는다. DNA가 다른 끌리마는 총 7개다. '발뮈르, 2022, 장 꼴레 애 피스'는 산도와 미네랄, 구조감이 잘 어우러져 알차게 잘 만들어진 종합 선물세트 같은 와인이다. 생굴보다는 익힌 굴, 참치나 연어 같은 기름진 생선과 잘 어울릴 몸집으로 숙성 잠재력이 큰 와인이다.

2026-01-08 15:28: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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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흔들리는 돈의 가치

인체에 비유하면 경제의 혈액과 같은 돈은 실물경제 흐름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적정량이 적정한 속도로 돌아야 한다. 돈은 위험이 큰 곳에서 낮은 곳으로,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그리고 미래가치가 높아질 곳으로 흘러야 한다. 유동성이 지나치게 넘치거나 너무 빠르게 돌아도 위험하고, 너무 빠듯하거나 너무 느리게 돌아도 경기순환에 장애가 온다. 경제의 혈압과 같은 금리의 높낮이는 통화량과 그 유통속도에 불가분의 영향을 미친다. 화폐가치가 흔들리면 실물 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려도 가계와 기업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나라 경제는 삐걱거린다. 세계적 빈부격차 확대로 한편에서는 대기성 자금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동시에 확대되는 금융불균형 현상이 심해지는 환경에서 화폐가치 안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실물경제와 엇갈리는 통화정책, ??금리정책은 집단 또는 계층 간에 빛과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돈의 대외가치인 환율이 설혹 정책 방향과 어긋날지라도 억누르기만 하다가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시장을 무시하지 말고 돈의 흐름을 냉정하게 살펴 시장을 존중하여야 외환보유고도 건전하게 유지하며 환율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 금융 불균형의 간단한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금리가 오르면 이래저래 커다란 부채를 짊어진 가계와 중소기업은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헤맨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을 많이 쌓아둔 부자와 대기업은 금리가 낮아 화폐의 시간가치를 보전하기 어렵다며 아쉬어 한다. 2018년인가 금통위 최고위 인사가 "물가가 오르지 않아 금리를 못 올린다고 푸념했다"는 보도는 많이 생각하게 하였다. 하여간 중앙은행이 시장과 충분히 대화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돈을 정상적으로 돌게 하는 방안은 억지로 물줄기를 트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가격지표가 실물경제와 괴리되지 않고 성장률 물가상승률 같은 거시경제 여건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는 데 있다. 경제순환 과정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돈을 관리하기 위해 통화량 또는 금리를 조정하여 순조로운 경제순환을 유도하는 노력은 무척 어렵고 어렵다. 거시경제 여건을 무시하고 특정 정책목표 달성을 위하여 임의로 금리와 유동성을 조율하여 금융을 남용한다면 결국에는 경제순환을 왜곡시켜 위험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게 된다. 만약 경기 상황과 엇갈리게 금리를 정한다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조화와 균형을 상실하여 경기는 더욱 침체하거나 한층 과열된 상태를 이어간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서 대내외 화폐가치 안정을 통하여 나라 경제를 원활하게 순환시키려면,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앙은행 책임자는 지옥문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처럼 더 깊이, 더 멀리 고뇌하고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시장을 위하여! 비경제적 동기로 금리를 조정하고 유동성을 조절하면 거시경제 활동과 관계없이 돈의 가치가 흔들려 경제를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무엇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부가가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돈이 흘러야 실물경제 순환이 순조로워 금융부문도 원활하게 작동하고 국민경제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2026-01-08 09:30:1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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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 학생부 기재에 관해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지금 거대한 지각 변동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 그리고 내신 5등급제를 골자로 한 2028 대입 개편안은 학교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특히 내신 1등급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됨에 따라 정량적 변별력은 필연적으로 약화됐고, 이에 학생의 학업 역량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그중에서도 교사가 기록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무게감은 전례 없이 막중해졌다. 바야흐로 숫자로 줄 세우던 '성적표의 시대'가 저물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기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이상과 학교 현장의 행정적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위태로운 괴리가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학생부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담는 교육적 기록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스펙 나열장'이자, 교사의 주관적 재량권이 무소불위로 휘두러지는 '불공정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작성 주체인 교사의 역량과 태도 차이에 따른 '기재 불평등'이다. 어떤 교사는 최신 학술 동향과 학생의 탐구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완성해 주지만, 어떤 교사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기계적으로 복사해 붙여넣는 이른바 '복붙'으로 일관한다. 학생의 잠재력이 아니라, '누구를 담임과 교과 교사로 만나느냐'에 따라 입시의 유불리가 결정되는 '교사 복불복' 현상은 공교육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범이다. 실제 교육청 감사 결과 서울 지역 고교의 약 14%에서 수상 실적 등 특정 학생에 대한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된 바 있으며, 이러한 관행은 성적 상위권 학생에게 세특 기재 분량과 질적 내용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행정적 절차의 모순 또한 심각하다. 학사 일정은 엄연히 2월까지 이어지지만, 교원 인사 이동과 새 학년 준비라는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대다수 일선 고교는 겨울방학 전인 12월 말에 학생부 작성을 사실상 마감한다. 이로 인해 1월과 2월의 교육 활동은 기록에서 증발하고, 교사들은 방학 직전 시간에 쫓기며 수백 명의 기록을 졸속으로 채워 넣는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학생은 철저히 배제된다. 학생부는 학생 본인의 삶을 기록한 공문서임에도, 학년이 마감되고 나이스(NEIS)를 통해 통보받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알 수도, 수정할 수도 없다. 평가의 핵심인 피드백과 성찰 과정이 생략된 채, 오직 결과론적인 텍스트만 남는 셈이다. 더욱이 2028 대입 개편안에서 절대평가(성취도)만 기재하기로 한 사회·과학 융합선택과목(9개)의 운영은 새로운 뇌관이다. 이 과목들이 내신 부담을 던 학생들의 진정한 심화 탐구의 장이 될지, 아니면 변별력을 상실한 '쉬어가기 과목'이나 사교육 컨설팅으로 점철된 '스펙 쌓기용 과목'으로 전락할지는 오롯이 학교의 운영 의지에 달려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인 '학생 주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록 시스템의 행정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교사 개인의 문장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 AI 기반 기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행정 업무를 경감하고 기재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단, AI가 만들어낸 천편일률적인 기록이 학생의 개성을 지우지 않도록 교사의 검수(Human-in-the-loop) 과정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평가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잘 쓰인 소설'과 투박하더라도 학생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진실된 다큐멘터리'를 구분해낼 수 있는 고도화된 평가 안목 없이는 고교 현장의 변화를 견인할 수 없다. 행정적 투명성과 평가의 전문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학교생활기록부는 입시의 도구를 넘어 진정한 교육의 기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026-01-08 09:27:06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