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경제의 시대 국내 상장사 무형자산 '미미'…그 현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의 부상은 무형자산 가치에 대한 고평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여전히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무형경제 시대를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2위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무형자산의 비중은 약 6.5%, 4.4%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 대비 무형자산의 비중이 90%, 아마존이 93%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대표 기업의 무형자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 S&P500, 무형경제 기업이 포진 미국은 2010년 이후부터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 실제 높은 무형자산가치를 갖고 있는 기업이 시가총액 1~5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업의 시총 순위는 1995년 GE, 엑손모빌, 월마트 등 전통적 제조 생산 기업에서 2018년부터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무형자산 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순위가 바뀌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80년대까지만해도 미국 기업들의 유형자산 대비 무형자산의 비율이 1배가 안됐지만 1995년 2.1배, 2005년 4배, 2018년 5.3배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1990년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산업이 부상하면서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신산업이 부상하면서 미국에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구조가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의 구조물 투자, 설비투자, 지적 생산물 투자 비중을 보면 구조물 투자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고, 설비투자는 기존 비중을 유지하고 있고, 지적 생산물 투자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증권, 산업 등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산업이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무형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높은 무형자산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들 기업이 경제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우지수는 연초 대비 약 17% 하락했지만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은 18% 상승했다. FANG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모두 유형자산 대비 무형자산 가치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 코스피, 설비 투자 기업이 상위권 반면 한국의 경제구조는 미국 등 글로벌 변화에 빠르게 맞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정투자 중 설비투자 비중이 여전히 높고, 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는 여전히 낮게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고정투자 중 지적 생산물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을 보면 설비투자가 여전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산업 구조상 조선, 철강, 화학, 정유 등 글로벌 부품망(Supply Chain)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국내 회계처리 관습상 무형자산의 가치를 최대한 소극적으로 계상하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의 시가총액 대비 무형자산의 비중은 0.9%에 불과하고, 카카오는 18.1%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 대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무형자산 비중이 시총 대비 20%도 안된다는 점은 회계상 무형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면서 "무형 경제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회계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형 경제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언택트 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확산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투자형태가 무형자산, 지적 생산물 투자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고, 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무형경제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엄지기자 sonumji30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