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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 사이] 서민금융의 두 얼굴

벼랑 끝에 선 서민들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만나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한 곳은 막힌 혈을 뚫어 돈을 빌려주고(서금원), 한 곳은 쌓인 빚을 깎아준다(신복위). 표면적으로는 '포용적 금융'이란 명분과 함께 완벽한 상생의 구조를 갖춘 듯 하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지원 실적의 커튼을 걷어내면 이면에는 '정책'이란 방패 뒤에 숨은 '고금리 장사'와 '보여주기식 구제'라는 민낯이 드러난다.

 

서금원의 상징과도 같은 '햇살론'의 일반 상품 금리는 연 10~12%에 달한다. 시중은행에서 외면당한 저신용자에게 두 자릿수 금리가 '단비'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따져보자. 정부의 보증 재원과 금융권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정책 금융이 10%가 넘는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서민을 '진흥'시키는 길인가, 아니면 고통을 '연장'시키는 길인가.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민금융 이용자의 60% 이상이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기존 채무의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보증료를 포함한 실질 금리는 취약계층이 감당하기에 여전히 숨 가쁘다. "시중 저축은행보다 낮다"는 궁색한 변명 뒤에 숨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정책 금융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특히 올 들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금융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의 종착역이 국가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자를 수확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진정한 정책 금리'의 실현이 시급하다.

 

신복위는 매년 수십만 명의 채무 조정을 이끌어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재조정' 비율이다. 신용회복 절차를 밟다가 중도에 탈락해 다시 신복위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5년 결산 기준, 채무 조정 후 1년 이내 낙오하는 비율이 20%를 웃돈다.

 

이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일단 '합의'부터 시키고 보는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물이다. 원금 감면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그저 상환 기간만 10년, 20년으로 늘려주는 방식은 서민들을 평생 '채무의 노예'로 묶어두는 잔인한 처방이다.

 

서민금융기관의 존재 이유는 '조정 건수'라는 통계적 수치에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끝까지 빚을 갚고 사회로 복귀했는지를 나타내는 '완제율'과 그 이후의 '경제적 자립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갚을 수 없는 빚은 과감히 탕감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결단이 부족한 신용회복은 결국 '금융사의 채권 회수 대행소'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서민들의 절규는 더 구체적이다. "상담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2026년 고도화되었다는 비대면 앱은 복잡한 서류 요구와 잦은 오류로 디지털 소외계층을 밀어내고, 콜센터는 연결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창구를 찾은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공감 어린 눈빛이 아니라, 고압적인 태도와 관료주의적 절차다. "조건이 안 된다"는 차가운 답변 한 마디에 마지막 희망을 접는 서민들이 부지기수다. 두 기관이 '서민'과 '신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금융 공공기관 특유의 권위의식이 판을 친다.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계적인 서류 접수가 아니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이해해 주는 따뜻한 상담, 그리고 금융을 넘어 일자리와 복지가 연계된 실질적인 자활 대책이다.

 

서금원과 신복위는 이제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우리가 내민 손이 진정 서민을 일으켜 세우는 동아줄인지, 아니면 겨우 숨만 붙여놓은 채 마지막 남은 이자까지 수확해가는 정교한 족쇄인지.

 

진정한 서민금융은 '빌려주는 기술'이 아니라 '살리는 기술'이어야 한다. 2026년,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이들이 화려한 기념식 수식어보다 현장의 통곡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차가운 머리로 시스템을 혁신하되, 뜨거운 가슴으로 서민의 손을 잡는 '냉정과 열정'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박승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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