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美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맹폭…"주권 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리 정부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이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한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주권국이고,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이다. 동맹의 핵심 가치는 상호존중"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 '미(美)와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며 "즉각 미국 정부에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 우리 국민에게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납득하기 힘든 줄사퇴도 미국의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 도청 정황을 이번 보도 전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불법 도·감청은 대한민국에 대한 심대한 주권 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라며 "마땅히 우리 정부는 즉각 미국 정부를 향해 사실 규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주권 침해 상황에 항의 한마디 못하는 비굴한 태도로 호혜평등의 외교관계를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겠나"라며 "국익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안보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전략을 짜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 마디도 못한 채 어물쩡 넘기려 한다면, 주권국가 대통령 자격상실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심각한 주권 침해 사건으로 최고 보안이 이루어져야 할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우리 정부가 살상 무기지원 금지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 방법을 찾았다는 그 내용도, 도청 폭로 이후 정부의 대처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정부는 그토록 맹신하는 동맹국에 의해 대통령실이 털렸는데 미국에 '협의'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굴욕 불감증' 정권"이라며 "도청하는 동맹 관계가 왜 필요한가. 정부는 당장 미국에 강력 항의하고 한미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날(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