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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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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원도는 불신을 던졌다

"정치인들의 자존심 싸움이 자본시장 질서를 망가뜨린 셈이다.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지방자치단체 보증을 믿고 투자에 나서겠나." 이번 레고랜드 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정치적 무리수에 채권시장이 통째로 뒤흔들렸다. 기준금리 인상,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위축된 채권시장에서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실제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전임 최문순 지사때 조성된 빚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펼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최 전 지사가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없이 레고랜드 사업을 밀어붙였다며, 빚을 못 갚겠다는 '배 째라'식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레고랜드 ABCP와 관련한 모든 과정은 강원도의회의 의결에 거쳐 계약이 이뤄졌다. 만일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강원도가 이길 가능성은 0%이므로 시간을 끌다가 대금상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지난 21일 강원도는 논란이 커지자 내년 1월까지 보증 채무를 갚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진태 지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론에 대해 "현재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 자본시장에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지자체 보증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론이 퍼졌다. 지자체가 직접 보증한 채권은 초우량 신용등급으로 여기던 시장의 공식이 깨져버렸다. 금융당국의 대처도 아쉽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부도 처리된 지 한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50조원+α' 유동성 공급이라는 늑장 대응했다. 초우량 채권인 은행채와 한전채가 시중 유동성을 다 빨아들이고, 지방 건설사의 도산 등 자금경색 관련 신호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않다가 부랴부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돈풀기에 나섰다. 급한 불은 껐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특히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지원 조치의 과감하고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 /박미경기자 mikyung96@metroseoul.co.kr

2022-10-25 15:57:22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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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어릴적 떠내려가는 튜브를 건지려다 강물에 휩쓸린 적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이후로 깊은 물에만 들어가면 온몸이 굳어버리기 일쑤였다. 병원에선 수영을 배우라고 했다. 수영을 통해 물을 마주할 수 있게 되면 물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9월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저금리 속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었는데, 미국 중앙은행인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2년 1개월 간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4.25%포인트(p) 올리면서 가계,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충격을 줬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2008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당시 시공 능력 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5년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을 겪은 곳은 절반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Fed의 금리인상에 주식과 부동산가격은 약세로 돌아섰고, 코스피지수는 작년 최고가 대비 33%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나라와 지금의 우리나라는 다르다. 지난 8월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964억3000만달러(2008년 10월 2122억5000만달러)다. 또한 대외채무의 경우 원화 표시 비중은 높아지고 달러화 표시 비중은 크게 낮아져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부정적 대차대조표 효과도 축소됐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민들이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금의 경제 상황을 마주보게 하는 일이다. 무조건 "한국은 안전하다"고 반복해서 외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을 담담히 보여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2022-10-24 16:32:18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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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36 서울올림픽' 유치가 필요한가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 이런 거 하지 마라. 생각보다 국익 향상에 도움도 안 되고 경제만 나락 간다", "윤석열 공약이었던 아시안컵도 제대로 지원 안 해서 떨어져 놓고 뭔 올림픽이냐 쯧쯧. 괜히 돈만 낭비하는 거 이제 하지 마라. 일본, 중국 이번에 올림픽으로 엄청난 적자 난 거 안 보이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얻는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듯… 현실적으로 올림픽보다 BTS가 벌어들인 유·무형의 경제적 이득과 국가 홍보가 더 큰 것 같다" 서울시가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앞서 시는 지난달 20~25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6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제스포츠 대회 유치에 대한 서울시민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2.8%가 서울시의 올림픽 개최 재도전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댓글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시가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명분으로 제시한 시민 설문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반응들이 대다수다. 시는 88올림픽 시설 등 그동안 건립된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천·경기지역, 대학교·민간에서 보유한 스포츠 시설을 공동 사용해 개최 비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시설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지난 사례를 돌이켜보면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2012년 올림픽 개최지였던 런던은 기존 체육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일부 경기장은 가설 건축물로 지어 올림픽 종료 후 해체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의 경우 관람석 좌석 중 5만5000개를 가스관을 재활용한 가설 구조로 설치해 8만석으로 재정비했다. 펜싱과 핸드볼경기가 진행되는 다목적경기장에는 자연채광을 극대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가량 줄이는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런던 올림픽은 초기 예산보다 소요 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재정 절감에 성공하지 못했다. 런던이 올림픽 유치를 제안할 당시 예산은 약 24억파운드였으나 실제로는 92억9800만파운드가 투입됐다. 당초 계획보다 약 3.87배 많은 지출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치러진 러시아 소치, 브라질 리우, 대한민국 평창,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역시 동·하계를 막론하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2-10-23 14:16:5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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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환경은 무조건 옳은가

친환경 경영은 이제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다.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류가 존속해야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이상 기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얄팍한 시도 조차도 절실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현재 친환경 정책이 정말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지 여부다. 친환경이라면 무조건 올바른 일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정작 엉뚱한 곳에서 피해를 감당해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산업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훨씬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도 적다. 거액을 들여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완성차사는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데다가 공정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좋다. 부품을 공급할 수 없게되는 협력사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 기지를 두고 있는 완성차사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데 고민이 크다고 알려져있다. 당장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협력사들이 연쇄 도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협력사 전동화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영세한 관련 기업들까지 모두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밖에도 친환경이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분야는 셀 수 없다.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혁신 동력이 부족한 탓에 적지 않은 영세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전언이다. 플라스틱과 같이 어느날 갑자기 환경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거나, 친환경 트렌드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내해야하는 인쇄업계 등도 있다. 기술 발전도 예전같지 않다. 반도체는 친환경을 위해 성능보다는 저전력으로 개발되면서 예전처럼 혁신적인 속도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뉴메모리'는 임시 휴업이다. 유럽이 사실상 8K TV와 마이크로LED 판매를 제한키로 하면서 디스플레이로 뒤덮혀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스크린 포 올'도 요원해졌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개발이 지연되면 XR과 같은 미래 구현도 쉽지 않게 된다. 친환경 속도 조절론이 그저 이기적인 외침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은 분명 필수적이지만, 행정 편의적인 정책으로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막아야하겠다. 물론 우리나라는 정쟁에 밀려 반도체 특별법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지만.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2-10-20 15:22:51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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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추값은 왜 그렇게 비싸졌나

채소 먹기가 무서운 요즘이다. 두 달 가까이 한 통에 1만원에 육박하던 배추값은 이달 들어서야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돼 평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7~8월 모종을 심어 9월 하순부터 이달까지 출하하는 2기작 여름배추의 70%는 강원도 일대에서 생산된다. 아슬아슬하게 태풍의 무서운 기세를 피하며 그럭저럭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다. 물론 이상기후가 오락가락 하면서 작황은 부진하다. 재배면적이 지난해 보다 커진 덕에 그나마 수요를 맞췄다. 채소 가격 폭등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항상 충격적이다. 어쩌다 배추가 1만원이나 됐나. 원인을 따라가면 결국에는 이상기후와 기후위기가 등장한다. 이상기후가 없던 때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농업기술과 지식은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이상기후로 인해 과거에는 보지도 못했던 열대과일 수확 소식도 들린다. 제주도에나 있던 한라봉을 경작하는 지역 중 경기도 평택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최근 5년간 아열대 과일 경작 면적은 2배로 급증한 것도 모자라 중부지역까지 확산하며 한반도 전역이 재배가능 지역이 됐다. 이상기후가 닥친 미래는 참담하다. 지난 4월 농촌진흥청이 예측한 6대 과일(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의 70년 전망에 따르면 2070년 사과가 지금의 망고 값 정도가 될 예정이다. 감과 귤은 2070년 강원도 일대에서까지 수확할 수 있다. 한반도가 너무 더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1만원 배추'와 한반도에서 수확한 망고는 결국 기후위기가 가져온 사소한 산물이다. 만원짜리 배추 한 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지난 여름 유독 소나기가 잦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행히도 '스콜(열대성 소나기)'는 아니다. 1만원 배추는 이런 날씨 때문이다. '왜?' 라는 질문의 끝에는 결국 이상기후와 인간의 끝없는 욕심, 이기심이 자리한다. 이 지구를 마치 인간만의 것인 듯, 영원한 '초록별'일 것처럼 써온 결과가 만원짜리 배추다. 어쩌면 기후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지금인지도 모른다.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기후에 의한 채소의 작황은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2-10-19 16:09:4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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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사태와 규제

얼마전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카카오' 전산센터가 마비되면서 국민의 일상이 마비된 것. 이번 '카카오사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부작용과 금융권 전산망에 대한 중요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질적인 원인 해결보다는, 민간 데이터센터(IDC) 규제 도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 카카오사태가 규제 도입을 위한 명분으로만 남을까 아쉬울 따름이다. 정부는 IDC와 주요 플랫폼 사업자의 재난관리대책을 점검하고 화재나 대규모 서비스 장애 등 재난 상황시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회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2년 전 업계의 반발로 폐기된 법안들이다. 이번 카카오사태가 IDC법안을 되살아나게 한 셈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데이터센터 시설이 없는 민간 플랫폼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여기에 플랫폼 업체가 재난관리계획 수립 시 정부가 이행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법안도 함께 발의됐다. 물론 플랫폼의 서비스 장애는 이제 국민들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순서가 뒤바뀐 점이 문제다. 실질적인 원인인 카카오 독점과 금융권의 전산망에 대한 문제는 대두시키지 않고, 정부 규제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카카오 사태에서는 불안한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사에서 돈을 빼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처럼 금융권의 전산망은 국민의 일상에 깊숙히 침투해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총 781건에 달한다. 피해 추정액은 확인 가능한 금액만 346억원을 넘는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정부의 금융권 전산망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카카오 독점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정부의 현명한 대책으로 은행권 스스로가 IT개발에 적극 투자해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독점을 방지 하는 구조가 이뤄지는 날을 기대한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2-10-18 16:34:25 구남영 기자
[기자수첩] 폐배터리, '독' 아닌 '득' 되려면 수거부터 한걸음씩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부문을 꼽으라면 단연 '전기차' 분야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전기차는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가 각광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해 배터리는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태다. 이렇듯 환경 보호를 위해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여러 나라의 전략은 마치 배터리가 '친환경적'이라는 착각까지 불러오기 쉽다. 물론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탄소의 양은 어마어마하고 전기차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카드뮴, 니켈, 리튬, 납 성분들은 소량이라 해도 그 독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배터리의 숙제는 오래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것도 주요한 주제지만 '폐배터리 관리·활용'까지 빠질 수 없는 실정이다. 전기차 판매가 세계적으로 늘어가는 시기에 폐배터리에 대한 대처가 되어있지 않으면 심각한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폐배터리 시장의 사업성은 매우 높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글로벌 전기차용 폐배터리 시장은 오는 2050년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하면 미국,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로 인정하기로 해 IRA로 인한 배터리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폐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폐배터리 수급망부터 준비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폐배터리를 관리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중국은 국가에서 지정한 주요 업체들이 폐배터리를 관리하고, 일본은 자동차 업계에서 연합체를 구성해 폐배터리를 관리하는 형식이지만 한국은 뚜렷한 체계가 없다. 환경부가 전국 4개 권역(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에 설치한 미래 폐자원 거점수리센터가 있지만 앞으로 쏟아져 나올 물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폐배터리 수거와 관리는 재활용의 첫걸음이다. 재사용할 폐배터리를 분류·공급하는 일, 분해 작업을 통해 재활용 배터리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려면 배터리 수급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2022-10-17 15:18:38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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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칠어진 여야, '루비콘강' 건너지 않길 바란다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 삶과 밀접한 현안은 뒷전이며,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여야가 국감 기간에 다투는 게 낯선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선' 넘은 표현을 많이 봤다. "뭐 하는 거야 건방지게"(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체면 좀 차리세요"(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어딜 감히"(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문수 위원장은 한 마디로 맛이 갔던지 제정신이 아니에요"(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감 목적은 정부 감시·비판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시기와 관계없이 정부 정책 가운데 비판받아야 할 것을 철저하게 외면한 모습이다. 연이은 북한 무력 도발에 안보는 위기이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공급망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은 행정부가 아닌 서로에 칼을 겨눴다. 서로를 겨냥해 험한 말 하기 바쁘다. 아직 구성하지 못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벌써 여야 의원 7명이 제소됐다. 지금 여야 정치권 모습만 보면, 큰맘 먹고 싸우기로 작정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마치 기원전 49년, 갈리아에서 로마로 오던 길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결단한 뒤 무장한 채 루비콘강을 건넌 모습처럼 말이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과 함께 무장한 채 루비콘강을 건넜고, 끝내 로마의 영구 독재관 자리에 올랐다. 아직 올해 국감은 끝나지 않았기에, 부디 여야 정치권이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여야 정치권이 험한 말만 주고받아도 될 정도로 위기가 멀리 있지 않다. 늦더라도 국감에서 위기 극복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1일 첫 회동 당시 '협치'를 강조했다. 그때 박 원내대표는 "여야는 어찌 보면 한 강물을 먹는 파트너이지 적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주호영-박홍근 있을 때 의회 민주주의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받는 꿈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 말이 지켜졌으면 한다.

2022-10-16 12:34:17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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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편 감수하자"던 환경부 어디로? 일회용품 규제책 후퇴

"규제 부서인 환경부가 경제 진흥 부서인 것처럼 뛰기 시작하면 환경은 누가 어떻게 지키나. 이러니 산업통상자원부의 2중대라는 말이 나오는거 아닌가."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카페·식당 내 일회용 물티슈 사용금지 조치를 3년 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환경부는 지난 1월 플라스틱이 들어간 물티슈를 일회용품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카페나 식당에서는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돌연, 환경부가 3년 유예로 급선회하면서 밝힌 사유는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물티슈 사용 금지 조치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한 장관은 "업계에서 물티슈 재질을 일회용품이 아닌 것으로 바꾸려면 3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업계의 목소리를 빌미로 일회용품 규제를 미룬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6월 전국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12월로 연기했다. 이어 전국에서 제주와 세종 두 곳으로만 시행 지역도 축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식당에서 소비자가 일회용컵 사용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낸 뒤 사용한 컵을 반환하면 돈을 돌려받는 제도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비, 환경부가 국민 불편을 감수하며 도입한 환경 규제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면 시행에서 시범 운영으로 후퇴한 환경부가 밝힌 변은 업계의 요구였다. 해당 업소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일회용컵 표준 용기를 사용하기에 준비 기간이 부족해 시행 시기를 미뤄달라고 했다는 거다. 국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자며 일회용품 줄이기를 설득해왔던 환경부가 업계의 목소리에 떠밀려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은 사실상 정책 후퇴다. 이번 국감에서 법을 개정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일까지 못 박았던 환경부가 돌연 연기하기로 것은 "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요구를 변명 삼았지만 업계 반발이 예상됐기에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

2022-10-11 11:38:41 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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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핵심 빠진 가상자산 국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가상자산이 다뤄진 지난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김 빠진 사이다 같았다. 지난해 가상자산 투자 열풍, 지난 5월에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 등 이슈에 이슈가 더해지면서 이번 국감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세부적으로는 테라·루나 사태, 아로와나 코인 조작 의혹, 투자자보호 관련 논란등 굵직한 이슈들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다 끝이 났다. 먼저 국감장에 이슈와 관련해 증언할 수 있는 핵심관계자들이 모두 불참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은 증인 명단에 올랐지만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최종적으로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대신 출석했다. 또한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현성 테라폼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역시 검찰의 수사 방해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정훈 빗썸 전 의장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김지윤 DSRV랩스 대표만 참석했다. 그러나 DSRV랩스는 테라 프로젝트의 밸리데이터(검증인)로 참여한 회사로, 플랫폼 운영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김 대표가 국감장에서도 "카카오톡 서버를 외주받아서 운영하는 도중 카카오게임즈에 런칭된 게임 하나가 망가진 상황"이라고 비유한 것처럼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 결국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루나 테라 사태에 대해서 한 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구마를 먹은 것 처럼 답답함만 선사했다. 이러는 와중에도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한국검찰이 비트코인 등 수백억원을 추가 동결했다는 내용을 부인하며 조롱의 글을 남겼다. 아직 국감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24일 예정된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가상자산 의제가 다시 한 번 다뤄질 예정이다. 핵심 증인이 불출석했다고 논의자체가 어렵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사태를 방관한 금융당국에게 질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태 발생 이후 수개월 동안 잠잠하다 국감 직전에서야 뒤늦게 대책방안을 내놓은 거래소에게 사후 처리 방안을 되물을 수도 있다. 올해 남은 마지막 기회에 무의미한 이슈몰이보다는 피해자 구제 방안, 제도권화로 가는 논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

2022-10-10 15:39:37 이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