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국정감사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 삶과 밀접한 현안은 뒷전이며,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여야가 국감 기간에 다투는 게 낯선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선' 넘은 표현을 많이 봤다.
"뭐 하는 거야 건방지게"(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체면 좀 차리세요"(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어딜 감히"(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문수 위원장은 한 마디로 맛이 갔던지 제정신이 아니에요"(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감 목적은 정부 감시·비판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시기와 관계없이 정부 정책 가운데 비판받아야 할 것을 철저하게 외면한 모습이다.
연이은 북한 무력 도발에 안보는 위기이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공급망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은 행정부가 아닌 서로에 칼을 겨눴다. 서로를 겨냥해 험한 말 하기 바쁘다. 아직 구성하지 못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벌써 여야 의원 7명이 제소됐다.
지금 여야 정치권 모습만 보면, 큰맘 먹고 싸우기로 작정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마치 기원전 49년, 갈리아에서 로마로 오던 길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결단한 뒤 무장한 채 루비콘강을 건넌 모습처럼 말이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과 함께 무장한 채 루비콘강을 건넜고, 끝내 로마의 영구 독재관 자리에 올랐다.
아직 올해 국감은 끝나지 않았기에, 부디 여야 정치권이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여야 정치권이 험한 말만 주고받아도 될 정도로 위기가 멀리 있지 않다. 늦더라도 국감에서 위기 극복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1일 첫 회동 당시 '협치'를 강조했다. 그때 박 원내대표는 "여야는 어찌 보면 한 강물을 먹는 파트너이지 적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주호영-박홍근 있을 때 의회 민주주의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받는 꿈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 말이 지켜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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