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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감량의 혁신, 삶의 변화

비만 치료제 열기가 뜨겁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퉈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서구형 고도 비만부터 한국형 비만까지 맞춤형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주사제에서 경구제, 패치 등으로 신제형을 독자 개발하기도 하며 다양한 연구개발에 폭넓게 응용 가능한 '플랫폼' 확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들어 비만기본법 제정,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까지 화두에 오르며 혁신 신약이 가져올 '체중 감량'과 '삶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까지 점점 커진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비만이라는 현대 사회의 질병 부담을 완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국민이 삶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 혁신적인 감량 효과가 진정한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비만 치료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비만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돌아오는 경우 역시 질환의 만성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에서는 비만을 질환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작 관련 정책은 비만을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황이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만치료제 급여화 논의 등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동시에 해당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오남용 가능성도 열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의 비만 표준 진료 지침에서 행동인지 치료를 가장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투약이나 약물을 건강 관리의 지름길로만 인식하는 풍조는 또 다른 보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을 통한 혁신 가속화, 제도 활성화 등과 함께 올바른 사용과 인식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살 빼는 전쟁'의 강력한 무기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무리 약효가 뛰어난 신약이 나오고 쉽게 활용 가능하더라도 이는 하나의 좋은 수단일 뿐이며, 비만 관리 핵심은 개인 생활습관과 주도적인 노력에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사용과 인식을 지지하는 사회적 인내심이 중요하다.

2025-12-18 16:06:36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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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의 유통기한

누군가에게 잘못한 일이 생겼다. 그렇다면 사과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혹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기자 본인도 사과는 쉽지 않다. 사과의 표현 자체는 어렵지 않다. 누군가의 발을 밟았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줬을 때, 내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잘못한 사람은 사과를 한두 번, 많아야 몇 차례 더 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한 번 사과했으면 됐지" 라는 생각을 한다. 편리한 사고방식 아닌가. 철저히 가해자의 사고방식이다. 피해자는 상처를 평생 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 상처는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피해자가 상처를 꺼내 보이면, 또다시 사과를 들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통상 시일이 지났을 경우 가해자는 "언젯적 이야기를 하느냐", "내가 사과했지 않느냐"며 태도를 바꾸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게 꼭 사적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일까. 일제강점기 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했다"는 명제가 있다고 치자.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거짓'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고 여기지 않아서다. 왜냐하면 사과는 '받는 사람이 느꼈을 때' 비로소 사과가 되기 때문이다. '통석의 념(痛惜の念)'. 일본어로 매우 슬퍼하고 애석하게 여기는 생각이라는 뜻이다. 아주 생소한 표현이다. 더구나 '애통하고 애석하다'는 표현은 반성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후회'에 가깝다. 이런 식의 발화는 사과로 인식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란은 어떨까. 내란수괴 혐의자가 탈당했으니 상관 없을까. 그 사람은 그 당 당원들이 뽑은 대선 후보였다. '1호 당원'이었다. 그렇다면 사과가 도리 아닐까. 그럼에도 그들은 1년이 지나서도 사과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그 당 일부 인사들은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사과를 했다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사과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 것에 대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들이 이런 것을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기에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유통기한'이나 '적당히'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12-17 15:01:07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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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숫자보다 중요한 것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독주가 길어지고 있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 브랜드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장악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제품 출시는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점유율 구도를 곧바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 우위나 시장 입지의 공고화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복합적인 맥락이 있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거대한 내수를 기반으로 형성된 측면이 크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브랜드와 자국 상품 소비를 장려했고 이른바 '애국 소비' 흐름 속에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가격 경쟁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근 중국 제품들의 품질 또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과거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여전히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면 '브랜드 파워'다.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 가전에 대한 신뢰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보안, 개인정보 보호, 내구성 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약점으로 꼽힌다. 이 지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꺼내드는 카드는 바로 AI와 보안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로봇청소기 제품에 자체 보안 솔루션 '삼성 녹스'를 적용하고 LG전자는 'LG 쉴드'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단순히 청소 성능 경쟁이 아니라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술력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 포인트를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비스포크 AI스팀'은 100도의 고온 스팀과 100W 흡입력을 갖췄고 4cm 이상의 매트와 문턱을 넘는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 구석이나 벽면을 인식하면 브러시와 물걸레를 확장하는 '팝 아웃 콤보' 기능도 적용됐다. LG전자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 두 가지 라인업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의 신제품은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스팀 기능을 적용해 청소 성능과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중국이 속도로 치고 나가는 동안 한국은 완성도를 고르고 있다. 단기간 점유율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지만, 기술 신뢰와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로봇청소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하게 될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5-12-15 16:01:37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감축 불가 재확인…석화 재편 셈법 복잡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자구안 제출 기한이 다가오면서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를 둘러싼 입장 차로 업계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초대형 신규 설비 완공이 임박한 상황에서 감축을 전제로 한 재편 논의의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대산 지역에서는 감축과 통합 논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울산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이 외부 컨설팅을 통해 재편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지만 9조원대가 투입된 샤힌프로젝트가 내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논의를 이끌어가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설비가 가동될 경우 국내 수급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에쓰오일은 최근 석화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단순히 생산 능력을 줄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 체질 고도화와 경쟁력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우선이며, 원가 경쟁력 제고와 함께 첨단·고효율 설비 투자를 병행해야 산업 전반의 질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샤힌프로젝트는 이러한 방향성과 맞닿은 사업으로, 완공 이후 원유를 직접 화학 제품으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과 수익성을 높이고 기초 유분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270만~370만톤 감축 목표를 기준으로 재편안을 마련하는 국내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아람코를 등에 업은 에쓰오일의 이러한 입장이 달갑지 않다. 샤힌의 완공은 구조조정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감산과 통합을 통해 정부의 입장에 부응하고 있는 기업들은 초대형 신규 설비가 예정대로 가동될 경우 감축 부담이 기업별로 불균등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중동산 저가 물량 유입, 인도의 잇단 증설까지 겹치면서 국내 업계의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에쓰오일의 설비 투자는 단순 물량 조정이 아니라 향후 산업 경쟁력의 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자구안 제출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샤힌프로젝트의 공정률은 이미 85%를 넘어섰다. 감축과 고도화라는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금 단순히 국내 업계의 재편만을 종용해서는 답이 없다. 샤힌프로젝트의 준공이 미칠 영향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본 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미래를 설계해야만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조건 없는 희생만을 요구하는 접근은 결국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밖에 없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5-12-14 15:03:18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쿠팡, 정보는 새고 탈퇴는 막고

쿠팡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단순한 정보 유출 사고를 넘어 '기업의 기본기'가 무너졌다는 데서 비롯된다. 3370만 명. 쿠팡이 밝힌 피해 규모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분의 2,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대부분의 이름·전화번호·주소가 지난 5개월 동안 무단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그것도 지난해 12월 퇴사한 내부자가 3000만 건이 넘는 정보를 훔쳐내는 동안 쿠팡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 기가 막힌 건, 유출 사고로 불안해진 고객들이 "탈퇴하겠다"고 나서자 쿠팡이 보여준 태도다.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은 홈페이지에서 즉시 탈퇴가 불가능하다. 먼저 멤버십을 해지해야 하고, 남아 있는 이용 기간이 모두 지나야 탈퇴 신청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서둘러 탈퇴하려면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해 '내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루에서 이틀이 걸린다. 멤버십이 아닌 일반 회원도 6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구조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명백한 회사의 잘못에도, 고객은 탈퇴 한 번 하기 위해 며칠씩 시간을 내 심사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유출된 정보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는 아니지만, 이름·전화번호·주소·주문 내역만으로도 스미싱·피싱 등 2차 피해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온라인에는 '쿠팡 해킹 피해자 모임', '쿠팡 개인정보유출 단체소송' 등 집단소송을 위한 카페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사실 쿠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보보호 예산을 쓰는 기업 중 하나다. 2024년 기준 정보보호 투자액은 약 860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보안도 국내가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다뤄왔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AI 시대에 외부 침해뿐 아니라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으니 수습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가장 기본인 고객 정보 보호와 탈퇴·해지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그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보는 유출해놓고, 탈퇴는 붙잡아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 신뢰는 그렇게 회복되지 않는다.

2025-12-11 16:07:06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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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폭 기록, 책임인가 낙인인가

학교폭력 기록의 대입 반영을 둘러싼 격론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조진웅 씨의 10대 시절 범행이 알려지며 촉발된 논란은 이내 개인의 과거를 넘어 '어떤 청소년의 과거를 사회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구조적 물음으로 옮겨 붙었다. 교육 현장과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의견이 갈리며 입시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과 피로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가장 큰 쟁점은 형평성이다.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던 범죄 이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록이 사라지거나 열람이 제한된다. '교화와 재사회화를 우선한다'는 소년법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학교폭력 조치 사항은 생활기록부에 남아 올해 대입부터는 모든 대학이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의 폭력은 입시에서 문을 좁히고, 학교 밖에서의 범죄는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묘한 단층이 생긴 이유다. 이런 구조를 두고 "선도 효과 없는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조치를 통해 처벌을 받은 학생에게 대학 입시라는 두 번째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청소년기는 변화 가능성이 큰 시기인데, 과거의 잘못이 성인이 된 뒤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은 회복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소년범죄는 기록을 지우면서 학폭만 남기는 것은 제도적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대쪽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입에 반영해야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학폭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실질적 억제 장치가 없으면 '잠재적 가해'를 막기 어렵다는 논리다. 교사들의 생활지도 권한이 약해진 상황에서 입시 반영은 사실상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억제 장치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책임 부과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입장 어느 하나 가볍게 치부하기 어렵다. 기록을 남기면 낙인이 되고, 남기지 않으면 예방 기능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두 제도 중 하나를 더 강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논쟁은 단순히 '학폭 가해자를 얼마나 제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의 성장 가능성과 피해자의 권리,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복잡하게 얽힌 난제다. '입시'에 너무 많은 사회 문제를 얹어 온 우리 교육 시스템의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에까지 사회적 난제를 떠넘기면서 정작 학교 현장은 문제 해결의 여력이 점점 줄고 있다. 학폭 기록을 대입에 반영하는 문제는 결국 사회가 어떤 청소년을 '두 번째 기회가 가능한 존재'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제도는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균형을 향한 끊임없는 점검과 조율 없이는 또 하나의 불신만을 남길 뿐이다. 논쟁의 초점은 기록을 남길지 지울지를 따지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회복 중심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5-12-10 14:01:1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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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방산 속도 뒤 구조적 힘 필요

현대 전쟁에서는 기술보다 '속도'를, 조달 절차보다 '확실한 공급'을 원하고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방산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계의 전면에 떠올랐다. 계약하면 몇 년 뒤에나 첫 물량을 내놓는 서방 업체들과 달리, 한국은 6~10개월이면 실제 납품이 가능한 국가다. 전쟁의 시간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시대, 이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다. 글로벌 고객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빛이 갑자기 달라진 이유다. 그러나 이쯤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속도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지금의 '빠름'이 영원한 절대 우위일까 아니면 공급망 공백이 만든 일시적 프리미엄일까. 한국 방산의 속도는 생산라인 노동 강도만의 결과가 아니다. 국토 안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부품·조립 산업 생태계, 기업과 정부 간 빠른 승인 체계, 전시 조달에 준하는 구조적 유연성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즉 국가 단위의 '집단 반응 속도'가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된 사례다. 한국이 가진 이 독특한 생산 문화와 산업 구조는 분명 경쟁국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주요 방산기업 생산라인은 2~3교대로 풀가동 중이고 일부 품목은 추가 증설 없이는 더 이상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해외 패키지 계약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군 현대화 사업까지 겹치면서 생산 일정은 촘촘히 채워지고 있다. 지금의 속도는 효율성보다는 '과부하를 견디는 체력'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이 상태로는 경쟁력 유지가 아니라 소진이 먼저 찾아올 수 있다. 더욱 위협적인 건 경쟁자들의 대응이다. 미국은 포탄 월생산량을 네 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공격적 증설에 들어갔고 유럽도 'ASAP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생산 인프라 확대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속도 격차'는 결국 좁혀질 것이고 그 순간 한국의 이점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속도 우위는 결국 국제 공급망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얻어진 '타이밍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 방산이 앞으로 지켜야 할 경쟁력은 무엇일지 답은 명확하다. 속도를 '운에 의한 결과'에서 '구조적 능력'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 자동화, AI 기반 품질 관리, 핵심 부품 이원화, 해외 조립·정비 시설 구축 같은 전략적 투자가 필수다. 속도는 한순간의 기세로 만들 수 있지만, 지속성은 구조로만 증명된다. 지금 한국 방산이 마주한 과제는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오래, 더 견고하게 버티는 힘을 만드는 일이다.

2025-12-09 16:07:52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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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자율주행 자체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공격적으로 공개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존재감은 여전히 흐릿하기만 하다. 테슬라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시장에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기술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전대 하단의 레버를 당기면 완전자율주행을 시작한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거나 가속페달에 발을 올릴 필요없이 전방만 주시하면 차량 스스로 목적지까지 주행해간다. 테슬라 FSD는 감독형과 비감독형 두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감독형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조만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이어가는 비감독형 서비스 상용화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핸즈프리(손이 필요 없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를 국내 출시했다. 지난 2017년 북미에서 상용화한 기술로 중국에 이어 3번째로 우리나라에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에스컬레이스 IQ만 해당 서비스를 적용하지만 향후 볼트, 시에라, 콜로라도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기술은 여전히 자율주행 레벨2(부분 자율주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연구개발(R&D) 전략을 총괄해 온 송창현 AVP본부장(사장)이 최근 회사를 떠나면서 그룹의 자율주행차 전략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미래 전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 시장 경쟁을 보면 과거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전자업체들의 경쟁 구도를 연상케한다. 당시 애플과 삼성, 모토로라 등 다양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현재는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자체 설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최적의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하드웨어 생산에 소프트웨어가지 확보해야한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생산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시장에서 자율주행 상용화에 돌입한 경쟁사들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를 찾아 추가 투자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정부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등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2025-12-07 12:58:17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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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계급제 타파와 저소득층 포용

금융계급제를 타파하면 정말 저소득층을 포용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저신용 서민 대출 최저금리가 15%가 넘어가는 것을 두고 "잔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신용자엔 낮은 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서민만 죽을 지경일 것"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리는 신용의 반대급부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위험이 보상되고, 신용도가 낮을수록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은 시장의 기본 구조다. 단순 시장 구조에 '잔인하다'는 감정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그 잔인함을 문제 삼아 신용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 저신용자와 고신용자의 '금리 역전' 현상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난한 사람이 정말 죽을 맛에서 벗어나 포용 금융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근본 취지가 실현되고 보장될 수 있을까.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보호 대상이다. '가난한 사람=저신용자'가 아니다. 정부는 누구를 보호하려는지 기준부터 명확히 세워야 한다. 신용점수는 단순 소득 규모가 아닌 대출 규모, 연체 이력 등을 고려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대출 규모를 줄이고 연체 이력이 없으면 고신용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부자여도 대출 규모가 크고 연체 이력이 잦으면 저신용자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보호해야 할 대상은 가난한 사람이지, 대출이 많고 연체 이력이 잦은 사람이 아니다. 신용점수별 금리 역전 현상이 가져올 파급 효과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금리 왜곡으로 고신용자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대출 약정 금액은 지난달 초 기준 10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이야말로 서민 금융의 영역이다. 고신용자가 서민 금융의 영역으로 밀려온다면, 2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들은 음지 영역으로 연달아 떠밀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 상생금융, 포용금융, 서민금융 등 그 많은 단어가 향하는 보호 대상은 저소득층이다. 적합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촘촘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2025-12-04 15:14:23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 '덤'이 된 가상자산 기본법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가상자산과 관련한 입법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관심은 온통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약속했던 가상자산 시장의 선진화는 부수적인 목표가 됐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6월 대선부터다.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도도 늘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입법의 최우선과제가 됐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약속했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는 스테이블코인과 묶여 하나의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법안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힘겨루기에 휩쓸렸다. 국내 가상자산업계는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엄격한 규제에 짓눌려있다. 가상자산이 투기성 상품으로 여겨졌던 당시에는 적합한 규제였지만, 10년 가깝게 규제가 제자리걸음하면서 업권의 어려움은 커져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법안이 속도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가상자산을 주요한 전략자산으로 분류하기 시작했고, 전통금융과의 융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법은 가상자산 거래시 실명 계좌를 요구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의 거래는 금지된다. 지수 추종 상품을 비롯한 파생상품의 거래도 금지돼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도 불가하다. 더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국내 이용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떠났고, 거래액의 절반은 해외로 유출됐다. 업권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로 떠난 내국인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연간 100조원 이상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무규제보다는 규제가 낫다"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사후규제를 우려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영업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앞서 사후규제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고, 금융권에서도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머뭇거리는 상황이어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0일까지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시장 전체를 규율하는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덤'이 된 모양새지만, 업계의 오랜 숙원이 해소될 수 있길 바란다.

2025-12-03 17:23:30 안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