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건'에 가로막힌 만남, 괜찮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첫 만남이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만남을 앞두고 인사권 조율부터 집무실 이전 등 다뤄야할 현안부터 논의되는 건 초유의 일로 꼽힌다. 당초 두 사람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만날 예정이었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위해 배석자도 두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예정한 16일에 만나지 못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설명을 종합하면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였다. 단순하게 '실무적 협의'를 이유로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정권을 돌아보면 대통령과 당선인 첫 만남은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사례를 보면, 정권 교체기마다 갈등이 있었지만 표면적으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첫 만남도 대선 후 9일 만에 이뤄졌다. 만남을 이어갈수록 대통령 기록물 이관 문제와 관련한 갈등은 커졌지만, 적어도 처음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만남부터 '조건'이 붙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첫 만남에서 덕담을 주고받고, 차기 정부에 당부도 하는 화기애애한 만남이 통상적인 모습이었다. 만남을 이어가면서 갈등이 생기긴 했지만, 시작부터 다투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만남 또한 조건 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역대 정부가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대화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임기 말 대통령 인사권 등 이런저런 조건이 붙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첫 만남에 앞서 '조건'부터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만남도 성사되지 않을 것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이런 만남은 과연 괜찮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공급망 위기, 북한을 포함한 외교 문제 등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참 많다. 그런데도 조건을 이유로 대통령과 당선인 만남이 무산된 것은 너무 미숙한 행동으로 보인다. 국가를 책임지기 위한 만남인데, 조건부터 말하고, 반박하는 상황은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첫 만남부터 조건에 가로막힌 만큼, 향후 모범적인 정권 인수인계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