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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공개하면 싸질까

석유업계는 오는 10일 심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석대법' 시행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법) 시행령 개정안'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된 바 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 막혀서 도입되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석유업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 공개 자체가 '담합'의 소지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미 정유사들은 제품 대상별, 업체별 전국 단위로 유가 평균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지역 단위까지 공개하게 되고 시장 지배력이 강한 정유사 위주로 가격 치킨 게임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치킨 게임 후에는 경쟁에 패배한 주유소들이 문을 닫게 되고, 결국 남은 주유소들이 다시 '암묵적인 가격 올리기 담합'에 들어간다면 겉보기에는 투명성이 확보된 것 같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정유사들은 제품 가격을 책정 시 국제 유가에 따라서 운송비, 저유비, 품질보정비 등만 붙여 팔기에 제품가를 더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세금 비중이 높은 국가 상위 10위 그룹 안에 들어가는데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며 "그만큼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에 제품 마진을 최대한 붙이지 않으면서 공급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도 정유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국가와 시민은 어려운데 정유사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수출 효자'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22년도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570억3700만달러(한화 약 73조7400억원)로 집계돼 기존 최고치인 2012년 532억51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 말인 즉슨, 정유사들은 업이기에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에 팔 기름을 수출할 때 수익에 유리하다면 그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비싼 주유소는 안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지만, 도매가를 공개하면 '싼 주유소가 '생기는 게 아니라 '비싼 주유소'마저 귀해질 수 있다. 서민 경제를 생각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일이지만, 그 방향이 오히려 시장 경제를 망가뜨려 서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3-03-08 15:33:38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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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통사, 40~50GB 이상 데이터 주는 중간요금제 빠르게 내놓아야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40~100GB 구간 내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이통사들이 24GB에서 31GB의 데이터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선보였지만, 데이터 양이 미미하고 가격도 1만원 안쪽으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더 큰 데이터를 주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라는 것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상반기 중 중간 구간의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에 대해 통신사와 협의 중"이라며 "이달 중 5G 시니어 요금제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현재 새로운 내용의 중간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중간요금제를 포함한 새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할 만한 요금제를 설계해야 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40GB 이상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이용자들이 선택하기에는 데이터 양이 많이 부족해, 결국 많은 고객들이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중간요금제 출시를 두고 '통신사의 수익성이 줄어들 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만약 데이터 50GB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내놓는다면 실제로 이 중간요금제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인당 1만원 안쪽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시니어 요금제도 LG유플러스는 이미 월 4만 5000원의 요금을 내놓았고, 이번달 경 SKT와 KT도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요금제 출시로 당장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통사들은 중간요금제 출시를 이제 더 이상 고민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지난해 이통사들에게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중간요금제 내용에 대해서는 뒷짐을 졌던 책임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통신 분야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를 한 만큼, 정부도 이통사에게 좌지우지 되지 말고 진정한 의미의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도록 이를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2023-03-07 11:07:53 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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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용부 '중대처벌법' 반박…누구를 위해 종은 올리나?

#. 올해 1월 19일, 본사는 ['중대처벌법' 결국 없앤다] 단독 보도했다. 그날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명칭 개정 또는 폐지를 검토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 한 달 뒤 JTBC는 ['CEO 처벌 조항' 삭제 검토…중대재해법 '누더기' 위기] 단독 보도했다. 그날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내용과 관련해 확정된바 없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중대처벌법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중대처벌법 도입 후 산재 감축 효과는 커녕 모호한 처벌 기준으로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사망한 노동자가 644명, 그런데 처벌은 단 1건도 없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중대처벌법을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여기고 있다. 기사 보도 후 고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사문화는 모든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작동이 안 되는걸 말하는데 중대처벌법은 작동되고 모든 사람들이 너무 알고 있는데, 확정 판결이 아직 없다고 사문화라 한다면 그건 아닌 듯."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있든 없든, 불명확한 처벌 기준과 장기화된 수사로 현장 혼란이 있든 말든, 법이 일단 시행됐으니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고용부의 인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JTBC 보도에 앞서 본지는 2월 1일 [고용부의 고해성사 "중대처벌법, 애초 계획 없었다"]란 후속 기사를 냈다. 중대처벌법 제정 전 고용부가 중대재해 발생 시 과징금 부과 등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검토했다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을 강화하고, 기업의 안전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재방식 개선, 처벌요건 명확화 등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936~39년 스페인 내전을 겪은 뒤 전쟁의 허무함을 표현했다. 여기서 종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교회의 조종(弔鍾)을 말한다. 노동자가 죽은 후에 울리는 종은 허무하다. 사망사고 발생 후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처벌법이 허무한 이유다. 본지는 사망 전 예방이란 법적 취지에 맞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이 시급하다고 썼다. 그런데, 고용부의 반박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023-03-06 13:38:44 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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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인원이 쏘아올린 ‘코인 재상장 논의’

앞선 지난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의 결정 서류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지난달 코인원이 위믹스 서비스 재개를 발표했다. 유통량 문제 등의 사유로 서비스 종료된 지 불과 두 달만에 벌어진 일로 업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또한 해당 결정 직후 투자자들로부터는 앞선 상장폐지로 인한 손실에 대한 원망이, 업계에서는 자율규제 기구인 닥사의 존재 의미에 대한 비판 등 상당한 논란을 초래했다. 그러나 코인원의 입장은 명확했다. 앞서 문제가 됐던 유통량 위반, 잘못된 정보 제공, 제출 자료의 오류 등에 대해 위믹스 측에서 문제 해결과 함께 보완책 마련에 성실히 임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반적인 상장 관점에서 보았을때 위믹스의 상장 결정은 타당했으며, 추후에도 문제 재발을 막기위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도 재상장 논란에 대해 비판만할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만 보더라도 퇴출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개선시간 동안의 성과에 따라 거래 재개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며 "가상자산업계는 아직까지 업권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퇴출이 결정되면 이후에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도 "앞선 논란과는 별개로 위믹스가 투명성 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라며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을 계기로 향후 업권법 제정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노력, 투명성 확보의 일부 기준점을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을 제기했다. 결국 옥석 가리기를 위한 '상폐'는 어쩔 수 없더라도, 개선의 의지가 명확할 경우 이들을 위한 구제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법안 마련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지금이 이 사안을 고려해볼 적기다. 거래소별로 각자가 마련한 기준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마련된 객관적 평가 기준이나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 앞선 위믹스 상폐 과정에서도 뜬 소문 속에 시세의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홀더(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었다. 업계 건전성 확보를 통한 투자자 보호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상장 기준 마련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

2023-03-05 15:58:24 이영석 기자
[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예탁원 사장 낙하산 논란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인선에 있어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있었던 4차례 예탁원 신임 사장 선임에서 매번 낙하산 인사가 반복됐다. 2월 말로 퇴임한 이명호 사장까지 세 명의 사장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면 이번에 선임된 이순호 내정자는 비관료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예탁원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이순호 내정자는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으로 일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이뤄지면 이 내정자는 빠르면 오는 3월 3일 임기 3년의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에 취임한다. 이 내정자는 신임사장 공모 직후부터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보은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활동 당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참여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내정자는 예탁원 신임 사장에 이미 낙점됐다는 공정성 논란과 더불어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은행법 전문가로 연구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예탁원의 주 업무인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해 예탁원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됐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예탁원 사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사장 선임에 앞서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사임하는 등 이해상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에 대한 예탁원 노동조합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노조는 이 내정자의 사장 선임을 지속해서 반대해왔다. 예탁원 사장직 응모 자진 철회, 사장 재공모 절차 진행 등을 요구했다. 금융위에서 이 내정자의 선임을 승인할 경우 예탁원 노조는 출근 저지 등 총력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기 예탁원 사장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진 상황이다. 우선 노조의 반발을 잘 해결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문성 부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이 내정자는 증권형토큰(STO) 사업, 자본시장법 개정, 차세대시스템 추진, 서울·부산 이원화된 업무공간에 따른 구성원 고충 해결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내정자가 이른 시일 내에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예탁원의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3-03-02 14:30:32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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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인제공자가 바뀌었다면

언쟁이나 싸움이 발생하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원인제공자를 찾는다. 이후 시시비비를 가려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묻고 필요하다면 처벌까지 이어진다. 억울한 점도 발생하겠지만 결과만 본 사람들은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지"라고 대부분 이야기한다.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현재 태풍의 중심인 은행권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내부적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성과급으로 적게는 300%에서 많게는 450%까지 받아갔다. 지난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은 높은 이자를 부담했지만 결국 이자가 은행들의 곳간을 채워준 것이다.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은 은행이라는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직접적으로 "은행은 공공재"라고 밝히면서 서민들의 이자 감면, 가산금리 인하, 취약계층 지원 등 최근 한 달 사이 고삐를 바짝 당겼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가 선을 넘고 있다는 의견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엄연한 민간기업이자 주식회사인데 과도한 개입으로 은행권 전체를 쥐락펴락해 금융지주들의 가치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일 쏟아내는 대책 역시 '속빈 강정'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을 장악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것. 은행권이 '돈잔치'를 벌인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은행권이 지난해 원인제공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뭇매를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협의가 되지 않아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다. 1인당 평균 임금이 1억원이 넘는 금융노조가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고 '귀족노조'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은행권에 대한 안좋은 여론은 이때부터 시작됐고 이번 '돈잔치'를 벌이면서 참아왔던 분노가 터진 것이다. 은행권이 잇속만 챙기지 않고 먼저 고객들과 서민들한테 베풀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터. 눈앞의 이익만 쫓기보다는 다가오는 이익을 계산해 움직이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2023-03-01 14:52:1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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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계열사 특별격려금 요구…위기도 함께할 수 있나요

"우리도 똑같이 달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직무와 상관없이 모든 임직원에게 400만원의 특별격려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러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도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 소속 대의원 100여명은 회사가 지급한 300만원의 특별격려금이 부족하다며 지난 22일 본사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치 우리도 현대차와 똑같은 금앨을 지급하라며 생떼를 부리는 모습이다. 현대제철 노조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기아와 비슷한 성과급을 받고싶어한다. 문제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역이익이 전년 대비 33.9%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노동자 계급화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들의 모습을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협력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은 늘어나면서 오히려 위기를 겪었다"며 "중소·중견기업에서는 (특별격려금) 이야기 꺼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실적과 상관없이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라는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특별격려금을 잘못 알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상황에 맞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지금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임금은 노사간 협상을 통해 진행되지만 성과급이나 특별격려급은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접적 지급 의무도 없다. 이를 요구하며 사장실을 점거하거나 집단 농성을 진행하는 건 더욱 그렇다. 이같은 여론이 쌓여서 일각에서는 '귀족노조'라고 지적한다. 만약 회사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외부 악재로 실적 악화에 접어들면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2023-02-27 16:21:09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사라지는 아이들, 학교는 텅 비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 절벽 위기가 지속되면서 교육을 받을 아이들도 사라지고 있다. 최근 한 중앙일간지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47곳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32곳, 전남 29곳, 전북, 강원 20곳 등이었으며 1명의 신입생을 위해 입학식을 진행하는 학교도 전국에 140곳이나 발생했다. 초등학교는 벌써부터 텅 비어 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지역별 양극화로 그치지 않고 수도권까지 위기가 퍼졌다. 1983년 역사가 시작된 서울의 화양초교는 개교 40여년만에 폐교가 결정됐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포함하게 되면 올해 폐교하는 서울 내 학교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성수공고 등 3개교가 더해진다. 수도권도 이제는 학령인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수도권 내에서도 인기 학군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월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114명 전원은 여전히 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와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교사 수급에도 오류가 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한 연쇄작용으로 교대의 인기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전국 교대 초등교육과 13곳 가운데 11곳이 '사실상 미달'로 분석됐다. 평균 경쟁률도 2대 1에 그치면서 선호도 급락을 방증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교사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선생님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의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정원 미달의 고충은 비단 교대뿐만이 아니다. 취학 대상 아동의 감소가 곧, 미래 인재 부족으로 직결되는 만큼 지방대학들의 충원 고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방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묘수는 아직까지도 요원하다. 실제로 지방대학들은 올해 추가모집에 추가모집을 반복하면서 진땀을 뺏다. 하지만 역대 최저 규모의 수험생 수가 예견된 2024학년도에는 더 큰 파도가 예고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는 단계가 초등학교일지 몰라도 현재의 위기는 중·고등학교를 넘어 대학까지 이어진다. 텅 비어 버린 학교는, 텅 비어 버린 나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눈앞에 닥친 인구 절벽을 대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이제는 정말 절실하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3-02-26 14:53:3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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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싼 한우' 가격 안정화 가능할까

한우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만이 한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최우선일까. 최근 한우 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소 사육은 늘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최근 한우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큰 폭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한우 도매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우 가격까지 저렴해진 것은 아니다. 산지 가격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르는 재료 가격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 5904원으로 전년 동월(1만 9972원·1kg) 대비 20.4% 폭락했다. 사육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육두수는 많은데 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은 올라 소를 키우면 키울 수록 적자라는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 경매가는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반면, 사료 가격은 한 포대당 약 80% 가까이 올랐다. 이에 최근 정부와 유관기관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함께 한우 세일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한우 소비를 촉진하고 있지만, 마트 물량은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이 다수다. 게다가 일반 소매점의 경우 한우 가격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유통비용으로 인해 한우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는 힘든 것. 정육점을 운영하는 소매상인들은 한우 도매가와 정육점에서 손질해 판매하는 상품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방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그램수가 줄어들고, 또 이 과정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든다는 것이다. 유통 구조상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해야하기 때문에 도매가격처럼 싸게 팔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한우 반값 할인행사와 함께 사육두수 14만 마리를 줄여 한우 가격을 잡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싼 한우'는 오늘 내일 이야기가 아니다. 한우가 비싸다는 인식은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자리잡아왔다. 14만 마리를 줄이면 그 후에는 하락한 도매가격이 뛸 것이고,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비용이 붙게 되고 결국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한우' 가격 탓에 지갑을 열지 않게 될 것이다.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좋은 한우 가격이 형성될 수 있게 유통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시적인 할인 판매 행사에 그칠 게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을 고려해 가격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또 사료 가격 인상분에 대한 정부 지원과 농가가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23-02-23 14:09:1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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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기일치법, 국회 이대로 손 놓나

윤석열 정부가 첫 정부업무평가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기관장이 임명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최하인 C등급을 줬다. 정부가 두 기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각각 올해 6월과 올해 7월까지가 임기다. 집권여당은 두 기관에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사람이 앉아 있다며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두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권력기관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의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고의감점 의혹' 감사 착수 자료를 기반으로 방통위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으며 이미 심사를 담당했던 심사위원장과 일부 직원들은 구속됐다. 감사원은 권익위에 대한 7주간의 특별감사를 실시하며 권익위를 압박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권익위, 방통위, 이 정부에서 폐지하려고 하는 여성가족부가 사실상 가장 꼴찌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의도가 있는 평가"라고 해석했다. 국회도 지난해 정권 초기마다 정쟁을 유발하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법을 개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상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우고 여당도 이에 공감하면서 '여야 3+3 협의체'의 주요 의제로 올랐다. 핵심은 5년인 대통령 임기와 3년인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때에 기관장의 임기도 만료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정우택 의원, 민주당에선 오기형, 김두관, 김성환, 김주형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있었던 회동에서 여야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추후 이뤄질 원내대표 회동으로 넘겼다. 여당은 모든 공공기관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 야당은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 등 현직인 전임 정부 임명자 거취 문제와 임기제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해야 한다는 것에서 이견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임기 일치 문제를 이대로 남겨두면 정권교체 시 불거지는 '알박기 인사' 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할 국회에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추후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가 현 정부의 국정 수행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2023-02-22 14:30:15 박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