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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는 '생물'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언제부터인지 정치권에서 격언으로 통한다. 정치인이 언제든지 입장을 다르게 낼 수 있는 뜻으로, 그러한 일들도 종종 일어나기에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곤 한다. 제6공화국이 들어선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이 격언의 함의(含意)에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격언이 새삼스럽게 떠오른 것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덕분이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던 나경원 전 의원에 온갖 비판을 쏟아낸 친윤(親윤석열)계는 어느새 입장이 달라졌다.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나 전 의원 힘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고심할 때, '반윤(反윤석열) 우두머리',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 등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친윤계 초선 의원 9명은 지난 6일 나 전 의원이 있는 서울 동작구 지역구 사무실에 방문, 양해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당시 나 전 의원을 찾은 박성민 의원은 "나 전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 뒤 두문불출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단일화 성사로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한 안철수 당 대표 후보를 향한 입장도 180도 달라졌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3월 단일화 공동선언에서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했다. 11개월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원팀'은 사라졌고 안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부정 세력'이 됐다. 당 대표 경선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는 7일 안 후보의 과거 발언을 언급한 뒤 "시장 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부합하는 생각과 소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 사실상 사상검증을 한 것이다. 물론 정치인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가 생물처럼 바뀌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생물처럼 정치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말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2023-02-07 13:26:52 최영훈 기자
[기자수첩]MZ를 향한 '진심'

3년 만의 대면 언팩 행사에 각국 미디어의 눈이 쏠렸다. 관객들은 'Galaxy'라는 글자 앞에서 'X'자 포즈를 취해 보이는가 하면, '브이로그'를 찍는 인플루언서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뮤지컬 공연 무대를 연상케 하는 장내로 진입하니 행사 시작 시간 1시간 전인데도 관객들이 1층을 가득 채웠고, 2층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이폰을 들고 언팩 행사를 촬영하기 바쁜 젊은 세대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최근 스마트폰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한국 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53%는 아이폰을, 44%는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아이폰을 가지지 못해 대성통곡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넌지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언팩 관객에게 "아이폰을 쓰시는데 언팩 행사에 오셨네요?"라고 물었다. 그는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언제든 옮길 준비가 돼있다"며 "오늘 갤럭시 S23 울트라 소개를 보고 바로 체험해 보고 싶어서 아침부터 일찍 왔다"고 웃어보였다. 실제로 아이폰14 pro 모델을 쓰고 있는 그는 "갤럭시 S22 울트라를 쓰고 있는 친구의 영향을 받았다"며 "젊을수록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카메라에 MZ 감성을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 갤럭시 S23 울트라의 카메라 기능을 발표하며 20분가량의 시간을 소모했다. 이와 더불어, 페이커를 등장시키며 게임 기능 향상에도 '진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MZ 아이폰 선호' 현상을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MZ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럭시 언팩 행사 직후에 사진 촬영과 모바일 게임에 진심인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숏폼 콘텐츠를 선보인다. MZ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GOS 논란'도 갤럭시 맞춤형 칩셋인 '스냅드래곤8 Gen2 for Galaxy'를 채택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원자재 값 인상과 인플레이션 상황 속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지만 MZ는 가격에 큰 신경을 두는 세대는 아닌 것 같다. '호텔 망고 빙수'부터 '명품 오픈런'까지 MZ 세대는 '가치'와 '가심비'로 움직이는 세대가 아닐까. 삼성이 원가절감을 버리고 프리미엄으로 MZ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2023-02-06 16:01:22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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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4 이통사 수익모델부터 고민해야

정부가 제4 이동통신사 본격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취소된 28㎓ 2개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 신규사업자 진입을 추진하기 위해 '5G 28㎓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과기정통부는 KT와 LG유플러스의 28㎓ 대역에 대해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과기정통부의 5G 28㎓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은 신규사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800㎒ 폭을 신규사업자에 할당하면서 최소 3년간 신규 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는 전용대역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지국은 28㎓ 주파수 대역 100~300개 핫스팟 지역에 깔면 돼 투자비는 많아야 3000억원이 소모된다"고 밝혔다. 또 5G 망 구축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속하고 2023년 투자액에 대한 한시적인 세액공제율 상향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알뜰폰 사업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이통사의 경우, 수조원을 지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하지만 그동안 제4 이통사 유치는 7차례나 엎어져 실패로 끝났다. 또 3000억원이 소모되는 것과 달리 뚜렷한 수익모델(BM)이 없다는 점이 신규 이통사로 진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5G 28㎓ 대역은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내 성능은 뛰어나다. 하지만 커버리지가 좁아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해 많은 투자비용이 투자된다. 과기정통부는 28㎓ 대역이 핫스팟에서 트래픽을 분산하고 메타버스, VR(가상현실) 및 증강현실(AR) 등에 유리한 기술이라고 홍보를 해 BM이 없다는 점을 커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안보의 특수성 때문에 해외 진출도 어렵고 내수 시장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제4이통사를 선정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신규 사업자가 어떤 수익모델을 낼 수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 투자비가 30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해도 수익모델이 없는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 그룹이나 업계 관계자 등 협의를 통해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8번째 제4 이통사 유치는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3-02-05 10:38:55 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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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화진 장관은 양치기소녀? "일회용컵 보증 못해요"

#.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세종과 제주로만 축소했다. #. 숟가락 등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식품접객업에서 시행했지만 과태료 부과는 유예했다. 환경부가 '탄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책을 냈다 뒤로 물린 사례들이다. 벌써 세 번째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작년 6월부터 전국 시행이 결정됐다. 이미 2년 전이다. 돌연 12월로 미뤄졌고, 시행 지역도 단 두 곳으로 축소됐다. 그러자 두 지역 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보증금제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사장이 일회용컵 사용시 보증금 300원을 가격에 넣어 판매한 뒤 소비자가 컵 반환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적용받는 세종과 제주 내 카페는 음료값이 다른 곳보다 300원 더 비싼 셈이다. 손님 발길이 끊기고, 고스란히 카페 손실이다. 현재 중저가 프랜차이즈인 빽다방과 메가커피는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는 시·도지사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사업자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원래는 환경부 장관 고시로 매장 수 100개 미만의 사업자에 시행할 수 있지만 이를 지역 단체장에게도 권한을 줬다. 그런데, 세종과 제주 외 타 지역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조례가 있는지 여부는 파악조차 안 됐다. 심지어 인구 절반 이상 분포한 서울과 경기, 수도권에도 관련 조례가 있는지 모른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환경부 장관이 시·도지사에 권한을 준 게 아니라 떠 넘겼다는 비아냥거림이 들린다. 좀처럼 썩지 않고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일회용컵은 환경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독일 정부는 일회용컵 생산 kg당 1.23유로(1600원)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는 kg당 150원에 불과하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친환경 세상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달라고 국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지자체, 카페 점주들 뒤에 숨어 조용히 외친다. "일회용컵 보증 못 해요."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소년의 거짓 외침으로 양들은 모두 잡아먹혔다. 양치기소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덕에 피해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몫이 됐다. 환경을 갉아먹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계속 외쳐도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봐, 두렵다. 그럼에도 "기후위기가 오고 있다"고 외치는 양치기소녀가 보고 싶은 이유는 왜 일까.

2023-02-02 11:05:16 원승일 기자
[기자수첩]1월 효과 이대로 끝나나

긴축 통화정책의 여파로 올해 증시에는 1월 효과가 없을 것이란 대다수 증권사들의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춰 강세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를 놓고 투자자들의 조바심은 커져가고 있다. 1월 코스피, 코스닥지수는 월간기준으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때 2000선에서 밑돌던 국내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을 돌파하고 조만간 2500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승세를 이끌었던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 결정적인 것은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내다 팔기만 했던 외국인들이 1월 한 달에만 7조원가량을 매수한 것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여기에 1300원선을 넘나들었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인 데다 팬데믹 봉쇄를 풀면서 중국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리오프닝 효과도 외국인 매수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요인을 예상치 못했던 상승장이 2월에도 지속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으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생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어 1월 상승세가 2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오히려 일시적인 반등이 끝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1월 상승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주의 4분기 어닝 쇼크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줄어들면 국내 증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메꿨던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증시에 실망해 높은 이자율을 내세운 채권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부적인 환경은 여전히 살얼음판이고 개인투자자들의 조바심은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증시환경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국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공매도 제도와 기업들의 무분별한 전환사채 발행, 그리고 분할 상장 등에 대한 신뢰회복 조치를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공정한 투자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정책과 기업, 그리고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3-02-01 14:55:10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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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CEO 물갈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물갈이가 막바지에 다달았다. 정부쪽 인사들의 이름이 최종후보까지 언급되면서 '관치금융' 부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지만 결국 승리는 내부출신들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주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서 수장에 오른 '모피아' 출신은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유일한 상황이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의 경우 외부인사 선임의 우려가 짙었지만 외풍을 이겨내고 내부출신인 진옥동 은행장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마지막 남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 자리에 대한 결과만 남은 상태다. 우리금융도 내부와 외부 출신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문제는 CEO 인사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료 출신 인물들의 등장이다. 민간 금융사라고 해도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기 때문에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정부의 지분이 한 톨도 없는 민간기업에 대한 인사개입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진부한 소리다. 하지만 대부분 1년도 지나지 않아 인사에 개입하고 장악을 하려든다. 금융당국을 이용해 금융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관치금융에서는 법(法)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해 금융활동이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 방침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산업은행은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를 통한 관치압박으로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다가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바 있다. 또한 이명박정부 때는 금융권 '4대 천왕',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부금회' 등도 관치금융 실패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 같은 관치금융의 폐해는 '금융의 도구화'로 금융산업 전반과 금융지원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민간 기업인 금융회사 인사에 관 출신 특정 세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회사의 장·단점은 내부출신이 제일 잘 안다. 관치를 막으려면 금융권 스스로가 먼저 개혁하고 투명해져야 한다. 금융권 CEO의 셀프연임 시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친 민간 금융회사의 연임조차 가로막는 것은 금융권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2023-01-30 15:38:3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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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 車 업계 전기차 판매 경쟁…소비자는 여전히 불안

"전기차 대세지만 구매는 시기상조 같아요." 최근 정부 지원금 등의 혜택을 두고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던 김모씨(43)는 오랜 고민 끝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김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차량의 선택폭은 넓어졌지만 충전 인프라와 AS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전기차는 부담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차량 정비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부 지원과 완성차 업계의 신차 출시로 판매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는 39만대로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도 2018년 2만7352기에서 지난해 20만5205기로 8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전기차 충전소도 넉넉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고속도로나 도심에 설치된 충전소를 보면 충전이 가능한 기기는 몇개 없다. 부품 결함으로 충전 기능을 못한 채 방치된 제품도 수두룩하다. 이번 설 연휴 이같은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고속도로에서 '충전소 레이스'를 펼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설 연휴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터리 충전에 애를 먹는 차주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여기에 겨울철에는 배터리 충전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부담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에 따른 부작용은 확대되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시장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400㎞가 넘는 주행거리와 첨단 기술, 혁신 디자인을 채택한 전기차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차치해도 배터리 기술 등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안정적인 시장 형성을 위해 당장 전기차를 판매하기보다 전기차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2023-01-29 11:45:47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아끼지 않는 교육

교육부는 올해 최초로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지만 현장에서는 값싼 교육을 궁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이 교육보다는 '갓성비' 인재양성 계획의 일부가 됐다는 지적이다. 증액분 중 특히 많이 늘어난 예산 역시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지원 예산이다. 최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값싼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부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는 교육부가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경쟁교육 과열과 함께 학교 서열화의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 교육 시장에서 공교육의 전폭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공교육의 실효성을 잃게 될 경우, 지금처럼 사립초, 국제중, 특목·자사고의 선호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어진다. 2022학년도 서울 지역 사립초 평균 경쟁률은 11.7대 1로 전년 6.8대 1 대비 크게 상승했고, 전국 주요 10개 자사고 역시 지난해에 최근 5년 사이 최고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로 인해 경쟁력 있는 학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즉, 공교육의 미흡함을 가정이 개별적으로 충족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19에 잠시 주춤했던 사교육 참여율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7.1%였던 사교육 참여율은 2021년에 75.5%로 급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이태규(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2016년 18조606억원이었던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15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소득 구간별 차이로, 2021년 월소득 300만원 정도의 저소득 가구 평균 사교육비는 14만8000원, 700만원 가량의 고소득 가구는 54만원으로으로 약 40만원 가량의 큰 차이를 보였다.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가구소득 800만원 이상인 집단은 200만원 이하 집단보다 사교육 참여율이 1.85배 높고, 사교육비 지출도 5.1배 많은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공교육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아낀다면 그 몫은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떠넘겨진다. '계층 이동 사다리'로 불리던 교육은 어느새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변질됐다. 경쟁교육 과열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 지금, 가정이 아닌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2023-01-26 15:47:3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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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기한' 제대로 알려야

올해부터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대체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다. 소비자들의 식품섭취 기간이 늘어나고 폐기비용 감소와 농산물수요증가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비기간 표시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명절 전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마트에서도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이 적힌 제품이 대다수였다. 정부가 시행 첫 해인 올해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면서 아직 대다수의 식품 기업들이 소비기한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안내나 소비기한 관련 홍보물 등도 없어 소비자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기한'을 검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연구팀에서 소비기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의 52.9%는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사서 먹겠다고 응답한 반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6.2%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해 이러한 응답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기한과 달리 소비기한은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제품의 보관 상태와 관계없이 섭취하면 안 된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식품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맛과 품질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점을 설정시점으로 산출한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한 반면 소비기한은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80~90%로 설정한 것이 차이점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소비기한을 유통기간처럼 착각해 기간이 경과한 제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큰데다 경과한 제품을 섭취했을 때에는 안전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기한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소비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 최종시한인만큼, 소비기한의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알기 쉽게 기재하는 등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1년간은 계도기간으로 제도가 정착되기 까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적힌 제품이 혼재돼 판매되므로 제품 구매 시 표시된 날짜와 보관 방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23-01-26 10:40:45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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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수님의 경고, '연금개혁' 진정성으로 국민 설득해야

"학생들의 부모님 세대는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었지만 학생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수업이었던 '복지정치론'을 강의하던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생들은 90년대 생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막혔던 기억이 났다. '국민연금은 취업과 동시에 의무 가입되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도 그럴것이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에 납부를 시작한 사람은 만기를 채울 시 70%의 소득대체율(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대비 퇴직 후 연금으로 받는 액수의 비율)을 받을 수 있다. 도입 당시 가입 유인을 확보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후하게 설정한 면도 있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통과된 연금개혁안을 보면, 보험료율은 9%(근로자와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까지 낮아지도록 설계했다. 소득대체율이 제도 도입 당시보다 30%포인트가 떨어지고 기금도 2057년(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에 고갈된다고 하니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도 간다. 지난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도출한 국민연금 개혁안 다수안은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2%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다만, 사용자 측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시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이제 학생들은 큰일 났으니, 노후를 대비해서 국민연금 이외에 여러 방법을 강구하라" 쯤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하지만 지금 행정부와 국회의 논의는 주로 기금 소진에 앞서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조정하냐는 '모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대 직역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사적연금 개혁을 통한 노후 보장 시스템의 공고화는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복수의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 및 논의하고 500명으로 구성할 국민의견수렴기구의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개혁안을 통과시킬 구상이다. '속전속결'로 처리하기엔 '모수개혁'이 근본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개혁하는 '구조개혁'보다 매력적일 것이다. 결국은 정치다. 남은 시간 아래, 정당은 이해관계자와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국민을 위한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설득에 나서야 한다.

2023-01-24 15:49:00 박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