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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보호무역주의 시대, 탈출구는

세계는 지금 '탈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7~8%대를 유지하던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2~3%대로 추락했고,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결국 강대국의 지도자들까지 자국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라는 카드를 경쟁하듯이 꺼내 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가장 주목 받았던 보호무역주의의 상징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입법 성과로 IRA를 꼽을 만큼 IRA의 여파는 컸다. 역내 생산, 개발된 원자재와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은 미국의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기업을 미국 땅에 유치함으로써 일자리를 제공해줄 거라는 희망을 주기 충분했다. 문제는 유럽마저 벤치마킹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IRA를 똑닮을 것만 같은 핵심원자재법(CRMA)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세부사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또한 '유럽판 IRA'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유럽이 핵심 산업광물과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유럽한국기업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는 EU 측에 "보호주의를 우려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도 6일 주한 EU 대사를 면담하고 있지만 법이 한국 기업들에게 입힐 영향은 미지수다. 정부는 ▲EU 및 개별 회원국들의 IRA 대응 동향 ▲EU의 경제입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9월 CRMA 입법 계획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초 법안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EU의 CRMA도 광물과 원자재의 탈(脫)중국화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EU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겪으며 원자재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어 법의 강도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CRMA에 대해 "법안 초안 공개 이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해, 기업들에게 미덥지 못한 인상마저 풍겼다. 결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법의 윤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자세보다 끊임없이 EU에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기업들도 공급망 다각화에 힘을 기울여야 다가올 또다른 어려움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022-12-08 15:14:00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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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 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정치권 상황은 협치가 아닌 대치 분위기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10·29 참사 진상규명 등 여야가 대치 중인 현안은 다양하다. 대통령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러서일까.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는 진심으로 싸우고 있다.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 가운데 물가와 금리가 치솟고,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인 수출마저 부진한 상황에 여야는 싸움부터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야는 '자신만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에 필요한 복지 또한 '서로의 것'만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하기 위해 협상하지만, 합의까지 가지 못한 이유는 서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협상은 쉽지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 "2023년도 예산안 총감액 규모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감액에 대한 (민주당과) 견해 차이가 워낙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정부가 감액 사업 규모에 대해 너무나 터무니없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여야가 '정치 현안'을 가지고 대결 구도를 이어가면 예산안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양당 원내대표들과 정부에 예산안 처리 일정을 최우선으로 합의해 줄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고 했지만, 여야가 양보 없이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10·29 참사 책임을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에 나서면서, 예산안 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를 추진하는 민주당에 지난 5일 "지금 민주당에 중요한 것은 민생 살리기인가, 그분 살리기인가. 선을 넘지 말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이상민 장관의 거취와 내년 예산안 처리 연계는 민생을 대통령 고교 후배 장관 방탄에 사용하는 나쁜 정치"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지금은 여야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있어 '정기국회'라는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2022-12-07 14:03:39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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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간 '상생'이 곧 나의 '생존'지킨다

국내 산업계 대부분은 여전히 적자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시위를 벌이거나 수년 노력해 일궈온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타 기업이 가로채는 등 수 많은 경쟁사들은 나의 생존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IT업계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굵직한 대기업들은 IT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적극 도모·지원 할 뿐만 아니라 IT골목상권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3년 이후 생존률은 38%다. 5년평균 생존률은 30%가 채 안된다. 70%의 스타트업들은 창의력과 개발력을 기반으로 IT 업에 야심차게 뛰어 들었지만 3년차를 뜻하는 '데스벨리'구간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ICT를 기반으로 한 여러 기업들은 유니콘기업 발굴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핵심 기술력과 전문 지식, 경험이 풍부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에 한표를 던진 셈이다. 또 미래 기업 성장 경쟁력에 이들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극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진행된 공모전을 통해 스타트업 20개를 새로 선발했다. 이들은 향후 1년간 C랩 아웃사이드의 육성과 지원을 받게 된다. 2012년 12월 도입된 C랩 인사이드는 회사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현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 원의 사업지원금이 지급된다. 또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1년간 지원한다. LG전자도 매년 유망 스타트업 발굴 행사를 열고 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동 연구 개발(R&D), 사업화 지원 및 글로벌 홍보 추진 등을 진행한다. LG는 스타트업들의 제품, 기술, 사업모델 등과 관련해 LG와 협력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개발부터 사업화 검증 단계까지 지원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도 이에 동참했다. SKT는 ICT 기술을 활용한 ESG 문제 해결 및 사회 가치 창출 방안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들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SKT는 카카오와 함께 양사가 100억원씩을 출자해 총 200억원의 ESG 펀드를 조성해 ESG 혁신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계획으로 SKT가 결성한 'ESG 코리아 얼라이언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의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 외 네이버클라우드, 포스코 등도 IT기반 글로벌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나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모래시계'에 비유한 것처럼 앞서 기업들은 스타트업들의 존폐를 떠나 끝없는 시간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에 한 뜻을 모은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는 적자생존이 아닌 기업 간 상생만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지킬 수 있다는 정신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 산업군에 확산된다면 '데스벨리'구간을 넘지 못하고 있는 남은 70%스타트업들의 성공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앞서 기업들의 지원으로 이미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이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미래의 스타트업 육성에 이바지 할 것도 기대한다. 이같은 사업 경쟁력이 전 산업군에 빠르게 작용해 3년만에 도태되는 스타트업들이 없길 바란다. 사실, 이들 중 제 2의 삼성전자, LG전자, SK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22-12-06 14:18:42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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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 통과, 신중 기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통해 박성중·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3명이 각각 대표 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후 이를 통합 조정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 개정안 등이 같이 담겨 있는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통과됐다. 이번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에 이중화 조치를 의무적으로 마련할 것과,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이 규제는 이동통신 3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됐는데, 이번에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는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외산 사업자까지 포함되고, 삼성SDS, LG CNS, SK C&C와 같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한 부가통신사업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인 만큼 법안 통과에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카카오도 이번 사태로 IDC 이중화·이원화 조치를 제대로 갖출 것이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포함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 신생기업들이 IDC를 추가로 구축하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비용을 최소 2배 이상 들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개정안에 담긴 규제는 미국과 비교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한국 데이터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의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발전이 해외에 비해 많이 뒤쳐지게 될 수도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 대책을 빨리 수립하는 것도 좋지만 데이터센터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22-12-05 11:07:26 채윤정 기자
[기자수첩]고용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가이드라인일 뿐

"작업 전 안전교육 한다며 서류로 주는데, 그걸 보고 있을 시간이 있어요? 물 먹고 화장실 다녀오기도 빠듯한데." 모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회사와 노동자 자율로 위험성평가를 한다는 고용노동부 로드맵에 대해 묻자 한 노동자는 귀찮듯이 답했다. 실제 여력 있는 대기업들마저 서류 작업을 통해 안전 관리를 한다. 그저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방안에만 몰두한다. 여력 없는 영세 기업은 안전 교육할 시간도 빠듯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아직 기업들은 자율보다 타율적 규제에 길들여져 있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돈 쓰는 일로 치부한다. 노사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위험성평가'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이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노사가 작업 현장에서 일일이 위험 요소들을 찾아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장에는 제3자인 안전보건관리 감독자가 주재한다. 보다 현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엄격한 개선 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감독자에게 명령 권한이 없다. 노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고용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후 한국노총은 "관리감독자의 권한과 여건 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시 노동자 책임만 강화될 것"이라며 "관리감독자의 책임성 강화는 단순히 가이드,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노동부 장관이었던 알프레드 로벤스가 1972년에 쓴 '로벤스 보고서' 발표 후 '자율 예방체계'를 구축했다. 규제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한계가 있어 자율 규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200여 페이지 넘는 방대한 보고서 내용을 대폭 수용한 영국 정부의 결단도 있었지만 중심에는 더 이상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노사 주체들의 책임과 개혁 의식이 있었다. 자율에는 책임과 권한이 뒤따라야 한다. 노사 스스로 하는 위험성평가가 요식 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안전관리를 비용이나 투자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도, SPC 제빵공장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도 우리의 아들, 딸들이었다.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내 소중한 가족의 일원으로 안전관리에 공동 책임을 질 때 중대재해 감축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2022-12-04 10:36:47 원승일 기자
[기자수첩] 한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

금리인상에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자금경색이 겹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구조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PF를 펼쳤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수익성없는 사업부를 통폐합하며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사업으로 커다란 수익을 손쉽게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는 등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바빴다. 일부에서는 증권사들이 본연의 사업보다는 무리하게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사는 2020년 말과 올해 3월 말을 비교했을 때 부동산 PF익스포저(위험노출 투자액)가 1조1000억원 증가했으나, 중소형사는 2조800억원 늘어 부동산PF에 대한 위험 노출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이같은 우려의 소리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되면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계속해서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연속으로 단행한 데다 호황이었던 부동산마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발 부동산 금융 시장의 한파는 결국 중소 증권사의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 정부와 대형증권사들이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한번 얼어붙은 시장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중소증권사들은 상반기에 펼쳤던 성과급 잔치는 잊고 이제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효율을 내세워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시장 호황에 춤췄던 근시안적인 경영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직원들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나 경영진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책임지고 경영난을 돌파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2-12-01 16:34:44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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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믹스 사태, ‘투자자 보호’는 누구의 책임일까

아이러니하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위메이드 간의 다툼은 양쪽으로 갈라져있지만, 양쪽에서 내세운 가치는 모두 '투자자 보호'다. 그렇다면 양측에서 내세운 투자자 보호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당연하게도 뒷전으로 밀려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상장폐지 이후에 누가 더 많은 돈을 잃었는지 자랑아닌 자랑의 행렬이 이어졌고,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산업에 견줄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공시와 같은 기초적인 규제 조차 없다. 이미 당정 협의를 통해 '디지털자산법' 입법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법과정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계적인 입법으로 속도를 낼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단기간에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제 공백을 탓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해서 시작된 최소한의 몸부림이 5대 거래소의 연합체인 DAXA(닥사)다. 루나·테라 사태 때만 하더라도 제각각의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졌고, 다시금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였다. 이에 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될 경우, 공동 대응을 통해 최소화 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규제가 없는 상황을 방관하기 보다는 거래소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공동합의체를 통한 자율규제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닥사의 결정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수용을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법정기구도 아닐뿐더러, 의사결정 절차의 비공개 등은 닥사 측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사태 빌미를 제공한 위메이드에게 면죄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를 진정 고려했다면 행동 이전에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올 초에도 사전 공시없는 대량매도로 이슈가 불거진 바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소명 과정이 진행되는 중이었음에도 과한 자신감을 표하면서 상장폐지는 없다는 제스처가 오히려 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잊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보호'는 사실 어느 한쪽이 소유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산업의 발전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모두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추락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오히려 과해보일 수 있는 보호 조치까치도 필요해 보인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

2022-11-30 15:17:15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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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 건너 불구경 언제까지

한국인의 성격은 빠르다.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해 무조건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일 처리를 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움직이면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성격 급한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언급된 디지털자산법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속도가 느린 것일까. 지난해 암호화폐 인기는 절정을 나타내면서 비트코인 하나가격이 6만9000달러(약 8100만원)를 기록,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만6000만달러로 1년 새 77%가 폭락했다. 올해 세계 경제 침체, 루나사태, 최근에는 FTX 파산신청까지 악재가 가득했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됐지만 올해 벌어진 사태들로 인해 특금법의 한계가 드러났다. 1원으로 내려가는 코인을 알려줄 장치도, 상장폐지 직전 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들을 제어할 방법도, 문제가 있는 코인의 상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투자자 보호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다. 국회와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지만 항상 제자리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가상자산 규율체계 관련 법안은 총 16개로, 현재 국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지속적인 논의와 직접적인 조치는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참고하겠다는 이야기,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행정명령 등 각국 규제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 등 올 초부터 나왔던 이야기들이 여전히 들리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장 주식이나 펀드·보험 등 제도권 금융상품과 달리 암호화폐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자산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지만 루나사태가 발생 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는 논의 중이다.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돼 시행되기 전까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말만 앞서기 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증명을 해야 될 시기다. 선비 같은 걸음 말고 시대에 맞춰진 빠른 걸음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태계가 오염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11-29 15:47:40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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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화물연대 총파업 산업계 '초토화'…여야 기싸움보단 민생 현안 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에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내년 국내기업에 쓰나미급 한파가 닥쳐올 것."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초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내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올해만 두 차례 총파업에 나서면서 산업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내년엔 본격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이번 총파업 사태는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급감했고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건설현장도 '셧다운'이 우려된다. 완성차, 철강, 정유 등 산업계도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6월 8일간 진행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피해금액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번 총파업에 따른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않다. 화물연대가 비조합원이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 차량의 공장 진출입을 막는 등 봉쇄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6월 이같은 봉쇄조치로 총 72만 1000톤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해 약 1조 1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완성차 업계는 직원들이 공장에서 직접 차량을 운전해 고객에게 인도하는 상황까지 갔다. 만약 글로벌 경기침체와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경영 악화가 장기화 된다면 국내 산업계도 인력 감원과 투자 축소 등 전사적 비용 감축에 나설 수 있다. 결국 국내 산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중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근 화주가 운수사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을 삭제하는 등 현행보다 화주 책임을 줄이는 제도 개정을 준비했다. 안전운송운임을 삭제하면 화주와 차주간 업무 연결고리가 끊어져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는 반발했고 총파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매번 안전운임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만큼 대안을 마련, 제도화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가 기싸움을 펼치기보단 민생 현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바란다.

2022-11-28 15:25:31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가격 인상 대신 용량 줄이는 '꼼수'…소비자 권리는 어디에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식품 가격을 마냥 올릴 수 없다보니 기업들이 중량을 줄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 가격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량 변화는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전략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이라고 한다.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간단히 말하면, 식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 원재료를 쓰는 대신 가격을 올리지 않는 전략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9월 토핑 요구르트 '비요뜨' 용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다. 농심 '양파링'은 84g에서 80g으로, '오징어집' 용량은 83g에서 78g으로 줄였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아이스크림 제품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크기가 줄었다는 소비자 불만 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자에 질소를 절반 이상 충전하거나 여러겹 과대 포장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량까지 줄여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비싸진 원재료를 빼거나 저렴한 재료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맥도날드는 이상 기후로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매장에서 양상추를 평소보다 적게 제공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았다. 롯데리아는 일부 매장에서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어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하지 않았더라도 결국은 내용물을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 재료를 사용했으니 사실상 값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뒤늦게 용량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안 소비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마다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어렵다. 정부가 이를 제재할 법적인 방안이 없고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용량을 줄였다고 발표하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 대비 용량을 꼼꼼히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업은 중량 감소를 고지해 소비자의 불신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 않을까.

2022-11-27 15:28:39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