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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일관계 정상화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제3자 변제'라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결단함으로써 한일정상회담은 이뤄졌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12년 만에 셔틀외교 복원, 수출 규제 해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에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일본 실무 방문으로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이 일본 방문 성과를 연일 부각시키고 있음에도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의 10명 중 6명은 이번 윤 대통령의 한일외교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에 내준 것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일본 정치인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를 비롯해 독도·위안부 문제 등 연일 한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외교당국을 통해 유감 표시와 재발 방지 요청을 했다고 밝힐 뿐, 들끓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일관계가 개선돼 양국 국민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미래로 함께 나아간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은 한일정상회담 이후에도 과거사에 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정상이 만나 '화합주'를 마시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고, 일본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환영을 표했다는 것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36년 동안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저력이 있다. 자긍심은 누구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절반을 채웠다는 물잔의 절반은 아직 비어있다. 일본은 그 물잔을 채우는 대신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 청구서를 내밀었다. 오는 5월 방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본의 더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길 바랄 뿐이다.

2023-03-23 14:52:24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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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조 회계 공시가 필요한 이유

최근 회계업계의 화두는 단연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 요구'다. 윤석열 정부 이후 노동조합에 대한 회계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면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회계자료의 내지 제출 요구는 월권"이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고용부는 노조법 제14조의 자료 비치와 제27조의 노조 의무에 근거해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회계자료 제출 노조에 대해서만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도 정비했다. 여전히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가 86곳(26.9%)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은 64곳 중 39곳, 한국노총은 178곳 중 32곳이다. 노조는 회계자료 미제출이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이어지는 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걸 말한다. 회계 자료 제출은 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정부가 사업 수행 주체의 요건을 확인하고,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데 노조가 주장하는 '권리행사 방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1521억원(고용부 177억원, 광역자치단체 1344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조합비 연간 세액공제(15%) 금액도 3700억원에 달한다. 노조 등 비영리법인은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꼼꼼한 회계감사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으로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셈이다. 깜깜이 회계는 온갖 내부 비리로 이어진다. 잊을 만하면 노조비 횡령 및 배임 문제가 불거진다. 노사 법치가 확립돼야 기업 투자가 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노조가 정치적 투쟁을 일삼으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반대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특권의식에 불과하다. 노조 본연의 기능은 근로자의 권익 보호다. 사측에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면서 노조 집행부의 회계 자료 제출 거부는 '내로남불' 그 자체다. 정치적 투쟁을 멈추고, 회계 공시 의무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미경기자 mikyung96@metroseoul.co.kr

2023-03-22 15:48:12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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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금융위기와 실수

2012년 5월 7일 저축은행 4곳의 영업이 정지됐다. 오전 11시.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에서 73억, 경기저축은행에서 48억, 영남저축은행에서 18억원이 인출됐다.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인 부산솔로몬에서는 35억, 호남솔로몬 저축은행에서는 29억원이 빠져나갔다. 금융당국은 "인출규모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니 예금자들은 차분히 대응해 달라"고 했다. 지난 10일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급불능으로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이후 SVB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전 세계 금융주가 급락하며, 그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하락했다. 여기에 아마르 알 쿠다이리 SNB 회장이 CS에 추가 재정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가는 스위스 증시에서 장중 30%나 폭락했다. 어디에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고, 미국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저들 은행으로부터 시작된 불똥이 우리에게 제한적인 것은 확실할까. 2012년 저축은행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 등 국내경기가 침체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5%대까지 금리를 올리며 발생했다. 시차를 두고 연체율이 오르며 부실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은행으로부터 발생한 금융위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금융당국은 최근 제일 약한고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지목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금리가 오르며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PF 대출이 급격히 오른 여신전문회사와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당국 관리감독이 닿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감독원이 아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감사권한을 갖고 있어 금융당국이 관리할 수 없다. 불똥이 튀는 시기, 제일 약한고리로 작용할 경우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 한다. 지나온 발자국을 통해 현재 방향을 알았다면, 원하는 미래를 위해 방향을 조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또 다른 안일함으로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2023-03-21 16:08:01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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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링, '서울 도심 미세먼지 체험 대관람차' 우려

20일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해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탑승해도 열에 아홉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는 걸 아는 시민들도 미세먼지 때문에 기존에 쓰던 비말마스크 대신 KF94 마스크를 찾아 쓸 정도로 이날 대기 질은 나빴다. 그간 배출가스 5등급차를 미세먼지 유발 주적으로 삼아왔던 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저공해 조치를 실시하고 운행 단속을 강화해 왔다. 시는 지난 2005년부터 5등급 노후 경유차를 대상으로 조기폐차,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의 저공해 사업을 벌여 총 50만7918대에 대한 저공해 조치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서울 하늘을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시간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에 해당하는 84㎍/㎥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시기에 오세훈 시장은 유럽 출장을 떠나 정책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시는 오 시장이 15일(현지시간) 런던 하이드 파크 일대를 둘러보고 '서울링'이 들어설 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서울의 공원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서울 공원 명소화' 구상을 제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17일 배포했다. 서울링은 쓰레기 매립장을 복원해 만든 마포구 상암동 소재 월드컵공원에 건립되는 대관람차다. 96m 높이 하늘공원 위에 지름 180m로 만들어져 중심축과 바퀴살을 없앤 고리형 대관람차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허나 서울링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은 요원해 보인다. 과거 큰 실패를 맛본 대규모 토건 사업의 안 좋은 선례(4대강, 세빛둥둥섬 등)를 떠올리며 세금이 살살 녹고 있다고 비판하거나 마포구에 자원회수시설을 증축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관광명소를 만드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설령 서울링이 100% 민자수익형 사업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문제다. 성공하면 민간기업 배불려주기가 되는 거고, 실패할 경우 민간사업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소송을 걸어 손해의 책임을 떠넘기길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번 출장에서 서울링 건립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 구상 보다는 유럽 도시들의 맑은 하늘을 보며 서울에 벤치마킹해 도입할 미세먼지 저감책을 모색하는 게 나았을 듯하다. 서울링이 '서울 도심 미세먼지 체험 대관람차'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느 누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해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서울의 풍경을 구경하겠다고 몇만원씩 내고 대관람차를 타겠는가.

2023-03-20 15:53:2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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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도 사람이 만든다

요즘 반도체 회사 내부 분위기는 참으로 냉랭한듯 하다. 업황 악화로 비용 줄이기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나마 힘든 일상을 위로해주던 성과급도 사실상 받기 어려워져서다. 시장 특성상 어쩔 수는 없다고 해도, 성장 가능성만 믿고 오랜 공부 끝에 반도체 전문가가 된 국내 최고 인재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나 학계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어두운 반도체 전망은 대학 입시에서도 드러났다. 한때 일부 의대와도 경쟁하던 반도체 전공학과가, 이제는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버렸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 입시학원에서도 의대 선호 성향이 분명하단다. 특히나 최근 정계 태도도 반도체 전문가들을 실망케하기 충분했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국가적 위기까지 우려됐고, 결국 부담을 줄이는 'K칩스법'이 나왔음에도 모두가 외면했다. 반도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장비나 연구 개발은 물론, 전문가 육성과 보상 등 인적 자원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재가 부족한 때에는 비용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K칩스법이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물론,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를 통해 인재들을 지켜내고, 또 새로운 인재들을 찾으면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그나마 거대 양당이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는 모습이지만, 반도체 업계가 입은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에게는 K칩스법이 어느새 재벌을 위한 특혜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이같은 논리로 K칩스법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려움에 처한 반도체 업계와 종사자들에 '쌤통'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세금이 줄어들면 소외계층 지원이 줄어들 거라는 주장도 그리 와닿지가 않는다. 예산이 줄면 복지부터 줄어들 거라는 얘기, 낙수효과다.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낙수효과를 지켜야한다는 셈이다. 반도체 업종 고액 연봉자들이 내는 세금과 기부가 적지 않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옛말은 기업에는 몰라도 사람 개개인에는 꽤나 맞는 말인듯 하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지원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기왕이면 인터내셔널을 꿈꾸자.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3-03-19 11:23:17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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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요한 것은 신용

신용은 중요하다. 경중과 관계없다. 동네 친구와의 약속은 물론, 가족, 직장 등 여러 관계에서 신용은 필수다. 신용이란 특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네 슈퍼에서 파 한 단을 사더라도 같은 값이라면 유기농 혹은 무농약을 선택한다. 더 건강하고 질 높은 식품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파와 유기농, 무농약 파의 영양소는 유사하다. 같은 값의 유기농 파 한 단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은 실질적으로 신용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의 주거래 은행 역할을 했던 SVB는 1만여 개에 달하는 미국 은행시장에서 20위권 내에 명함을 내걸 정도의 우량 금융사였다. SVB는 팬데믹 당시 고금리를 내걸며 자금을 조달했다. 우후죽순으로 풀린 자금을 높은 비용을 부담해 조달했다. 이후 미(美)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을 시작하자 자금난에 시달린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SVB에서 자금이 말랐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돈을 맡긴 기업들이 돈을 빼면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했다. SVB가 파산한 이유는 신용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SVB의 파산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뱅크런의 속도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SVB 파산의 핵심은 신용 하락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 디지털 전환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다.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예금주들이 뱅크런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자금이 빠져나간 탓에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저축은행 사태 또한 신용이 무너져서 발생했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계 유동성 비율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를 한참 넘어섰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중앙회가 나서서 신용을 증명했다. 금융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조기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 편의성이 높아지면 자금을 빼는 것만큼 맡기는 것 또한 간편하다.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2023-03-16 08:43:37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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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린 어른들의 수집품

유통가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번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그야말로 캐릭터 열전이었다. 수많은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 했고 몇몇 상품은 판매 시작과 함께 품절돼 중고시장에서 웃돈까지 붙었다. 문구에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상품들이 얼핏 보기엔 초등학생 나이 쯤에나 좋아할 듯 하지만 정작 구매자 연령은 2030세대였다. 가장 활발히 연애를 하고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할 2030세대가 연인의 날을 겨냥해 만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또 희한한 일이다. 과자에 든 작은 오뚜기를 모아 진열하고 스티커를 수집해 차곡차곡 붙이고 이 모든 일들이 2030세대가 하는 일이라니! 20년 전 쯤이면 나잇값 못하는 짓이라며 손가락질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쓰는 기자도 최근 편의점에서 짱구 스티커씰을 모으고 있다. 캐릭터 컬래버 상품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주변 친구와 동기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 어느 덧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는 나이다 보니 조카 선물을 종종 사러 간다. 잘 모르니 추천을 받으면 또봇, 신비아파트, 시크릿 쥬쥬, 캐치티니핑, 포켓몬스터 등을 추천해준다. 어린시절 쥬쥬인형을 가지고 놀기는 했지만 내가 기억하던 것과는 영 다르고, 포켓몬스터도 열광했던 세대지만 피카츄를 빼곤 생소한 캐릭터들이다. 다시 캐릭터 컬래버 상품들을 보면 이들 브랜드는 실종된다. 편의점 계산대 아래 4,5살 난 아이들의 눈높이 쯤에는 쥬쥬 립스틱과 같은 것들이 있지만 가장 눈에 잘 띄는 선반에는 아이들은 처음 보지만 기자에겐 익숙한 상품이 가득하다. 2030세대들이 어린 시절 열광하던 캐릭터 상품을 '플렉스(Flex)'하고 여기에 유통가 전체가 매달리는 모습은 당연하면서도 어색하다. 이들 세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 거리낌 없다거나 40대 만큼이나 큰 구매력을 보인다던가 하는 마케팅 타깃으로서의 특성을 지우고 보면, 캐릭터와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 어른'들의 모습이 남는다. 작고 소박한 캐릭터에 즐거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남 눈치 안 보고 수집품을 자랑도 하는 모습은 어린이들과 다르지 않다. 취향에 당당해진 청년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지만, 여느 때보다도 청년이 기댈 곳 없이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사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여기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경기가 나아지면 캐릭터 컬래버 열풍도 끝나는 걸까?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3-03-15 16:05:17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연착륙과 야당의 역할

윤석열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매수심리는 회복되고 집값 하락폭은 축소되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3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1% 하락했다. 하락폭이 전주(-0.24%)보다 0.03%포인트(p) 축소되면서 4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3에서 67.4로 1.1p 상승했다.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량은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1402건, 2073건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1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1066건) 이후 1000건을 넘지 못했던 매매량은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회복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집값이 너무 빨리 하락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까 걱정했지만, 올해 1~2월 집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금융안정 측면에서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실효성을 뒷받침할 관련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분양과 거래 절벽 해소를 위해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은 현재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재건축 대못 규제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관련 개정 법안의 경우 6개월째 국회 문턱만 맴돌고 있다. 여야가 대치 중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재초환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규제 완화 개정안이 수개월이 지나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명분마저 져버리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정쟁 속에서 법안 처리가 계속 늦어지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여·대정부 투쟁을 이어가는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이제라도 관련 법안 통과에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023-03-14 13:47:52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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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택시요금인상'

"이러다가 다 죽습니다. 길빵만 3시간째다" 30년차 택시 기사 김 모씨(54세, 서울 마포구)의 말이다. 서울 택시요금 인상이 시행된지 약 2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큰 개선은 없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가 약이라고 기대했던 게 결국 독으로 돌아선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택시 대란을 해소 하고자 2019년 이후 4년 만에 택시요금 인상을 시행했다.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 기사 수입과 택시 공급이 함께 늘어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에 선순환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지난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시간과 심야 시간 대 택시 공급과 수요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업계 내 볼멘 소리가 가득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라고 주장한데 에 따른 결과다. 일환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 시켰지만 택시 시장 회복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택시 부재 해제와 심야 할증 확대, 공급, 수요 확대를 위해 요금인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다. 이에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이 1000원 올랐고, 운행에 따른 기본 거리가 2km에서 1.6km로 줄었다. 또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 모범택시 기본 요금도 7000원으로 약 10% 이상 인상됐다. 대폭 상승한 셈이다. 택시 요금 인상이 실제 궁극적으로 택시업계와 국민들의 삶 전반에 약이됐을까. 독이됐을까. 업계 대부분은 시행정책으로 또 다른 사회 문제가 야기되면서 혼란만 가중됐다는 중론이다. 구체적으로 개인 택시가 추가로 도심에 넘쳐나면서 과잉 공급 사태가 생겨났다. 또한 주말, 심야에만 택시가 몰리면서 정작 수요가 적은 시간대는 택시를 잡기가 힘들어졌다. 앱을 이용한 택시잡기 경쟁이 불붙으면서 가맹, 비가맹간 의견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종합적으로 요금 인상이 택시 수요 위축, 공급감소로까지 이어지면서 택시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공공요금과 물가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택시보다는 걷거나 자전거, 퀵보드를 타겠다는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실제, 택시 대란이었던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사이에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은 줄었고 거리엔 일명 '길빵'하고 있는 택시들이 넘쳐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택시 요금 인상 시행 이전 이미 우려했던 내용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손 안대고 코 풀고 싶었더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는 금이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 누구도 택시 요금인상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택시 요금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택시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얘기한다. 수익 상승을 위한 대안으로 요금인상 카드를 단행했지만 정작 수익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 정부와 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에도 국민들의 불만과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사회문제 해소를 위해 즉각 대안책을 마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효과적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업계는 요금 인상만이 수익 효과에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 았을 것이다. 이같은 계륵인 상황 속 택시 요금 인상안이 어떤 또 다른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2023-03-12 10:40:45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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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도 '원 팀'을 필요로 한다

여야 정치권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여 앞두고 저마다 '지지층 결집'에 힘쓰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과 함께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김기현 당 대표는 9일 첫 최고위원회의 메시지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하나, 한 마음이 돼 국민 행복을 위해 전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다소 생각 차가 있더라도 우리 모두 윤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나아가는 운명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제를 잘 운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나로 뭉쳐 당내 갈등을 일으키지 않아 대통령이 곤란 겪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내홍 수습 때문이다. 최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 일부 의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중심으로 '색출'에 나선 게 문제였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후폭풍에 자제하라고 요청했고, 여기에 호응하듯 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민주당원들도 당 소속 국회의원 169명 전원에게 '민주당원들은 이재명 단일대오로 이기는 민주당을 원한다!'는 글귀가 적힌 떡을 보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정작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생 문제의 경우 '각자도생'하고 있다. 서로가 제시하는 해법만이 마치 '정답'인냥 한 치 양보 없이 다투고 있다. 민생 현안을 챙기자고 지난 1월부터 매달 임시국회까지 열었으나 해결한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싸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다. 그나마 반도체 기업들 투자세액 공제를 늘리는 이른바 'K칩스법'만 여야 정치권이 함께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급망기본법 제정안,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은 뒷전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국익과 관련된다든지 경제 살리기 법안에 관해서는 여야가 넘어서서 나라와 국민 전체만 보고 가는 그런 풍토를 앞으로도 계속 좀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처럼 여야 정치권이 따로 할 게 아니라 국회 '원 팀'을 꾸려 민생 현안에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03-09 15:05:54 최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