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바인과 동대문 면세점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포드와 토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의 디자인과 연구개발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미국 LA의 중소도시 어바인(Irvine)은 기업 활동의 천국으로 불리는 도시다. 지역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건물과 자금을 지원한 결과 신생벤처 기업과 중소기업 1만6500여 곳이 몰려 빼곡이 들어서 왕성한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바인 주식회사는 지금도 신생 벤처기업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어바인은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격전지로 떠오른 동대문과 오버랩된다. 동대문에도 어바인과 같은 상생 모델이 구축될 수 있을까? 지난 1일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이 마감된 뒤 동대문에 유치 기업이 대거 몰리면서 누가 가장 먼저 상생의 깃발을 꽂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대문 면세점 후보지는 롯데피트인, 헬로apM, 맥스타일, 제일평화시장, 케레스타 등 5곳이다. 롯데면세점-중원면세점, 한국패션협회, 그랜드관광호텔, 키이스트, 제일평화시장 컨소시엄, SK네트웍스 등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제시하며 치열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와 달리 동대문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이다. 십만명이 넘는 시장 상인들과 주변 수천개에 달하는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 동대문을 발판으로 미래 패션왕을 꿈꾸는 수많은 가난한 신진 디자이너들과 삶의 터전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만난 동대문 상인들은 안타깝게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면세점에서 더 저렴하게 팔리면 폭삭 망하게 될 것"이라며 한숨 섞인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정부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동대문을 패션 한류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면세점을 고민한다면, 패션 기업 활동의 천국인 서울의 어바인을 꿈꾸는 것도 상상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