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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인식 치른 부산국제영화제, 화려함 대신 내실을 얻다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올해 영화제는 참 조용한 것 같아요." 지난 2일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로 스무 해를 맞이한 만큼 성대하고 화려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20회를 맞이한 영화제는 여느 해보다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행사를 치렀다. 스무 살이라는 외양보다 영화제 본연의 내실을 갖추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초부터 평탄치 않았다. 세월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지난해 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부산시와 겪게 된 갈등이 올해 초 본격화됐다. 그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지원 예산까지 대폭 삭감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인식은 시작부터 힘겨웠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더욱 성숙해졌다.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재정비하고 내실 있는 20회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8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내세운 것 또한 '성대함'이 아닌 '성숙함'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고요한 물속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만날 것"이라는 말에는 올해 영화제의 지향점이 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지난 1일 막을 연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 날 찾아온 폭풍우를 제외한다면 큰 사건사고 없이 열흘 동안의 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운영 면의 미숙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행사는 합격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역대 최다 관객(22만7377명)을 기록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07년부터 관객과 기자의 신분으로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지만 올해처럼 평온함을 느꼈던 것도 처음이다. 물론 스타와 이슈를 좇아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올해 영화제는 다소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와 이슈가 사라진 빈 자리에는 좋은 영화가 있었다. 짧은 취재 기간 동안 짬을 내서 본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은 오랜만에 충만한 영화적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영화제의 본분은 이름 그대로 '영화'의 축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조용한 만큼 편안함을 안겨준 영화제였다.

2015-10-11 15:32:41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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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이준석과 폭스바겐 빈터콘 회장의 닮은꼴

얼마 전 영화 암살을 봤다. 독립투사에서 친일파로 변절한 염석진의 인간상이 기억에 남는다. 광복 이후 재판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상체를 드러내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어떻게든 누가 죽든 나만 살고보자는 친일의 역사, 행적이 걸리면 '배 째라' 식의 정신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표적인 게 세월호 참사다. 선장이란 이준석은 제 몸뚱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두겁을 쓰고 벌인 몰인간성의 극치다. 이로 인한 희생자 유가족의 상처와 전 국민의 트라우마는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는 이와 닮아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이 터지자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나는 몰랐다"며 사임으로 끝냈다. 바로 그달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나이트 행사에서 그룹의 비전을 호기롭게 발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이라지만, 정작 그가 제대로 책임진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진정으로 책임질 생각이라면 이번 사태를 끝까지 맡아 글로벌 소비자를 상대로 확실한 피해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사임은 그런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리더로서 이런 번거로운 일련의 과정을 회피한 채, 한발 물러나 거실 소파에서 편안히 관망하는 방법을 택하고 말았다. 사퇴로 땡치고 끝이란 식의 태도는, 구린 일이 적발되면 "몰랐다, 기억 안 난다"가 주특기인 우리네 여의도 높은 분들이 연상돼 뒷맛이 씁쓸하다.

2015-10-08 03:00:00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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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약 사위' 논란이 부른 사법부의 민낯

[기자수첩]'마약 사위' 논란이 부른 사법부의 민낯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한 남성이 '마약 사위'라는 이름으로 연일 논란이다. 이 남성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남의 클럽과 자신의 승용차 등에서 15차례 가량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다 지난해 12월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검찰에게 3년 구형을 받은 이 남성은 초범이라는 점, 반성을 한다는 점이 참작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이 판결을 받아들였다. 단순 마약 사건으로 마무리되던 이 사건은 지난 9월 법무부 국정감사 테이블에 올라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남성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씨다. '마약사위' 논란은 피감기관에 대한 질책으로 시작해 국감장의 흔한 여야정쟁으로 비화, 사법부의 민낯을 드러내는 등 총체적 난국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검찰의 솜방망이 구형부터 항고 포기, 변호인 선임과정에서 전관예우와 전화변론까지 사법부의 오랜 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과 그를 둘러싼 사법부의 숱한 의혹들은 쟁점일 뿐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이씨를 둘러싼 검찰의 구형량과 재판부의 선고 형량에 대한 온도차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투약 햇수와 횟수가 길다는 점을 들어 초범이냐 아니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라면 여론은 사법부의 봐주기 논란을 사실로 단정 짓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이 이 같은 반응을 부른 셈이다. 사법부는 여야 정쟁의 피해자가 아니다. 이번 논란은 불신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다름 없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7명(73%)은 사법제도에 대해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2개국 중 39위로 이는 무법지대에 가까운 콜롬비아(40위)와 유사한 수준이다. 사법부가 모두 나서 초라한 성적표에 대한 진단에 나서야 할 때다. 멀쩡하게 법이 있는 나라에서 무법지대 평가는 굴욕아닌가.

2015-10-06 06:00:00 연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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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현장 부실시공 근절 안되는 이유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정부가 매년 건설현장 안전대책 수립에 팔 걷고 나서고 있지만 부실시공에 따른 '인재(人災)'는 줄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 사당 체육관 붕괴 사고에 이어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붕괴로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쇼핑몰 분수대 배수로에 세 살배기 아기가 빠져 숨지는 등 부실시공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LH 아파트는 최근 6년간 32만330가구에서 6만9266건에 달하는 하자가 발생했다. 원인은 발주기관의 공사비 후려치기와 이로 인한 참여업체의 책임의식 부재에 있다. 과거에는 건설비가 넉넉한 편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예산 절감과 함께 공사비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적은 임금으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태만하게 근무하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원수급자인 시공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주인의식 부재도 부실시공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은 원수급자인 시행사보다는 하청업체인 시공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시행사가 떠 안는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에는 안전·보건·환경(HSE) 담당자가 파견돼 안전교육이 이뤄지지만 일부 근로자들이 관리감독을 피해 스스로 안전모를 벗고 일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근로자 개인의 안전 부주의로 받게 되는 벌금은 5만원 수준으로 경미하며 현재는 이것조차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의 첫걸음은 정부 등 발주처가 공사비를 후려치지 않아야 하는 데 있다. 그래야만 시행사의 줄지은 갑(甲)질을 막을 수 있고 공사에 투입되는 원재료 또한 빠지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하청업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시행사가 하청업체에 따른 부실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2015-10-02 06:00:00 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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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냄새'나는 관세청의 면세점 의혹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관세청(청장 김낙회)이 면세점 입찰에 관해 여러 의혹을 안고서 이달 서울 3곳, 부산 1곳 등 시내 면세점 입찰을 또 다시 진행한다. 여러 가지 의혹은 쌓여있기만 할 뿐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조차 관세청은 '비밀유지'를 근거로 어떠한 의혹도 해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시 특혜 사업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월 관세청은 제주 면세점 특허기간 만료(3월 21일)에 따른 면세점 후속 사업자로 신라와 부영을 탈락시키고 롯데면세점을 선정했다. 롯데면세점 선정 후인 4월에는 면세 사업자 선정 심사 기준을 변경한다. 기존 기준은 관리능력이 전체점수의 30%, 경영능력이 25%였지만 이를 관리능력 25%, 경영능력 30%로 변경했다. 경영능력은 기업의 재정을 보고 평가한다. 한마디로 자본이 많은 곳,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한 것이다. 올 7월 1일 국세청은 면세점 발표를 앞두고 심사위원 선정 기준도 변경했다. 기존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특허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은 관세청장이 임기 2년의 심사위원 집단 50명을 위촉하고 이중 심사위원을 선임해 심사를 진행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변경된 심사위원 선정 기준은 관세청장이 매 심사 때마다 어떠한 제약없이 심사위원 전원을 직접 선임하도록 규정했다. 7월 면세 사업자 선정 심사에 참석한 심사위원 8명은 기존 심사위원 집단이 아닌 모두 관세청장이 새로 선임한 인물이다. 이 뿐만 아니다. 관세청은 롯데면세점의 확장 이전을 규정까지 어기며 밀어준 의혹, 면세사업자 심사과정이 이뤄진 인재개발원 CCTV영상자료 유실 의혹,면세사업자 입찰자 정보유출 의혹 등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사업이다. 실제 면세점 업계 1·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가 전체 면세점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혜를 준다면 최소한 근거라도 명확해야 하지만 이미 대기업의 전유물이 된 면세사업은 선정 과정에서부터 냄새가 난다. 이달, 냄새나는 면세사업자 선정이 또 시작됐다.

2015-10-01 03:00:00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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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제멋대로' 기금운용 언제까지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연기금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각종 투자 손실에 따른 부족한 운용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국민연금 주인마저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된 공적 연금이다.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 매월 소득의 9%를 납부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며 가입자가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활동을 할 수 없을 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급된다. 이처럼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도 같은 국민연금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주식에 투자해 날린 금액은 1996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990억원의 피해를 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지분 8.28%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초 대규모 영업손실(Big Bath) 가능성이 제기되자 상반기 중 5.27%의 지분을 처분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지분은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하한가(-30%)로 떨어진 이후에야 정리됐다. 모든 투자가 성공으로 귀결되리란 법은 없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점과 부실이 드러난 후의 '늑장대처'에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양사 합병 전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율은 각각 11.88%와 5.04%로, 이들 주가는 합병 직전까지 한 달 사이 각각 30%, 20%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총 6500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삼성물산 합병 법인도 출범 후 현재까지 17% 이상 빠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말 그대로 '대리인'이다. 납부된 연금을 제대로 운용해 국민에 돌려주는 것이 본연의 의무다. 2060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면서 돈만 내고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원칙적이고 투명한 기금운용 능력이 검증될 때 국민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2015-09-29 18:28:38 김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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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거짓'과 '기만'은 기업의 운명 바꿀수도…

[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벌벌 떨고 있다. 폭스바겐의 '기만'으로 시작된 후폭풍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디젤 승용차가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이를 꺼지도록 했다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수십조원의 배상금을 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거짓말 하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향후 차량판매 급감도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기업 자체의 존폐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홍보하는 것은 기업의 우선 과제다. 중요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거짓과 눈속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폭스바겐과 같은 경우가 우리 기업들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들은 자국 소비자를 소홀하게 대한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상에 '호갱님(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기업의 이중적인 행태에 분통을 터트리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국민 사과' 등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자세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반복되면서다. 분쟁이 터지면 일단 '호갱님이 잘못하셨습니다'로 몰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비자 개인이 거대 조직을 상대로 싸워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필요할 때면 '애국심'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봉합되면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 '호갱님들'도 점차 인내심을 잃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정직하게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09-24 03:00:00 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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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車의 고장 독일에서 만난 현대차 매트릭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다녀왔다. 4일간의 일정 중에 시내를 달리는 현대자동차는 매트릭스(국내명 라비타) 1대 봤다. 벤츠가 택시로 다니는 곳이지만, 현대차가 안 보였다. 자동차의 나라에 국산차가 적다는 아쉬움은 모터쇼 현장에서 배가됐다. 현지 업체들은 콘셉트카를 통해 15분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의 미래를 눈앞에 펼쳐보였다. 반면 현대차의 발표는 현실감이 떨어졌다. 경주용차 모습을 한 브랜드 N을 선보인 현대차는 2년 후 독자 개발한 고성능 양산차를 출시한다고 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수소차 양산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인 와중에, 이같은 현대차의 '마이웨이' 행보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실정은 걱정이 더하다. 누수와 화재, 에어백 등 갖가지 문제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실시한 내수·수출용 차량의 충돌테스트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한편에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제네시스 4행시 짓기 이벤트에선 비판적인 내용이 상위권을 휩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신뢰를 잃은 것일까. 일흔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평생 현대차를 타셨다. 이들 세대와 함께 현대차는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런데 지금의 소비층이 이상해진 것인가.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의 내수 역차별 부품 사용과 판매조건, 보증기간을 알게 된 것이다. 문제점이 드러나도 유독 자국에서 당당한 갑기업의 태도에 분노하는 것이다. 과실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신 선택한 법적 대응은 안티팬을 더욱 양산하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현 정권에서 한전부지에 10조원을 쾌척하고, 창조경제 퍼포먼스에 열중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 탑티어 업체들의 방향과 동떨어져 외딴길로 전락할지 걱정이 앞선다. 현대차가 오로지 성능에 대한 신뢰로, 차량의 퍼포먼스로 독일차와 나란히 달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2015-09-22 09:16:37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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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단통법에 골머리 앓는 영세 판매점, 상생구조 조성해야

[기자수첩]단통법에 골머리 앓는 영세 판매점, 상생구조 조성해야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다음 달 1일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단통법 시행 후 실효성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갔지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으로 각종 지표가 개선됐다며 법안의 장점만 두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영세 대리점주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정반대다. 그들은 시장이 마비됐다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단통법 이후 판매가 30% 이상 준 것 같다. 이동통신사가 33만원 이하의 보조금을 공개하고, 유통점이 이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테크노마트 같은 상가와 차이가 사라져 손님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충은 이해할 만 하다. 대기업인 이동통신사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늘리면서 영세 판매점이 골목상권을 빼앗겨 경영난을 겪고 있고, 폰파라치 제도는 시장 분위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전체 유통점이 이렇게 직격탄을 맞은 사실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후인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량이 약 1130만대로 전년보다 약 110만대 감소했고 번호이동이 40%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트랜드가 번호이동에서 기기변경으로 옮겨간 동시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는 가입자 수 자체가 줄어 유통점에서 체감하는 불경기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반면 단통법은 이통사들에겐 약이 됐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의 상한이 설정돼 무분별한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게 된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여 수익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통신사, 유통점간 상생구조를 만들어 나가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단통법의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고 영세 판매점도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2015-09-21 03:00:00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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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최근 한 이동통신 광고를 보면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일에 쫓기는 직장인을 위해 더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광고는 마치 빠른 속도가 일의 무게를 덜어줄 것처럼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속도에 대한 강박이 일의 무게를 덜어주기는커녕 더 무겁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언제부턴가 '빠른 속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늘 속도에 치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터지는 이슈에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즉각적으로 잊는다.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중문화는 인스턴트처럼 소비된다. 특히 가요 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은 유난히 심하다. 가수들이 10곡 이상을 빼곡하게 채운 앨범이 아닌 5~6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 혹은 싱글로만 주로 활동하는 이유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티저'라는 이름을 단 자료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이유다. 정작 가수들의 활동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요 시장이 인스턴트처럼 음악이 소비되는 것을 이제는 당연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가요 행사를 취재하다 보면 10대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기 위해 동네 레코드 가게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앨범이 나오기 며칠 전부터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언제 앨범이 들어오는지 물었던 기억 말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앨범을 손에 쥐면 테이프든 CD든 닳고 닳을 때까지 들었다. 북클릿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음악을 듣는 것, 그것이 그렇게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그 즐거움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책 '타임 푸어'를 읽다 무릎을 쳤다. 현대 사회가 바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빠른 속도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된 이유일 것이다. 대중문화도 인스턴트 식으로 소비되지 않는 방향은 없을까. 누군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5-09-17 16:29:16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