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지난 18일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전액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인과관계가 증명되는 모든 피해자에게 전액 보상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증거인멸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롯데마트의 결정에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너무 늦은 시기에 보상을 약속했다"검찰 수사에 앞선 면피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급하게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자가 기자회견에 관한 소식을 받은 것도 17일 오후 10시가 넘어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저도 급하게 소식을 듣고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며 "김 대표가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다. 그룹차원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평소와 달리 매우 급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뒤늦게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이러한 피해보상이 사건 발생 시기인 5년 전에 이뤄졌다면 대기업으로써 책임감있는 이미지가 굳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자 유가족 중 한명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니 이제 와서 머리를 숙인다. 5년전 우리 가족이 사망하고 울분을 토했을 때는 모른 척 하던 사람들"이라며 "5년간 마음 고생한 우리는 쉽게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측은 "당시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라는 명확한 결과가 없어 우리도 혼란스러웠다"며 "하루에도 수백명의 블랙컨슈머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피해보상을 요구한다. 같은 업무를 지속하다보니 인색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책임이 드러난 상황에서는 고개 숙이고 피해를 보상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성숙한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조업체에게만 책임을 돌리던 행위가 줄고 자체 피해보상팀을 만들어 소비자 피해 보상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러한 노력을 시작으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