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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가 국민의 숨통을 조여서야…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쳐도 집에 들어가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겠지? 전기료가 아까워서 밤에 에어컨을 켜지도 못하게 한다니까." "잠깐만 걸어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이렇게 식혀도 문 밖을 나서면…. 생각하기도 싫다. 뉴스를 보니 한전은 올 연말 성과급 잔치를 벌일 거라고 나오던데 스트레스만 더하네." 열대야에 퇴근시간을 넘긴 서울 어느 한 술집 골목에서 후배와 한 잔을 기울이면서 등 뒤로 듣게 된 얘기다. 마침 TV에서 저녁 뉴스가 흘러나오자 주변 시선이 TV 모니터에 모두 쏠렸다. 그리곤 전기 누진제를 향한 원망의 말들이 술자리 안주로 가득했다. 국민이 더워서 잠을 청하지 못하는데 조삼모사식 정부 정책만 나온다는 하소연과 일부 욕설이 섞인 일갈이 흘러나왔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일 당정협의회에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킬로와트시(㎾h)씩 넓히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6단계로 나뉜 구간에 대해 단계별로 50㎾h를 한 단계 낮은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 요금과 최고 요금의 차가 11배를 뛰어넘는 누진배율은 한 여름밤 국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곳곳에선 전기요금 고지서를 손에 든 사람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예비전력이 충분해 전기가 남아돌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게 된 현재, 전기 누진제를 완화한다는 정부 방침은 귀에서 겉돌고만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걱정한다는 정부의 우려도 진심으로 와 닿을 리 만무하다. 단순히 무더위에 에어컨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가 정부 고위관계자와 한전에는 어떠한 내용으로 와전돼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국민의 안위를 헤아려야 하는 정부가 이렇게 국민과 등을 맞대는 상황은 불편한 관계를 자초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국회와 한전에 설치된 에어컨부터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까. 정부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2016-08-17 18:05:26 나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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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뉴스테이 정말 중산층을 위한 정책인가

뉴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임대정책인지 의문이다. 뉴스테이는 의무 임대 기간인 최소 8년 동안 상승률 5% 이하인 기업형 임대주택을 말한다. 공공임대와 달리 주택 규모 규제가 없고 입주 자격에도 제한이 없다. 게다가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는 인허가 절차 단축, 취득세·재산세·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서울 대림동 뉴스테이의 경우 전용 37㎡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06만원, 신당동 뉴스테이는 전용 25㎡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 전용 59㎡형은 보증금 1억원에 월 1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뉴스테이 임대료는 산정기준에 따라 반경 5㎞ 이내, 준공 10년 이내 임대료 평균 시세를 반영한다.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이 중산층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가 주장하는 중산층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4년 가계수지에 따르면 세금과 보증금, 관리비 등을 제외한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체 평균 소득을 약 280만원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에 월세로 1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면 소득대비 임대료 지수는 30%가 훌쩍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적정 소득대비 임대료 지수는 20% 이하다. 건설사들은 뉴스테이를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며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해외 수주도 예전같지 않고 국내 주택분양 시장도 중도금 대출 규제, 브렉시트 등의 여파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저렴한 부지를 확보해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뉴스테이를 홍보에 열을 올린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테이 정책에 대해 국민의 절반이 정책을 알고 있고 조사대상 임차가구의 67.5%가 입주 의향을 밝혔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하기 바쁘다. 뉴스테이는 민간 중심의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민을 위한 임대료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

2016-08-16 15:00:39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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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년수당으로 술 한잔하면 안되나요?

최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마찰로 인해 현 시대의 청년들이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복지부는 청년들의 경우 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현금지급식의 복지는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이에 청년들은 "청년들의 삶을 너무 모른다"고 호소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의 산업특성과 고용구조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업 취업자는 205만5000명이다. 이는 2010년 172만4000명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원인은 청년 취업자들이 음식점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외교관, 간호사, 무역업 등을 꿈꾸는 청년들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음식점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로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지인 중 한명은 무용을 전공했다. 부모가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개인 레슨 한번 못 받고 무용을 공부한 그는 현재 헬스클럽 청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도 벅차다. 가끔 트레이너 대신 에어로빅을 보조하며 추가 수당을 받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처음엔 레슨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하루 종일 근무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개인 연습도 힘들다. 월 30만원의 단체 레슨비를 벌지 못해 꿈을 포기했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청년들이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떠냐"고 언급하자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50만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을 배제시켰다. 근로 능력과 의욕은 있지만 원하는 곳에서 근로할 수 없는 청년들의 삶도 빠졌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철저한 선정 과정을 거쳐 저소득층 청년에게만 지원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의 힘 빠진 청년이 국가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소주 한 병 사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인지 의문이다.

2016-08-10 17:22:02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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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치와 눈치

"오늘 되도록 나오지 말래." "왜?" "당국에서 나왔대." 시중은행 본점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화장실에서 나서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플래시 터지는 소리를 좇아보니 금융위원장이 있었다. 당국에서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사잇돌대출 판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금융부 기자가 된 지 9개월차, 금융권은 앓는 이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관치(官治)'가 가장 아프게 파고들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국책은행의 부실대출이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 기업에 수 조원대 대출을 지원하며 부실 직격타를 맞았다. 금융권을 비롯해 정계에서는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고 이례적인 구조의 자본확충펀드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관피아 등 관치금융의 꺼풀이 벗겨졌다. 특히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 기재부, 금융당국이 결정했다"고 발언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의문은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고, 합당한 처벌도 없었다. 금융권에서 내놓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면에도 관치가 드러났다. 올해 뜨거운 감자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성과연봉제가 그렇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ISA는 은행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되면서 과당경쟁으로 치달았다. 결과는 '요란한 빈수레'였다. ISA 출시 한 달 간 은행권 전체 계좌의 74.3%(101만3600여개)가 가입 금액이 1만원 이하로 드러났다. 10개 중 7개의 계좌가 깡통계좌가 될 때까지도 당국은 뒷짐을 졌다. 성과연봉제도 마찬가지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를 비롯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전체의 성과연봉제 확산을 주문했다. 결국 9개 금융공공기관은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고,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밀어붙이기 식에 노사 합의 절차는 건너뛰었다. 노사가 정해야 할 일에 당국이 끼다 보니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아야 할 손이 대놓고 시장을 휘젓고 있는 통에 애꿎은 은행원들만 새우등이 터지는 모양새다.

2016-08-07 16:01:05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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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예인 논란, 정말로 필요한가?

지난 1일 인터넷에서는 한 연예인의 인성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 하연수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이다. 하연수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SNS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논란의 발단은 하연수가 자신에게 질문을 한 네티즌에게 답글이었다. SNS에 올린 그림의 작가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하연수가 다소 훈계하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에 네티즌들이 이를 논란으로 만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하연수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통해 불편함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하연수의 이름이 하루 종일 오르내리면서 가십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논란을 위해 만든 억지스러운 논란이었다. 놀라운 것은 한낱 해프닝에 불과한 이 사건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한 사람의 '인성'을 논한 것이다. 인성, 곧 한 사람이 가진 성품은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파악할 수 없다. 하물며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인성마저도 쉽게 판단하기 힘든 마당에 SNS에 올린 몇 마디 글만으로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하연수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곧바로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럼에도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논란을 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단지 '논란'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이 글을 보면서도 '하연수의 실드를 치는 것이냐'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을지 모른다. 연예인만큼 논란에 쉽게 휘말리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런 논란을 지켜볼 때마다 이게 진짜 '논란'인지 의문이 든다. 논란은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을 뜻한다. 그러나 정작 연예인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주장을 발견할 수 없다. 여기에는 불평, 불만 같은 감정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연예인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대중이 연예인과 연예계를 감정을 배설하는 창구로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연수에 대한 논란도 그저 감정을 분출시킬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던 것 뿐이다. 왜 우리는 이 어두운 감정을 유독 연예인에게만 쏟아내는가. 한번쯤은 이런 감정이 왜 우리에게 생겨났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의 불만까지 받아내는 것을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

2016-08-04 07: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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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혐오한다는 것과 존중한다는 것

4~5년 전의 일이다. 서울 모 사립대 철학과 강의에서 교수가 '일베충'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을 비판했다. 일베충은 일베 이용자를 벌레(蟲)에 빗대 비하하는 표현이다. 교수의 일베충 발언에 당시 학부생이던 기자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고대 그리스를 연구하며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수의 입에서 나온 표현이기 때문이다. 수업 이후 해당 교수에게 도를 넘은 혐오성 용어는 빠르게 확장돼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기억이 있다. 2016년 여름, 당시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을 한다. 일베충으로 시작된 비하는 학생(급식충), 직장인(출근충), 노인(틀딱충)으로 점차 확장됐다. 최근에는 '한남충(한국 남성)'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한남충 재기해(한국 남자들 자살해)"라는 악에 받친 외침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러한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비난의 대상은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벌레라는 기표를 씌우면 죄의식은 옅어진다. 혐오성 발언을 내뱉는 이들은 모두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말 사람을 상대로는 못 하지. 하지만 저건 사람이 아닌걸! 그러니 괜찮아." 언어로 인해 일종의 면죄부가 생긴 것이다. 민주주의는 평등한 인권을 전제로 성립한다. 신의 권능을 위임받은 절대자가 아닌 만인의 통치가 이뤄지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해 대표자를 뽑는 대의제가 시행되는 것은 인간이 동등한 수준의 인성과 지성을 지녔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임의로 타인의 인권을 박탈해 '벌레'로 만들 수 있다면 민주주의는 성립할 수 있을까. 인간은 동등한 인권을 지녔다는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평등은 사라진다. 계급을 바탕으로 한 절대자의 통치 역시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혐오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상대를 나와 동일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존중을 바탕으로 토론을 거듭하는 것은 혐오와 경멸보다는 어려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틔워내는 민주주의라는 꽃의 아름다움은 87년 더운 여름, 우리 모두가 목격한 바 있다.

2016-08-03 07:00:00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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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부패 청산을 향한 한국 사회의 산고(産苦)가 만만치않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논란 끝에 헌법재판소를 통과했지만 시행(9·28)을 앞두고 파열음이 곳곳에서 새나오기 때문이다. 청렴사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편에선 대한민국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불신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맞부딪힌다. 법 적용 대상자가 400만 명이라는 추산과 '이웃도 사촌'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수많은 이해관계가 법망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시행과 동시에 국민 생활 전반에 적잖은 충격파가 던져지는 셈이다. 각종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의 부패지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헌재가 김영란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다. '비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곳곳에 도사리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김영란이 '반쪽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의원이 이 법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원의 공익적 의정활동과 4촌 이내의 연관 업무에 대한 수행 금지 등을 예외로 인정해줬다는 것이다. 실제 이 조항은 예외로 됐거나, 법에서 빠졌다. 하지만 '국회의원만 쏙 빠졌다'는 주장은 정확히 말하면 절반은 오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와 시민단체 등도 모두 함께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청탁은 처벌 대상이며, 국회에서는 4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만을 겨냥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팩트 체크보다 심정적 동의에 열을 올린 까닭이다. 언론인 역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취재와 보도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건 그만큼 세상이 부패했다는 증거다.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는 말이 있다. 거저 얻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청렴사회는 공짜 치즈가 아니다. 우려해야 할 부분은 법 시행 이후다. 수사기관이 형평성을 잃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 일이 안풀리면 "얼마짜리 먹었어?"와 같은 김영란법 '별건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현실을 보면 법의 남용과 오용이 또다른 혼란과 부정의를 부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 철저한 감시를, 국회는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 부패 청산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2016-08-01 06:00:00 연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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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폴크스바겐 논란 이어 재규어 연비 과장 적발…관행적 태도 벗어나야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이 디젤 게이트 이후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도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때문에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수입차 인기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사건이 터지자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상승세를 그리던 수입차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했으며, 이 여파로 전체 디젤 차량의 판매량도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1~ 6월) 수입차 판매량은 11만674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9832대보다 2.6% 감소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소비자와 신뢰도를 쌓아가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국 럭셔리카를 대표하는 재규어가 연비 과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28일 자기인증적합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4년 4월15일부터 지난해 6월8일까지 제작된 2015년 재규어 XF 2.2D 1195대가 신고된 연비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측정한 연비보다 7.2% 부족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국토부의 판정결과는 수용하겠지만 연비 조작을 위한 속임수 장치나 조작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최대 7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의 이 같은 행태들이 누적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 사라진다. '차만 팔면 끝'이라는 식의 관행적 태도를 벗어나 국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2016-07-29 08:12:4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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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사태 1년

정확히 1년 전이다. 2015년 7월 27일.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롯데홀딩스에서 해임시켰다. 이른바 '손가락 해임 사건'이다. 신동빈 회장은 바로 반격했다. 다음날인 28일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소집,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까지 두 형제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총 3번의 표대결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모두 승리하며 한·일 롯데의 원리더 체제를 다시 한 번 공고히했다. 이에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로 있는 신 전 부회장은 '무한 주총'을 외치고 있다.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을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직에서 해임하고 본인과 아버지의 복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이미지는 추락했다. 검찰의 대대적인 비리 수사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상황이다. 이달 초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의 자회사까지 압수수색을 받으며 지금까지 모두 30여곳이 넘는 곳이 압수수색됐다. 지난달 10일 계열사 6곳을 포함한 17곳을 1차 압수수색 당한 데에 이어 계열사 10곳과 관련임원 주거지를 포함해 1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 받았다. 이에 롯데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호텔롯데 상장일정은 무기한 연기됐고, 호텔롯데도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고, 롯데제과 등 계열사들은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으나 인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올해 연말 신규 특허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70억원대 횡령과 뒷돈 수수 등의 혐의로 26일 구속기소됐다. 귀국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신 회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올스톱'된 롯데그룹의 경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아버지가 일궈온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건강한 기업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6-07-27 08:38:51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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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수기 없는 분양 ‘광풍’ 괜찮을까

저금리의 영향과 전세난에 지친 임차인이 내집마련에 나서면서 통상 비수기라 불리는 여름철에도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에 대한 중도금 대출규제의 풍선효과로 수도권 모델하우스마다 2만~3만명의 인파가 몰려 분양시장 열기가 얼마나 달아올라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1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도 주말에만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높은 분양가와 일반분양 물량이 69가구 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첫 주말에만 1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통상 견본주택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정도 문을 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는 시간당 1042명·분당 18명,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시간당 605명이 방문한 셈이다. 나날이 오르는 전세값과 '희귀'한 전세 찾기에 시달린 수요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돌아선 것이다. 정부와 건설사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연일 쌓아뒀던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이 30만8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늘어났다. 32만1000가구를 기록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오는 8월 아파트 일반 분양물량도 3만2547가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기준 종전 최대치인 2012년 2만1460가구보다 51.6%나 많은 물량이다. 전년 동기 분양물량인 1만8803가구와 비교해도 73.1%나 많다. 적절한 수요와 공급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수요나 공급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미 지난 2002~2008년 부동산시장 활황기에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 증가, 기존 계약자 입주 거부, 청약 미달 등 부작용을 겪은 경험이 있다. 과거의 경험을 비춰 볼 때 현재의 분양 활황은 '폭탄'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6-07-25 07:40:25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