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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촛불', 민주주의 '불씨' 살렸다

지난 5일 서울ㆍ대전ㆍ대구ㆍ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발언과 각계 시국연설 등으로 시작한 서울 집회의 경우 주최측 추산 예상 인원인 2~5만명을 4배 이상 훌쩍 뛰어넘은 2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으며, 대전ㆍ대구ㆍ광주 등에서도 수천명에서 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는 지난 주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주최 측도 놀란 눈치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나고 있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리고 박 대통령의 이번 파문 관련 대국민담화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교복 차림의 10대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집회 참석 이유를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10대 청소년들은 시간이 흘러 자신들의 자식ㆍ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과 부모가 되고 싶다고 밝혔으며,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이가 자라서 당시 뭘 했는지 물어봤을 때 '함께 이 자리에 있었다'며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온 국민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ㆍ시민들을 위해 가슴으로 울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력ㆍ무책임한 대응에 분노했고,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그동안 '반칙'에 대해 너그러웠던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다시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 후 2년 동안 우리는 또 다시 일상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 떨어진, 어쩌면 멀게만 느껴지는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져만 갔다. 지난 4월 총선의 선거 참여만 봐도 예상치에서 크게 못 미치며, 정치인들로 하여금 '안심'하게 했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비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집회에서 앞장서 '촛불'을 든 10대 청소년들, 아이와 함께 한 부모들은 격변의 시기에 벽 뒤에서 숨어 있는 우리를 다시 한 번 끌어주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에 '불씨'를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다. 감사하고, 존경한다.

2016-11-06 17:10:20 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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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속 가능한 분노가 사회를 바꾼다

'비선실세' 최순실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은 물론 외교·안보 문건을 받아보며 국정 전반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의혹대로라면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박근혜는 3위"라던 박관천 전 경정의 권력서열 강의가 사실로 보인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건임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작금의 개탄스런 현실에 국민들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이 아닌 소모적인 감정 분출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지난달 28일 광화문은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목소리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가득 찼다. 이번 사태가 마녀사냥으로 비화되고 일부 관련자 처벌이라는 결말로 끝난다면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지만 우리의 안전 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일부 관련자가 처벌됐을 뿐이다. 부실 자재를 사용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가 붕괴됐지만 중국산 저가 철강 수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분노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비위에 분노했다면 나 자신부터 법을 준수하고, 안전사고에 분노했다면 나 자신부터 안전규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횡단보도 신호등부터 철저하게 지키는 사회에서 세월호나 마우나 리조트 같이 규정을 무시해 벌어진 사고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관련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국민이 정치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투표에서 각자의 뜻을 충실히 행사하는 것만이 사태 재발을 막는 방법이다. 불의를 봤다면 분노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분노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때 사회는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다.

2016-11-03 06:30:00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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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1년…글로벌 시장서 정체성 확보하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4일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지 1년이 지났다. 출범 이후 1년 동안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포지션을 확보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객 층도 한층 젊어졌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올해 1~9월 판매량은 4만9222대로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점유율 46.6%를 달성했다. 고객 연령대도 넓어졌다.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던 이전 모델 에쿠스에 비해 EQ900의 경우 40~50대 구매 고객이 3.4%포인트 증가했고, G80도 30~40대 고객이 1.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부회장이 진두지휘를 맡으며 내놓은 제네시스는 국내 시장에서 이 같은 긍정적 반응을 이끌며 첫 번째 단추를 끼우는데 성공하는 분위기다. 이젠 글로벌 시장이다. 제네시스의 독립 브랜드 출범은 글로벌 업계와 외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현대차는 품질경영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여올리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가져올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기존 현대차 브랜드를 통한 중저가 시장 공략과 제네시스 브랜드로 BMW와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지를 높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대중 브랜드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한 수익의 극대화라는 투 트랙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점을 강조해야한다. 출범한 지 25년 된 렉서스의 전 세계 판매량이 60만 대 안팎(고급차 시장 점유율 약 7%)을 기록한 반면, 닛산과 혼다의 고급 브랜드(인피니티, 아큐라)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제네시스가 출범 1주년 만에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면 글로벌 프리미엄차 시장에서 '뛰어난 주행 성능'이 강점인 벤츠나 BMW, '연비와 정숙성'을 앞세운 렉서스를 넘어서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2016-11-02 05:33:52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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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달 컴백 MC몽, 무너진 신뢰 쌓을 수 있을까.

[기자수첩] 내달 컴백 MC몽, 무너진 신뢰 쌓을 수 있을까. 2000년대 중후반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MC몽이 11월 2일 정규 7집 'U.F.O'로 컴백한다. 대중은 MC몽의 과거 병역 기피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MC몽의 새 앨범 타이틀은 'U.F.O'다. '고난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한다'(Utter Force On)는 뜻으로 의미심장하다. 이번 앨범에는 총 13트랙이 담겼다. MC몽은 이번 앨범에서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운다. 첫 번째 타이틀곡 '블랙홀'은 헤어진 연인들의 대화를 독특한 언어로 표현해 시적이고 슬픈 노래다. 그리고 또 다른 곡 '널 너무 사랑해서'는 어쿠스틱의 따뜻함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감각적인 느낌을 믹스했다. 한 여자로 인해 느끼는 남자의 심경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두 타이틀곡 모두 MC몽이 직접 작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등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아직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가 발표하는 음악에 대한 관심보다 과거 군 복무 문제에 대한 비난이 대다수다. MC몽은 2011년 고의로 생니를 발치해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무죄가 선고됐지만, 거짓 사유를 앞세워 입영을 연기한 혐의는 유죄 판결을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대중은 그를 사랑했던 만큼 큰 배신감을 느꼈다. 지난 2014년 11월 MC몽은 정규 6집을 발매했지만, 따가운 눈총을 거두기란 쉽지 않았다. 방송 출연도 전혀 없다. 가수 유승준이 병역 거부 혐의로 대한민국 입국 금지를 당한 것처럼 국민들은 병역 문제에 민감하다. 마음은 음반과 방송 활동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하겠지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인만큼 등돌린 마음을 다시 되돌리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규 7집, 좋은 음악으로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고자 하겠지만, 무너져내린 신뢰는 다시 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가운 대중의 눈총을 견디고 MC몽의 복귀는 과연 성공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10-30 14:22:15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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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 환골탈태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형제의 난'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한 지 1년2개월 만에 다시 머리를 숙였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9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국민 앞에 사과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쇄신안은 작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놓은 쇄신안보다 진일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물론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전면 쇄신하고 윤리경영을 위한 준법경영 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아시아 10대 그룹 도약이란 목표를 수정하면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철학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담고 있다. 여기에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3년 동안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쇄신안이 면피용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신 회장이 유념할 것이 있다. 준법경영위원회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해도 신 회장의 의지에 준법 여부가 달렸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처신에 따라 준법경영위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빠른 시일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 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기업이 해야할 당연한 일임을 명심해야한다. 신 회장은 "롯데는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아직도 쇄신안에 반신반의하는 국민을 위해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임직원은 그룹을 환골탈태시켜야 할 것이다.

2016-10-27 18:01:17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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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맛집에서 떠올린 갤럭시S8

최근 지인이랑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숨은 맛집을 오랜만에 찾았다. 올해도 벌써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이날 만남은 올해 들어 기껏 세 번째다. 서로 바빴다는 말을 꺼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곤 자리에 앉아 맛집 안을 훑고 눈을 마주쳤다. 뭔가 변했다는 것을 몸이 감지한 것이다. 그간 맘 편히 수육 한 접시에 소주를 적당히 마시며 이런저런 살아온 얘기를 나누던 곳이 어색해졌다. 어디부터 어떻게 변했는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살아가는 얘기야 나중에 차차 하자는 식이 돼버렸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자연스러웠다. 우선 주방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보이질 않았다. 사장님은 그대로였지만 예전과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오던 밑반찬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메뉴는 비싸졌고, 결정적으로 맛이 변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주방 아주머니가 나갔고, 맛이 변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손님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매출이 줄자 밑반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그간 올리지 않던 가격을 슬쩍 올렸더니 손님들의 핀잔이 늘었다. 한 마디로 마케팅의 실패다. 바꿔 말하면 손님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밑반찬에도 신경을 더 써야했고, 가격도 적당히 유지를 해야 했다. 특히 사장님은 수육을 삶던 주방 아주머니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입담이 그립다는 손님들이 많았다는 얘기를 늘어놨다.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에 눈길이 갔다. 뜬금없이 갤럭시노트7 보상 프로그램과 마케팅의 성공 유무가 궁금했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오케이(OK)였다. 제품 단종으로 고객을 잃을 뻔 했지만 대응이 빨랐다. 고객들과의 소통도 지속됐고, 교환부터 보상까지 입맛에 맞는 메뉴도 부담 없는 선에서 잘 구비했다. 내년 상반기에 나오는 갤럭시S8에 담길 혁신을 두고 기대감도 솔솔 퍼지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멍에를 완전히 벗을 날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 갤럭시S8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그 이후가 보다 중요하다. 단골의 입맛이 누구보다 까다롭고 예민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2016-10-26 18:32:15 나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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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핀 포인트’ 대책 기대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겠다며 운을 띄운 지 열흘이 지났다. 이 처럼 정부가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집값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분양하는 견본주택에는 주말마다 수 만명씩 몰리는 등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보다 377만원이나 높은 수치다. 이에 일각에선 강남을 중심으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규제는 엉뚱한 곳에서 이뤄졌다. 주택금융공사가 과열된 주택시장을 잡을 해법으로 '보금자리론 요건'을 대폭 제한한 것이다. 대책은 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이 9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려갔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5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연간 공급 목표치인 10조원을 이미 훌쩍 넘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해당 상품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해 보금자리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출규제' 정책의 불똥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튀었다. 이 같은 대책은 강남 재건축보다는 서민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투기 성향을 보이고 있는 일부지역에 대책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에는 강남 재건축 과열 투기 지역을 골라 타격할 수 있는 '핀 포인트' 대책이 사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대출규제'라면 이는 서민층을 옥죄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서민층 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정부의 선별적인 규제정책을 기대해 본다.

2016-10-25 16:06:32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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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려움'이 준 '아이디어', 면세점 입찰자들이 달라졌다

지난해 신규 서울 시내면세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에게 올해는 꿈이 깨지는 한해였다. 8조원대 시내면세점을 낙찰 받을 때만 해도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을 줄 알았다. 실제 많은 신규사업자들이 연간 1조원이상의 매출을 공약했었다. 지난해 7월 관세청이 신규 면세사업자를 발표하는 당일에는 유력기업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올해 12월 새롭게 선정하는 대기업 서울 시내면세사업자에 대한 기대는 예년만 못하다. 5000억도 힘든 매출에 상반기 100억 이상의 영업손실, 명품브랜드 유치 실패, 단체관광객 유치 부진 등의 이유로 기대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면세사업자를 선정한다 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장담도 없다. 그럼에도 신세계, HDC신라 등은 올해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신규 면세사업자의 어려움을 몸소 겪음에도 관광객 유치가 더욱 어려운 강남권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어려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 것이다. MICE관광객 유치를 통한 높은 매출신장이 목표라기보다는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같이 무리한 매출 공약도 없다. 매일같이 업무협약(MOU) 보도자료를 내는 과열경쟁도 덜 하다. 한차례의 경쟁으로 인해 좀 더 성숙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과거 시내면세사업권을 두고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골목상권 침해 등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면세점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버스에 중국인 관광객을 싣고 와서 쇼핑하는 공간이 아닌 서울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차별화된 공간이다. 업계관계자는 "경험이 가져온 결과다. 매출로만 생각했던 면세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다"며 "뛰어난 아이디어는 어려운 중에 나오는 것 같다. 신규면세사업의 부진은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2016-10-20 17:51:21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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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책은행의 자구안 표류기

벌써 10월 중순이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고 금융사들은 올해를 마무리할 마지막 분기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계획했던 대로 금융권의 시간이 흘러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 제자리걸음인 곳이 있다. 바로 국책은행이다. 지난달까지 내놓기로 했던 국책은행의 자구안은 10월 중순이 지나서도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벌써 네 달째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대규모 부실대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리 소홀과 부실 경영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두 은행은 지난 6월 23일 각각 자구안 방향을 발표하고 9월까지 완성된 내용을 내놓기로 했다. 두 은행이 혁신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조직 축소다. 산은은 2021년까지 현 정원의 10%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2019년까지 지점 8개를 통합키로 했다. 수은도 2018년까지 본부 2개와 본부장 2명을 줄이고 2021년까지 정원 5%를 감축키로 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은과 수은은 고민이 많다. 특히 수은은 연말까지 본부 1곳과 본부장 1명을 줄이기로 한 바, 본부 통·폐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마다의 기능을 가진 본부를 갑자기 없애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은행의 자구안 방향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인사를 축소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구조조정 역량을 강화해 조직 혁신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조직을 축소하면서 역량 강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만난 국책은행 관계자는 "행내에서 통폐합 대상 본부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없애도 될 만한 본부는 마땅치 않다"라며 "본부를 줄이자니 국책은행으로서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 같고 그냥 두자니 약속을 어기는 꼴이라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산은은 구조조정 역량 제고,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개선 등을 수은은 건전성 선제 관리, 책임경영 강화, 조직운영 효율화 등을 주요 혁신 과제로 내놨다. 경영 전반적인 부문을 손보는 만큼 당초 세 달 여 만에 내놓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리였다고 본다. 국책은행은 이미 국민들에게 한 번 실망을 안겼다. 또 다시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자구안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매만지기 위한 '이유 있는 연기(延期)'가 필요한 때다.

2016-10-16 15:55:07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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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제 본연의 의미를 지킨 BIFF

영화 담당 기자로 여러 차례 영화제를 찾으면서 갖게 된 생각이 있다. 영화제는 관객 입장에서 즐길 때 가장 즐겁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변함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7일 저녁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 초청작인 영화 '신고질라'를 보기 위해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찾았다. 그동안 취재를 위해 영화의전당을 간 적은 많았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야외극장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여느 때와 같은 들뜸과 설렘이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영화 상영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즐거움을 안겨줬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혼자 온 관객까지 극장에 온 모두가 설렘을 가득 안고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진짜 축제는 기자회견장이 아닌 바로 여기 극장에 있었다. 부산시와의 갈등과 영화인들의 보이콧 등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느 해보다 초라한 레드카펫 때문에 화려함이 사라지고 영화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전날 해운대를 강타한 태풍 차바로 야외 무대인 비프빌리지가 파손된 것도 영화제의 분위기를 더욱 침체되게 만들었다. 분명 개막식만 놓고 보면 영화제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제의 본질은 영화이지 스타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행사를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포럼 '갑론을박: BIFF 사태를 돌아본다'와 '특별대담1: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 등의 행사들은 위기에 처한 영화제의 미래를 모색할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해준 전 세계 영화인과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ISUPPORTBIFF 전시회'도 영화제 기간 동안 함께 열려 외부의 탄압에 맞서는 영화제의 의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들이 여전히 있었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함께 놀라고 환호하는 관객들을 통해 영화제의 주인은 결국 관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영화제는 이제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예전 같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영화제 본연의 의미를 지켰다는 점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

2016-10-14 07:00:00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