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만난 물류, 로봇이 운반·기계가 분류… CJ대한통운 복합물류센터가보니
【 군포(경기)=김승호 기자】'45 부곡, 51 길음, 52 쌍문, 59 김포운양…' 암호 같은 이 번호는 무엇일까. CJ대한통운이 경기 군포에 있는 복합물류터미널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올리브영 각 지점에 제품을 보낼 때 쓰는 식별번호다. 지점의 물류 주소인 셈이다. CJ의 올리브영은 현재 전국에 740곳이 있다. 그리고 군포 복합물류터미널(군포 터미널)은 올리브영 전 점포의 절반이 넘는 450곳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이 올리브영의 핵심 공략지인터라 군포 터미널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지점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하게, 제 시간에 배송하는 대동맥의 시발점이 군포 터미널이다. CJ측은 올해 말까지 올리브영을 총 8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경남, 전라, 중부 지역에 각각 복합물류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장 약 100개 면적 넓이로 어마어마한 군포 터미널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수 많은 물류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메가 허브터미널이라고 부르는 이곳에 택배 제품이 집중되면 이는 다시 전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서브 터미널을 거쳐 1300여 개 대리점, 1만3000명의 배송기사들의 손에 의해 각 가정, 회사 등 최종 수요자에게 건네진다. 복합물류터미널은 피를 공급하는 심장, 배송 기사들은 피를 옮기는 모세혈관인 셈이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발맞춘 복합터미널의 진화 속도가 가히 놀랍다. CJ대한통운의 군포 터미널에 위치한 TES이노베이션센터가 대표적이다. 테크놀로지(T)와 엔지니어링(E), 시스템 앤 솔루션(S)의 영문 약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CJ대한통운 물류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 회사 신동휘 부사장은 "물류는 더 이상 힘들고 위험한 '3D' 산업이 아니다. 특히 앞으로 4차 산업 혁명의 새로운 총아 역할을 물류가 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빅데이터, 자동화, 드론 등 첨단 혁신 기술을 접목해 현재의 물류 생태계를 최고 수준으로 변화시키는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메가 허브터미널을 짓고 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군포 터미널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운송 로봇시스템이다. 터미널 내부는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자율주행 운송로봇이 사방을 오가며 물건을 나르고 있다. 운송로봇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센터 곳곳에 있는 선반에서 물건을 찾는다. 이를 '피킹'이라고 한다. 그리고 물건을 정확하게 이송한다. 중량형 운송로봇의 경우 최대 500㎏까지 나를 수 있다. 사람 5명 정도는 거뜬하게 옮길 수 있다. 초당 1m, 분당 60m 속도로 움직이는 운송로봇은 기존의 컨베이어 시스템과 비교해도 효율성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존엔 운송로봇이 사람을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작업자가 로봇을 따라다니며 보조적인 일을 하면 된다. 물론 사람과 로봇, 로봇 상호간에 충돌방지시스템 등을 적용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내비게이터도 눈에 띈다. 이는 전자상거래 등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다품종, 소량 상품을 분류하고 나르기 위해 고안됐다. CJ대한통운의 경우 고객사인 올리브영이나 스타벅스 등의 제품을 주로 이 시스템을 적용, 분류하고 1차 이송한다. 사람의 손을 거쳐야하지만 바코드 스캔 등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주문 제품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이 장점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W-내비게이터를 도입한 이후 피킹 생산성은 20% 늘어난 반면 오류율은 40% 가량 줄었다. 이렇게 모인 주문 제품은 포장에 들어가기 전 무게와 부피, 고객 정보가 담긴 바코드(운송장) 등을 '인텔리전트 스캐너'로 불리는 고속 복합 인식 시스템을 통해 한꺼번에 검수한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작업할 때보다 4배 가량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포장도 전자동이다. 로봇&유연제함기, 수축포장시스템, 자동완충충전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 패키징 시스템'은 다양한 사이즈의 박스를 알아서 조립한다. 심지어 박스안에서 물건이 움직이지 않도록하는 공기주입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택배 박스는 전자라벨이라고도 하는 RFID 스캔을 통해 배송 차량을 정확하게 찾는다. 고객사인 올리브영의 경우엔 가게 입구마다 RFID 스캐너가 별도로 장착돼 있어 택배 차량이 내려놓은 박스가 해당 지점에 제대로 왔는지를 다시 한번 체크해 최종 진열하게 된다. CJ대한통운 미래기술연구팀 권구포 연구위원은 "드론을 통해 운반하고, 정해진 장소에 정확하게 배송하고, 드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추락을 감지해 자동 낙하하고 이를 다시 수거할 수 있도록 하는 드론 운영 솔루션 'CJ 스카이 도어'도 현재 개발 과정에 있다"면서 "추가 연구 중이지만 자율주행트럭, 자율주행 모터사이클을 통해 택배를 배송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