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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4>테루아 장인 '앙리 부르주아'…상세르든, 말보르든

[안상미의 와이 와인]<284>테루아 장인 '앙리 부르주아'…상세르든, 말보르든 <284>프랑스 '앙리 부르주아' & 뉴질랜드 '끌로 앙리' 무조건 소비뇽 블랑이다. 요즘 한국 와인 시장에서 하는 말이다. 와인 시장이 침체됐다지만 좀 팔린다 싶어서 보면 소비뇽 블랑이고, 수입사들이 와인을 새로 내놨다 싶으면 또 소비뇽 블랑이다. 앙리 부르주아는 소비뇽 블랑계에서 보면 터줏대감이다.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상세르와 뿌이 퓌메로 시작해 뉴질랜드 말보로까지 구세계와 신세계를 다 품었다. 단순히 지역의 문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포도나무가 뿌리내린 땅을 와인이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 . 프랑스 와이너리 앙리 부르주아의 오너이자 여전히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장-마리 부르주아가 한국을 찾았다. 장-마리는 "테루아는 와인메이커로서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기반"이라며 "각 테루아마다 한 가지의 와인만 만들며, 상세르와 푸이 퓌메 풍미의 모든 느낌과 특징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앙리 부르주아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에서도 상세르와 뿌이 퓌메의 중심부에서 출발했다. 루아르 강을 사이에 둔 72헥타르의 포도밭은 토양에 따라 작은 구획들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져 있다. 단일 포도밭의 포도로만 만든다는 싱글 빈야드 와인의 원조라고도 볼 수 있다. 앙리 부르주아는 무려 10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장 마리가 가문의 9대손이다. 지금은 10대손인 장 마리의 아들 아르노와 리오넬, 조카 장 크리스토프도 와이너리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마리는 "좋은 와인을 위해서는 좋은 포도를 재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족이 모든 결정을 함께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앙리 부르주아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상세르와 뿌이 퓌메의 토양을 보면 크게 석회질과 키메리지안, 부싯돌(실렉스) 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상세르의 60%가 석회질 토양이다. 신선함과 산미, 풍성한 과실향을 가진 포도를 만든다. 키메리지안은 10% 안팎이지만 쥐라기 시대의 화석 조개 껍데기를 품고 있어 짭쫄한 미네랄과 뛰어난 구조감, 열대과일의 풍미가 생긴다. 부싯돌 토양은 실제 부싯돌을 맞부딪힐 때 나는 훈연향과 섬세한 미네랄을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테루아를 정확히 구별해놓으니 같은 품종이라도 땅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앙리 부르주아 뿌이 퓌메 2023'와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 2023'을 비교해보자. 둘 다 소비뇽 블랑 100%인데 푸이 퓌메가 섬세하고 우아해 여성스럽다면 상세르는 투박하지만 잘 짜여진 구조감 안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뿌이 퓌메는 신선한 꽃향에 잘 익은 시트러스와 키위, 유칼립투스 등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석회질 토양에서 미네랄이 품종 특유의 바삭함과 잘 어우러진다. 상세르는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실 느낌에 좀 더 짭쫄한 미네랄과 감초향도 느낄 수 있다. 구조감이 있어 크림소스 요리와도 마시기 좋다. '앙리 부르주아 당탕 2022'은 부싯돌이 풍부한 땅 위에 심어진 최소 60년 이상의 올드바인 소비뇽 블랑으로만 만들었다. 장-마리의 표현을 빌자면 "와인이 스스로 말을 한다"고 할 만큼 표현력이 좋은 와인이다. 꽃향기가 잘 익은 과실미와 함께 부싯돌이 그대로 반영된 미네랄 느낌이 매력적이다. 생선류와 랍스터는 물론 살짝 매콤한 소스의 음식과도 마시기 좋으며, 10년을 뒀다 마셔도 될 힘이 있는 와인이다. 통틀어 미네랄 느낌이라고 하지만 때론 훈연향, 때론 식욕을 돋을 짭쫄한 맛이 있다보니 와인과 맞는 음식을 고르기가 어렵지 않다. 장-마리는 "한국에 와서 페어링을 해보니 상세르와 푸이퓌메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물론 피노누아 와인도 한식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끌로 앙리는 앙리 부르주아가 뉴질랜드 말보로에 세운 와이너리다. 신대륙에서도 소비뇽 블랑과 피노누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자리잡은 것이 뉴질랜드다. 지금이야 소비뇽 블랑하면 뉴질랜드, 특히 말보로를 떠올리지만 2002년 당시만해도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타기 전이었다. 빙하 퇴적물로 만들어진 토양과 서늘한 기후, 두 가지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사들인 땅은 양이나 방목하던 황무지였다. 사실 포도가 전혀 심어지지 않은 땅을 원하기도 했다. 포도나무 식재부터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기 위해서다. 빽빽하게 포도나무를 심는 고밀도 식재와 관개를 하지 않는 드라이 파밍 기법이다. 장-마리는 "인근에서 보통 1에이커에 2000그루를 심는다면 우리는 2배가 넘는 5000그루를 심는다"며 "살아남기 위해 더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 포도나무 자체가 가지는 힘이 강력해지는 것은 물론 뉴질랜드의 테루아를 확실히 표현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끌로 앙리 에스테이트 소비뇽 블랑 2023'은 앞서 상세르 지역의 소비뇽 블랑보다는 푸릇푸릇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달리 풀 자른 내음은 제한적인 반면 생동감 있는 산미와 과실미가 느껴진다. 그는 "말보로에서 시도한 피노누아 역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5-29 17:04:4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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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암울한 경제전망과 민생정치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1월에 수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2.0%)를 다시 1.0%로 재수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5월 경제전망에서 지난 2월 1.6% 수정치를 0.8%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원래 작년 10월 IMF와 11월 KDI는 2024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2%로, 2025년에는 각각 2.2%, 2.0%로 전망했었다. KDI의 2025년 경제성장률 재수정치 0.8%는 필자에게 충격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60년 이후 한국경제의 경제성장률이 1% 이하이던 때는 1980년 오일쇼크와 국내정치 혼란(-1.5%),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기간이 유일했다는 데에 있다. 다른 하나는 2025년 성장률 수정치 0.8%는 우리의 2025~2030 기간 잠재성장률 1.2%~1.7%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에 있다. 2024년 한국경제는 부동산발 경기침체와 건설투자의 부진 심화, 고금리로 더딘 경기회복세를 이어갔다. 이 와중에 작년 12월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탄핵국면에 의한 정국불안이 소비심리 악화와 위축, 투자부진 우려 등이 경기를 더욱 억눌렀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4월부터 시작된 미국발 상호관세 전쟁은 글로벌 경기는 물론 한국경제의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통계지표를 살펴보자. 첫째,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자. CCSI에서 나타난 소비심리의 위축은 확연하다. 작년 11월 100.7이던 CCSI는 12월엔 88.2로 급락했고, 지난 4월엔 93.8을 보이면서, 5개월째 100을 밑돌면서 내수부진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2025년 KOSIS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의 실업률 자료를 보자. 2024년 11월 2.2%였던 실업률은 12월엔 3.8%로 급등했고, 이후 3월까지 3.0% 이상을 유지하다가 4월에 2.9%로 조금 낮아졌다. 셋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발간자료를 보자. 먼저, 동 기관이 5월에 발간한 경기도 월간 자영업자 현황보고에 따르면, 2025년 4월 전국 자영업자 수는 561만5000명으로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이 감소하고 있는데, 1월에 2만8000명 감소로 전환한 이후 4개월째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다음으로, 동 기관이 분기별로 발간하는 경제이슈 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 음식점 월별 폐업률은 개업률 2.2%보다 높은 2.55%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경제활동 수치는 소비자인 가계의 생활 형편과 수입 등의 재정이나 경제여건이 좋지 않음과 동시에 구직자의 취업 곤란, 취약계층인 자영업자나 영세서민의 생계 위협 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형국에서 이들의 경제적 고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안타깝게도 눈에 띄지 않으며,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듯하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기 위한 추경은 비상계엄 이후 5개월째인 지난 5월 1일에야 비로소 18.3조원 규모로 국회에서 간신히 통과되었다. 민생정치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0.8%라는 전망은 경제위기에 버금갈 상황이다. 이는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에겐 견디기 어려운 시기이다. 지역 구분이 없이 가까이 주변 상가를 보아도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텅 빈 모습이 그렇고, 썰렁한 음식점이 그렇고, 물가가 뛰어도 급여만 꿈쩍 움직이지 않는 일반 서민의 얇아진 지갑이 그렇다. IMF 때도 이렇지 않았다는 말이 주변에서 들려온다. 이런 현실에 정작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는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꼬박꼬박 급여에다 물가상승률 만큼 인상분도 챙겨 받는다. 과연 이들이 납세자인 민생을 위한 소명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민생정치란 한마디로 이식위천(以食爲天)을 실천하는 것이다. 6월 3일 대선 후 들어설 정부에서는 먼저,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이 되는 정국불확실성을 조기 수습하고 추경의 조기 집행에 의한 내수진작, 기업의 투자확대, 취약한 자영업자와 서민의 경제적 자활을 돕기 위해서 복지정책과 구별된 접근성, 가용성 위주의 서민금융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피크코리아로 빠져든 한국경제에서 잠재성장률 복원을 위한 혁신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실기하지 않도록 한국은행도 정책금리의 인하를 통한 경기 방어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물가안정 목표로만 되어 있는 한국은행도 미국 연방제도 준비위원회(FRB)와 같이 경기부양도 중앙은행 목표에 포함했으면 한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5-29 07:00:1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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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에도 찬사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에도 찬사를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는 것 아닌가. 민주적으로 집권해 인권탄압, 위헌적 장기집권 안하고 나라 부유하게 했으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묘소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묘소에 꽃을 바칩니다'라고 참회했다."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세중 박 전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힌 내용이다. 선거철을 맞아 후보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시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과오를 짚으면서도 진보진영에서는 두드러질 만큼 그의 공적을 부각했다. 김 후보는 과거엔 멸시했지만 이후 그를 존경하게 됐음을 '참회'란 말로 표시했다. 보수정당 정치인들이야 그를 극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군부독재에 맞서 고초를 겪으며 민주화의 주역이 됐던 정당의 후보들도 이제는 물흐르듯이 그를 산업화, 경제개발, 빈곤탈피의 대부로 받드는 미사여구를 날린다.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전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든 토대의 하나여서 받아들이는 유권자들도 거의 수긍한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G10의 위상을 갖춘 지금쯤 냉철하게 짚어볼 것이 있다. 개발연대의 정치지도자에 대한 현실적 평가도 좋지만 이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실질적 주역인 기업에 대한 평가도 좀 더 냉정하게 바뀌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민주화 과정이나 이념, 체제 논쟁 시대나 그 잔상 속에 살던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경제가 중요한 시절이 됐다. 오래전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서구나 미국처럼 우리도 선거 승패의 가르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나라 경제의 큰 축인 대중소 기업, 그리고 기업 활동을 견인해온 근로자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커졌다. 이 때문에 친기업적 공약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불합리한 규제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 공약을 하고 실천하는 후보를 유권자들은 바란다. 그래야 고무된 기업들이 사업보국 신념 아래 더 나은 창의성과 혁신으로 글로벌 전쟁터에서 승기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근로자들은 소속된 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있어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성장 만능주의, 지배주주의 유아독존식 경영에 전적으로 빠져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다. 오히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이는 역할에 자긍심을 갖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실수나 잘못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잘못을 빌미로 그동안의 공을 모두 날려 보낼 듯이 공박하지는 말아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현실적 평가처럼 말이다. 오너가 기업 전체였던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다. 잘못된 부분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된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 기업이나 약자의 입장을 더 대변할 것도 없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의 성장과정에서 봤듯이 급변하는 환경에 놀라우리만치 잘 적응하며 성장해왔다. 한국경제 성장의 토대가 돼온 글로벌 경제환경은 국수주의 심화와 보호무역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절망적으로 바뀌고 있다. 1% 대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 상황이 낯설지 않을 만큼 성장판은 닫혀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심양면 지지를 보내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고 권력자가 기업인들을 불러 시장통에 데려 다니고 경제외교 한답시고 끌고 다니는 식의 행태도 지양돼야 할 것이다. 대한상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56.3점으로 기준선인 50점을 3년 연속 넘었다. 2003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기업문화 개선과 윤리경영 실천, 지역사회 공헌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요 위정자들이 기업의 역할에 한 번 더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2025-05-28 16:42:00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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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지분형 주택금융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통화정책에 있어 큰 걸림돌은 가계부채다. 정책대출을 늘려도 그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쏠린다. 금융기관에 부동산 부문 신용잔액(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현재 약 2000조원 정도이고, 전체 민간 신용의 절반가량은 부동산 부채이다. 또 경기침체로 대출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주주들이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놓아도 사업이 아닌 부동산에 돈을 쓰니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제자리다. 투자의 타당성보다는 부동산으로서 화폐가치 하락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 방향성을 가늠키 어려울 때에 늘 그렇듯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보유세가 오르지만 그 대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돈을 풀면 통화가치 하락으로 명목가격이 오를테니 지금은 팔 이유가 없다.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고, 거래를 늘려서 투자심리를 자극할테니 지금 팔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들은 집 사기가 점점 어렵다. 규제지역인 서울에서 대출로 집을 살 때 보통 LTV가 40%라면 평균 아파트 가격인 13억중 8억은은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주택금융을 제안했다. 집을 사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부족한 돈은 대출이 아닌 주택금융공사가 일부 지분을 갖는 형태로 투자하자는 것이 '지분형 주택금융'의 요지다. 가령, 무주택자가 자기자본 10%만 있으면 주택금융공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40%를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차주가 아닌 지분권자이니 이자가 아닌 지분에 대한 소액의 사용료만 받는다. 이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집값이 향후 하락할 때이다. 이 때는 주택금융공사의 지분 50%를 후순위로 배치해서 그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 우선의 초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책은 여러 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첫째, 양극화를 가속할 우려다. 주택금융공사도 결국 손실의 위험이 큰 지방에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수도 등 지방의 공공개발에 연계하는 식으로 투자지역을 강제 또는 유도한다면 이는 정부가 나서서 투기를 부추기는 모양이 된다. 둘째, 집주인(실거주자)이 공공지분에 대한 사용료를 연체한다면 결국 지분경매로 이어진다. 그러나 어느 응찰자가 반쪽짜리 지분을 갖기 위해 그 값을 온전히 써내겠는가. 이는 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은행은 '회수 불확실성'을 금리에 반영하는 본능적 존재이기에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를 막기 위해 공공이 일괄매입하는 등 별도 제도를 둔다고 해도 이는 곧 공공부문의 손실로 대신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매각 의사결정의 왜곡 문제가 있다. 결국 그 집을 파는 것은 10%만 투자한 집주인의 의사에 달려있다. 하락시장에서는 10%를 깎든 50%까지 깎든 후순위 지분권자인 공공이 고스란히 손해를 볼 뿐, 집주인은 손해가 없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반값에 파는 대신, 공공지분 없이 온전한 집을 헐값에 사는 매수인으로부터 차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탈법적 보상거래가 있을수도 있다. 만일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공동 의결권이나 매각승인제도를 둔다면, 그렇게도 호가를 안 내리던 집주인들의 담합을 오히려 공공이 대신하는 셈이다. 오르면 내 이득은 반쪽, 떨어져도 손해는 없다면 무주택자들은 어디로 움직이게 될까.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시장경제의 자정기능은 한걸음씩 늦는 듯 보여도 강력하다.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집값안정을 막는 규제를 줄이거나, 돈이 부동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도록 다른 금융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 이를 능가하는 묘안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2025-05-26 11:44:2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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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근육통, 관절통 다스리는 '오가피'

많은 이들이 건강관리라고 하면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이나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 예방을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면 뼈 건강 역시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령 인구는 계속 많아지는데 뼈 건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뼈 건강은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시작해야 늦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19 시대를 기점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련 활동이 많아지는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등산, 사이클, 헬스, 요가, 단체 스포츠 등 운동 관련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있는데 무리를 하거나 사고나 나서 뼈를 다치는 젊은 층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뼈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게 우선순위이겠지만 '가시오가피'처럼 뼈에 좋은 본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오가피나무(오갈피나무)는 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의 일종으로 2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인삼 또한 두릅나뭇과 여러해살이풀인데 오가피는 제2의 인삼이라고 불릴 만큼 몸에 좋은 본초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실제로 얼핏 보면 외형이 인삼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오가피를 두고 "한 줌의 오가피는 한 수레에 실린 금옥보다 낫다."고 했으며, 오가피를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다. 이도록 몸에 좋다는 오가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난다. 그중에서도 가시가 난 가시오가피는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백두대간을 따라 600m 이상의 고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열매는 물론, 줄기와 뿌리 모두 약재로 활용하며 특히 뿌리의 경우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다. 오가피는 뼈와 근육 강화에 좋고, 허리가 자주 아플 때 먹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가피의 열매는 신경통을 일으키는 풍사를 쫓는 효능이 있다 하여 추풍사라고도 한다. 요즘과 같은 봄철에는 오가피의 순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한 오가피를 차로 달여 마시면 근육통, 관절통에 효과가 있으며 간 건강에도 좋다.

2025-05-26 05:36:1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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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재건축에서 ‘동일세대’ 판단기준, 주거와 생계 같이 해야

갑과 을은 부부로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내에 주택을 공유하고 있었고, 조합원 분양신청기간에 1건의 조합원 분양신청을 했다. 갑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해 세대주로 등재돼 있었고, 을은 시아버지를 세대주로 하는 세대의 세대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이처럼 부부가 별개의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1개의 주택에 대한 조합원 분양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도시정비법이 동일한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돼 있지 않더라도 부부의 경우 1세대로 보고 있고, 1세대에게는 1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제76조 제1항 제6호). 한편, 갑의 동생이자 을의 시동생인 병도 동일한 사업 정비구역 내에 별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조합원 분양신청기간에 병도 단독으로 1건의 분양신청을 했다. 그러나 조합은 갑, 을, 병에게 통틀어 1개의 주택만을 분양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 기준일 당시, 주민등록상 갑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해 세대주로서 등재돼 있었고, 을과 병은 을의 시아버지를 세대주로 하는 세대의 세대원으로 함께 등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을은 미국에 살고 있었고, 병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었다. 이에 조합은 갑, 을, 병이 모두 1세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갑, 을, 병은 이러한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을과 병은 실제로 함께 거주하지 않았으므로, 1세대라고 볼 수 없어 병에게도 별도로 1개의 주택을 분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고등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수원고등법원 2022. 6. 24. 선고 2021누13083 판결). 경기도 도시정비 조례 제26조 제2항 제2호가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을 1세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원고등법원은 시동생 병이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부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실제로 함께 거주하였는지 여부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 을, 병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2두50410 판결). 을과 병은 1세대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갑, 을에게 1개, 병에게 별도의 1개의 주택을 분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원고등법원과 달리, '1세대'에 해당하려면,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여야만 한다"고 본 것이다. 을, 병이 주민등록표에 형식적으로 함께 세대원으로 등재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지 않기 때문에, '1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한 도시정비법의 1세대1주택 원칙은 정비사업에서 투기를 억제해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실질적으로 1세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위 취지를 해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점도 들었다. 대법원은 조합이 1차적으로 주민등록표를 기준으로 1세대인지를 확정한 후 조합원의 이의제기,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실질적인 주거여부를 조사 및 확인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신속한 사업진행에 대한 지장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5-05-25 09:31:5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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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3>이젠 나파밸리 아닌 파소로블스…'아메리칸 드림' 다우빈야드

<283>美 다우빈야드(DAOU Vineyards) 다들 미쳤다고 했다. 이런 산과 땅을 샀다가는 돈만 다 날릴 것이라고 했다. 다니엘 다우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파소 로블스에 와이너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다. 그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형 조르주 다우마저 말렸다. 나파밸리도, 소노마도 아닌 파소 로블스라니. 당시만 해도 파소 로블스는 프랑스 남부 론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긴 했지만 품질은 그닥 좋지 않았고, 그나마도 다니엘이 사겠다고 점찍은 곳은 와이너리가 전무했던 지역이었다. 설립 20년도 채 되지 않아 무려 1조원에 팔린 다우빈야드(DAOU Vineyards·이하 다우)의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했다. 넵 루키치 다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우는 파소 로블스를 프리미엄 카베르네 소비뇽의 차세대 중심지로 끌어올렸다"며 "숨겨진 보석같은 다우의 포도밭 뿐만 아니라 파소 로블스 지역에서 예외없는 품질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우는 다니엘과 조르주 다우 형제가 2007년 세운 와이너리다. 미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장장 8년간 전 세계 와인산지를 물색한 끝에 정착한 곳이 파소 로블스다. 먼저 파소 로블스가 어디인지 봐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샌프란시코와 로스앤젤레스 중간쯤이다. 다니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토양이다. 파소 로블스 안에서도 아델라이다 디스트릭트 AVA에 위치한 다우 마운틴은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과 달리 석회질과 점토가 주를 이뤘다. 보르도에서도 우아하고 숙성잠재력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쌩테밀리옹과 같다. 다니엘이 당시 파소 로블스에서 모두 반대했던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을 심었던 것도 그래서다. 넵 대표는 "나파밸리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기후가 80%, 토양을 20%로 본다면 다우는 반대로 토양이 80%로 더 중요하게 본다"며 "그래야 타닌과 산도, 당도, 미네랄 등이 양조하면서 조정한 균형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히 균형미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파밸리와 비슷한 기후 속에서 좋은 땅을 만난 카베르네 소비뇽은 그야말로 잘 자랐다. 다우 디스커버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내놓자마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자리에 올랐다. 과실과 산미가 잘 균형을 이뤘고, 타닌은 벨벳같았다. 플래그십 와인인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이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은 가운데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든 고가의 '패트리모니'는 나파밸리 컬트 와인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우 이전에 60% 이상이 론 품종을 재배했던 파소 로블스는 이제 50% 이상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키운다. 다우가 파소 로블스의 역사를 바꿔놓은 셈이다. 사실 진짜 아메리칸 드림은 따로 있다. 레바논 출신인 다우 형제가 내전 속에서 살아남아 프랑스와 미국에 건너간 것부터 맨 손으로 병원 시스템 IT 관련 스타트업을 만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까지 모든 여정이 그랬다. 그래서 다우 와인에는 다우 형제는 물론 그들의 가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은 다우 형제가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사자가 힘들때나 기쁠때나 용기있게 으르렁거릴 수 있는 영혼을 가져야 한다. 아버지가 직접 선택한 자서전의 제목을 그대로 와인명으로 썼다.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은 넵 대표를 다우로 합류하게 만든 와인이기도 하다. 다우 형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신 이 한 잔은 다우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했다. 보디가드 시리즈는 다우형제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의 보디가드겠지만 내전을 겪은 다우형제에게는 더 각별했다. 집 앞에 떨어진 폭탄으로 혼수상태까지 빠졌던 아들들을 살려낸 어머니였다. 넵 대표는 '보디가드 샤도네이'의 레이블에 이런 스토리를 담았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슬픔과 우려를 담고 있는 여성이다.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소비뇽'은 다우의 정점을 찍은 와인이다. 다우 내에서도 "패트리모니 이상의 와인은 만들 수 없다"고 하는 와인이다. 최상급 포도만 손으로 수확하고, 줄기를 제거해 선별기를 거쳐 페놀 함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포도만 탱크에 담는다. 페놀 수치가 높으면 와인의 구조감과 복합미가 좋다.

2025-05-22 15:49:3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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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금융사 감독과 개입 사이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어 논란이다. 금감원은 자본 적정성 유지와 금융시장 안정성 등을 명분으로 롯데손보의 상환 계획을 무산시켰다. 하지만 업계에선 감독권 남용이자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와 시장에 대한 감시자다. 기업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감독기관이 '선택적 개입'을 통해 시장 원리에 딴지를 건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발행 당시 계약서에 명시된 '콜옵션'은 일정 시점 이후 발행사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권리다. 시장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롯데손보는 자본 여력과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근거로 콜옵션 행사를 진행했지만, 금감원은 제동을 걸었다. 킥스 비율이 당국의 기준인 150%를 웃도는 수준임에도 '향후 건전성 우려'를 들어 상환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금융당국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기업의 합법적인 계약 이행을 가로막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콜옵션 상환 재원 확보를 계획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요예측이 완료된 이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발행은 무산됐다.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관련 계획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금감원은 이를 핑계로 외부에 공개한 것도 의아하다. 시장의 안정과 투자자 불안을 고려했다면 금융사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를 불러 주의를 주거나 컨설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시장 전체에 '콜옵션 불이행 가능성'이란 부정적 신호를 보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후순위채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발행사의 콜옵션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투자한다. 금감원이 개입해 콜옵션 행사를 차단한다면, 이는 곧 향후 후순위채 발행 자체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일부 대형 보험사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무리 없이 승인된 반면, 롯데손보의 경우에는 유독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작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저해지보험(일정 기간 동안 보험계약자가 해지할 수 없거나 해지 시 환급금이 거의 없는 보험상품) 관련 회계모형 논란이다. 금융당국은 예외모형과 원칙모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사실상 원칙모형을 권고하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원칙모형을 따랐지만 롯데손보는 예외모형을 택했다. 이때부터 롯데손보는 '미운털'이 박혔다. 보험사 간 형평성 문제와 감독의 일관성 부족은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 이번 콜옵션 행사 제동 사태는 금융당국의 전반적인 '보험사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이뤄졌다. 자본확충 수단을 억제하면서도, 지급여력 비율은 높게 유지하라는 식이다. 중소형 보험사의 영업환경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감독기관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또 기업의 재무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순리다. 금융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감독기관은 법적 근거와 명확한 기준에 기반한 조치를 통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전 차단'이나 '불허 통보' 방식은 1차원적이다.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제동은 단지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향후 보험사 전반의 자본정책과 시장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통제의 권위보다 시장의 신뢰를 생각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5-22 07:20:4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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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오른 손이 한일

2층에서 떨어진 사람과 10층에서 떨어진 사람 중에 누가 더 크게 다치겠는가? 당연히 10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더 크게 다친다. 이것은 당연한 물리 법칙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인생에서도 이 법칙은 똑같은 적용된다. 큰 부자일수록 가난해지면 더 고통 받게 되고, 선량하다고 믿었던 사람의 비리가 밝혀지면 대중은 더 크게 분노하게 된다. 높은 곳일수록 떨어질 때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무드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넘어질 일이 없다. 마찬가지로 너무 높이 오르지 않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질 일도 없다.'고 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금년 초에 백대표가 빽햄의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는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도마에 오르고, 과일맥주의 함량 논란, 지역축제의 위생관리 논란, 원산지 표기 논란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2019년의 '못난이 감자'사건을 돌이켜 보자. 당시 감자 값이 폭락해서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못난이 감자는 상품성이 없어서 버려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백대표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정부회장은 '제값 받고 팔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트를 찾았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고, 30톤 물량의 못난이 감자는 단 이틀 만에 다 팔렸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는 얼마든지 위기에 빠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백대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대중들은 백대표를 선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못난이 감자사건이나, 골목식당에서 자신의 노우하우를 전수해 주는 모습은 분명 선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백대표가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려는 모습을 보인 순간, 선한 이미지는 위선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선한 이미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분노도 컸다. 너무 높은 곳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셈이다. 백대표가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비난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백대표는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대중의 분노를 3개월만에 가라앉히는 것이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의 선한 이미지에 많이 의존한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해결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선행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떠들썩하게 선행을 광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다시 10층으로 올라가는 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10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닥에서 꾸준히 선행을 쌓고, 이런 선한 영향력이 조금씩 대중들의 마음을 녹여나갈 때,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성경 말씀에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은 위선적인 선행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 말 속에는 '선행을 여기저기 알려서, 10층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가르침이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수단인 것이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5-21 11:01: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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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소외된 문화예술 공약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선 공약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을 결정짓는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그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 외교, 국방, 산업, 정치 등 그 어느 것도 소홀 할 수 없다. 국가 정체성을 규정짓는 문화예술 또한 의미 있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 대선에선 문화예술과 관련된 약속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서 문화예술 관련 내용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정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10대 공약'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한 선거공보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과학기술이 우대받는 나라를 비롯하여 일자리 창출,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 등 다양한 약속이 나열되어 있지만, 문화예술 비전이나 계획은 명시적이지 않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대통령'(이준석), '진보 대통령'(권영국)을 표방하면서도 언제나 새롭고 진보적인 문화예술은 배제시키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다. 역시 정당 홈페이지와 선거공보에 등록된 자료를 살펴보면, 이 후보는 1.33% 수준의 문화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것과 K-콘텐츠 문화수출 50조 원 달성, OTT 등 K-플랫폼 육성, 예술인 창작비 지원, 창작공간 확충, 콘텐츠 기술개발(R&D)과 같은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러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특히 문화예술 인재 양성과 지원제도 확대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문 조직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술 창작과 연구, 교육, 유통 등 각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명료히 하고 문화예술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추구 가치의 현실 구현의 일환인 셈이다. 물론 이 후보의 공약도 섬세하다고 보긴 어렵다. 미술만 해도 그렇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 권리는 여러 창구를 통해 확인되지만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복지)청' 승격, 문화다양성위원회 설립,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제 폐지, 예술인금고 설치, 독립기획자와 비평가에 대한 현실적인 창작 대가 기준 마련 등, 예술(미술)인들이 시급하다 여기는 것들은 아직 비가시적이다. 다만 전국민 생애주기별 인문학 교육 활성화처럼 문화기본권에 대한 이 후보의 철학적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문화예술은 한 사회의 본질이면서 구성원들의 삶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다. 국민의 가치관 형성과 세대 간 연대, 통합을 가능케 하는 매개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미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더구나 문화예술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언어다. 이뿐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국력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축으로 했다면, 오늘날의 사회에선 이미지와 이야기와 같은 매력 자본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문화예술 기반의 '소프트 파워'가 외교력의 핵심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문화예술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삶의 질, 경제 생태계, 국가 브랜드, 다음 세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제로써의 문화예술은 고사하고 다짐마저 누락된 대선은 정치적 수단에만 의존하는 서사 부재의 정치현실을 드러낼 뿐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5-20 10:56:43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