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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8>신세계와 구세계의 매력이 한 병에…레꼴 넘버 41

<288>美 워싱턴 와인② 신세계 와인의 매력이라면 잘 익은 과실미다. 해마다 기복없이 좋은 햇살을 담뿍 받아 착착 쌓인 풍미는 신세계 와인을 단숨에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결국 다시 구세계 와인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은 신세계가 따라올 수 없는 구조감과 신선함, 복합미다. 이런 신세계와 구세계 와인의 매력이 한 병에 들어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워싱턴 와이너리 레꼴 넘버 41의 라이언 페닝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워싱턴 콜롬비아 밸리는 낮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 포도가 완숙되면서도 밤에는 7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온도차로 신선하고 좋은 산도를 지닌다"며 "레꼴 넘버 41은 워싱턴에서도 신세계와 구세계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레꼴은 프랑스어로 학교를 말한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던 1900년대 당시 워싱턴에도 프렌치 타운이 형성됐고, 41번지에 위치한 학교 건물을 와이너리가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레꼴 넘버41이라고 부르게됐다. 레꼴은 1983년에 설립됐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역사가 길지 않지만 레꼴이 위치한 왈라왈라 밸리에서는 3번째로, 워싱턴 전체로도 20번째로 생겼으니 와이너리로는 터줏대감이다.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지금은 3대가 운영을 하고 있다. 레꼴은 와인을 양조하면서 전통방식을 추구한다. 손수확을 하고, 여과를 위한 필터도 사용하지 않는다. 라이언은 "레꼴의 와인은 중력만을 이용해 가라앉은 효모 앙금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만약 필터를 사용해 효모 앙금을 모두 걸러낸다면 와인의 아로마나 풍미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세미용 2019'는 세미용을 주로 쓰고, 소비뇽 블랑을 10%로 안팎으로 섞었다.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느낌이 올 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반대다. 소비뇽 블랑을 주품종으로 하고 세미용을 살짝 섞는다. 세미용이 보통 산도가 낮고 두텁게 느껴져서 비중을 높이기가 어렵지만 워싱턴에서는 큰 일교차로 자체 산도가 높다보니 소비뇽 블랑의 도움없이도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꿀과 감귤류에 미네랄 등 복합미가 좋으며, 좋은 산도로 10년 이상도 숙성도 가능하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시라 2021'는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론 스타일의 우아한 시라다. 이를 위한 레꼴만의 비법이 따로 있다.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째 넣어 만드는 홀번치 발효다. 그런데 홀번치를 많이 하는 부르고뉴와도 방식이 다르다. 라이언은 "시라는 줄기가 쓴 맛이 강해 신선함 주겠다고 홀번치 발효를 하다보면 쓴 맛이 과실 풍미를 다 뒤덮을 수 있다"며 "일단 포도알만 분리해 양조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줄기 성분이 필요한 지를 분석해 선별적으로 소량의 줄기를 섞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만든 시라는 민트 뉘앙스와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음식으로는 달콤 짭짤한 양념 갈비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나파밸리라고 하면 카버네 소비뇽이 떠오르듯 사실 워싱턴 하면 멀롯이다. 멀롯은 빨리 익는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산도가 확 꺾이고 밋밋하게 퍼져버리기 십상이다. 워싱턴은 일조량이 풍부해 멀롯이 잘 익지만 서늘한 밤 사이 풍미만 농축하고 퍼지지 않는다. 레꼴 역시 멀롯이 대표작 중 하나로 설립 초기부터 만들어왔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카버네 멀롯 2020'은 달콤한 검은 과실미와 가죽과 담배향까지 복합적이다. 입안에서는 매끈한 타닌이 느껴지지만 구조감도 탄탄하다. '레꼴 넘버 41 레퍼 브릿지 빈야드 애퍼지 2020'는 카버네 소비뇽 56%에 멀롯과 말벡, 카버네 프랑 등을 섞어 만들었다. 페퍼 브릿지 빈야드는 왈라왈라 밸리는 물론 워싱턴 전역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밭 중 하나로 꼽힌다. 레꼴 넘버 41의 포도밭 가운데 가장 서늘해 수확 시기도 제일 늦다. 포도품종 별로 각각 양조를 끝낸 다음에 와인메이커가 블렌딩 비율을 결정한다. 향신료와 함께 검은 과실, 담배, 가죽 등의 풍미에 부드러운 초콜릿같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애퍼지란 달의 궤도 상에서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 또는 정점을 뜻한다. 최고의 품질을 가진 와인을 만들려는 레꼴 넘버 41의 노력을 상징한다.

2025-06-19 14:26: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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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7>과거보다 현재,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워싱턴 와인

<287>美 워싱턴 와인① 리슬링에서 소비뇽 블랑, 샤도네이, 알바리뇨까지.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까지. 보통 한 지역에 공존하지 못하는 품종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어느 한 대륙, 또는 어느 한 와인 생산국에서 나오는 품종을 망라한 것이 아니다. 모두 미국 워싱턴에서 선보이는 와인이다. 사실 워싱턴은 나파밸리나 소노마를 품고 있는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과거사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현재는 풍성하다. 1970년대만 해도 10개에 불과했던 와이너리 수는 현재 1000개를 넘어섰고, 품질면에서나 스타일에서나 최고의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생산자들의 혁신이 더해지면서 현재보다도 미래가 더 기대되는 게 바로 워싱턴 와인이다. 워싱턴 와인 생산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마스터 오브 와인(MW)인 브리 스톡은 지난달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와인 메이커스 오찬회에서 "워싱턴에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던 품종과 스타일의 와인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토양과 기후는 물론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혁신을 거듭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워싱턴 와인이라고 하면 의문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시애틀이다.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오는 곳에서 좋은 와인이 나올리가 없다. 캐스케이드 산맥을 경계로 태평안 연안은 연간 강우량이 1500mm에 달하지만 와인 산지가 위치한 동부는 200mm에 불과하다. 소위 '비그늘 효과'로 포도재배에 관개를 허용할 정도로 강우량이 적다. 워싱턴 와인을 이해할 첫 번째 키워드는 숫자 46이다. 워싱턴 와인산지가 위치한 위도다. 나파밸리가 북위 38도니 햇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생장기에 일조 시간이 17시간까지 되며, 연중 일조일도 300일이 넘는다. 타닌이 완벽하게 익을 수 있다. 두번째 키워드는 불과 얼음이다. 화산 폭발은 없었지만 땅 속에서 엄청난 규모의 용암이 분출되면서 현무암 지반이 됐고, 빙하기 말기에는 거대한 홍수가 충적토를 워싱턴에 실어다놨다. 이런 지질적 격변이 수십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독특하면서 상급 와인을 만들기 좋은 토양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은 극도의 일교차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워싱턴 와인이 놀라운 산미와 골격을 지닐 수 있는 이유다. 브리 스톡은 "바람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불면서 포도 송이와 알을 작게 만든다"며 "타닌은 고우면서 단단하고 산미를 잘 유지시켜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며 장기숙성이 가능토록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선보인 와인은 '포멈 셀라스 이딜리코 알바리뇨 2023'이다. 석회질 느낌의 미네랄이 산미와 만나면서 표현력이 극대화됐고, 포멜로같이 쌉쌀한 맛이 남는 것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 알바리뇨로 스페인의 화이트 품종이다. 스페인의 알바리뇨 주요 산지와 워싱턴은 공통점이 별로 없다. 브리 스톡은 "와이너리가 스페인의 스타일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큰 일교차와 그에 따른 생동감을 잘 담을 수 있는 품종을 생각하다 보니 알바리뇨였다"며 "여름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골뱅이 무침이나 고추튀김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번에도 의외의 품종, 그르나슈다. '그로스그레인 케니 힐 빈야드 그르나슈 2022'는 올드바인 그르나슈로 만들어 잘익은 과실풍미에 생기가 느껴지는 산미가 인상적이다. 삼겹살 등 기름기있는 육류나 구운 버섯과 어울릴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워싱턴에서 생산량으로나 품질면에서나 가장 중요한 품종이다. 건조하고 햇빛이 강하니 익는데 오래 걸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에는 천혜의 기후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 포도알이 작고 농축돼 나파밸리의 진한 과실 풍미에 보르도의 구조감과 신선함이 모두 들어있다. 여기에 금상첨화, 한 가지가 더 있다. 화려한 과거가 없었던 덕분에 가격 접근성도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는 '아베하 헤더 힐 카베르네 소비뇽 2021'과 '블레드소 패밀리 와이너리 카베르네 소비뇽 2022'이 선을 보였다. 아베하 헤더 힐은 왈라왈라 밸리에서도 남서부에 위치해 더 잘익은 과실 풍미가 특징이다. 산미도 살아있어 생동감이 있는 와인이다. 블레드소 패밀리 와이너리는 미식축구리그 출신인 드류 블레드소 선수가 은퇴 후 왈라왈라 밸리로 돌아와 운영하는 곳이다. 2022년은 워싱턴에서도 탁월했던 빈티지로 농축미와 산도가 모두 좋다. 워싱턴 와인협회 크리스티나 켈리 사무총장은 "워싱턴 와인의 매력은 모든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면서 품질도 좋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으로 앞으로도 워싱턴 와인의 특별함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2025-06-19 13:12: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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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박수근미술상'의 궤적

강원도 양구 출신의 작가 박수근(1914~1965)은 보통학교만 졸업한 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그러나 그는 서민의 일상을 소박하게 담아낸 향토성 짙은 작품들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독보적 위치를 점했다. 생전보다 사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현재는 누구나 인정하는 '국민화가'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은 박수근이 타계한지 60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해 강원도 양구군과 강원일보,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박수근미술상'도 지난 달 29일 열 번째 수상 작가를 배출했다. '박수근미술상'의 제정 배경은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꼽히는 박수근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데 있다. 선함과 진실을 추구했던 그의 삶과 예술의 자장 안에서 민중의 정서에 뿌리를 둔 조형 언어를 오늘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실현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상의 목적이다. '박수근미술상'은 그동안 서구 중심의 미술 담론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폐쇄적 민족주의에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가들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작가의 철학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며 문화적 주체성 및 시대정신에의 부응 역시 강조해왔다. 때문에 '박수근미술상'은 공로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며 현시대와 호흡하는 작가들에겐 특별한 가치일 수 있었다. 이는 박수근이 보여준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잇기 위한 양구군과 박수근미술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한데, 2016년 첫 수상작가인 황재형을 비롯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차기율, 노원희, 홍이현숙 등 모두 상의 취지에 부합했다. 이들은 한국적 미감과 예술적, 사회적 문제의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선보였으며,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동시대 미술환경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색깔 있는 방법론을 내보였다. 제10회 수상작가인 오원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 맥락 속 너와 내가 여기-지금, 이곳에 있음을 다뤄온 그는 작품마다 부조리의 존재, 필연성을 상실한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을 녹여 냈다. 그곳엔 경험과 직관의 사고가 배어들었으며, 당대성이 각인되었다. 그래서 공감도도 높았다. 공감의 원형은 실존에 관한 자문에 있다. 우리 마음에 내재한 존재의 근원적인 것과 탈각되는 것,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실제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실적인 것들을 실존의식의 테두리에서 풀어낸다. 여기에 '삶의 두께'라는 체험적 질료와 일상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박수근과의 연관성도 읽을 수 있다. '박수근미술상'은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라는 다양한 긴장 관계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수상작가들은 창작의 동기부여와 예술적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술상은 작가들의 활동을 토대로 성장했다. 추천위원이 직접 전시기획에 참여하거나, 철저히 중립적인 양구군의 행정은 여타 미술상 대비 남다른 지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까지 '박수근미술상'이 남긴 유가치한 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박수근미술상'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도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작가들에게 어떻게 박수근의 삶을 알리고 예술정신을 잇도록 할 것인지, 더욱 다원적이고 복잡해지는 미술 생태계 속에서 '박수근미술상'만의 고유한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다. 특히 박수근이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선함과 진실한 삶의 예술'이 21세기 한국 사회와 미술계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그 답을 향해 연구하고 걸어가는 것이 '박수근미술상'이 향후 감당해야 할 소중하고도 무거운 숙제일 것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6-18 10:18:39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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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보험계약법의 상법분리, 보험발전과 경제성장 지름길

상법개정을 통한 증시 밸류업 못지 않게 중요한 상법개정사항이 있다. 바로 보험계약법 분리다. 오늘날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자원, 물적자원보다 제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룩한 눈부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의 토대 역시 적절한 법치였고, 앞으로도 민생과 시장에 활력을 줄 법제가 우리 청년세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전망이다. 세계 10위권인 한국경제에서 금융보험분야 발전수준은 미흡하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보험분야가 문제인 바, 4대 사회보험과 퇴직연금이 국민소득의 25%를,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민영보험이 12%를 각각 차지하고, 그 외 비영리보험인 공제 등을 합하면 보험지출 규모는 국민소득의 40%에 이르나, 우리 국민의 보험신뢰도는 매우 낮고, 금융분야중 소비자민원도 가장 많이 발생한다. 본질적으로 보험은 상부상조, 위험공유, 위험전가를 통해 경제라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오일이고, 음식의 맛을 내는 소금과 같이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보험은 생산, 소비, 유통, 금융 그리고 사회복지 등 모든 경제사회 활동의 필수도구로써 오늘날 미국, 독일, 영국 등 G7 선진국은 보험선진국이며 경제선진국이다. 선진국에서 보험은 국민의 리스크 후방흡수는 물론, 신규산업의 리스크를 앞서 제거해주는 선도적 역할도 한다. 이렇듯 양적, 질적으로 중대한 역할을 하는 보험이 오늘날 차별적이고 경직된 국내 법제로 인해 보험은 물론 경제·사회 발전의 발목이 잡히는 유감스런 상황이다. 독립적 보험법제를 가진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보험계약법이 두꺼운 호두껍질 같은 상법에 포함되어, 시의적절한 법개정이 매우 어렵다. 우리가 상법을 차용한 일본도 2010년 보험계약법을 상법에서 분리했고 그 후 민원이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2021년 제정되어 금융상품 판매를 규제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보험회사 운영을 규율하는 보험업법은 보험시장내 기본법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 또한 은행, 증권은 각각 은행법, 자본시장법등 별도의 특별법이 있는데, 차별적으로 보험계약법만 상법내에 존재하여 금융법 및 금융업의 균형발전을 어렵게 하고, 보험 증권 및 약관 등 보험계약의 단순화, 전문화, 표준화, 공정화, 투명화를 제약하고 유통의 비효율성과 민원발생의 주원인으로 보험시장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이 가발·봉제를 수출하던 1963년 제정된 상법의 935개 조항중 101개 조항을 차지하는 보험계약법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심지어 방산과 원전을 수출하는 2025년 현재 상법의 일부로 여전히 남아서, 1991년과 2014년 개정이후 필요한 추가개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화, 디지털화, 인권 강화, 개인과 기업의 리스크 확대 등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를 적절히 담아내지 못하고, 법적 불명확, 부정확, 부적절성으로 인해 불필요한 많은 보험 민원과 분쟁이 발생하고, 소비자보호, 산업혁신, 사회안전망,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보험계약법을 상법에서 분리하여 독립법으로 신속하게 제정하도록 국회와 관련 부처가 힘과 지혜를 모아 민생안정과 국리민복 그리고 원활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우리의 미래인 청년세대에게 보다 희망적인 나라를 물려줄 것을 기원한다. /정홍주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국제금융소비자학회장)

2025-06-17 10:30:2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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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미국경제는 공멸의 길을 피해 갈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초인 1월 13일 109.65까지 올랐다가 최근 6월 12일기준 97.92로 무려 11% 가량 내렸다. 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미국경제 성장동력을 무기력하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2025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지난 1월 2.7%에서 6월에는 2.4%로 내리면서 그 원인으로 세계적 무역 긴장과 (관세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미국경제 성장률을 2.3%에서 1.4%로 무려 0.9%나 대폭 낮춰, 사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미국경제를 위하여 전 세계에 무차별 퍼부은 관세 폭탄이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미국경제를 맹폭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쟁(Competition)하면서 협력(Cooperation)하는 '경쟁적 협력(Co-opetition)' 전략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해 가는 원동력이다. 경쟁적 협력 정책은 국가간 상호 이익을 통하여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으로 세계 경제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다. 반대로 혼자만 잘 살겠다는 인근궁핍화 정책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니 그 효과보다는 폐해가 훨씬 크다.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승자 역시 상처뿐인 영광이나 차지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기 쉽다. 이러한 식민주의, 비생산적 경쟁은 결국 대공황과 1·2차 세계대전을 촉발하여 인류를 전쟁과 빈곤의 공포로 빠져들게 하였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괄목할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마샬플랜' 같은 미국 주도의 '경쟁적 협력'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쉬운 예로 선진국은 최첨단 기술을 제외한 중하위 기술을 후진국에 이전하여 산업 국가로 발돋움시켜 자국 제품 수요를 늘렸다. 선진국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후진국은 기술 습득을 앞당겨 공존공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경제 또한 오늘날 국민소득 3만5천불 시대를 누리는 까닭도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이 남다르기도 하였지만,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세계 경제 조류 때문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선진기술을 분해·조립하는 분해공학(reverse engineering)은 경쟁적 모방이었다.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선회가 세계 경제를 선순환시켰기 때문이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세계 경제는 상호의존 관계가 갈수록 깊어져 어느 나라도 독자적 경제운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조차도 상호협조 없이는 자국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없을 정도로 대외 의존성이 커졌다. 그런데, 상황 판단을 그르친 미국이 '위대한 미국'을 되찾겠다고 전례 없는 대규모 관세 폭탄을 퍼부어 타국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려 들었다. 멕시코와 캐나다 나아가 '그린랜드'까지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보여 전 세계를 떨게 하였다. 부와 권력과 모두를 차지하고서도 탐욕인지 불만에 가득 차 있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습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한다. 사실, 세계화가 깊이 진전된 상황에서, 미국을 위해서도 관세 폭탄은 오래 지탱하기 어렵다. 미국이 공멸의 길은 피해 가겠지만, 때를 놓칠 우려도 있다. 미국 관세정책 장기화와 반전하는 2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감안하여 신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5-06-17 10:21:1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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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아이보리와 갤럭시

20세기 초, 미국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규모 기업들이 등장했다. 당연히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졌다. 수많은 일자리, 높은 임금, 그리고 광활한 토지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유혹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이들은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삶은 고단했다. 청춘의 혈기 하나만으로 미국 땅을 밟은 이들에게 쾌적하고 위생적인 주거시설은 사치였다. 더럽고 지저분한 이민자들의 슬럼가에서는 전염병이 만연했고, 꿈을 안고 온 이민자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리고 슬럼가에서 발생한 전염병은 미국 전체를 위협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했다. 이 즘, 전염병들을 퇴치한 이름 없는 영웅들이 등장했다. 이 전염병을 해결한 사람은 의사도 아니었고, 미국 정부도 아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염병을 몰아낸 사람들은 아이보리 비누의 광고 담당자들이었다. 당시 광고 담당자들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민자들의 생활을 분석했다. 광고 담당자들은 '여성 보다는 남성들이 땀을 많이 흘리는 일에 종사할 뿐만 아니라, 위생관리에도 덜 적극적이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신사는 매일 샤워를 한다.'는 카피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민자 청년들은 자신의 연인에게 신사로 보이기 위해서, 매일 샤워를 하여 땀 냄새를 없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보리 비누의 판매량의 늘수록, 전염병은 줄어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가 삼성의 갤럭시 휴대폰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병사가 가지고 있던 갤럭시의 티타늄 프레임이 포탄 파편을 막아준 것이다. 병사는 "휴대폰이 상처를 막아주는 갑옷이 되었다."며 놀라워했다. 해당 사연을 전해들은 삼성전자 측은 무상수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번 갤럭시 사건은 20세기 초의 아이보리 광고를 연상시킨다. 아이보리 비누의 광고담당자들은 그저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렸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개발자가 방탄 목적으로 휴대폰을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튼튼한 휴대폰은 한 병사의 생명을 살렸다. 분명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숭고한 업무를 의사, 소방관, 경찰관 같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보리 비누 이야기나 갤럭시 이야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가볍고 튼튼한 휴대폰을 만들기 위한 평범한 우리 이웃의 노력이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일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름 없는 이웃들의 착실하고 선량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인 것이다. 도를 닦기 위해서 꼭 산으로 갈 필요는 없고, 영웅이 되기 위해서 꼭 소방관이 될 필요는 없는 법이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고, 하루하루를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는가?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 역시 이름 없는 영웅이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6-16 15:18:20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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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뼈 건강에 좋은 보양 재료 '미꾸라지'

해가 지날수록 여름만 되면 견디기 힘든 폭염이 심해져 간다. 이제 한국의 여름은 아프리카 더위 못지않다. 그래서 여름이면 보양식에 대한 인기도 매년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꾸라지도 인기 있는 여름 보양식 재료 중 하나다. 미꾸라지는 뼈째 조리되므로, 높은 함량의 칼슘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체내에서 칼슘의 99%가량은 뼈에 존재하는 만큼 칼슘은 뼈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혈액의 응고, 근육 수축 등 생명의 유지에 관여하는 여러 생리 기능에 작용한다. 성장기 자녀들, 골다공증 예방이 고민인 장년층 이상의 세대라면 더욱 칼슘 섭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하게 접하는 식재료 중 멸치 다음으로 칼슘 함량이 높은 것이 바로 미꾸라지다. 뼈 건강은 그저 영양제 형태로 칼슘을 많이 먹기만 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칼슘을 다른 미네랄, 비타민 등과 적절하게 섭취해야 하는데 미꾸라지는 칼슘 이외에도 인, 칼륨 등의 필수 미네랄이 풍부하며 비타민 A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비타민 A라고 하면 당근, 시금치와 같은 채소류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동물성 식품으로도 얼마든 섭취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달걀과 우유가 있는데 미꾸라지는 이러한 식품보다 비타민 A 함량이 높다. 우리 선조들 역시 미꾸라지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잘 알았는지 오래전부터 미꾸라지 음식을 즐겨왔다. 미꾸라지는 고려 시대의 기록에 이미 등장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추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미꾸라지에 대해 언급한다. 미꾸라지라고 하면 역시 추어탕이 대표적이다. 미꾸라지는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체질적으로는 몸에 냉기가 많아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손발이 찬 소음인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겨울에 잘 어울리지만 여름철 약해진 기력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날이 덥다고 실내에만 있다 보면 과도한 냉방 때문에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이럴 때는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추어탕을 보양식으로 먹으면 여름철 체력 관리에 좋다.

2025-06-16 05:05:1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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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신탁재산, 도산절차에서 채무자의 재산이 아닌 이유

최근 '신탁'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부동산 거래를 해 본 사람이라면 등기부상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귀속돼 있으면서도 자신이 실질적 소유자라고 이야기하는 개인과 거래를 진행하면서 다소 혼동을 느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자산가들은 자신의 유언을 전통방식이 아닌 유언대용신탁이라는 방식을 통해 남기기도 하고, 채무자들은 특정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담보로 신탁해두기도 한다. 오늘은 이러한 채무자들의 '담보신탁'된 재산이 도산절차에서 채무자의 재산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신탁은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맡긴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 중 담보신탁은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채권자나 제3자인 수탁자에게 채권에 상응하는 재산에 대해 담보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시켜주고, 채권자에게 해당 재산을 매각한 수익으로 자신의 채권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이른바 '우선수익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연히 해당 재산이 등기, 등록이 가능한 부동산이나 동산일 경우, 등기부나 등록부상 소유자의 명의도 신탁을 원인으로 채권자나 제3자인 수탁자 이름으로 변경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채무자가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가게 됐을 경우다.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채무자 회사 A가 채권자 B에게 자금을 빌리면서 골프장 시설을 담보로 신탁했으나 그 이후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신탁'이라는 특수한 법률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생각해보면, 골프장 시설은 당연히 채무자 회사 A의 재산이고, 채권자 B는 골프장 시설에 대한 회생담보권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면서 도산절차에 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다르다. '신탁'은 원 소유자가 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모두 제3자(수탁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신탁이 성립한 이후에는 해당 재산을 원 소유자의 재산으로 볼 수 없고,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도 도산절차상 회생담보권 등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골프장 시설의 관리, 처분권은 이미 제3자인 수탁자나 채권자 B가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매각해 채권자 B가 자신의 채권 변제에 충당하는 것은 '채무자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위해 제공한 담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2001다9267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골프장 시설은 담보신탁이 성립한 시점에서 채무자 회사 A의 재산이 될 수 없고, 골프장 시설에 설정된 채권자 B가 가지는 우선수익권도 회생담보권 등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결국 회원제 골프장의 회생절차에서 운영에 필수적인 골프장시설에 대해 담보신탁이 설정돼 있는 경우 담보신탁의 채권자는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언제든 신탁재산인 골프장시설을 처분해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수익자인 채권자 B에게 다른 회생채권자보다 유리하게 회생계획을 정하도록 지도하고, 채권자 B로부터 수익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거나, 신탁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야 실질적인 회생계획의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 담보신탁이 도산절차 직전에 다른 채권자들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사해신탁에 해당해 신탁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신탁법 제8조). 또, 신탁의 구조나 담보의 설정 방식에 따라 신탁계약을 취하고 있음에도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인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이 채무자와 우선수익권자인 채권자의 담보신탁에 대한 법리적 논쟁이 때에 따라 회생절차의 성패를 좌우할 여지도 있음을 유의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25-06-15 10:40:2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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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6>"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편견은 깨진다"…된장·고추장과 마주앉은 와인

<286>한식과 와인의 만남 '마주한상(磨酒閑床)'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편견이 깨진다."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와인전문가랍시고 백 날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 고추장처럼 텁텁한 소스는 와인과 안 맞는다고 미리 피할 필요가 없다. 맛있으면 게임은 끝난거다. 아영FBC가 운영하는 다이닝 바 모와(Mowa)가 우리 전통 장인 간장, 된장, 고추장 요리와 와인을 조합한 '마주한상(磨酒閑床)'을 선보였다. 마(磨)는 '갈다, 정성 들이다'는 뜻으로 정갈하게 준비된 음식과 술이다. 주(酒)는 말 그대로 술이다. 한 잔의 와인을 중심에 뒀음을 상징한다. 한(閑)은 '한가함·여유로움'으로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음미하는 것을 나타낸다. 상(床)은 음식을 차려내는 '밥상' 즉 정성스럽게 준비된 자리다. 사실 와인이 한식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왔다. 한식 중에서도 전통 장을 꺼내들은 것은 장의 발효와 와인의 숙성 사이에 접점이 있을 거란 이유에서다. 성하윤 아영FBC 와인사랑 마케팅 팀장은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고 '맛있다'고 음미하는 순간 모든 편견이 깨진다"며 "한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주한상' 역시 발효 식문화인 우리의 일상 식탁에서도 와인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먼저 간장이다. 간장은 모난 데가 없으니 비교적 쉬운 페어링이다. 간장소스를 곁들인 제철 방어회와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 에센셜 NV'다. 파이퍼 하이직 에센셜은 기본급보다 좀 더 숙성시킨 샴페인으로 간장의 감칠맛과 잘 어우러진다. 다음은 된장이다. 재래된장에 재워 구운 항정살에는 화이트 와인이지만 다소 무게감이 있는 '아일린 하디 샤르도네 2022'를 매칭했다. 고소한 장맛이 오크통에 숙성해 갓 구운 빵에서 나는 토스트 향과 조화를 이뤘고, 좋은 산도와 과실이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마지막은 난이도 최상 고추장이다. 매운맛에 텁텁함까지 있어서다. 한국식 매운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추장 매실장아찌와 육회를 버무렸다. 곁들인 와인은 '하트포드 코트 러시안 리버밸리 피노누아 2022'다. 양념 육회의 향신료 뉘앙스와 달큰한 감칠맛이 피노누아 와인에도 거슬릴 것이 없었다. 레스토랑 메뉴야 이렇다지만 집이라고 해도 어려울 것이 없다. 제철 생선회라면 숙성 간장에 찍어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내놓으면 된다. 항정살이든 삼겹살을 구워 각종 쌈 채소에 쌈장을 얹고, 무게감 있는 화이트 와인을 따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일상 식탁위에서 미식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2025-06-14 16:08: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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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민주당이 만든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든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그래서도 이재명 정부의 중기부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전체 기업의 99%, 종사자의 81%를 관장하는 중기부의 역할과 철학, 비전이 지금과 같은 최악의 내수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로 격상시켰지만 이후 중기부를 둘러싼 시각은 예상보다 싸늘했다. 중기부가 중기청과 뭐가 다르냐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해 돈만 나눠줬지 정책을 기획하고 아젠다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컨트롤타워 역할은 언감생심이다. 중기부를 만들면 다 해결될 줄 알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현장과 소통에 소홀했다는 불만도 있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크다. 새 정부가 중기부 조직을 흔들 마음은 없어 보인다. 일부에선 중기부 조직을 떼내 소상공인청을 만들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을 역임한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현재 중소기업 정책 가짓수만 1822개로 너무 많다. 이렇게 수많은 정책을 씨줄과 날줄로 잘 엮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산업정책과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융합하느냐도 중요하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18번째로 탄생한 막내 부처다. 하지만 예산(기획재정부), 노동(고용노동부), 산업(산업통상자원부), 환경(환경부), AI(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개혁(국무총리실) 등을 관장하는 거의 대부분 부처와 조율, 협업, 공조가 절실하다. 지방정부와도 마찬가지다. 어떤 땐 부처에서 맏형 역할도 해야한다. 중기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중기부 내부 조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승진이 빨라 한창 일할 나이에 조직을 떠나다보니 경륜, 역량이 있는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물론 외부 수혈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중기부 장관의 역할은 어느 시기, 어떤 부처보다 중요하다. 중기부를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는 3명의 장관을 모두 정치인 출신으로 채웠다. 특정 인물을 거론하진 않더라도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든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정치인과 정통 관료 출신이 중기부를 이끌었다. 정치인 출신 장관 대부분은 자기 정치만 하다 갔다. 물론 태생이나 직전 직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부처보다 정책 대상이 폭넓어 소위 '삼라만상'을 관장하는 중기부 수장을 고민없이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모멘텀을 만들기위해선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은 인물이 중기부를 이끌어야한다"고 사견을 밝혔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스타트업, 소상공인, 벤처기업, 혁신기업, 중소기업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이나 주 4.5일 근무에 대해 기업 현장에선 벌써부터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면서 "추경도 마찬가지다. 추경을 통해 퍼주기만 할 일이 아니다. 취약 소상공인, 부실 중소기업 등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한 만큼 구조적 처방을 위해서도 추경 예산의 절반 정도는 이쪽에 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 오는 장관은 미래 중기부를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는데 집중해야한다. 실무는 차관에게 맡기면 된다.

2025-06-12 17:48:17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