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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5>'숙련된 아이돌' 올드빈티지의 매력…몬테스 알파 엠

<295>칠레 몬테스 알파 엠 직접 와인메이커가 되어보는 시간이다. 칠레 현지에서 '몬테스 알파 엠' 2023빈티지에 쓰인 컴포넌트가 각 품종별로 원액이 공수됐다. 개별로도 이렇게 맛이 좋은데 황금비율로 섞어놓으면 얼마나 대단할까. 공개된 비율을 그대로 따라한다. 주품종인 카버네 소비뇽 80%에 카버네 프랑 10%, 멀롯 5%, 쁘띠 베르도 5%를 잘 섞었다. 그런데 원래 알던 맛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이돌로 치면 보컬과 댄스, 랩 등 각각의 역할을 맡은 연습생들이 이제 모인 셈이다. 아직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들지 못했단 얘기다.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따로 합을 맞출 필요도 없이 전 세계 무대를 휘어잡는 숙련된 아이돌처럼 와인 역시 어느 시점이 지나면 각각의 단절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올드 빈티지의 매력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수석 와인메이커 가브리엘라 네그레테(Gabriela Negrete)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몬테스 알파 엠 2010 빈티지는 타닌은 부드럽고 우아해 시음 적기에 들어섰지만 추가 숙성도 기대할 수 있다"며 "몬테스 알파 엠은 바로 마셔도 좋지만 숙성을 통한 놀라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와이너리에서 몬테스 알파와 아이콘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 알파는 안다는 '국민와인' 몬테스 알파가 세계 시장에 칠레 와인의 가능성을 알렸다면 '몬테스 알파 엠'은 처음부터 보르도 그랑크뤼와 같은 세계 정상급 와인을 목표로 했다. 엠(M)은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과 함께 몬테스를 공동으로 창업한 더글라스 머레이로부터 나왔다. 와이너리 이름은 발음도, 기억하기도 쉬운 양조가 몬테스에 양보했지만 아이콘 와인에는 자신의 이니셜을 새겼다. 이제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올드 빈티지의 마법을 경험할 차례다. 몬테스 알파 엠의 경우 매년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나 오크통 숙성 기간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해마다 조금씩 다른 기후와 함께 병숙성에 따른 차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단 얘기다. 먼저 2020년 빈티지다. 겨울 강우량이 적어 건조했고, 여름과 가을에는 무더위가 찾아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제대로 보여준 해다. 몇 년간의 병숙성으로 조화를 이뤘지만 품종 각각의 특성도 살아있었다. 네그레테 수석 와인메이커는 "카버네 소비뇽 특유의 젊은 사자의 '으르렁' 같은 강한 타닌과 함께 복합미가 잘 드러난다"며 "4가지 품종이 각각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가 보이는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엔 강우량은 평년과 비슷했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느끼기 시작했던 해다. 이전과 비교하면 힘있고, 향신료향도 뚜렷해졌지만 10년 간의 병숙성을 거치면서 우아함이 더해졌다. 잘 익은 붉은 과실과 부드러운 타닌으로 전체적으로 풍미가 잘 녹아들었지만 여전히 견고해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2010년은 지극히 평범한 기후였다. 평균 강우량에 그리 덥지 않았다. 15년이나 지났지만 와인의 색에서만 벽돌계열로 그간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을 뿐 여전히 생기있는 과실향과 함께 우아하고 부드러운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몬테스 알파 엠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몬테스 알파로도 충분히 올드 빈티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 2010 빈티지의 경우 과실미와 함께 복합미가 인상적이었다. 몬테스의 국내 누적 판매 1700만병 돌파를 기념에 시중에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과 '몬테스 알파 시라'의 올드 빈티지가 풀렸다. 모두 몬테스 와이너리가 직접 보관해온 것으로 1999년부터 2015년 사이 생산된 빈티지다.

2025-08-24 09:43:3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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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과속이 교통사고 직접원인 아니면 공소제기 불가

심야시간 울산 염포산톨게이트. 택시 운전자가 하이패스 구간을 지나는 중에 무단횡단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충돌해 상해를 입혔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길을 잘못 든 후 자동차전용도로진입을 피하려고 요금정산소와 하이패스차로 사이에 위치한 안전지대를 횡단해 갓길로 빠지려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택시운전자는 62km속도로 운전중이었고, 하이패스 구간내 제한속도는 30km. 이 경우 택시 운전자는 과속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할까. 검찰은 택시 운전자의 과속이 사고의 원인이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공소를 제기했고, 원심은 이를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도1049).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3호 및 제4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한 경우에는 보험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제한속도 초과'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에 한정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택시 운전자의 제한속도 위반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를 따져 판단했다. 즉, 과속이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이 아님에도 단순히 과속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사고지점은 요금정산소와 하이패스차로 사이의 안전지대. 안전지대는 일반적으로 차량의 횡단이 금지된 구역이다. 택시 운전자는 하이패스를 통과하기 위해 정해진 차로를 따라 직진 중이었고, 오토바이는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택시 앞을 가로질러 가게 되었다. 자동차전용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하이패스를 통과하려는 택시 운전자로서는 안전지대에 오토바이가 횡단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실제로 택시 운전자가 하이패스차로의 제한속도 30km를 지켰다고 하더라도 위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공판과정에서 이루어진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서와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에 따르더라도 택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진행했더라도 실제 충돌위험 인지 지점에서 제동해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운전자의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 도로구조 및 규칙에 대한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택시 운전자의 과속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기준을 명확히 하며, 단순한 과속만으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운전자의 주의의무는 도로 환경과 규칙을 전제로 판단되어야 하며, 형사책임의 핵심은 과속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에 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운전자의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과실을 평가할 때, 단순한 법규위반 여부보다는 실제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방지하고,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데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5-08-24 08:26:1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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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토크] K-POP과 몬스터 드라마, 교과서 밖 '살아있는 심화·융합탐구'

최근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는 물론,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이나 수행평가에서 시사적 통찰력과 자신의 전공 분야를 연계한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나의 개성과 학업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여기에 흥미로운 해답이 있다. 바로 우리 시대의 강력한 문화 현상인 K-POP의 '몬스터 콘셉트'와 TV 속 몬스터 드라마다. 뱀파이어, 좀비,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며 강렬한 비주얼과 서사로 대중을 사로잡는 이 콘텐츠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교과서 속 개념을 현실에 접목해 탐구할 수 있는 살아있는 좋은 학습 소재가 된다. ◆다양한 교과로 확장되는 '몬스터 유니버스' 이러한 몬스터 콘텐츠들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놀라울 만큼 폭넓은 교과 영역으로 탐구를 확장할 수 있다. 국어·문학은 K-POP 가사와 드라마 대사 속 '타자화'된 존재들의 서사를 분석하며 은유와 상징을 이해할 수 있다. 가사와 대사를 비교 분석하고, 화자·시점·상징을 탐구하며 장르와 문화권별 '타자' 재현 방식과 그 의미를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다. 영어는 K-POP OST 영어 가사와 드라마 자막 번역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탐구 소재가 된다. 감정 어휘의 뉘앙스 차이, 번역 전략의 미묘한 차이를 분석하며 어학 실력과 함께 글로벌 팬덤 문화 및 미묘한 문화적 뉘앙스 차이를 이해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회·문화의 경우, 팬덤 문화 속에서 특정 대상이 '괴물화'되거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는 사회 현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규범', '낙인', '도덕적 공황' 같은 개념을 적용해 문화와 사회 규범의 상호작용, 그리고 집단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심리학·예술(음악, 무용, 미술)에서도 몬스터 콘셉트가 관객에게 주는 정서적 효과를 분석하며 인간의 감정과 인식의 관계를 탐구해 나가면 된다. 음악의 저음과 불협화음, 안무와 시선 유도, 색채와 질감 등 시청각 요소들이 관객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과 심리의 복합적 관계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데이터 과학·컴퓨터공학에서는 K-POP 가사 및 드라마 대사의 감성 분석을 통해 문화 트렌드의 시계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아가 몬스터 세계관의 태그를 기반으로 팬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상해보는 등 논리적 사고와 알고리즘 이해를 높이는 실제적 프로젝트도 가능하다. 법·윤리는 몬스터 캐릭터나 안무의 저작권 문제, 상업화 윤리, 심지어 AI 생성 콘텐츠의 권리 문제까지 파고들 수 있다. 상업적 창작과 인권·표현의 자유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핵심 법적, 윤리적 쟁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함양할 수 있다. K-POP과 드라마는 더 이상 단순한 관람 경험에 머무는 오락이 아니다. 이들은 흥미를 자극함과 동시에 교과서 속 개념을 현실에 연결해 심층적으로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훌륭한 연구 소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문화 현상과 교과 지식을 연계한 깊이 있는 탐구는 여러분의 창의적 사고력과 분석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나아가 훗날 입시에서 여러분의 진로 탐색 의지와 학업 역량을 증명하는, 그 어떤 활동보다도 빛나는 '나만의 학습 서사'로 기록될 것임을 확신한다. 지금 바로 여러분만의 흥미롭고 유의미한 탐구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

2025-08-21 10:49:0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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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용의 벤처나라] 근육 예찬

최고의 재테크는 건강이다.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연쇄 창업하고, 성공적인 엑시트를 하면서 깨달았다. 진짜 돈을 버는 방법은 건강이었다. 건강이 받쳐줘야 열정적으로 일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하다보면 힘든 시련들이 한꺼번에 닥쳐올 때가 있는데 육체적으로 건강하면 빠르게 중심을 잡고 만회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 않던가. 가끔 넷플릭스에서 뉴욕 월스트리트, 워싱턴 정가, 실리콘밸리가 배경인 영화를 보면 성공한 금융인, 정치인,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매일 루틴하게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운동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어릴 땐 별 생각없이 지나갔는데, 지금 사업가가 되어 보니 현실 고증이 잘 반영된 장면이었다. 건강해지는 방법은 식습관 개선, 스트레스 관리, 수면의 질 높이기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필자는 근력 운동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금하고 연금 붓듯이 근육도 젊을 때부터 저축하는 근육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의사 선생님들은 근육을 저축한다는 의미로 '저근(貯筋)', 또는 '근테크(근육+재테크)'라고 부른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어떤 어르신은 굽은 허리와 함께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다른 분은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계단을 힘차게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근육'이다. 근육이 줄어들면 걷거나 뛰거나 하는 기본적인 동작이 어려워진다. 근육이 부족하면 낙상도 잦다. 낙상으로 몸져누우면 그나마 있던 근육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근감소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 근육이 사라지면 비만, 당뇨는 물론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과 노쇠, 치매까지 부를 수 있다. 그래서 근육은 노년의 삶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근육은 초고령사회에 건강을 지키는 보물창고다. 젊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어두면 나이들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요긴하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만난 무가지 신문에서 근육만 단련해도 낙상, 골절, 보행기능 저하, 인지기능 저하, 근감소증 등 5대 노인 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년기 질병 요양이 자산을 소진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24시간 간병인은 월 500만~600만원 소요된다. 소득 없이 연간 6000만원을 쓰면 현금 자산 10억원 소진은 시간문제다. 필자가 3년 전에 엑시트 한 회사가 있다. 회사가 점점 커져 큰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1층에 체력단련실을 만들었다. 각종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최신 기구들을 렌털로 구비했다. 렌털이라서 초기 비용 부담도 없었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활용해 임직원이 건강을 다졌다. 직원이 건강해지니 조직도 건강해지고, 회사에 힘이 붙었다. 이때 키운 힘이 오늘날 흑자를 내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 필자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퇴근을 한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출구로 나간다. 동네 피트니스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액션 영화 같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의 내일을 누비기 위해서는 오늘 열심히 들어올려야 한다. 나 자신이든 회사든 평소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근육을 만들고 힘을 키우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프리핀스 신상용 대표

2025-08-20 11:16:44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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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한국 사회의 허리가 무너진다: 중장년 위기를 외면하지 마라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비극을 드러낸다. 2023년 한 해 동안 홀로 생을 마감한 고독사는 3661명에 달했고, 그 절반 이상이 40~60대 중장년층이었다. 특히 50대 남성의 고독사가 가장 많았는데, 상당수는 사망 후 며칠이 지나서야 이웃이나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다. 겉으로는 아직 젊고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고립 속에서 외롭고 쓸쓸히 죽음을 맞는 중장년이 우리 곁에 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복지와 돌봄은 주로 아동과 노인에게 집중돼 왔다. 그러나 사회의 허리를 지탱하던 중장년층은 지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성장의 산업화 시대에는 안정적인 세대였지만, 지금은 저성장과 고용 불안정, 가족 해체의 여파로 삶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중장년층의 고립은 이혼, 별거, 실직 등 비자발적인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며, 특히 이혼으로 인한 가족 해체가 1인 가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은 평균 4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적지 않은 수가 비정규직으로 밀려난다. 특히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위 일본보다도 10%p 이상 높다. 불안정한 고용은 곧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족 해체, 사회적 관계 단절, 정신적 고립을 불러온다. 일부의 중장년은 '실직 및 건강 악화 → 사회적 관계 약화 → 고립과 우울 → 고독사, 자살→ 무연고 사망'의 악순환에 빠진다. 최근 5년간 고독사 중 40-60대 중장년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40-50대 자살률은 전체 평균보다 높다. 중장년의 위기는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위한 복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모두 미흡하다는 점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다수의 중장년 1인 가구가 포착되지만, 이들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험군에서 배제되고, 중장년 당사자도 "아직은 돌봄을 받을 나이가 아니다"라는 자존심과 낙인감 때문에 지원을 거부한다. 중장년은 제도도, 인식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중의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중장년의 돌봄과 복지는 시급한 당면 과제다. 첫째, 중앙정부는 중장년 복지를 국가 의제로 격상해야 한다. 각종 부정적 경험으로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가는' 중장년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장년 맞춤형의 돌봄과 일자리 체계를 적극 구축해야 한다. 사실상 유일한 '일상돌봄서비스'를 확대하여 건강 관리, 가사 지원, 정서적 지지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로 확대해야 한다. 건강악화 등으로 인해 근로능력이 없는 중장년을 위한 공공형 일자리도 적극 개발, 늘려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는 주민센터, 복지관, 보건소 등의 기존 체계를 연계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서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상담, 재훈련, 관계 회복으로 연결해야 한다. 안정적 예산 확보, 전담 서비스 신설,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고도화, 지역 인프라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중장년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이 아니다. 이 세대를 방치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허무는 일이다. 중장년을 위한 돌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연대와 예방의 사회정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니라 과감한 국가적 결단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5-08-19 11:16:5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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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0'의 발견에서 제로 칼로리까지, 마케팅에 숨겨진 진실

기상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7월 1~10일 평균기온 1위, 서울·강릉 등 열대야 일수 1위, 서산, 광주지역 1시간 최다 강수량 1위로 역대 기록을 경신하였다. '20세기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과 거의 동급 수준이었다. 폭염철 가장 인기 있는 품목중 하나가 청량 음료다. 음료를 포함한 각종 가공식품 포장지에 적혀있는 '제로'라는 숫자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보자. 고대 인도에서 발견된 0(제로)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0은 위치 기수법을 가능하게 하여 수학과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0과 1로 작동하는 컴퓨터의 이진법 디지털 혁명을 이끌었다. 하지만 식품 포장지에 적혀있는 '제로'는 수학적 의미의 0이 아니다. '제로 칼로리', '제로 슈가', '제로 지방'이라는 표시가 붙은 제품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모든 것이 '0'으로 귀결되는 듯한 이 시대에 과연 이 '제로'가 의미하는 뜻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수학에서 0이라는 숫자가 인류 문명에 혁명을 가져다준 것처럼, 식품 업계의 '제로' 마케팅도 소비자들의 인식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정하고 있는 식품공전에 따르면, '무(無)' 또는 '제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해당 성분이 식품 100g당 특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 칼로리의 경우 100g당 4㎉ 이하, 당류는 100g당 0.5g 이하, 나트륨은 100g당 5㎎ 이하면 '제로'라고 표시할 수 있다. 즉, 완전한 0이 아니라도 '제로'라고 광고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500ml 음료에 당분이 2g 들어 있다면 100ml당 0.4g이 들어 있음에도 '제로 슈가'라고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가 전체 용량을 마시면 결국 2g의 당분을 섭취하게 되지만, 제품 포장에는 당당히(?) '제로'라고 적혀있는 셈이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이진법처럼 명확한 0과 1의 구분이 아니라,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아날로그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제로 칼로리' 제품들이 단맛을 내는 비결은 인공감미료에 있다.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다양한 당 알코올에 속하는 감미료들이 설탕 대신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설탕보다 수백 배 단맛이 강해 극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어 칼로리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인공감미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고 당분에 대한 갈망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인공감미료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운 단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아스파탐의 경우,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주의 표시를 해야 한다. 또한 임신부나 어린이의 경우 인공감미료 섭취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로 지방' 제품들도 마찬가지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가공식품과 음식에서 지방을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맛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분이나 나트륨을 더 많이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지방 함량은 줄었지만 전체 칼로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요거트와 무지방 요거트를 비교해 보면, 무지방 요거트에는 설탕이나 과일 시럽이 더 많이 들어있어 칼로리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있다. 또한 지방은 포만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제거하면 오히려 더 많이 먹게 될 수도 있다. '저나트륨' 또는 '무염' 제품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나트륨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짠맛이 부족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MSG나 다른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염분을 줄인 대신 단맛을 강화하여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도 한다. 특히 가공육류나 치즈 등에서 나트륨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존성과 안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저나트륨' 제품을 선택할 때는 다른 첨가물들이 증가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메트로 독자들을 위해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5가지 원칙을 공개한다. 첫째,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읽는 습관을 기르자. 앞면의 광고 문구보다는 뒷면의 영양성분표가 진실을 말해준다. 특히 1회 제공량당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실제로 섭취하는 양과 비교해보자. 둘째, 원재료명을 확인하자. 성분은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시되므로, 앞쪽에 위치한 재료들이 주성분이다. '제로 슈가'라고 적혀있어도 원재료명 앞쪽에 인공감미료가 여러 개 나열되어 있다면 단맛이 강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제로' 제품이라고 해서 무제한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칼로리가 낮다고 해서 영양가가 높은 것도 아니며, 인공첨가물에 의존한 제품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다양성을 추구하자. 한 가지 '제로' 제품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연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공도가 낮은 식품일수록 인공첨가물 없이도 자연스러운 맛과 영양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자. 당뇨병 환자라면 '제로 슈가' 제품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임신부나 성장기 어린이라면 인공감미료보다는 자연스러운 단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수 있다. 결국 '제로'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실질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0이라는 숫자가 수학에서 혁명을 일으켰듯이, 우리의 식품 선택에도 진정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08-18 13:23:2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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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양기 돋우는 여름 보양식, '복분자'

한여름에는 보양식 전문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재료들을 살펴보면 소, 돼지, 닭, 염소, 장어 등 고기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보양식을 꼭 고기류로 먹을 필요는 없다. 영양은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교적 부담이 없는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제철 과일 중에는 기력 충전에 특별히 좋은 '복분자'를 꼽을 수 있다. 복분자(覆盆子)라는 이름은 복분자를 먹으면 요강을 엎을 만큼 소변 줄기가 세진다 하여 유래되었다. 장미과 산딸기의 일종인 복분자는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완전히 익으면 거의 검은색이 되는데 이맘때 제철을 맞는다. 복분자는 신장 기능을 강화하며 갱년기가 되어 점점 약해지는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정력 강화를 돕는다. 또한 양기 부족으로 자꾸만 허리나 무릎이 약해지고 아플 때도 도움이 된다. 여성들의 경우에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갱년기 전후로 복분자가 도움이 된다. 특히 얼굴이 확 달아올라 붉어지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땀이 많이 나는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복분자의 필수 미네랄 함량은 딸기(설향)나 여름 과일을 대표하는 수박이나 복숭아(백도)보다 월등하다. 칼슘, 철분, 마그네슘, 칼륨 등의 미네랄이 골고루,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티아민(비타민 B1)의 함량이 돋보인다. 복분자 100g에는 일일 권장량의 50%의 달하는 티아민이 함유돼 있다. 티아민은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탄수화물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신경계의 기능을 유지하고 심장과 근육의 정상적인 활동을 돕는다. 또한 복분자에는 안토시아닌, 퀘르세틴과 같은 항산화, 항암 작용과 함께 심혈관 건강 유지, 면역력 증진에 좋은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특히 약해진 모발을 튼튼하게 하며 두피를 건강하게 만들어서 탈모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눈을 보호하며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도 좋다.

2025-08-18 05:10:29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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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하도급대금 직불합의, 보증서 미발급에도 지급의무 없을 수 있어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간에 대금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 발주자에게는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한다(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 그런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대구고등법원은 위와 같은 직불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합의가 해지된 경우에는 발주자에게 더 이상 직접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대구고등법원 2025. 6. 19. 선고 2024나11642 판결). 특히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해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직접지급합의에 대한 '묵시적' 합의해지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다. 위 판결 사안에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직불합의 금액을 종전금액보다 증액하는 내용의 직불합의서를 작성해 발주자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발주자는 이에 대한 날인이나 승인을 거부하면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에게 기성고를 반영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이 없자 발주자는 원사업자, 공사 감리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보한다'고 알렸다. 법원은 늦어도 바로 이러한 통지가 있었던 시점에, 3자간의 직접지급 합의는 명시적,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도, 발주자에게는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5호). 위 사안에서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의무'를 이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결국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의무가 모두 부정되었다. 위 판결은 그 이유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발급상황이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5호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사유로,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주지 아니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 및 지방자치단체 공사계약 일반조건의 관련 조항'도 위와 같이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근거로 삼았다. 이처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발급의 경우라도 예외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위 사건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쌍방이 주장하는 하도급대금 주장 금액의 불일치가 있었다. 그리고 발주자가 이를 이유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보했는데, 당시 '이에 따라 원사업자는 하도급법에 따라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치를 하라'는 통보도 함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사업자의 하수급 부분에 대해는 하도급 공사대금에 관한 의견불일치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계약 체결을 위한 전제인 지급보증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결국에는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위 판결은 이처럼 '하도급대금 주장금액의 불일치로 인한 보증 대상 미특정'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5호가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가 미발급 됐더라도 발주자에게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가 있다거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가 미발급된 경우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2025-08-17 08:29:0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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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①의대 정원 동결 이후의 입시 지형 변화와 대응 전략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던 의대 입학정원 증원 계획이 2025학년도에 적용된 후, 2026학년도에는 기존 정원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대학입시 판도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2023년 공동 발표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이 결국 보류되자, 그 여파는 곧장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진로 전략과 지원 대학의 입결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입시 변화는 단순한 정원 문제를 넘어,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로 전략과 대학 간 지원 흐름은 재편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의대 진입이 어려워졌을 때 최상위권 학생들이 어디로 가는가'이다.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발표 당시 의대 지원 회피 현상이 나타났고, 경쟁률도 일부 하락했다. 그러나 2026학년도 동결 결정 이후, N수생 포함 다수 상위권 이과생들이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수를 감수하고라도 의대 진입을 원하는 흐름은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정시 확대 기조와 함께 수능의 영향력도 점점 커진다.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는 수학 선택(미적분 vs 확통)과 과탐 조합의 전략성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수능 반영 비중이 높고, 과목별 유불리가 입시 결과에 직결된다. 특히 서울대는 정시에서 수능 점수 외에도 학생부 등을 반영하며(일부 모집단위 제외/학생부 정성평가 및 교과 이수 가산점),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높은 수능 반영 비율을 유지한다. 고득점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변별력과 표준점수 유리함까지 고려한 선택과목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적분 선택자가 확률과 통계 선택자에 비해 표준점수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있으며, 과학탐구 과목 간에도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의대 진학이 좌절된 학생들이 몰리는 곳은 단연 SKY 자연계열 상위 학과다. 특히 생명과학, 바이오의공학, 전기정보, 반도체, 컴퓨터공학 등은 높은 수능 성적을 보유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들 학과는 단순히 취업률뿐 아니라 대학원, 연구직, 해외 유학 등 다양한 진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선' 이상의 선택지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인문계열이다. 자연계 고득점자가 교차지원을 고려할 경우, 국어·수학 고득점을 기반으로 경제학부, 경영학부,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합격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교차지원은 학업 적응도, 진로 연계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단순 점수 싸움'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진로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의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바로 계약학과 및 특수학과다. 서울대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AI융합전공, UNIST 반도체·에너지공학, DGIST 정보통신융합학과 등은 대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로, 장학금, 취업 보장, 병역 혜택등 현실적인 메리트를 제공한다. 단, 계약 조건(의무 복무 등)과 산업 전망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2025-08-13 10:24:0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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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품 추급권, 미룰 이유 없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모 작고 작가의 그림 값은 억대가 넘는다. 하지만 살아생전 그는 매우 가난했고 그림을 팔아선 입에 풀칠도 못했다. 작가 사후 작품 가치가 상승해도 정작 이를 판매한 작가나 자손들은 그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연주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음악 작품과는 달리 미술품은 일단 한 번 만들어 양도하고 나면 원저작자에겐 더 이상 추가 수입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추급권(재판매보상청구권)'이다. 창작물의 소유권이 이전될 때마다 가격 상승분을 공유하는 '가치 상승 이익 공유제도'로,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창작자의 권익보호 및 경제적 권리를 장기 보장하는 것을 취지로 한다. 1920년 최초로 추급권을 도입한 프랑스를 시작으로 EU 27개국을 비롯해 약8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23년 제정된 '미술진흥법'(제24조)에 따라 2027년 7월부터 시행된다. 화랑·경매업·대여·판매업자가 미술품 재판매시 차익이 발생하면 최초 창작자에게 일정 비율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 지급을 위한 작품의 금액과 고객의 개인정보 등의 거래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작가는 생존기간과 사망 후 30년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재판매가 500만 원 미만, 업무상저작물,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 후 3년 내 2000만 원 미만 재판매 등은 제외된다. 추급권은 미술진흥법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컬렉터들이 추급권을 회피하기 위해 500만 원 이하의 작품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무명작가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등이 이유다. 최근엔 미술시장 왜곡과 위축을 우려하며 '유예'를 요구하고 나섰다. 작고 열악한 미술시장의 현실상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컬렉터들이 추급권 때문에 500만 원 이하의 작품만을 요구할 수 있다지만 진정한 예술 애호가들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우선시하지, 법적 기피 차원에서 구매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 또한 추급권이 1차 판매도 녹록치 않은 무명작가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다고 하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되는 예술품의 가치를 간과한 관점이다. 지금은 무명인 작가도 미래에 주목받을 수 있다. 추급권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가치 상승에 대비한 예방적 제도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하지 않아 추급권 도입이 시기상조라고도 한다. 그러나 제도는 시장 성장 이후가 아니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맞다. 더구나 4년의 유예기간은 제도 준비와 적응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밖의 재산권 침해나 '권리소진 원칙' 위배 주장도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청구권이 시행되어도 최초 매입가는 확보되며 헌법 제23조에 따른 소유물의 처분권도 유효하다. 보상금 지급 비율 역시 대개 3~5%로 제한적일 뿐더러 손실 발생 시엔 없다. 기간도 사후 30년까지로 한정돼 있다. 특히 추급권은 배포권이 아니라, 독립된 새로운 청구권이므로 권리소진 원칙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 추급권은 예정대로 도입되어야 한다. 처음으로 도입 논의를 시작한?1990년대 말부터 치면 거의 30년만의 결실이다. 물론 그동안 없던 제도로 인해 업계의 일시적 불편함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재판매권은 원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작가와 상속권자의 생존을 위한 안전장치로써 필요한 제도이며, 미술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유의미하다. 다만 보상금 전담 기관과 보상금 산정방식, 거래내역 등의 정보제공 범위 등에 대해선 논의할 부분이 있다. 정보제공은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편으론 영업 자산이자 영업 기밀이라는 점에서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8-12 11:15:18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