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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5>미국 와인의 전설 '스택스 립'…대담하고도 우아하게

<285>美 나파밸리 '스택스 립 와인셀라' 우아한데 대담하다. 아니 반대다. 잘 익은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대담함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우아하다. 포도송이를 한 입 가득 깨어문 듯 과즙이 가득하면서 절제되어 있고, 풍미는 섬세하면서 복합적이다. 50년 전 '파리의 심판' 심사위원이든, 2020년대에 한 잔을 받아든 소비자든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여운은 길다. 지금 바로 마셔도, 10년쯤 뒀다 마셔도 좋겠다. 미국 나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헤드 와인메이커 마커스 노타로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와인의 스타일은 따로 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의 특성과 잠재력을 가능한 드러내는 것"이라며 "스택스 립의 와인은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이며, 우아함과 구조감의 균형을 세련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부터 스택스 립의 와인메이킹을 맡고 있다. 1970년에 설립된 스택스 립은 초기엔 작은 가족 와이너리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76년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을 하면서다. 설립 후 6년 만인 신생 와이너리가 3년 차에 만든 'S.L.V. 카베르네 소비뇽' 1973 빈티지가 보르도 특급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오브리옹'을 모두 제쳤다. 이는 스택스 립 와인 셀라는 물론 미국 나파밸리를 세계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만들었다. 당시 우승했던 S.L.V. 카베르네 소비뇽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이자 '미국을 만든 101가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스택스 립은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에 인수되면서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됐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인수작업은 올해 마무리를 지었다. 국내에서도 수입사 아영FBC가 스택스 립 와인을 공식 론칭했다. 이제 스택스 립의 전설적인 카베르네 소비뇽 열전이다. 먼저 '페이(FAY) 카베르네 소비뇽'과 'S.L.V.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페이와 S.L.V는 같은 품종에 포도밭도 나란히 붙어 있지만 개성은 완전히 다르다. 페이가 우아한 숙녀라면 S.L.V.는 진중한 신사다. FAY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은 붉은 과실과 장미 등 꽃향이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적이다. 2020 빈티지가 다른 해보다 좀 더 힘이 있다고 하는데도 부드럽고 향기롭다. FAY는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서는 처음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던 네이든 페이를 기리는 의미다. 이 지역은 나파밸리에서도 기후와 토양이 독특해 포도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네이든이 흙 속의 진주를 캐냈다. S.L.V.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은 검은 과실과 흑연의 미네랄, 흙내음 등 강건하면서 복합적인 아로마가 특징이다. 페이보다 좀 더 구조감이 단단하고 진중한 스타일이다. 마지막은 '캐스크(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S.L.V와 페이 빈야드에서도 최상급 포도만을 선별해 만들었으니 소위 '끝판왕'인 셈이다. 그것도 포도 재배가 뛰어난 해에만 만든다. 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페이 포도밭의 향긋함과 S.L.V의 구조감, 과실미를 모두 가졌다. 블랙 체리와 삼나무, 향신료, 모카 등 복합적인 향이 겹겹이 펼쳐지며, 맛은 풍부하고 농축됐다.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여운이 한참을 이어진다. 아영FBC 관계자는 "스택스 립 와인셀라는 단지 하나의 와인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와인의 기원을 보여주는 정체성 그 자체"라며 "이번 론칭은 미국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으로 정성을 쏟은 결과이며, 국내 와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 위한 전략적 행보다"라고 말했다.

2025-06-12 15:22:0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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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라면 가격 인상은 '기만적 마케팅'

얼마전 퇴근 길에 아내가 출타중이어서 저녁에 라면이나 끓여먹을 생각에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개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는 발언도 해서 라면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도 궁금하던 차였다.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라면들을 보니 농심 푸팟퐁구리큰사발, 오뚜기 열치즈라면 대컵, 삼양식품 탱글 등 일부 컵라면 등이 2000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었다. 국민들이 많이 먹는 신라면과 진라면은 1000원, 너구리는 1150원, 안성탕면과 삼양라면은 각각 950원과 910원, 불닭볶음면은 1250원에 팔리고 있었다. 신라면 더레드 1500원, 신라면 블랙 1900원, 참깨라면과 스낵라면, 킹뚜껑은 1800원이었다. 라면이 처음 나온 1963년 9월 삼양라면 가격이 10원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62년만에 100배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보면 라면값은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의 3배 이상이었다. 지난 3월 농심이 대표상품 신라면의 출고가를 5% 올린 걸 시작으로 오뚜기, 팔도 등이 잇따라 라면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다. 커피,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번지며 지난달 전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70%가 넘는 53개 품목이 6개월 전보다 가격이 뛰어 오른 것이다. 과거에도 국제 곡물가나 환율 급등 등으로 가격이 오른 경우가 있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이례적이다. 계엄부터 탄핵, 대선에 이르는 정국 혼란 시기를 틈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측면이 다분하다. 우리 국민들은 1인당 한해 평균 74.1개의 라면을 먹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듯이 라면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짜장면과 함께 이른바 '소울 푸드(Soul Food)'라 할 수 있다. 라면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0분의 2.4에 불과할 정도로 가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 먹거리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가격에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이 대통령이 라면 가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대통령의 발언 속내는 라면 가격을 비유해서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가 뛴 것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 이유와 시기를 보면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만적 마케팅)'이라고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그리드플레이션은 별다른 가격 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기업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그동안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즉각 제품 가격을 인상하다가 원재료가 하락할 땐 인하를 미루거나 외면했다. 아니면 포장과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방법을 쓰곤 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정부의 세제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가격 안정을 약속했음에도 불구, 국정 공백기에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식품업계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자제시키는 동시에 기업간 담합이나 유통구조 왜곡이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대중교통비와 집값, 임대료, 사교육비 등 국민의 삶에 가장 밀접한 물가들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서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특히나 생활 물가는 국민들의 민심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5-06-12 10:25:53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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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규제 없이도 효율적인 임대인 정보공개

무주택자인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은 자산의 전부이자 삶의 기반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세 시장은 오랫동안 불균형한 구조 속에서 세입자를 취약한 위치에 놓아두었다. 대부분의 상품과 달리,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당장 계약서만 봐도 공급자인 임대인에게 '갑'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관습적으로 부여되어 왔고, 중개인들은 또한 고객 관리의 지속성 측면에서 임대인의 입장에 치중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객이 왕'이라는 소비 시장의 일관된 진리가 유독 통하지 않는 시장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에서 반복해서 터진 전세 사기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았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임대인의 재정 상황이나 신뢰도를 사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등기부등본이나 주변 시세에 의존한 판단은 종종 전세 사기로 이어졌다. 특히 깡통빌라 사태, 허위 보증보험 가입, 명의 대여 등을 동원한 조직적 사기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심이 되어 시행하게 된 제도가 있다. 바로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다. 이는 세입자가 계약 전에 임대인의 주택공급자로서의 건전성을 '임대인의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있는 장치다. 그간 임대인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성역이었다. 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문제가 있는 임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정보의 비대칭은 구조적 약자였던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왔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도 대부분 경·공매시 이를 유예하거나 우선매수를 위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는 사후 약방문이자 오히려 끝까지 집주인의 책임을 피해자의 부담으로 미룰 우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는 소비자로서의 세입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이다. 계약을 앞둔 예비세입자는, 그 집의 임대인이 얼마나 많은 집을 가지고 있고, 그중 보증사고가 난 건이 있는지, 그리고 이 사람이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임차인이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계약을 회피할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제도는 완전하지 않다. 단순히 '보유 주택 수'만으로 임대인의 위험도를 단정 지을 수는 없고, 조회 건수 제한이나 처리 시간 같은 실효성 문제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대단지 아파트를 계획적으로 보유한 건전한 임대인이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가진 상징성과 효과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임차인을 단순한 주거 약자가 아닌, '소비자'로 대우한다는 의미이다. 증권 한 장을 사도 주식회사의 정보공개가 의무화된 마당에 수억원의 목돈을 예치할 집주인의 정보공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또한 저가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주거비 안정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내가 몇 채의 주택을 보유 중이고, 보증사고 이력이 있는지 세입자에게 공개되는 만큼,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여러 채 사거나, 보증금으로 또 다른 집을 매입하는 식의 무분별한 갭투자 행태에 심리적 제동이 걸리게 된다. 굳이 복잡한 규제가 없어도 정보의 투명성 자체가 효과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이와같이 투명한 정보제공을 통해서 더 건강해진다. 경쟁시장이 되어 갈수록 거품은 끼어들 틈이 없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의 공급자들이 소비자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은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2025-06-11 13:57:2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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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지진과 함께하는 삶

최근 업무차 혹은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할 일이 생겨 최신 정보를 알아보려 검색해 보면 '일본 7월 지진 예언' 관련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이 소문이 확산하며 여행 취소가 늘어나고 고객이 줄어 홍콩 항공사에서 일본 노선을 줄인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 정말로 7월에는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인가? 대지진 발생 여부는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2~3일 정도 짧은 기간 일본에 머물면서 지진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한 달 정도만 생활해 보아도 두어 차례 지진을 맞이하게 되고 지진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게 된다. 처음에는 땅이 흔들린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자다가 일어나 피난처를 찾기도 하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 일본인이 평안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도 점점 지진에 대해 무디어지게 된다. 지진이 점차 생활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다 보니 TV 방송에서는 수시로 지진 대피 요령을 안내하고 있으며, 어느 지역에 가든지 지진 발생 때 대피 장소가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지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진에 대한 교육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일본의 아이들도 한국과 차이 없이 3살이 되면 유치원에 입학한다. 필자의 큰아이도 3살이 되면서 4월에 일본의 공립 유치원에 입학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5월의 어느 날,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일본어가 서투른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늘 걱정이 되었기에 다른 일정을 모두 제쳐두고 참관 수업 시간에 맞추어 유치원에 방문했다. 처음에 도착하니 학부모들은 교실이 있는 곳이 아닌 운동장으로 안내되었다. 참관 수업인데 왜 운동장에서 기다리라고 하는지 궁금한 마음이 커지는 순간, 유치원 스피커에서 지진 모의 훈련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울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교실마다 문이 열리더니 보호 모자를 쓴 아이들이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한 줄로 차분하게 줄을 서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한눈팔고 두리번거리는 아이 하나 없이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리 애도 있었고 그 광경을 보고선 '역시 여기는 일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참관 수업 첫째 시간이 지진 대피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상이다 보니 언어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에게 지진 대피 요령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체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게 교육했다는 것이다. 보통 3살짜리 아이들은 부모가 눈에 보이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어리광을 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진 대피 훈련을 하는 도중에는 아빠, 엄마를 보고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어떠한 교육 방식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진에 대한 위기의식은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많은 외국인이 학업을 멈추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필자는 그대로 남이 있기로 하고 주변의 일본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지진이 무섭지 않냐고, 안전한 곳으로 피난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돌아온 답은 아주 간단했다. 지진이 무섭긴 하지만 지진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지진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06-10 11:09:1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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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대체육이란 무엇인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해 현재 푸드테크 산업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인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이라는 문제에 맞서고 있다.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축산업은 자원의 과도한 소비, 온실가스 배출, 그리고 동물복지 문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적, 윤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3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총 배출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체육 기술은 단순한 식품 혁신을 넘어 인류의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생산의 핵심 기술인 압출성형공정은 지난 10년간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고수분 압출(High Moisture Extrusion) 기술은 식물성 단백질에 육류와 유사한 섬유상 조직감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익스트루더(extruder)라고 하는 압출성형기계는 식품산업에서 이미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퍼핑스낵이라고 하는 소위 뻥튀기 과자로부터 냉면, 당면 등 면을 뽑아 낼때도 압출성형기를 활용한다. 그렇다면 대체육을 만드는데 왜 이런 기계를 사용해야 할까에 대한 답은 바로 고기의 씹는 맛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고기는 수분 75%, 단백질, 20%, 지방 3%의 세 가지 기본물질로 구성되어 왔다. 주된 조직은 근세포 덩어리로 이로어져 있다. 근세포는 수축하거나 이완할 때 움직임을 일으키는 근섬유들이다. 이 근섬유들은 결합조직으로 둘러싸고 있다. 결합조직은 섬유들이 다발형태로 움직이는 뼈에 고정시키도록 하는 일종의 접착제다. 지방세포들은 근섬유들과 결합조직 사이에 집단적으로 분포해 있다. 지방세포들은 근섬유들의 에너지원인 지방을 저장하고 있다. 고기의 식감,색깔,맛은 대체로 근섬유,결합조직,지방조직의 상대적 비율과 배열에 따라 결정된다. 근섬유 1개의 크기는 직경이 0.1~0.01㎜정도로 아주 가늘지만 길이는 근육의 전체 길이만큼 긴 것도 있다. 근섬유는 다발을 이루고 있는데, 이 다발은 쉽게 눈으로도 볼 수 있다. 장조림이나 사태살과 같이 푹 삶은 고기는 손으로 쉽게 찢어서 분리할 수 있다. 조직이 치밀하고 탄탄한 고기의 기본적인 식감은 근섬유 덩어리에서 비롯한다. 가열하거나 익히면 더욱 치밀해지고 질겨진다. 섬유다발과 평행하게 잘라 보면 통나무집 벽의 통나무들처럼 일렬로 늘어선 단면을 볼 수 있다. 다발을 횡으로 자르면 근섬유들의 말단만 보인다. 다발은 횡으로보다 결대로 찢기가 쉬우며, 따라서 씹을 때도 결대로 씹기가 쉽다. 보통 고기를 썰 때 횡으로 자르는데 그것은 결을 따라 씹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근섬유는 어린 동물일수록, 그리고 근육을 덜 사용했을수록 가늘다. 동물이 성장하고 활동하면서 근육이 강해지는 것은 그 수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개별섬유 안에 들어 있는 수축성 단백질인 원섬유의 수가 증가하여 근섬유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세포의 수는 똑같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굵어지는 것이다. 세포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 원섬유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횡으로 찢기는 더 어려워진다. 늙고 활동을 많이 한 동물의 고기가 어린 동물의 고기보다 질긴 것은 이 때문이다. 결합조직은 근육을 포함해서 신체의 다른 모든 조직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근육은 가해지는 힘이 증가할수록 근육을 강화하는 결합조직이 많아지고 조직이 더 강해져야 한다. 따라서 동물이 성장하고 활동하면서 근섬유가 굵어지면 결합조직도 굵어지고 튼튼해진다. 대체육은 비건을 지향하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하는데, 식물은 세포벽이 연약하고 앞에서 설명했듯이 세포구성 자체가 고기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섬유질을 제외하고는 씹는 식감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고압에 의한 전단력과 응력을 동원한 압출방식으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체육 압출기술은 대개 세가지로 개발되어 있다. '다중텍스처링'기술은 기존 단일 압출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층의 식물성 단백질을 동시에 압출하여 근육, 지방, 결합조직의 복합적 구조를 모방하는 기술이다. '나노 구조화'기술은 단백질 분자 수준에서의 구조화를 통해 육류의 미세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모방하는 기술이다. '센서 통합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은 인공지능과 IoT 기술을 활용하여 압출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제품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초기에 식물성 대체육은 주로 대두 단백질과 밀 글루텐에 의존했으나 현재는 완두, 렌틸, 병아리콩 등 두류와 해조류 및 미세조류를 활용하기도 한다. 버섯은 대체육 소재로 두류와 함께 가장 유망한 식물성 소재로 버섯 균사체(Mycelium)를 활용한 단백질은 육류와 유사한 섬유상 구조를 자연적으로 형성하여 식감 개선에 효과가 크다. 미국의 임파서블푸드는 고기의 풍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콩과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식물기반의 헴(Heme)분자물질로 육류특유의 풍미와 색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특허까지 등록하였다. /연윤열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6-09 15:25: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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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여름 피부 트러블 줄여주는 '어성초'

여름철이 유독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민감한 피부 때문에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사는 이들이다. 무덥고 습한 날씨, 강력한 자외선, 과도한 실내 냉방은 쉴 새 없이 피부를 괴롭힌다. 피부 트러블이 심해지고 잘 낫지 않으면 심적으로 위축되고 심각할 경우 우울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본초가 '어성초(魚腥草)'이다. 메밀과 관련은 없지만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약메밀 또한 즙채라고 불리는 풀이 있다. 어성초는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약메밀의 약재명이다. 주로 그늘 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어성초의 이름에는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풀이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실제로 그와 유사한 냄새가 난다. 중국 후한 시대의 의학서인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 어성초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한중일에서 오래도록 약재로 사용해 왔다.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어린잎은 나물이나 샐러드로 식용하기도 한다. 시중에는 액상이나 티백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차(茶) 상품이 다수 나와 있다. 어성초를 피부 개선을 위해 사용할 때는 먹는 것보다는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게 좋다. 뜨거운 물에 어성초를 충분히 우려낸 후, 그 물로 세안이나 목욕을 하면 염증은 가라앉히고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좋은 약재인 만큼 어성초는 탈모 예방에도 사용된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두피에 발생하는 열 때문에 탈모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 어성초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어성초에는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여러 종류 들어 있는데 퀘르세틴이 대표적이다. 이들 성분은 혈액 순환을 돕고 염증을 완화시키고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어성초를 차로 즐기고자 한다면 건조된 것을 달여서 먹으면 된다. 어성초를 차로 끓이면 비릿한 특유의 냄새가 많이 제거된다. 끓이기 전에 어성초를 덖어 주면 고소함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끓일 때는 뚜껑을 열어 통풍을 시키면 좀 더 수월하게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2025-06-09 05:06:0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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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

시대와 기술, 문화의 발전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MCN 역시 이러한 변화의 산물이다. MCN은 'Multi Channel Network'의 줄임말로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를 모아서 지원, 관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러한 크리에이터 등과 MCN의 관계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소속사)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 소속사는 전속계약에 기초해 연예기획사가 소속 가수, 배우 등을 양성해 연예활동이나 창작활동 등을 교육, 기획, 지원 및 관리하는 구조다. 반면 MCN은 위와 같은 역할도 수행하지만 그보다는 크리에이터 등이 스스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그 제작된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창출을 하고 크리에이터 등의 전반적인 활동을 지원 및 관리하는 데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다. MCN과 크리에이터 등의 관계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MCN과 크리에이터 등은 전속계약과 유사한 '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입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 등을 일부만 수정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의 경우에는 기존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의 전속계약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도 다수 포함된다. 크리에이터 등의 경우에는 콘텐츠 창작 등에 있어서 크리에이터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교육이나 육성의 측면(기존 전속계약의 경우)보다는 활동 지원 측면(MCN의 가입계약의 경우)에 더 비중을 두는 계약 내용이 다수 포함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MCN은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홍보하고 제작된 콘텐츠 또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이용해 광고,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유치함으로써 크리에이터의 수익 창출을 지원한다. 또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저작권 관리, 수익 관리, 정산 업무 등의 부수적인 업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MCN의 전반적인 역할에 관해 계약 내용으로 규정하게 된다. 자금력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일부 대형 MCN 회사들의 경우에는 콘텐츠 제작 비용, 장비 및 스튜디오(studio), 소속 연예인 또는 크리에이터 등과의 협업(콜라보), 그 외에 저작권 사용 등을 지원함으로써, 소속 크리에이터 등의 콘텐츠 제작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크리에이터 등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MCN이 소재 선정이나 공동으로 방송을 진행할 크리에이터 등의 섭외, 영상편집 등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MCN들은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2차적 저작물(신규 콘텐츠)을 제작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가입계약의 내용도 필요한 내용을 반영해 작성된다. 한편,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에 전속계약 분쟁 등의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등과 MCN 간에도 가입계약 해지, 수익 배분,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지급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기존 전속계약에 적용되던 법리들이 일응 참고가 될 수 있지만, 채널의 소유권 등 크리에이터 등과 관련해 고유하게 발생하는 문제들도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MCN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해당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변호사 등)로부터 초기에 자문을 받아 분쟁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5-06-08 10:02:2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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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준비기간만 26년 걸린 공공미술작품

얼마 전 정부 산하 문화예술기관 연구진으로부터 공공미술 사업의 성과 분석 및 미래 방향성 제안을 위한 '국내외 공공미술 우수사례'를 선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관련 사업의 향후 지향점을 명확히 하려 한다는 것이 요청의 목적이었다. 단, 국내외 각각 1개만 제시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Teeter-Totter Wall'과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을 추천했다. 전자는 막대기 세 개로 구성된 핑크색 시소로, 사회참여미술이자 정치적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는다. 미국 UC 버클리대 건축학과 교수인 로널드 라엘(Ronald Rael)과 멕시코 디자이너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Virginia San Fratello)가 함께 고안했다. 2019년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에 설치되어 분단과 통제의 상징을 연결과 공존의 공간으로 전환시킨 작품이다. 후자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강예린, 이재원, 이치훈이 속한 건축사사무소 'SoA'의 2017년 작품으로, 자연 현상인 '윤슬'(햇빛 혹은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의 빛의 미학에 문화적 특수성을 결합했다는 게 특징이다. 도시 경험의 질적 변화를 유도하고 시민들의 감각적 인식을 확장시킨 작업으로 인정받는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크리스토(Christo Vladimirov Javacheff)와 잔느 클로드(Jeanne Claude Denat de Guillebon)의 몇몇 작품들도 우수한 공공미술로 손색이 없다. 불가리아와 모로코(프랑스 보호령 시기) 태생의 부부인 이들은 건축과 환경을 아우르는 대지예술의 지표적 작가들로서, 독일 국회의사당을 은회색 폴리프로필렌 천으로 덮은 'Wrapped Reichstag'(1995)의 경우처럼 대상을 천으로 감싸는(Wrapping) 방식으로 유명하다. 주요 작품 중에는 2005년 2월 12일부터 약 보름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선보인 'The Gates'가 있다. 약 37km에 달하는 공원 산책로에 높이 각각 5m 정도 되는 오렌지색 깃발 7,503개를 이용한 포털 형식의 설치물이다. 이 작품은 공공미술의 핵심인 사회적 기능성을 비롯해 공공성, 접근성, 장소성, 대중성, 참여성, 일시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짧은 전시 기간 동안 4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센트럴 파크로 끌어들였다. 다른 해 같은 시기 평균 70여만 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반응이었다. 지역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아 무려 2,5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의미 있는 공공예술을 만드는 방법, 다시 말해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경험하고 느끼는 것임을 상기시키려는 목적과 더불어, 예술이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며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기 위해 제작된 'The Gates'는 공공 공간에서의 미술을 재정의하고 예술이 어떻게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사례였다. 공공미술의 역사에서 예술과 자연,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고 인정받는 'The Gates'는 그 규모와 복잡성으로 인해 제작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1979년 처음 구상한 이후 준비기간만 26년에 달했으며, 작품에 사용된 예산 280억 원은 모두 작가가 부담했다. 이는 예술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일관된 방식이다. 그리고 작품에 사용된 재료 중 일부는 철거 후 재활용업체에 보내져 화분과 같은 일상용품으로 재탄생했다. 공공의 주체가 실종된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미술이 공공미술로 둔갑하는 한국에서 공공성과 예술, 도시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한 'The Gates'의 의미는 참여와 경험, 기억의 공동체화라는 동시대 공공미술의 주요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미술을 조각이나 벽화 중심의 전통적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달리 경험 중심의 시공간적 예술로 확장시킨 작품이라는 점 또한 이 작품이 지닌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6-03 11:36:3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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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노후 정신적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옛날에는 인생칠십고래희라고 노래하듯 오래 사는 삶을 고대하고 자랑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런데 요즘에는 더 오래 살기를 염원하면서도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또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꽤 있다. 이다음 반드시 늙은이가 될 젊은이들도 어른들을 공경하기보다는 비하하며 꼰대라 부르는 무뢰한들도 상당히 있다. 이리 모순된 사고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험한 사회 분위기 때문 아닐까? 다른 나라에서도 노인들의 삶이 순탄치 않지만, 우리가 특히 더 그렇다. 이 세상은 (노인의) 지혜와 (젊은이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고 융합되어야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지금 갓 태어난 아기들로 언젠가는 반드시 노인들이 된다는 어김없는 사실 앞에서 노인들의 삶이 떳떳하거나 당당한 사회가 되어야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 다시 말해 모든 노인이 나이 먹은 것을 부끄럽기는커녕 자랑스러워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노인들부터 당당한 자세로 성실한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 세상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얼마나 떳떳한 자세로 살아왔느냐에 따라 정신적으로 바람직한 노후가 기다린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정신적 빈곤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다.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는 인생살이지만 남의 평판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노후,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해야 실패하지 않은 인생이랄 수 있다. 노심초사하며 최고의 삶을 추구하려 들지 말고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여 성심성의를 다하는 최선의 삶을 살아야 여유로울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최고가 되려는 욕심을 가지면 자칫 전전긍긍하며 무리하게 행동하다가 세상에 피해를 던지고 자신도 하릴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큰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정신적 여유를 갖기는커녕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되는 까닭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만 가지면 헛된 탐욕에서 벗어나 조그만 일에도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이런저런 불행이 범접하지 못하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변함없는 이치는 현재 노인은 과거의 청년이었으며, 지금 청년은 미래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들 모두 장수 노인이 될 가능성이 커져야 노소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간다. 노인들을 막무가내 꼰대라고 비하하지 않는 사회라야 젊은 세대들도 노후를 향해 당당한 인생을 항해할 수 있다. 노인들의 따뜻한 삶을 위한 길을 적극 개척하고 실천하면 한국경제가 당면한 출산을 장려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노후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모습은 청장년 누구나 거울삼아 본받아야 한다. 참고로, "UN은 '인간 수명 120세 시대'를 맞이하여, 2016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을 측정하고 연령 단계를 0~17세를 미성년자,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100세부터 '장수 노인, 모두 5단계로 구분했다"

2025-06-02 09:08:3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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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앱 통한 카드론 대출, 사기죄 아니다

최근 대법원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행위를 두고, "애플리케이션 기반 대출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도18441 판결). 대법원은 변제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피해자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850만원의 카드대출을 신청했다. 이외에도 복수의 카드사로부터 총 1억원이 넘는 대출을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신청해 받았다. 피고인은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과 사채 채무가 2억원 상당에 달했으며, 지인들에 대한 채무 또한 1억원 상당에 육박한 상태였다. 매월 변제해야 하는 카드 대출 원리금이 피고인의 월수입을 초과하는 등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카드사로부터 동시에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피고인이 사실상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카드사들을 기망해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사기죄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 판례들을 인용하며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착오를 일으키게 해야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을 확인하고,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 즉, 사람이 아닌 전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행위에는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로부터 카드론 대출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에 설치된 피해자 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은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부채정보, 연소득 대비 고정 지출, 신용점수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되어 송금받을 계좌로 대출금이 송금된다. 실제로 그 대출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피해자 회사의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가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대출 신청과 승인, 송금 등 모든 절차가 카드사 직원의 개입 없이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었기 때문에 사람을 기망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피고인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가 기망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전자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금융거래에서의 형사책임 범위를 재정립한 판결로 평가된다. 특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대출이 일상화된 금융 환경에서 '기망행위'의 대상이 사람인지 여부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5-06-01 10:59:29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