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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방황하지 않는자 길 잃을 것이리라

필자가 오래 전 정신병동에 출근한 첫날, 병동을 둘러 보던 중 한 입원한 할머님 환자 한 분이 필자에게 노쇠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셨다. "젊은이 여기 화장실이 어디있어요?"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할머님을 화장실까지 안내해 드렸다. 열심히 근무해야 하는 의무감 이전에 노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예의 때문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할머님께 화장실을 안내 해주는 일을 거의 1년 반 반복해서 모셔다 드려야 했다. 젊을 때는 잘 몰랐고 또 공감하지 못했던 질문이 다시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로는 때가 있다. 할머님이 치매에 걸려 반복하던 이 말은 단순히 공간적인 위치만을 물었던 건 아니지 않을까? 그 할머니는 자신이 있는 곳이 잠시 머무는 병원이라는 공간인 것으로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 물었던 화장실의 위치는 사실 '젊은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니였을까. 우리는 길에서만 길을 잃지는 않는다. 집을 나온 청소년, 자신이 누군가로 부터 버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의 진로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누군가, 확실하게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사람들, 그들은 모두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또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떻게 할지 모르고 그래서 자신이 길 잃은 고아 같다고 표현하는 말은 단순한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실재 장소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신경과학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은 단순한 방향 감각이 아니다. 해마(hippocampus)는 공간적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뇌 구조로, 우리가 '인지 지도(cognitive map)'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단순히 길을 못 찾는 게 아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 기억, 감정의 안정성까지 잃어버리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이 방향 감각의 상실에서 시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GPS에 의존하면 할수록 이 뇌 기능을 덜 쓰게 된다는 점이다. 마이클 본드라는 심리학자는 "지도 없이 세상을 누비던 우리의 탐험 본능이 퇴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낯선 길을 걸을 때, 뇌는 끊임없이 환경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이상 직접 길을 찾지 않게 되면, 뇌도 더 이상 탐험하지 않는다. 이건 단지 공간적인 문제 만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물리적 길을 잃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더 자주 방황할 수 있다. SNS 속 타인의 삶은 잘 정비된 내비게이션 경로처럼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정해진 스펙, 직장, 관계의 루트, 해야만 할 일들, 정해진 코스를 강박적으로 따라가며 '방황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길을 잃는다. 마치 매일 같은 길을 가는 버스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잊은 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말이다. 인간은 "길을 찾는 존재"일 뿐 아니라 "길을 잃을 수 있는 존재"이다. 방황하는 능력은 우리 뇌에 본능적으로 새겨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직진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샛길을 탐색하고, 돌아가고,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것이 그들의 뇌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현대 사회는 이 방황을 일찍 금지한다. 놀이터 대신 학원, 골목 대신 실내, 고민 대신 정답과 정해진 코스. 우리는 방황하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받는다. 그러나 방황하지 않고 도착한 목적지에는 '나'라는 존재가 없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이 공간과 장소에서 자신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명확한 경로는 우리를 아이러니하게도 길을 잃게 만든다. 그래서 방황이란 '살아있는' 사람들의 증거다. 우리 조상들처럼 밤에 별을 보고 낮선 곳으로 여행하던 그 탐험가가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뜻이고, 그탐험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여기 있니?" 그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스스로 길을 잃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5-19 14:17:0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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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세계 인기 1위 채소 '토마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채소는 무엇일까? 아마 '토마토'를 꼽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아마도 한식에서는 토마토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채소는 토마토다. 그리고 그 높은 인기만큼이나 영양적인 면에서도 토마토는 1등이다. 토마토는 체중 관리, 각종 암과 고혈압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로 인기가 높은 지중해식 식단의 주요 재료이다. 실제로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는 무척 많은 양의 토마토를 소비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에도 토마토는 잘 어울린다. 질병관리청은 "저염식과 함께 채소와 생선을 더 많이 섭취하고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대쉬 식단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칼륨을 비롯한 각종 필수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면서도 당과 나트륨은 극히 적은 토마토는 혈관 건강에 더없이 좋은 식재료이다. 토마토에 함유된,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리코펜을 꼽을 수 있다. 리코펜은 주로 토마토, 수박, 자몽과 같은 붉은 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색소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방암, 폐암 등을 예방하고 심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리코펜 외에도 토마토에 함유된 퀘르세틴, 플로레틴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들 역시 항산화, 항암 작용을 한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크기가 커다란 토마토들에 비해 퀘르세틴 성분이 월등하게 많이 들어있다. 리코펜은 지용성 성분이므로 기름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율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올리브 오일과 함께 요리하면 리코펜 흡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먹기보다는 요리로 즐기면 좀 더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달걀과 함께 볶음 요리로 만든다면 토마토를 더욱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2025-05-19 05:36:16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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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파산채권 불복은 '채권조사확정재판'으로 해야

채무자가 파산선고 및 채권에 대한 면책결정을 받게 되면 실질적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현금으로 바꿔 변제받게 되는 금액은 전체 채권금액에 비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채무자 재산이 생각보다 많아 파산절차에서도 채권자들이 비교적 많이 변제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영업용 재산이 많거나 여전히 일할 여력이 있어 앞으로의 소득으로 채권을 변제해 나갈 수 있는 경우엔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기보다 회생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파산을 선고했다는 사실 자체가 채무자의 미래 변제 여력이나 현재 변제 재원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의미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파산절차에 들어간 것만 해도 매우 속이 상할 일인데, 여기에 더해서 채무자가 채권자의 채권액을 실제보다 소액으로 알고 있거나, 소멸시효 완성 등을 근거로 더이상 채권자에 대한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부분들은 사실 '채무자'가 주체가 된다기 보다는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채무자에게 배당할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인 '파산관재인'이 주도하게 된다. 파산관재인은 주로 파산절차와 채권관계에 대한 법 지식을 가진 전문가(회계사, 변호사, 법무사 등)가 담당하기 때문에 이들이 채권자의 채권액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했다면 정말 해당 채권이 법적으로 소멸되었거나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자신의 채권액 전부 또는 일부가 부인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채권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채권조사기일에 출석해 신고된 파산채권에 이의가 있음을 밝히고 그로부터 1개월 이내에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면 된다.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은 반드시 이의자를 심문해야 하고, 그 심문 결과를 참고해 이의가 있는 파산채권의 존부 또는 그 내용을 정해야 한다. 혹여라도 이의자에 대한 심문 절차를 누락한 경우에는 재판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대법원은 채권조사확정재판의 진행에 있어 채권조사확정재판의 이의자 중 1인에 대해 심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가 추후 판결문 기재에만 당사자 표시를 추가하는 것으로 판결 경정이 이뤄진 사안에서,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채권조사확정재판의 절차를 지키지 아니한 원심에는 헌법상 보장된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판단하기도 했다(대법원 2024그866 결정). 다만 채권조사확정재판은 엄밀히 말하면 '소송절차'가 아닌 '결정절차'로 파산절차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신속하게 채권을 확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이 필수적인 심문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일반 민사소송만큼 당사자들에게 주장과 입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조사확정재판의 결과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채권자는 다시 한번 채권조사확정재판의 결정서를 송달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채권조사확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의 소는 '소송절차'에 속하기 때문에 좀 더 충분한 자료 수집과 주장 정리를 통해 채권의 존재를 입증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무를 진행하다 보면 채권 조사기일에서 전액 부인된 채권이 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는 15%, 그 이의의 소에서는 30% 이상 또는 전액 인정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존 회생, 파산절차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던 채권의 법적 존재와 내용을 적극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채권액이 고액이거나 해당 채권을 인정받는 것이 채권자의 영업이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채무자의 회생이나 파산으로 인해 변제율이 현저히 적어진 상황이라고 낙담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5-05-18 09:15:0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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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 정신적 빈곤으로 무너지는 성장동력

북한산에 올라 사방을 뒤덮은 매연의 띠를 바라보면, 우리 사회가 몸부림칠수록 탈출은커녕 갈수록 더 빠져들 것 같은 갈등과 대립의 늪을 떠올리게 된다. 힘센 인사들끼리 벌어지고 있는 미증유의 아귀다툼은 한마디로 경제성장과 공동체 의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럭저럭하다 큰 혜택을 받은 인사들일수록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더욱 움켜쥐려는 광경들이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실천 의지도 능력도 없이 말재주나 뽐내려 드는 인사들의 후안무치한 모습들을 볼 때, 성장동력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우연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는 물질적 빈곤 상태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는 더 빈곤하고 공허하게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동체 의식과 경제성장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기보다는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경쟁심리를 부채질해 왔기 때문일까? 날이 갈수록 혐오감과 적대감이 깊어지는 사회에서 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을까? 1인당 국민소득이 아시아 1위를 기록하면서도 OECD 국가 중 가장 큰 빈부격차에다 노인빈곤율 절대적 1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굳어졌다. 절대빈곤을 벗어난 국가 중에서 한국인 행복지수 또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각하는 갈대’로서 인간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마음이 평안해야 비로소 삶의 가치를 느낀다.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세상의 등대가 되어야 할 지도층 인사들이 탐욕에 빠져 갈팡질팡하며 헤매는 모습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최소한의 도덕이나 규범도 없이 보통 사람이라면 부끄러워 흉내도 내지 못할 행동을 저지르고도 엉뚱한 넋두리를 늘어놓다 돌연 애국을 부르짖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무지한 다수가 이들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편을 갈라 말장난에 장단 맞춰 괴성을 지르는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자칫하다 대중독재(大衆獨裁, Mass Dictatorship) 색채가 짙어질 우려가 잠재하고 있다.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읽어보면, 자신에게는 서릿발처럼 엄격하였으며, 이웃에게는 따뜻한 정을 준 흔적을 여기저기서 느끼게 된다. 어느 저명인사는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자신에게는 서릿발처럼 엄격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 채근담)”고 담벼락에 써 붙여놓고, 실제 행동거지는 남들에게는 서릿발처럼 냉정하고 자신과 패거리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는(待人秋霜 持己春風) 해학을 연출하고 있다. ‘내로남불’이라는 수치스러운 한국말이 해외 어학사전에 두루 등재된 까닭 아니겠는가? 제 몸을 닦지 않아 악취가 나는 인사가 힘을 휘두르는 사회는 정신적 빈곤으로 성장동력이 무너지기 쉽다. 중장기로 내로남불 사회의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까닭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쟁심리를 북돋우지 말고 수신제가(修身齊家) 자세부터 가르쳐야 한다. 마음을 바르게 닦고 주변을 가지런하게 한 다음 공동체에 봉사할 뜻을 펼칠 수 있다. 지도자가 되고 싶은 미래의 주역들에게 파렴치한 행동을 자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어찌 가정을 책임지고 사회를 돌 볼 수 있겠는가?

2025-05-16 12:45:2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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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쓰레기 시멘트' 논쟁을 바라보며

"시멘트 제조시 쓰레기를 (연료로)활용하는게 나쁜가. 현재 기술로는 플라스틱을 태워도 배출 오염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업계가 싸우는 것은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싸우지 말고)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캠페인이라도 함께 벌여야한다. 이런식의 싸움은 자해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가 지난 11일부터 13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3RINCs 2025'에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이 한 말이다. 학술대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20여개국, 약 500명의 폐기물 자원순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홍 소장의 이날 발언은 불에 타는 쓰레기, 즉 가연성 폐기물을 놓고 소각로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오랜기간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평가한 것이다. 기자도 홍 소장의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소각로측은 시멘트회사들 때문에 폐기물 처리 단가가 크게 내려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시멘트사들이 시멘트 제조시 유연탄 대신 가연성 폐기물(이를 시멘트업계에선 '순환자원'으로 부른다)을 가져다 쓰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각로업계는 '쓰레기 시멘트'라며 네거티브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코가 석자이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석회석 등을 1450℃의 고온으로 가열해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소성'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58% 가량이 나온다. 고온으로 올리는 과정에선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태워야한다. 여기서도 30%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시멘트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한다. 철강과 석유화학에 이어 세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업종이라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큰 방향은 두가지다. 우선 원료의 경우 클링커 제조시 석회석에 고로 슬래그나 플라이 애시 등 대체재를 더 많이 첨가해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료인데, 유연탄 대신 폐합성수지나 폐타이어 등과 같은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검증된 것들이다. 수 많은 나라들이 이미 쓰레기를 태워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폐합성수지는 유연탄과 같은 수준의 열량을 만들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는 21% 적다. 결국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 한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한쪽에서 주장하는 대로 '쓰레기(를 태워 만드는) 시멘트'가 아니면 환경에 더 좋지 않은 '유연탄 시멘트'를 과거 방식으로 생산해야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고 시멘트 생산을 멈춰야 하는가. 현재 시멘트를 대체할 만한 결합재가 과연 있는가. 어차피 시멘트를 만들어야한다면 환경에 나쁜 유연탄보다 덜 나쁜 쓰레기를 태우는게 낫다. 밥그릇 때문에 '쓰레기 시멘트'라고 비하할 것이 아니라 지구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업계는 생각해봐야한다. 다만 소각로 굴뚝이 시멘트 소성로 굴뚝보다 환경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엄격해 소각로업계가 '본전 생각'이 난다면 제도로 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2025-05-15 16:18:26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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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2>보졸레를 재평가해야 할 시간…제2의 부르고뉴

<282>佛 보졸레 와인 누구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와인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와인이라고 했고, 발빠른 와인 매니아들은 제 2의 부르고뉴라며 사들이기 시작했다. 평론가들은 가성비가 아니라 품질만 놓고도 부르고뉴 와인과 경쟁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바로 보졸레 와인이다. 맞다. 보졸레 누보의 그 보졸레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를 온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씌워버리기도 했다. 누보를 벗기니 보졸레 루즈와 보졸레 빌라주, 보졸레 크뤼까지 다양한 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보졸레 와인의 시대가 열렸다. 와인의 퀄리티는 물론 보졸레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와 친환경 농법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전부터 잠재력을 품고 있었던 테루아 뿐이다. 보졸레 화이트 와인도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지만 오늘은 보졸레의 중심축인 레드 와인만 얘기해보자. 보졸레 레드 와인의 품종은 가메가 96%로 사실상 단일하다고 보면된다. 가메는 유전적으로 보면 피노누아와 먼 친척뻘인 종이다. 보졸레가 제2의 부르고뉴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산도가 좋고, 딸기같이 붉은 과실의 풍미를 지닌다. 그런데 보졸레 와인은 다양성이 매력이라고 하지 않았나. 기후와 토양이 단일품종을 변화무쌍하게 만들었다.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은 "보졸레 지역의 토양은 남쪽의 라임스톤, 점토부터 북쪽의 화강암, 편마암, 블루스톤 등 굉장히 복합적이면서 독특하다"며 "여기에 대륙성 기류와 해양성 공기의 이동, 지중해성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보졸레 지역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상태다. '비뉴롱 데 피에르 도레'의 클로에 드푸 수출매니저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보졸레 루즈는 접근성이 좋고 어렵지 않다"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셔도 좋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피에르 도레는 프랑스의 투스카니로 불리는 곳이다. 투스카니와 같이 언덕들이 끝없이 이어진 가운데 경사진 포도밭은 바람은 잘 막아내고 햇빛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된 '라 로즈 푸르프르' 2020 빈티지는 잘 익은 과실에 꽃향기, 백후추가 느껴지며, 당도와 산도의 균형감이 좋았다. 보졸레 크뤼로 가면 기존 보졸레의 붉은 과실과 우아함에 복합미와 힘이 더해진다. 산도가 워낙 좋다보니 숙성 잠재력도 뛰어나다. '도멘 뒤프레 구종'을 한국에 들여오고 있는 또마 데뤼에는 "잘 만든 보졸레 와인은 부르고뉴 못지 않게 좋은 과실미에 매우 우아하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라며 "이미 이런 보졸레 와인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와 한국을 왔다갔다 하며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샴페인 데뤼에와 함께 서울에서 와인샵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열린 보졸레 와인 세미나에서는 간단한 음식 페어링도 선보였다. 제주 청귤을 곁들인 대게 타르타르에는 보졸레 블랑과 보졸레 루즈다. 시루블, 셰나, 쥘리에나 등 가볍고 마시기 쉬운 보졸레 크뤼의 와인은 사과, 라임, 복분자를 곁들인 오리 콩피 요리다. 브루이, 모르공, 물랑아방과 같은 묵직하고 균형잡힌 구조의 보졸레 크뤼는 트러플과 한우 타르타르 까나페와 잘 어울렸다.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프랑스 와인이 바로 보졸레다. 박 원장은 "보졸레 레드의 경우 어복쟁반과 같이 마셨을 때 잘 어울렸다"며 "여름이라도 차가운 화이트 와인만 먹기 지칠때 어복쟁반과 함께 보졸레 크뤼급을 마시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추천했다.

2025-05-15 14:41: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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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망상과 음모론, 세뇌와 사이비종교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리레오처럼 비장한…. 그런데 문제는 그 주장을 진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이상한 이야기를 소비하는 수준이 아닌 듯 하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을 그 틀로 해석하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 같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혹은 이러한 생각이 망상이라면 이것이 망상의 기본적인 핵심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직조물의 끝에는 종종 '세뇌'와 '사이비 종교'도 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는 것' 즉 '사실이나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음모론은 그 믿음에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포장지 역할을 한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언론은 조작되고 있다", "그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식이다. 이쯤 되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주는 감정이다. 또 그 기저에는 틀리지 않는 자아 혹은 집단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고 이 껍데기를 한 꺼풀 들어가면 마음속에 있는 불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음모론이나 망상은 이 불안을 덜어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게 해주는 그 안도감을 준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우리는 세뇌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세뇌는 단순한 설득이 아니다. 반복과 고립, 감정적 몰입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사이비 종교는 이 기술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이비는 기본적으로 의심은 죄악이고, 질문은 신앙 부족으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진실의 편'이라는 믿음을 강화하며 집단 속에 갇혀버린다. 불신자는 지옥이라는 협박도 이러한 의심을 방지하는 좋은 기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음모론의 구조도 이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외부 세계는 '적'이고, 나와 내 집단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폐쇄적 사고방식. "왜 아무도 모를까?"라는 의심이 "그래, 그게 바로 진실의 증거야"라는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논리는 무너지고 망상은 강화된다. 음모론은 혼자서 주장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꼭 그 음모론을 믿는 또 다른 음모론자가 존재한다. 그래서 음모론의 집단환는 흔한 현상이다. 그 안에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서로를 세뇌하고, 다른 생각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많은 사이비 종교는 이런 음모론적 사고방식을 교묘히 활용한다. "정부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진짜 구원은 이곳에만 있다", "밖은 타락했고, 우리는 선택받았다." 이런 이야기는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설득이 아닌 구원이 된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단순한 해답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 해답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말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아주 서서히, 천천히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벼운 호기심이, 나중엔 가족과 친구를 끊고 집단에 헌신하게 만든다. 망상은 그렇게 사람의 삶 전체를 삼켜버린다. 모든 음모론자나 망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의 유사성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실 아닌 것에 끌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의심은 건강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의심하는 순간,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회의주의자가 되면서 이 마음의 반대쪽에 무의식적으로 끌린다. 즉 완전한 답에 대한 강한 이끌림.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누군가는 천국을 약속하는 믿음을 팔러 온다. 특히 삶에서 큰 상실을 경험하거나 실패로 인해 좌절된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삶의 해답을 은연 중에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어떤 사탕발린 이야기라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사이비 종교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이를 알고 득달 같이 달려든다. 그러니 필자는 말하고 싶다. 세상에 '절대적 진실'을 외치는 사람을 조심하라. 특히 그 사람이 돈을 요구하거나, 당신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진실은 조용하고, 의심은 차분하며, 믿음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세뇌와 망상을 가르는 가장 분명한 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5-14 15:25:2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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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의 AI시대 적응하기] 당신을 속이는 당신의 '검색어'

검색창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검색어는 평등하지 않다. 검색엔진은 마치 모든 걸 아는 마법사처럼, 단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무한의 결과를 쏟아낸다. 수백만, 수천만 개의 링크가 쏟아질 때면, 마치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정보의 바다 아닌가? 그러나 등대를 향한 배와 수평선을 향한 배가 서로 멀어지듯 정보는 넘쳐나지만 우리는 그걸 '묻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질문이 틀렸다면? 정보는 사실과는 아무 상관없는 데이터 폐기물일 뿐이다. 정보는 검색하는 순간부터 중립이 아니며, 교묘한 알고리즘은 당신의 질문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가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찾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어느날 두 사람이 같은 뉴스를 접했다. "XX백신 부작용 논란" A는 "XX백신 안전성 논문"을 검색했고, B는 "XX백신 위험성 고발"을 검색했다. A의 화면엔 학술 논문과 보건당국의 보도자료가 떴고, B의 화면엔 유튜브 영상과 자극적인 블로그가 줄줄이 등장했다. A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확신했고, B는 "언론이 숨기고 있다"고 분노했다. 둘은 각각 "정보를 충분히 읽었다"고 느끼며, 서로를 무지하다고 생각한다. A는 백신을 맞고 B는 백신을 맞지 않는다. 둘 중 누가 더 잘 물었을까? 둘 다 "정보를 충분히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뉴스, 두 개의 전혀 다른 현실. 정보의 격차는 단순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거리가 아니다. 같은 뉴스를 접하고도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질문의 단층선이다. 지금 정보는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의 문제다. 검색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고, 더 나아가 세계관이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당신이 마주하는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보는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불균형은 알고리즘 뒤에 숨어, 당신이 무엇을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2025-05-13 11:27:0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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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의 장수기업

일본은 장수하는 사람이 많고 장수 기업도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일본의 한 언론사는 세계 기업의 창업 연수가 100년 이상, 200년 이상 지난 기업을 각각 조사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 수가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세계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의 41.3%(33,076개 사),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약 65.0%(1,340개 사)가 일본 기업이라고 발표했다. 100년 이상 된 일본 기업의 업종별 특징은 제조업(26.0%) 비중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소매업(23.5%), 도매업(22.3)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 장수 기업에 관한 연구에서 기업의 평균 수명을 30년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사람의 출생과 사망까지를 수명이라고 하듯이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가 퇴출당하는 기간을 기업의 수명이라 정의하고 이를 계산해 보니 그 평균이 30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 1586년 창업한 마쓰이 건설 주식회사, 1590년 창업한 스미토모 금속 광산 주식회사, 1602년 창업한 요우메이슈 제조 주식회사 등은 이미 4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 후 300년이 지난 기업도 6개 사가 있다. 창업 후 200년, 100년 지난 기업 수까지 더하면, 30년을 일본 기업의 평균 수명이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기업이 일본에 매우 많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장수 기업은 창업 후 100년은 지난 기업을 가리킨다. 참고로 한국은 산업화 기간이 짧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의 혼란기를 겪었기 때문에 창업 후 100년이 넘는 장수 기업은 두산을 비롯하여 16개 사가 있다. 일본 장수 기업의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의 사명은 고수하면서도 유행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500년경에 창업해서 50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토라야(虎屋)는 창업 이래 "맛있는 전통 일본 과자를 고객이 기쁘게 먹을 수 있게 하겠다."라는 사명 아래 전통 일본 과자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 미각에 맞추어 신상품을 개발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유행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기업이념이 명확하고 종업들이 모두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앞의 토라야 사례에서 제시된 사명과 같이 기업이념은 기업 본연의 자세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나타내는 것이다. 기업이념은 경영이념에 비해 다소 추상적이지만 종업원들에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기업이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기업이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많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서,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종업원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장수하는 기업은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동료와 가족으로 대하며 일하기 좋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네 번째는 세상과 지역에 대한 공헌을 실천하는 것이다.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일본 각지에서 활약한 일본의 3대 상인 중 하나인 오미상인(近江商人)의 경영철학은 "구매자에게 좋은, 판매자에게 좋은, 세상에 좋은 상품의 제공"이었다. 이 경영이념은 일본의 대다수 기업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장수 기업들은 대부분 세상이나 지역에 대한 공헌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본 장수 기업의 특징을 우리 기업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도 장수 기업이 많이 늘어날 수 있게 하는 데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2025-05-13 10:49:16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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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기후변화와 식탁의 위기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간 한반도의 기온상승, 강수량 증가, 여름 길이의 변화 등 뚜렷한 기후변화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먼 미래에는 온난일이 급증하고 한랭일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극한 기후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반도 기후위기 극복과 미래생존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6년간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3.2℃로,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최근 30년 동안 기온은 1.4℃ 상승하였으며, 특히 최저기온의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최근 30년 동안 20세기 초보다 강수량이 124㎜ 증가하였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서리일수와 한랭일이 증가한 반면 강수량이 감소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국립기상과학원이 분석한 106년(1912~2017년) 동안의 기후 변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과거 30년 이내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 미래인 2081~2100년에는 고탄소와 저탄소 시나리오 간의 기온상승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기온은 7.0℃~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고 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온난일(상위 10% 최고기온 발생 일)이 약 4배 증가하고, 한랭일(하위 10% 최저기온 발생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온난일은 약 2배 증가하나, 한랭일은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반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0(Net Zero)' 달성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주식(主食)인 한반도의 쌀 재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우를 동반한 기온의 상승, 강수량의 변화, 장기간의 폭염일수와 같은 극한의 기후 현상은 쌀 생산성과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쌀밥의 식감에 적합한 수도작 품종의 개발 등 식량안보 문제까지 확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큰 국가에 속한다. 1912년부터 약 100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약 0.7℃ 증가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1.5℃ 증가해 두 배 이상의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온난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970년부터 10년에 약 0.3℃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벼농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의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쌀 생산성이 2040년대 13.6%, 2060년대 22.2%, 2090년대에는 40.1%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기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서 쌀 수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전국에 산재한 미곡처리장(RPC)을 중심으로 쌀 통계를 통합관리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의 식감에 매우 민감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쌀의 품질이 저하되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감에 맞는 쌀을 재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밥쌀용 쌀의 외관 품질은 2~3%, 밥맛은 6% 나빠진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비축량을 확대하며, 해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 기술의 발전과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 재배 품종의 변화와 소비자 한국인의 식감에 적합한 수도작 품종의 위기, 그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05-12 11:14:53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