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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6·27 부동산 대책에 대해

6·27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남긴 것은 거래 절벽과 실수요자의 허탈감이었다. 고강도 대출 규제는 발표 다음 날부터 전면 시행됐고, 그 즉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칼날은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칼끝이 향한 곳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정부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은 전면 금지했다. 1주택자 역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새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고 6개월 내 전입 의무까지 생겼다.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실수요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자금대출까지 위축되면 서민층 주거 안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뛰어넘는 강도 높은 여신 규제"라며 "차주별 상환능력 중심에서 정량적 대출 상한 규제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자본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자산가만 살아남는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작 잡아야 할 투기 수요는 비껴가고, 실수요자만 옥죄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의문도 생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소득이 낮은 계층은 DSR 통과도 어렵고, 정책금융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며 "6억원 한도 안에서도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대출 실행일 기준으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심사 중이던 계약자조차 차주가 바뀌면 한도 축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신축 아파트 분양자들도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잔금 대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금 계획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는 억제보다 조율이 필요하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막히고 자산가는 비껴간 이번 대책은 시장의 불균형을 더 키울 수 있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치밀한 정책 설계다. 수요를 조이기 전에 공급을 확실히 만들고 투기를 차단하기 전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의 숨통부터 살펴야 한다. 이번 규제가 시장에 어떤 결과를 남길지는 실수요자를 고려한 정책 조율과 보완 방향에 달려 있다.

2025-07-16 10:06:06 전지원 기자
[기자수첩]밸류업 외침에도 반응 없는 코스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행 1년이 지났으나 정작 코스닥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곳은 36곳에 불과했다. 전체 상장사의 2% 남짓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는 분명했다.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성장 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떨어진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거래소는 밸류업프로그램의 순항을 위해 무료 컨설팅과 IR(기업설명회) 지원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정작 행동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 신뢰를 해치는 불성실공시 지정 사례만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116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33%가량 증가했다. 이는 기업의 공시 관리가 부실해지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투자자 신뢰 회복을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만 남겨놓고 갈수록 투자자의 불신만 더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싶어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에서 흑자 기업 비중은 아주 낮다. 올해 1분기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6% 줄었고, 순이익은 26.78% 급감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를 하고 싶어도 '실탄'이 부족한 것이다. 연구개발(R&D)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부양에 나서기도 힘든 현실이다. 생존이 달린 기업에 '주가 부양을 위해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되묻게 한다. 이런 구조적 제약을 무시한 채, 프로그램 참여율만 탓할 수는 없다. 거창한 구호보다 필요한 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세제 혜택과 같은 실질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참여는 늘어나지 않는다. 특히 투명성을 높이려면 불성실공시를 방치해선 안 된다. 불성실공시에는 단호히 대응해 '신뢰할 만한 시장'이라는 최소한의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 밸류업은 단기 주가 부양 쇼를 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기업이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을 균형 있게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여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진짜로 '가치'를 키울 수 있도록 거기에 걸맞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025-07-15 13:08:22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K제약·바이오, 신약개발은 계속 돼야 한다

올해 4월 혁신신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국내외에서 기대를 모았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 임상 2상에 실패했다.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고, 신약개발이라는 긴 터널에 갇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자금 조달, 상장 폐지 등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후속 파이프라인과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계획에도, 신약개발 실패는 기업의 생존을 흔드는 것이 제약·바이오의 냉혹한 현실임이 확인된 사례다. 이후 두 달 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파라택시스 홀딩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코스닥 상장 기업이라는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최대주주는 기존 이정규 대표이사에서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원 엘엘씨'로, 사명도 '파라택시스 코리아'로 변경된다. 다만, 파라택시스 홀딩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디지털 자산 분야에 특화된 멀티 전략 투자 회사다. 이제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인'이 더 이상은 전통 제약 산업 내에서만 등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만 살펴봐도, 화학 기업인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꾸준히 눈독을 들여 왔다.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대표 식품 기업인 오리온이 국내 대표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글로벌 식품·바이오 기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통해 신사업을 확장한다. 특히 전통적인 신약개발부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경쟁하거나 기업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여러 형태의 자본 유입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다층화하는 긍정적인 흐름일 수 있는 동시에, 일각에선 이종산업 간의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술에서 자본으로 중심 축이 이동할 수 있다는 긴장감도 짚는다. 신약개발 역량이 국가 미래를 여는 성장엔진으로 남기 위해선, 더욱 성숙한 기업 문화가 요구된다. 자본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신약개발의 실패가 끝이 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감을 기대해 본다. 제약·바이오 기업 또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쫓기지 않으려면 신약개발을 뒷받침하는 자본과 균형을 이뤄내길 바란다.

2025-07-13 16:14:08 이청하 기자
[기자수첩] "리포트가 달라졌다?"… 여전히 말 못하는 진실

"왜 목표 주가를 하향했냐"는 주주의 항의 전화, "인터뷰 어렵겠다"는 기업의 유보적 반응.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와 기업 IR팀 사이에서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그 결과 리포트는 실적이 꺾여도 '매수', 많아야 '중립'에 머무른다. 시장 진단보다 기업과의 거래와 투자자의 눈치를 의식한 판단이 앞서는 구조가, 증시 신뢰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20대 증권사가 발간한 수천 건의 리서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0.1%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은 평균 90.4%, 중립은 9.5%였고, 무려 18곳 증권사는 상반기 내내 매도 리포트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실적이 꺾인 기업, 주가가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한 종목에도 리포트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투자 판단의 나침반이 돼야 할 리서치 보고서가 오히려 시장 기대를 부풀리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앤에프'의 경우는 매출이 수분기 연속 감소세인데도 2분기 들어 나온 25개의 분석 리포트 중 단 한 건만 '중립' 의견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매수'였다. 일부 증권사는 "납득되지 않는 주가 하락"이라며 오히려 시장을 탓했다. 또한 누구나 알법한 한 대형 기술주의 영업이익은 1년 새 반토막이 났지만, 리포트에서는 목표주가가 오히려 높아졌다. 실적 전망은 낮추면서도 주가 기대치는 상향 조정되는, 모순된 흐름이 반복된다. 이런 기형적 구조의 배경에는 리서치 조직의 '이해상충'이 있다. 애널리스트가 취재하는 기업은 동시에 자기 회사의 고객사인 경우가 많다. 매도 리포트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해당 기업이 증권사와 거래를 끊는 일도 실제로 벌어진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리서치센터는 비용만 나가는 '코스트 센터'로 인식되곤 한다. 분석력보다 기업 관리 능력이 더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는 조금씩 다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올 들어 급등한 원전·방산·증권주를 중심으로 일부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있다. SK증권은 미래에셋증권 리포트를 통해 "기대가 과도하다"며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만8000원으로 제시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주가가 3배 이상 오른 원전주에 대해 '단기매매(trading buy)'로 의견을 바꿨다. "좋은 회사도, 항상 좋은 주식일 수는 없다"는 조심스러운 메시지도 시장에 보여준 셈이다. 리서치 보고서는 투자자에게는 나침반이고, 기업에게는 거울이다. 기업과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진단을 주저하는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불편함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애널리스트가 불편한 말도 할 수 있어야, 리포트가 다시 '신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 신뢰 위에서 건강한 투자와 기업 성장, 그리고 활력 있는 증시가 가능해진다.

2025-07-10 13:40:28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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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인수합병, 그 너머가 더 중요하다

선기원포(先期遠布) '미리 보고 멀리 살펴 대비하자'는 고사성어다. 지금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선기원포의 안목이 필요하다. 최근 법원이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허가하자, 업계에서는 회생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주의 구주 소각, 부동산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홈플러스 원매자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홈플러스 자산은 약 6.8조원으로, 이중 유형자산이 4.8조, 토지 자산이 3조원이다. 부동산 가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니 인수 희망자는 분명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홈플러스는 청산가치(3.7조원)가 계속기업가치(2.5조원) 보다 높고, 전반적인 유통 오프라인 매출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인 만큼, 청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 판단 기준은 '누가 인수를 하느냐'가 아니다.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홈플러스의 사업 경쟁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회생은 되풀이된다. 진짜 중요한 시점은 인수 후다. 인수 기업은 지금의 위기가 찾아온 배경들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우선, 이커머스 기업 중심의 유통업계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로켓배송은 현재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직접 점포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상품을 바로 받아보는 시대가 됐다. 홈플러스도 이 흐름에 예외일 수 없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점포로 고객을 이끌어야 한다. 이커머스도 중요하지만 홈플러스는 근본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기업이다. 고객을 점포로 불러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익성 개선이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유지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굵직한 과제들의 해결점을 찾아가면서 동시에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의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상황을 넓게 봐야 한다. 홈플러스 역시 새 주인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변화무쌍한 오늘날 유통시장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회생 성공 여부를 정확히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재선기자 wotjs4187@metroseoul.co.kr

2025-07-07 16:41:08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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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테이블 코인, '옥석 가리기'의 시간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 주가는 올해 초 2만6000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6월 한 달에만 2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 9만4000원까지 치솟았고,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이 제기했던 스테이블 코인 관련 우려에도 강세를 지속 중이다. 간편결제 앱에서 시작된 기대감은 모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강세로 이어졌다. 은행들이 잇따라 스테이블 코인 상표 선점에 나서자 금융주도 상승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P2E(게임을 플레이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게임주까지 강세를 보였다. 스테이블 코인은 '테마주'를 넘어, 마치 성공을 담보하는 '보증수표' 처럼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될수록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고정돼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발행기관은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에 따라 발행량을 늘리고, 늘어난 발행량을 기반으로 국채·예금 등 담보성 자산을 확보해 수익을 발생시킨다. 수요 없이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 규모는 약 2500억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점유율 상위 5개 코인이 전체의 96%(2400억달러)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에 해당하는 2200억달러 중 1590억달러가 테더(USDT), 620억달러가 USDC다. 가치가 일정한 일종의 '화폐'에 해당하는 만큼 유통량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상품에 수요가 집중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이 불편하고 매매도 어려운 코인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문턱을 크게 낮춘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해외와 비슷하게 발행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소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도 신뢰도가 낮은 스테이블 코인의 무분별한 발행은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더군다나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다.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도 발행 요건을 20억원, 30억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입법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투자 열풍은 뜨겁지만, 침착하게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2025-07-06 15:29:56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한국인이 좋아하는 주식

지난달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들인 주식은 서클 인터넷 그룹(CRCL)이다. 지난 6월 5일 상장했지만, 서학개미들의 상반기 순매수 상위 4위 종목에 등극했다. 서클은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순수 스테이블 코인 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12거래일 만에 공모가 263.45% 뛰었고, 이후 5거래일 만에 31.51% 하락했다. 다만 타이밍은 다소 아쉬웠다. 서학개미들은 서클이 조정받기 시작하자 더 열심히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레버리지·인버스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은 서학개미들에게 서클은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흥미로운 투자처인 것이다.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 시장의 90%는 심리학이 지배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난히 '군중심리의 역설'이 잘 먹히는 요즈음 개인 투자자들에게 특히 들어맞는 말이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비단 서클뿐만 아니라 한 번 불이 붙으면 고점에서도 쉽게 진입했고, 저점에서도 쉽게 손절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보였다. 눈앞의 급등 차트를 두고 '나만 못 먹는 이익'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막연한 추세에 대한 믿음, 언제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복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불나방 흐름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은 '테슬라'라고 생각된다. 테슬라는 주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서학개미들에게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심어 줬다.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사랑'은 어쩌면 당연하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2023년에는 첫번째로, 2024년에는 두번째로,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다시 첫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특히 올해는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도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다. 지난해 7월, 한국인들이 테슬라 주식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전 트위터) 계정에서 한국인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 당시 테슬라의 주가는 저점에서 다시 고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에 대한 순매수 성향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테슬라의 주가 등락과 관계 없이 매수 태도를 지속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엔 결코 공짜 점심이 없다. 손해 본 누군가의 피눈물이 타인의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제는 급등주가 아닌 실적주를 직접 찾아나설 때다. '한 방'을 기대할수록 계좌는 빈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도 다르지 않다.

2025-07-03 14:40:03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진짜 맛은 얼마인가?

한국 식품산업이 '가성비'의 그늘에 갇혀 휘청이고 있다. 좋은 원료를 쓰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을 낮추면 품질이 떨어지는 구조 속에서 산업은 생기를 잃고 있다. 소비자는 가격표부터 보고 유통업체는 공급가를 깎는다. 결국 중소 제조사는 수입산 원료에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제품으로 '최저가 경쟁'에 내몰린다. 대기업조차 프리미엄 제품을 한정판처럼 눈치 보며 내놓을 뿐이다. 싸고 무난한 제품은 넘쳐나지만, 비싸도 좋은 식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일부 식품 회사들은 가성비라는 명목을 앞세워 국산 원료보다 수입산을, 깊은 풍미보다 익숙한 자극적인 맛을 택하면서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유통을 단순화해 간편식을 내놓는다. 마트 진열대가 순식간에 비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은 적겠지만, 산업 전반이 '싼맛'에만 몰두할 때 잃어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항생제 없이 키운 동물복지 닭, 국산 곡물 사료,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 등 품질을 앞세운다. 간편식을 만들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진짜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신뢰를 파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는 느리지만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중요한 걸음이다. 미국·유럽·일본의 식품산업은 '저렴함'보다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지속 가능한 생산'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한국도 '저렴한 맛'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품질'과 '글로벌 시장 속 국내 식품 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수입산 원료 의존을 줄이고 국산 유통망과 R&D에 투자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적정 마진을 보장해 상생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도 가격보다 가치를 보는 시선으로 바뀌어야 한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식품은 하루 세 번,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한국 식품산업이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얼마냐'보다 '어떻게 만들었냐', 즉 가치를 먼저 따져물어야 할 것이다.

2025-07-02 15:16:49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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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 정부·집권여당의 첫 과제는 '물가안정'

집에 계란이 없어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갔다. 계란 한 판 가격이 8990원인 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계란 한 알에 300원, 이제 집에서 계란 프라이를 해 먹을 때마다 눈치가 보일 것 같다. 내가 산 계란은 난각번호 4번 계란. 0.05제곱미터(㎡) 이하의 작은 케이지에서 사는 산란계가 낳은 알이다. 공장형 사육장에서 나오는 제일 싼 계란이다. 내가 산 계란 옆에 있던 알이 큰 특란은 9900원이었다. 바야흐로 계란 한 판 1만원 시대가 왔다. 새 정부는 계란값이 오르자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생산자단체에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가격 담합 시도를 의심한다. 생산자단체에선 정부가 케이지 면적 확대 정책에 따른 생산비 상승을 외면하고, 유통 과정의 폭리보다 애꿎은 계란 생산자에만 책임을 전가한다고 반박한다. 대책 없이 치솟은 계란값에 제과, 제빵, 외식 등 관련 산업의 물가를 상승시키는 '에그플레이션(Eggplation)'까지 우려된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다. 계란만 오르나. 본격적인 폭염과 장마가 찾아오며 채솟값도 오를 예정이다. 라면 등 밥상 물가도 올랐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상승까지 사회 전반의 물가가 뛰고 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원자재 공급 불안정이 우려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에 시민과 정부 당국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도 급등세로 돌아서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대출 규제를 내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듯, 새 정부와 여당의 제1과제는 물가 안정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봉지에 2000원"이라고 언급하며 물가 상승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가안정 TF를 꾸려 활동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누적된 고물가로 민생에 큰 부담이 되는 생활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2차 추경안에 담긴 약 13조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정대는 내수 진작 효과를 최대화하고 재정 투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정책 실행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2025-07-01 15:26:15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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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널뛰는 스테이블코인

시총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회사인 써클 인터넷 그룹이 지난 5일 상장했다. '얼마나 성장하려나?'라며 구매한 주식은 64달러에서 약 10일 만에 298달러까지 오르더니 그 이후 18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이슈다. 이름답지 않게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코인만 들어가면 주식이 널뛴다. 네이버는 원화스테이블코인을 선점하겠다고 하자마자 주가가 25만6500원에서 40%나 급등했다. 키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전달 2만8800원에서 6만4000원까지 올랐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상표를 출시하고 있다. 원화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련 정책과 법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우선 뛰어들고 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시간 장소 등에 관계없이 자금이 효율적으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만큼이나 위험 요소가 많다. 앞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고객 예금을 장기 국채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예금액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 고객들은 예금 인출을 강행했고, 실리콘밸리은행은 손해보고 국채를 팔면서 유동성 위기가 와 파산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또한 안정적인 화폐를 대신해 주로 국채를 보유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이를 우려한 고객을 중심으로 코인런이 일어나게 되면 거래소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은행도 파산, 한 나라의 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탄할 것 같았던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도 하원에서 연방기관의 역할, 기업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에 따른 은행업에서의 분리 문제 등을 이유로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원, 시장의 활성화 만큼이나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늦더라도 확실한 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2025-06-30 16:13:43 나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