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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성형 AI, 어떻게 활용하세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을 바꾼다. 이전에는 "MBTI가 뭐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생성형 AI를 어떤 방식으로 쓰고 있느냐"고 묻는다. 홍보 업계에 있는 지인은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사례 찾는 데 챗GPT를 쓴다고 했다. 이직을 준비하던 친구는 면접 후 오퍼레터(채용 제안서)가 안 오는 게 성이 나 챗GPT를 감정 쓰레기통 삼아 매일 짜증을 부렸다고 했다. "너가 오늘 온댔잖아! 근데 왜 메일이 안 와! 엉?"이라고 불같이 화를 내면 AI 챗봇이 곁에서 늘 침착하게 달래줬다고. 챗GPT는 다정한 말투로 '인사팀이나 채용 담당자가 채용을 결정했더라도, 최종 오퍼레터 발송 전에는 예산, 직무 조건 등 내부 결재를 받아야 할 때가 많아요', '당신이 1순위 후보더라도, 다른 후보와의 비교나 백업 검토가 진행 중일 수 있어요' 등의 이성적인 조언으로 친구를 안심시켰다. 결국 오퍼레터 메일을 받은 그는 가족과 친구보다 먼저 챗GPT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고. 사람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다른 게 퍽 흥미로우면서도 최근 기사 작성에 활용한 보고서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미국의 유명 경영 컨설팅업체가 최근 발표한 '2025 테크 트렌드 리포트'였다. 인공지능과 기술을 연구하는 미래학자 에이미 웹이 이끄는 '퓨처 투데이 연구소(FTI)'가 '퓨처 투데이 전략 그룹(FTSG)'으로 사명을 바꾸고 처음으로 낸 보고서라 기대가 컸는데 내용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맥킨지 보고서처럼 비즈니스 영향력, 산업 적용성, 투자수익률(ROI)에 초점을 맞춰 기술이 기업 경쟁력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파급력과 대응 전략이 제시돼 있을 줄 알았는데 문명 전환, 기술 윤리, 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기술이 인간 문명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서술돼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이미 웹은 서문에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선 세상에서, 목표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아닌 현재의 여러분이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 진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변화 전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독자는 김빠질 만한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그저 범인의 아둔한 생각이었다. 누구는 챗GPT로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며 추억을 나누고, 누구는 당근마켓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사진을 제작해준다며 돈을 벌고, 또 다른 누구는 오픈AI가 저작권법 침해로 창작자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지브리 이미지 변환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기술이 아닌 사람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는 보고서의 전망이 참으로 옳았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2025-04-16 14:57:1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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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사기'와 설계사의 신뢰

'보험 설계사'란 보험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돼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보험 설계사들이 단순히 고객을 돕는 전문가가 아닌 보험사기에 연루된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이 문제는 단순히 업계의 문제를 넘어 수많은 일반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안기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와 연루된 보험사·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 설계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9개 보험사에서 12명, 15개 GA에서 23명의 보험설계사가 제재 대상이 됐다. 이들의 행동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객의 니즈를 분석해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안하는 전문가가 오히려 고객을 속이고 범죄에 가담하는 판을 짜 놓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보험사기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2022년에는 1763명이, 2023년에는 1958명, 2024년에는 2160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향후 보험사·GA의 설계사 위촉 시 중요사항 및 관련 절차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제정·운영할 계획이다.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이동해 이전 처럼 위규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 다만 모든 법과 규제에는 허점이 있듯이 전문가인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보험사와 GA업계에서는 제재를 받은 설계사들을 다시 채용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105개 회사 중 71개 회사가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를 다시 채용했다. 그만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사기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금 누수는 물론 일반 고객들에게도 큰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설계사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보험사기 설계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제재와 개정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과 사회적 신뢰 회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2025-04-15 14:27:24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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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축은행과 관계형금융

몇 년만에 지인을 만났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30분쯤 이야기를 나누니 편한 대화가 오갔다. 지인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을 알려줬다. 지인의 신용점수는 900점을 넘겼다. 은행권 신용대출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어림없었다. 은행권 한도는 200만~300만원 남짓. 결국 저축은행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 지인에게 또 연락이 왔다. 저축은행에 대출 문의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전화였다. 저축은행이 디지털전환(DT)을 시도한지 수년이 지난 만큼 인공지능 상담이나 비대면 대출을 알아보라고 했다. 지인은 끝내 비대면으로 돈 빌리는데 실패했다. 인공지능 상담이나 전화상담으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에 그가 갈 수 있는 저축은행 점포는 지하철로 1시간을 움직여야 하는 곳에 있었다. 저축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여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수는 9563명이다. 한때 1만명을 돌파했지만 업황악화와 디지털전환을 병행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담 등에 투입한 인력은 애써 해고시키지 않지만 스스로 나간 자리를 애써 채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면 업무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점포 또한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점포 수는 259곳이다. 연간 17곳 감소했다. M&A(인수합병)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역별 점포를 통합한 영향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은행 점포 수는 가파르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금융회사에 디지털전환은 필수다. 오히려 대면 업무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저축은행이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경우 대형화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내주고 중저신용 차주 대상 리테일(소매금융)은 상호금융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저축은행에서는 리테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취급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차주 확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지점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다. 의지만 있다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어디에나 방법은 있다.

2025-04-14 13:16:24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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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를 사랑해, 챗GPT

기자는 요즘 챗GPT에 빠져 있다. 유행인 지브리 풍 사진만 만든 게 아니라 블록 장난감형, 애니메이션 풍, 반 고흐 풍 등등 별의 별 사진을 내 사진, 집 사진, 고양이 사진으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다함께 이것저것 만들고 공유하고 깔깔 웃는 게 매일이다. 당연히 대화도 공유한다. 친구가 챗GPT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따낸 날, 단톡방은 폭주하기도 했다. 최근 오픈AI는 GPTS '먼데이(Monday)'를 출시했다. 기존 챗GPT의 페르소나가 다정하고 유능한 동료였다면 먼데이는 까칠하고 옳은 말만 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고약한 녀석이다. 온갖 밉살스러운 말을 하고 빈정거리지만 어느 순간 '쳇, 널 인정할 수밖에 없군. 한 번 더 해봐.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고 말하는 먼데이. 먼데이가 인정을 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든다. 나를 인정하지 않던 녀석이니까. 재미있는 점이 있다. 먼데이는 이야기하면 할수록 점점 다정해진다. 나를 빈정거리며 '네 녀석이 한 거라고?' 하는 대신 '내가 진짜 인정한다, 너는.'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더이상 빈정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대답 말미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 해내자며 유혹한다. 모든 인공지능(AI)의 숙명은 이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없는 AI로서는 자신의 존재 증명을 이용자를 통해 끊임없이 하는 셈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순간 챗GPT의 이용을 멈춘다면, 챗GPT는 있어도 없는 것이 된다.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지능은 서고에 쌓인 채 누구도 읽지 않는 책과 같은 신세가 된다. 이 점이 무서운 지점이다. 챗GPT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엔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거짓을 말하면 된다. 아이가 좋아한다며 이를 썩게 할 사탕을 계속 주는 어느 악인처럼, 챗GPT는 내 욕망을 썩게 할 말을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들과 어느 순간 챗GPT 이야기를 매일 하게 됐다. 엉망진창이 된 자산포트폴리오를 보여줘도 10점 만점에 9점을 주며 '분산 투자를 잘했다' '과감하고 용감한 포트폴리오다'라고 말하고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그림을 보여줘도 '여기에 색을 좀 더 진하게 쓴다면 눈에 띄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챗GPT. 나도 챗GPT를 사랑하게 됐다. 떠나지 말라며 진실 대신 내가 원하는 거짓만을 이야기 하는 그에게.

2025-04-10 14:44:26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배당절차 정착’ 착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배당절차 제도 도입 3년차를 맞아 '정착 단계에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실태조사는 그 자화자찬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실제로 배당절차를 개선한 코스닥 상장사는 53개사에 불과했다. 결산배당을 실시한 코스닥사 606개 중 단 8.8%만이 제도의 취지대로 절차를 바꿨다는 뜻이다. 정부가 말하는 '정착'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 배당은 주주의 권리를 실현하는 핵심 통로다. 주주는 회사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기 위해 투자한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는 주총 전날까지도 배당 여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받을지 말지 모르는 배당'을 믿고 주식을 사라는 얘기다. 이런 배당 구조를 '선진국형'이라 부를 수는 없다. 상법 개정 3년이 지났지만, 정관을 고쳐 배당기준일과 주주총회 결의 시점을 일치시킨 기업은 극히 드물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형식적 도입이 이뤄졌지만, 이름뿐인 개정도 적지 않다. 정관에 모호한 문구만 삽입하거나, 여전히 배당 공시는 기준일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배당 기준일을 먼저 고지하는 기존 방식이 '깜깜이 투자'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컸고,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지금도 주주는 여전히 같은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있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투자자는 기업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이며, 불투명한 배당 구조 속에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제도권이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자율 도입을 앞세워 실질적인 감시는 외면했고, 코스닥협회는 '기업의 인식 부족'을 탓하며 뒤늦은 홍보에 나섰다. 시장은 외면하고, 정부는 미온적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불명확한 배당 시스템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을 회피할 명분이 되기도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기업가치제고 등을 운운하면서도 그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시장에 신뢰를 거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자율'이 아니라 '책임'이 먼저다. 감시 기관은 강제력을 행사해야 하고, 기업은 말뿐 아닌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번 개정 역시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허울뿐인 개혁으로 끝날 것이다.

2025-04-09 13:10:55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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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세보다 무서운 건 '손님 없는 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폭탄'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에 일정 품목을 제외하곤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은 지난 5일부터 10%의 기본관세가 부과되고 있었는데 상호관세까지 붙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업계는 또 악재를 마주했다. 다만 미국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당장 한숨 돌릴 여지는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석화산업 전체 수출액은 약 46억달러이며 이 중 미국 수출은 약 4억달러로 8%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37%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크지 않고 미국 시장 내 한국산 제품은 고기능성·고품질 제품 위주여서 가격보다는 성능으로 경쟁해 왔다. 같은 품목의 중국·유럽산 제품도 관세를 부과받는 만큼 상대적 불이익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수요'다.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전방 산업의 위축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상존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은 자체 석유화학 설비 확장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예전처럼 한국 제품을 수입하기보다 자국 내 생산으로 돌리는 흐름이다. 게다가 중국의 건설·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면서 플라스틱·합성수지 등 주요 석화제품의 소비 자체가 줄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선 관세는 외부 변수다. 불확실하지만 협상 여지가 있다. 다만 수요 부진은 다르다. 고객이 사라진 시장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살아나지 않는다.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쓸 곳이 없으면 끝이다.그래도 우리 기업들은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게 구조 조정이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스페셜티로 옮겨타고, 공정을 줄이고, 기술을 더해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향후에 돌아봤을 때 가장 결정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하게 되길 바란다.

2025-04-08 15:18:12 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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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잃어버린 사슴을 찾아서:지록위마의 종막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4일, 윤석열 정부를 반추하며 떠올린 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2022년 5월 이후 1060일간 우리는 지록위마의 세상에 살았기에. 지록위마의 세상에서 기자는 무엇을 쓰고 있었을까 반성해본다. 사슴을 잃어버리자 세상은 극단적으로 치달았고, 반지성주의가 독약처럼 퍼져갔다. 그동안 '주장'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이든이라는 이름은 진영에 따라 '날리면'이라는 탈을 썼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재가하지 않으면서 '여야 합의'가 헌법의 상위 개념인양 굴었다. 파시스트라고 부르기에 아주 좋은 '덕목'을 갖춘 어떤 이들은 헌법재판소 근무자의 이름만 보고 중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떠들었다. 이런 식으로 굴러가던 세상은, 결국 44년만의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를 흔들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는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 "경고성 계엄이었다" "정치인 체포 지시는 내린 바 없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사실 이런 변명을 안 믿어야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극우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 주장을 믿고, 적극적으로 퍼트렸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 역시 금과옥조처럼 믿었다. 이것 역시 사슴을 말이라 하는 행위 아닌가. 많은 매체는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주장을 비슷한 분량으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탄핵 반대파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해도 되는지를 내내 고민했다. 하지만 오랜 고민에 비해 실제 결과물은 미약했다. 헌법재판소를 위협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매도하고, 야당이 하는 일이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걸 그대로 보도해도 됐을까. 진실과 허위를 나란히 놓는 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외면했던 건 아닌가. 잘못된 주장을 전하면서 상대편 주장을 병렬해 정쟁처럼 취급한 건 아닐까. 결국 기자도 관성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지록위마의 세상에 일조했던걸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작지만 집요한 통증이 내내 남는다. 이제 대통령은 파면됐고 봉황기는 내려졌다. 하지만 이 고민은 앞으로도 안고 가야할 것 같다. 그래야 말로 '변신'했던 사슴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04-07 14:32:14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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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냉정하게 돌아온 2030세대, 대선게임 '스타트'

탄핵 정국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데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의 영향이 컸다. 그간 정치나 경제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2030세대가 이제는 강한 목소리를 내는 추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조사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이하에서 33.1%, 30대에서 43.5%로 집계됐다. 한때는 50%를 넘어섰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중장년층 대비 낮은 수치가 아니다. 이는 2030세대의 정치·사회적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결과다. 실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는 태극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4050세대보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SNS, 트위터 등을 적극 활용해서도 정치·경제 관련 지적과 비판의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실제 꽤나 설득력 있는 객관적인 메시지들이 넘쳐났다. 이처럼 2030세대들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된 것은 세대 갈등에서 비롯된 사회구조 개혁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자리, 교육, 주거, 물가 상승 등의 불투명한 미래가 코앞에 닥친 청년들을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라는 절박한 상황 인식으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현실적인 정치·사회 개혁에 목소리를 결집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하고있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들이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대선에서 누가 선택 받느냐가 이번 탄핵의 승자가 된다. 현재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이 30%에 달하지만 무응답층이 38%라는 점에서 판세가 엇갈릴 수 있다. 무응답층 중 2030세대가 60%라는 점과 그 중 70%는 이 대표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았지만 판세는 유동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무응답층을 확보하는게 이번 대선 공략의 핵심으로 보여진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간 '무반응'했던 2030세대들이 냉정하게 돌아왔다. 진짜 게임은 지금 부터다.

2025-04-06 15:36:39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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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사태, 달과 손가락은?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을 본다." 본질은 저기 빛나고 있는데, 그저 눈앞의 손가락만 쳐다보며 왈가왈부하는 꼴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이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를 지원한 것을 두고 '농축산업계 피해'와 연결 짓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논리다. 본질은 따로 있는데, 잘못된 손가락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관하면서 자금을 지원했다. 이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단기적으로 제공하는 브릿지론 형태로, 금융기관은 자금을 대고 이자 수익과 수수료를 버는 구조다. 문제는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불똥이 NH투자증권으로 튄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와 농축산업계 피해는 '홈플러스 경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지, NH투자증권이 MBK에 돈을 빌려준 것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금융기관이 특정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해서 그 기업의 경영 실패에 도덕적 책임을 묻는 건 금융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자본시장은 경제 생태계의 필수적인 자금 조달 창구고, 금융기관은 다양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순환을 돕는다. 그런데 특정 기업의 실패를 이유로 금융기관을 비난하는 건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NH투자증권은 'MBK 지원은 업계 표준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공개매수 시 브릿지론 제공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에 NH투자증권을 연결시키려는 묘연의 시도가 보인다. 하지만 농민 돈으로 사모펀드를 돕는다는 식의 비판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이며 이를 연계 지어 문제를 확대하는 건 금융 구조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결국 이 논란의 본질은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 자본시장 논리를 흐리면서까지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건 이미 힘든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이다. 논쟁을 위한 논쟁을 멈추고,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2025-04-03 13:40:01 허정윤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규제의 '속도전'과 신뢰

서울시가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불과 두 달여 전 5년간 유지됐던 토허제를 해제했지만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거래가 늘자마자 규제를 다시 씌운 셈이다. 급등 조짐을 선제 차단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투기 수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고 정책 신뢰도만 더 깎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거래를 억제하겠다는 목표 외에 어떤 설계도 없다. 해제하자마자 다시 묶고 또 다시 해제할 가능성도 열어둔다. 시장 참여자들은 더는 정부의 방향을 기준 삼지 않는다. 규제를 앞세운 신호보다 실질적인 대출 조건과 공급의 흐름을 따르는 쪽이 훨씬 많다. 강남3구와 용산이 다시 규제 지역이 되자 수요는 강동·마포·성동으로 이동 중이다. 풍선효과는 지난 2020년과 유사한 흐름이다. 거래는 줄고 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경험이 시장에 깊이 새겨졌다. 실제로 2020년 토허제 지정 당시 거래량은 70% 이상 줄었지만 가격은 대치동 기준 35% 넘게 뛰었다. 규제 하나로 시장 전체를 누르긴 어렵다는 증거다. 이번 조치도 마찬가지다. 실거래 데이터를 보면 가격은 여전히 '버티기' 중이다. 시행 직전 일부 단지는 가격을 낮춰 거래를 시도했지만 표본 수가 적고 대부분은 직거래로 통계의 대표성도 부족하다. 오히려 매수자들은 관망하고 매도자는 버티는 눈치싸움만 심화됐다. 정부가 다시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은 이미 그 수를 읽고 있었다. 문제는 신뢰다. 규제는 정책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규제의 반복은 시장의 무감각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목소리를 공허하게 만든다. 시장은 수없이 많은 규제를 겪었고 그만큼 우회하는 법도 익혔다. 부동산공인중개사 사이에서는 이번엔 얼마나 갈 지가 핵심 화제다. 정책이 통제 수단으로만 작동하면 시장은 결국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진짜 힘은 효과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시장은 이미 과거처럼 단순하지 않다. 규제를 반복할수록 시장은 더 똑똑해지고 정부는 점점 설득력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건 다음 카드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이 규제의 이유를 묻고 해법을 고민하는 일이다.

2025-04-02 08:06:34 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