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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계에 밀리는 인간, 새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발상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사들을 탐독하다가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정말 잘 썼다"라고 감탄했던 기사 중 상당수가 생성형 AI가 쓴 것이었다. '기자 구독'을 위해 기사 말미로 스크롤을 내리면 어김없이 챗GPT, 클로드 3.5 소네트와 같은 생성형 AI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비슷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명색이 IT 담당인데 최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중국의 AI 챗봇 '딥시크'에 접속했다. 입력창(프롬프트)에 명령어를 넣은 후 시계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로딩 아이콘을 멍하니 바라봤다. 큰 기대는 없었다. 과거 생성형 AI가 막 출시됐을 당시 동의어 찾기를 몇번 시도해봤으나 입력한 단어 뒤에 접미사, 조사, 의존명사를 붙인 바보 같은 말들만 내뱉어 창을 닫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태계 확장'과 뜻이 유사한 표현들을 제시해달라고 하면 '생태계적 확장', '생태계의 확장', '생태계 확장의 것'이란 답을 돌려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성능이 낮아 쓸모없던 생성형 AI가 환골탈태했다. 문맥의 뉘앙스를 파악해 '시장 확대', '플랫폼 강화', '연계망 성장', '에코 시스템 다양화' 등 KBS의 '우리말 겨루기' 우승자도 단시간 내 생각해내기 어려운 유사 표현들을 단 몇 초 만에 쏟아냈다. 문득 서울 노량진에 들어선 '무인 곰탕집'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곳에 온 손님들은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각자 알아서 고기가 담긴 그릇에 국물을 넣어 먹는다고. 일자리 시장에서 인간은 기계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저서 '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 "기계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며 "기계가 할 수 없는 직업을 찾는 식으로 인간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는 "아예 생각을 바꿔 기계에 모든 일을 맡기고 인간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라며 "조만간 우리는 기계와 공존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찾아야 할 것이다.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K-엔비디아' 구상이 그 단초가 되길 바라본다.

2025-03-16 16:23:2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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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굴 위한 자동차보험료 인하인가

자동차보험료가 4년 연속 낮아진다.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3월 중순 및 오는 4월 가입을 앞둔 계약자들은 낮아진 가격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대형 손보사 5곳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업계 선두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1%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화재도 같은 폭의 인하를 결정했고 DB손해보험은 0.8%의 차보험료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2월엔 KB손해보험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0.9% 인하를 발표했고 현대해상은 0.6% 인하키로 했다. 이로써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다. 2022년 4월 1.2~1.4%, 2023년 2월 2.0~2.5%, 2024년 2월 2.1~3.0% 내렸다. 올해의 경우 앞서 3년 연속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한 데다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악화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보험료 인상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손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적자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누적 손해율은 전년(79.8%) 대비 3.5%포인트(p) 오른 평균 83.3%로 집계됐다. 보험사별로는 삼성화재 83.2%, 현대해상 84.7%, KB손보 83.7%, DB손보 81.7% 등이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경우 82%, 중소형사는 80% 이하를 적정 손해율로 간주한다. 아울러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동차보험료 인하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가 평균 약 7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도 되지 않는 보험료 인하는 차 한 대당 약 3500~7000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에 불과하다. 보험사도, 소비자도 체감할 수 없는 상생금융이라는 명목하에 자동차보험료 인하의 명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누굴 위한 상생금융과 자동차보험료 인하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어느 누구도 해답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2025-03-13 17:10:31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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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마을금고, 끝 아닌 시작

사상 처음으로 전국 동시 선거가 치러진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가 끝났다. 1963년 새마을금고 출범 이래 처음으로 직선제(자산규모 2000억원 이상)를 도입했다. 선거 당일 전국 금고는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소중한 출자금을 알뜰하게 관리할 차기 이사장을 뽑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선 것이다. 선거가 끝난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쇄신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의 전국 투표율은 25.7%를 기록했다. 그 중 서울의 투표율은 26.8%. 유권자 19만7194명 중 5만2757명이 참여했다. 무투표 당선자가 압도적인 것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 금고 192곳 중 143곳이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다. 최종 경쟁률은 1.3대 1이다. 억대 연봉으로 잘 알려진 이사장 선거 경쟁률 치곤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쇄신의 취지를 가지고 치른 선거의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의 비판 지점은 딱 여기까지다. 일부에선 이사장의 학력과 전문성을 놓고 쌍심지를 켜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같은 비판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높은 학력과 금융권 근무 이력 여부 등이 이사장의 역량을 입증하진 않기 때문이다. 일단 새마을금고가 운영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은행과 달리 새마을금고의 주 고객은 유동성이 큰 주변 시장 상인이다. 실제로 지역 금고를 다녀보면 지하철역 등 편의시설과 동떨어진 경우가 빈번하다. 주로 시장이나 상가 근처에 있다. 그만큼 소통과 일선 영업능력이 중요하다. 수도권에는 신협, 농협, 수협 등 타 상호금융기관도 대거 있다. 경쟁사가 있는 만큼 이사장에게는 영업력과 소통능력이 더 요구된다. 각 지역금고에는 실무책임자가 있다. 감사도 있다. 금고마다 자금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있다는 의미다. 또한 우리 사회가 학벌과 이력보다 실력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이제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사장 임기는 4년이다. 다음 선거까지 성적표 관리가 요구된다. 선거는 끝났지만, 금고 운영은 이제 막을 올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한 금고 운영이 지속되면 다음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초졸이든 석사든 박사든 중요하지 않다. 과정은 비판해도 조합원이 직접 뽑은 이사장에겐 응원을 보낼 때다.

2025-03-12 11:22:59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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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숙한 시위가 설득력 높인다

새 학기 개학을 목전에 둔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며칠동안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던 시위대가 청 출입구를 모두 점거하면서다. 시위대 중 한 명은 교육청 로비에 용변을 보는가 하면, 또 다른 한 명은 교육청 내에서 경찰에게 침을 뱉는 등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던 시위대 23명은 결국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건물 안전등급 문제로 개학이 미뤄졌던 관내 초등학교 현장에 직접 방문해 점검하고 있었다. 첫 시위는 지난해 1월 시작됐다. 한 교사가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의 학생간 성폭력 문제를 제보 한 뒤 전보 조치를 받은 데 대해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하면서다. 교사는 8개월간 전보 학교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1인 시위를 이어갔고, 결국 지난해 9월 해임됐다. 이후 교사는 번번히 학교 또는 시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도했다. 해당 교사는 교내 성폭력 사건을 학교 측에 알린 뒤 피해학생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학교 생활지도부장의 부주의'를 주장하며 형사고발했지만, '증명할 증거가 없다'며 결국 무혐의로 종결났다. '학교 성폭력 제보'는 공익신고라는 해당 교사의 주장에도 법률적 판단은 달랐다. 교사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침해행위의 증거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타 학교 전보에 대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 취소 청구도, 무단결근하며 시위하다 내려진 해임 처분에 제기한 소청위 취소 청구도 모두 기각됐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법률적 판단은 해당 교사의 손을 한 번도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시교육청이 해당 교사에게 전보 조치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라고 생각될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하라는 구제 절차를 안내했지만, 그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여성·노동 사회 단체는 해당 교사의 입장을 적지 않게 대변해줬다. 하지만 해당 교사의 1년 넘는 시위는 또 다른 수많은 약자를 양산했다. 교육청 내 식당에서 만난 한 조리사는 "점거 시위로 일하지 못하고 출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야했다"라며 "하루는 회사의 배려로 일당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반복될 경우 금전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뿐만아니다. 시교육청 점거, 로비 '용변' 사건 등은 일년 중 가장 바쁘다는 새학기를 앞둔 시기 발생했다. 특히 이번 학기는 지난해 10월 정근식 교육감의 취임 후 맞는 첫 학기이자, 디지털교과서·고교학점제 도입, 고교 무상교육 예산 난항 등 교육계 굵직한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생들을 맞는 새학기를 맞아 학교 안전 등을 점검해야 하는 가장 바쁜 시기 이런 일이 터지면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지만, 폭력화 된 시위는 설득력이 없다. 특히 학교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를 하는 시교육청을 점거하는 시위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새학기를 맞을 권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바란다던 팻말 속 해당 교사의 투쟁 취지가 성숙한 시위 문화 틀 속에서 전달되길 바란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lhj@metroseoul.co.kr

2025-03-10 14:27:06 이현진 기자
[기자수첩] 대체거래소, 규제 완화·제도 개선 필요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지난 4일 출범했다. 68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 독점 시대를 끝내며 투자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줬지만, 여전히 규제의 족쇄에 갇혀 있어 그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체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15%로 제한돼 있다. 미국의 대체거래소는 전체 주식 거래의 40% 이상, 일본은 2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대체거래소는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5% 점유율 제한은 대체거래소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체거래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자금 조달 및 서비스 개선이 가능한데, 15%라는 인위적 상한선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거래량이 제한되면 유동성이 낮아지고,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체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에 한정된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해외 대체거래소는 ETF, 파생상품,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면서 시장의 다변화와 투자자 선택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체거래소는 상장주식 외에는 취급이 불가능해, 경쟁력이 제한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기 어려운 셈이다. 여기에 더해 대체거래소의 시장 감시 역할마저 한국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관이 대체거래소의 거래와 운영 상황을 감시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다. 대체거래소가 공정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시장 감시 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는 대체거래소가 한국거래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대체거래소의 성공은 규제 개선에 달려 있다. 인위적인 시장 점유율 제한을 없애고,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를 허용하며, 독립적인 시장 감시 기구를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체거래소는 단순히 한국거래소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투자자 중심의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돼야 한다. 대체거래소가 진정한 경쟁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와 제도의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2025-03-09 14:10:48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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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키17'과 반도체 시장의 교차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을 최근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과 엮어 분석하면 흥미롭다. '미키 17'은 과학기술의 오류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의 중심에는 '휴먼프린트'라는 기술을 통해 같은 인격체가 반복적으로 재탄생하는 미키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기술의 오류로 새로운 인격체인 미키 18이 탄생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위기가 펼쳐진다. 이를 계기로 미키 17은 복제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된다. 결국 미키 17은 차세대 기술인 휴먼프린트를 파기하면서 복제 인간 시대의 끝을 맺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핵심은 '기술의 오류'와 '정체성의 혼란'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최근 기업들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치적 압박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각 기업은 점점 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 정치적 이슈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최근 탄핵 정국으로 인해 반도체 특별법까지 보류되면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외부 리스크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와 대만의 역할 변화 등으로 인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반도체 관련 관세와 미국과 TSMC(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의 협력이다.양사의 협력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과의 기술적 연대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정치적 압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보호주의 정책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키 17'에서 복제된 인간들이 겪는 갈등과 매우 유사하다. 동일한 목표를 가진 기업들이지만, 각자의 환경에 따라 점점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연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또는 기술의 발전이 정치적 장벽을 넘치 못하고 반도체 선두주자의 자리를 내주게 될까. 급변의 시대에는 한번의 선택이 전체 생태계를 좌우한다.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미키 17과 미키 18의 협력처럼 국내 반도체들의 '팀 코리아'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5-03-06 17:20:49 구남영 기자
[기자수첩] 밸류업 정책, 주총 슈퍼위크 앞에서 무색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은 결국 주주가 투자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정작 주주가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언제쯤 개선될까. 올해도 예외 없이 주주총회가 3월 마지막 주에 몰려 있다. 이른바 '슈퍼위크'다. 3월 26일 하루에만 174개 기업이 주총을 열고, 3월 25일 71개사, 3월 24일 35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주주들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주총 분산'에 대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법인의 주총 쏠림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다. 3월 마지막 주 주총 개최 비율이 2022년 47.0%, 2023년 55.5%, 지난해 68.4%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는 40~50개, 많게는 수백 개 기업에 투자한다. 주총이 한 주에 몰리면 이들이 모든 안건을 검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마주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날 수십 개, 수백 개 기업의 안건을 검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개인투자자 역시 주총이 같은 주에 몰려 있으면, 관심 있는 기업 몇 곳을 겨우 챙기는 게 전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개인투자자도 적극적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작 그 기회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상장회사협의회가 '주총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주총 쏠림 현상이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다. 주총이 몰리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전자투표라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발행회사 주주총회 의결권지원반'을 만들고,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진정으로 주주가치를 생각한다면, 최소한 전자투표제라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밸류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주주가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주총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주총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도, 기업 거버넌스 개선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2025-03-05 12:55:52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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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제 보수라는 이름은 어디로

보수(保守), 정치 용어로 쓰일 때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 변화를 꾀한다는 표현이다. 한자의 뜻을 풀어봐도 보전할 보(保)에 지킬 수(守)다. 보편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혁(保革·보수개혁)을 가르는 기준은 체제 변화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반공(反共)이었다는 게 정치사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간 '자·타칭' 한국의 보수라고 분류되던 정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반공을 내세웠다. 이들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반대 정파를 짓누르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2025년 현재도 마찬가지다. 반공을 초석으로 쌓아 각자도생을 새긴 집에 민족주의는 흔적조차 없다. 각자도생에 충실하기에, 이들이 한때 언급한 '따뜻한 보수'는 허상인 셈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외치는 질서 유지는 이 집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다. 국민들에게 외주를 줬으니까. 질서 유지는 87년 체제의 창조자이자 유지자였던 평범한 국민들의 몫이었으니. 이들은 여전히 반공을 무기로 자신의 지지층을 자극한다. 냉전이 종식된 지 35년쯤 됐고,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된지 80년이 되어가는데도.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이념적 무기고가 빈약함을 방증했다. 하지만 80년간 '반공 원툴'로 움직였던 이 집단이, 이제 드디어 보수라는 이름을 반납하려나보다.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12·3 비상계엄 사태는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명징해졌다. 탄핵심판을 지켜본 국민들은 비상계엄의 주동자들이 영화 '서울의 봄'을 2024년 12월에 재현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아니, 이미 2024년 12월3일에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분노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의 주동자들은 2025년에도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이 논리가 먹히는 극우 지지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보수정당이라 주장하는 집단은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는 발언을 일삼으며 이들에게 구애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백골단도 등장했다. 법 체계상 가장 상위에 있는 게 헌법임에도, 이들은 헌법 위의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나라의 근간인 헌법마저 부정하는 걸 보니, 드디어 보수라는 이름과 헤어질 결심이 섰나 싶다. 앞으로 다가올 보수 재편의 역사를 위해, 건투를 빌겠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03-04 13:01:03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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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빚 많은 자영업자, 정부의 대안은?

고금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부진이 심화하면서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자영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 자영업자의 고정이하(3개월이상 연체) 빚이 올해 30조원을 돌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공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719억원 증가했다. 이중 금융기관에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여신 개인사업자는 15만5060명으로 한 해만에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의 빚은 30조 7284억 원으로 1년새 7조 804억원, 무려 29.9%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규모도 줄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2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규모가 줄어든 건 1만8000명이 감소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내수 경기 둔화→영업장 침체→이자부담 가중 등의 상황에 연체·폐업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들여다 봐야 한다. 한국이 OECD국가 중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는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4050세대가 결국 생계형 창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소비가 침체국면인 근래 금융권과 정부지원에 의지해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선택해왔다. 이후 이자율이 급격히 올라 그 직격탄을 맞아도 달리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현재로서는 벼랑끝 자영업자들을 임금근로자로 유도하는게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보여진다. 다행히 지난해 정부가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임금 근로자 전환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평시의 자영업자 운영 및 활동 지원 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운영 뿐만 아니라 폐업과 교육까지 지원하면서 이들이 임금 근로자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밑바닥 경제의 안정망 구축과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자영업자 생태계 보호에 적극 임해야 할 때다.

2025-03-03 15:26:08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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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별'있는'사회 만들기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치솟는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부담스러운 비용에도 키오스크를 속속 도입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라 바닥 면적 50㎡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수어, 높이조절, 안면인식, 음성출력 등을 도입한 디바이스다. 개정법률에 따라 무인 단말기를 신규 설치하는 사업장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법 시행 이전에 도입한 키오스크는 내년 1월28일까지 모두 교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일반 키오스크보다 2배 이상 비싸 비용 부담이 크다. 이 뿐만아니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제도 자체를 모르는 소상공인도 약 80%에 달하는 상황이다. "키오스크를 설치한지 한 달도 안됐는데 또 교체해야 한다니 불경기에 부담스럽고 막막하다. 의무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한 소상공인의 하소연이다.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만든 제도가 소상공인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을 주고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이미 시행됐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정책에 대한 홍보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혼란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실제 중기부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렌탈 비용의 7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스마트기술 지원 비용은 344억 원, 소상공인 6000개 사가 해당됐다. 올해는 19억 원 삭감된 325억 원이지만 대상 소상공인은 두배 늘어난 1만 1000개사로 조사됐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도입을 강제하면 기존 키오스크 처리도 큰 부담이 생긴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와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교육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소상공인 전기요금' 지원 범위를 놓고 비난이 들끓었던만큼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보다 면밀하고 적극적인 대안책을 제시해야 한다. 확실한 건 경기침체 장기화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어느 한 쪽에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따름이다.

2025-02-27 10:11:57 최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