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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확장하는 국내 제약 업계, 기술·투자 넘어 '정체성' 묻는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경영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투자 및 재무 구조 개선, 경영권 확보, 성장동력 강화 등 경영 목적과 사업 환경은 기업마다 다르다. 대표적으로 GC그룹은 유전체 분석 계열사인 GC지놈의 코스닥 상장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보다 넓은 폭의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 고도화,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GC지놈이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GC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총 7개로 확대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전문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은 HLB그룹은 신약개발부터 의약품 유통까지 아우르고 있다.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을 앞세워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HLB제약이 HLB생명과학의 의약품 유통 전문 기업 신화어드밴스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밖에도 제약 관련 산업인 화장품, 보톡스를 비롯한 미용 에스테틱,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캐시카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어떤 기업 정신과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 과정이 K제약·바이오 산업에 유의미한 가치를 남길 수 있을지는 조금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내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훨씬 더 소박하고 절박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굵직한 제약 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업들의 전통을 살펴보면, 선대 창업주들은 선진국의 기술을 부지런히 배우며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뚜렷한 사명감을 가졌다. 일제강점기, 전쟁, 산업화라는 시대적 배경이 그들의 꿈을 한층 더 절실하고 숭고한 과업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국내 의학과 제약·바이오 기술의 수준은 세계적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의식주를 해결을 넘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역할이 주어지는 만큼, 관련 기업들이 단순한 숫자 합산이나 사업 확장이라는 운영 방침을 넘어서길 바란다. 과연 후대에 '계승할 가치'로 남길 바란다.

2025-05-06 16:19:59 이청하 기자
[기자수첩] 코스피 5000, '구호'가 아니라 '결과'가 되도록

대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다. 바로 '코스피 5000'이다. 과거에도 주가지수 목표를 외쳤던 정치인들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를 약속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제 구조적 취약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리고 불공정 거래로 인한 시장 신뢰 붕괴까지 겹치며 공약은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셈법으로는 현재 지수 대비 2배 가까운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국내 상장 기업들의 가치가 두 배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다. 상장 기업의 실적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글로벌 자본 유치라는 단단한 토대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이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가 주최한 자본시장 간담회에 참석한 한 리서치센터장은 "이 후보가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그 자리 자체가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고 정치인의 의지를 쇼잉(보여주기)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문제의식은 긍정적이지만, 형식상의 한계로 구체적 청사진까지는 제시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시장의 취약한 체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가 조작, 불공정 거래, 테마주 광풍 등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다양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단순한 표심 공략을 넘어 신뢰 회복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답해야 할 때다. 상법 개정 역시 지배주주 중심의 왜곡된 이사회를 바로잡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가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것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1000만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이자 유권자들은 이제 단순한 소수 참여자가 아니라 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큰 축이 됐다. 그렇기에 자본시장 공약은 과거처럼 단순한 '구호'로 소비되면 안 된다. '코스피 목표치'는 대선 후보의 공약이 아니라, 건강한 시장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한다.

2025-04-29 14:12:22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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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원 절실한 K-배터리

공부를 잘 하는 두 사람이 있다. A는 집안이 부유해 학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B는 집안이 가난해 지원 없이 교과서만으로 공부한다. 시험 결과 A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B는 더 이상 발전 없이 제자리였다. 집안의 지원이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이 이렇다. A는 중국이고 B는 우리나라다. 중국 정부는 1조 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해 배터리 등 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CATL, BYD 등 자국 기업에 1조1000억원(60억위안) 규모의 자금을 들여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분야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설비 투자 및 세금 감면 등으로 자국 배터리 기업 총 투자액의 최대 40%가량을 인센티브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2027년까지 나트륨 배터리, LFP 배터리 등 차세대 보급형 배터리 기술 개발에 약 3000억원, 2028년까지 전고체, 리튬메탈, 리튬황 등 유망 배터리 기술 개발에 총 117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이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국은 값싼 인건비에 보조금까지 들고 덤비다 보니 우리나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34.7%에서 현재는 17.7%로 줄었고 중국 CATL과 BYD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0.7%에서 55.1%로 증가하면서 독보적인 1위이다. 기업들이 똑똑하다고 해도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없으면 결국 제자리걸음을 걷게 된다는 것을 최근 4~5년 사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배터리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여야 모두 힘이 실리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 전략이 쏟아져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여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행 이월공제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직접환급, 제3자 양도제 도입을 통해 투자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 최대규모 미래먹거리 산업 쟁탈전에서 밀리는데도 정부가 방관한다면 한국 경제 근간을 허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2025-04-28 17:02:00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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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푸조·폭스바겐' 국내 해치백 시장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글로벌 해치백 시장의 대표 주자인 폭스바겐과 푸조가 골프와 308 모델을 출시하고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국내 시장에서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해치백 시장 공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략에서는 완벽한 차이점이 있다. 폭스바겐은 과거 명성에 머물러 있는 모습인 반면 푸조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 흐름에 맞춰 '친환경차'라는 무기를 들고 왔다. 폭스바겐은 과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대응하면서 한국 소비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조차 하지 않아 공분을 샀다. 당시 국내 시장을 이른바 '디젤차 떨이 시장'으로 전락시켜 한국 소비자만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자동차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에게 한국소비자는 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내 출시한 골프는 디젤 모델이라는 점은 폭스바겐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관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푸조는 준중형 해치백 '308'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엔진 부하를 줄이기 위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기존 MHEV와 달리 전기로만 주행 가능한 차별화된 '스마트 하이브리드' 기술을 갖추고 있다. 특히 푸조는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출시와 함께 도입된 위탁판매 시스템의 정착 및 고객과의 신뢰 구축 의지를 표명하고자 '안심 가격 보장제'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두 차량은 가격 면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폭스바겐은 골프의 가격을 프리미엄 트림 4007만원, 프레스티지 트림 4396만원으로 책정한 뒤 출시 기념으로 차량 등록비 200만원을 지원하며 3000만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블로그에서는 폭스바겐 판매 딜러라고 소개하며 골프 가격을 트림별 3900만원~4300만원으로 출고가 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가격 정책을 올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푸조는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 국내 출고가를 399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프랑스 대비 22%, 영국 대비 34%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과 가격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본사와 협의 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출시하는 모습이다. 수입차 업체 대부분 본사 정책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본사를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2025-04-27 14:32:27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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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날이 거세지는 C커머스 공세, 대응책이 없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무역 전쟁의 불똥이 내수 시장에도 튀고 있다. 바로 이커머스 업계다. 한국 온라인 시장은 중국 C커머스 기업에게 '꿩 대신 닭' 시장이 돼버렸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이 내달부터 800달러 미만 중국 수입품에 120%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하자, 중국 기업들은 미국 대신 한국 시장을 택한 것이다. 테무 사례만 봐도 상황은 명확하다. 테무는 국내에 진출하면서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으로 처음 사업을 운영하다, 이내 곧 오픈마켓을 열더니 직접 플래폼 판매자(셀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국내 물류센터를 직접 세워 운영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C커머스 기업들이 밀고 들어오는데,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게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C커머스까지 가세한 경쟁 포화 시장에서 자신의 특장점을 살리는데 고민하지 않고, 배송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너도나도 앞다퉈 배송권역을 늘리고, 택배사와 협업해 한 시간이라도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쿠팡의 배송 서비스를 통한 성공모델을 쫒아가기 바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포화된 시장에는 둔화 지점이 도래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빠른 배송 서비스라는 하나의 길로만 향해 달리게 된다면, 국내로 밀고 들어오는 C커머스에 제대로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이커머스 입점 제품의 질 확대, 카테고리의 다양성 등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일례로, C커머스 기업은 유해물질이 검출 등의 논란으로 제품 품질면에서 취약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제품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며,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C커머스 발 유해물질 검출 등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기업의 행위를 국가가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된 물건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2025-04-24 16:19:51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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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같은 상품권, 다른 가격

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로 5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발행량은 2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5년 새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발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현금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류상품권, 각종 '페이앱'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상품권으로 발급된다. 액면가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사용할 수 없다. 지역 상권 지원을 위해 세금을 투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만 하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해결되야 할 문제는 상품권의 취급 형태에 따라 할인율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디지털상품권에 10%의 할인을 상시 제공한다. 설·추석 등 명절에는 할인율이 15%까지 오른다. 구매액의 약 10~15%를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한다. 그와 비교해 지류상품권의 할인율은 5%로 고정됐다. 디지털상품권에 적용되는 각종 이벤트까지 고려하면, 같은 값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하는데 최대 30%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는 부정 유통 가능성이 큰 지류상품권의 유통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상품권에 혜택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상권 이용률이 높은 고령자들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주고 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나 중기부는 올해 설 연휴를 전후해 한달 동안 판매된 온누리상품권이 1조26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8393억원은 디지털상품권이었다. 이미 수요의 80% 이상이 디지털상품권으로 이동했는데도, 지류상품권에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역차별'을 지속중인 셈이다.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에도 문제가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주류 도·소매업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재래시장에 입점한 식자재마트 등은 이러한 규제에서 제외된다. 일부 업자들은 고가의 주류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호객을 하는 실정이다. 사치품에 해당하는 고가 주류 판매 수익의 10~30%에 달하는 금액을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해주는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디지털화폐'를 테스트하면서 특정 품목의 구매를 제한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온누리상품권에도 '세금 투입'을 납득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2025-04-23 14:31:53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정권 변화에 긴장하는 여의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되살아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 일정이 공식화되면서,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증권 유관기관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임기 만료까지 약 2년이 남았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더해지며 입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도 거래소 이사장이 중도 사임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뒤 윤석열 정부에서 거래소 수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인사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여야 모두 자본시장 부흥을 주요 정책으로 강조하면서 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대표적 친윤 인사다. 정치권 출신이라는 이력과 함께 보은 인사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역시 윤 캠프의 경제 싱크탱크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시 싱크탱크를 주도했던 만큼, 이 사장 또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수장 모두 임기는 남아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도 사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가 오는 6월에 종료된다. 이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로, 정권 교체 시 인사 변동 가능성이 큰 주요 대상으로 꼽히지만 대선 시기와 임기 만료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가 거론될 때마다 유관기관장 교체와 짙은 정치색 관련 인사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자본시장 정책의 안정성 훼손과 불안정한 실행력은 금융 생태계의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추진력 약화로 직결된다. 유관기관 수장들의 거취가 불안정해질수록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동력, 그리고 시장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의도 금융권은 다시 한번 정권 교체기의 정중동(靜中動) 국면에 놓였다.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또 누군가는 조용히 물러나야 할지에 여의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2025-04-22 11:26:1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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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자율'로 포장한 '부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최근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음식은 자영업자가 만들고, 소비자가 직접 수령해 가는 포장에 왜 수수료를 내야 하느냐'는 단순한 물음을 던지고 싶다. 단지 음식 예약만 중개한 플랫폼이 6.8%라는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심보가 옳은 것일까. 자영업자들에게 배달 플랫폼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필수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방문은 줄고 비대면 주문이 늘어난 데다, 1~2인 가구 증가로 외식보다는 소량·간편식 배달 수요가 확대되며 일상화됐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수수료를 내자니 마진이 줄고, 안 쓰자니 노쇼가 걱정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결국 고민 끝에 '일단은 포장 수수료를 내더라도 쓴다'는 결론에 이르겠지만, 이는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강요된 채택'이라 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걷어서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고 하지만, 지금 자영업자들이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혜택이 아니라 당장의 생존이다. 게다가 포장 주문은 배달과 달리 플랫폼의 물류나 배달망이 필요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기존 배달 중개 수수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를 부과하는 것은 독점 지위를 무기로 삼아 수수료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들은 한결같이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주장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자율성을 갉아먹는 포장 주문 수수료로 플랫폼의 배를 채우는 행태는 상생과 거리가 멀다. 플랫폼이 편의를 넘어 지배가 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공정함을 챙겨야 할 때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25-04-21 14:34:3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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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국민이 보는 경선 토론회, 발언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조기대선으로 각 당이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준비에 바쁜 가운데, 공식 석상인 경선 토론회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준 낮은 질문이 나왔다.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대구시장, 대선 후보 출마 경험까지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0일 B조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고 했다. 홍 후보는 자신이 '정치 대선배'임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한 후보는 정치를 계속 해야 한다. 여기 오기 전에 우리 (캠프 내) 청년의 꿈에서 이것은 좀 질문해 보라고 해서 질문하겠다"라고 소위 '밑밥'을 깔았다. 홍 후보가 한 질문은 상식 밖이었다. 홍 후보는 "키도 크신데, 뭐 하려고 키높이구두를 신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그런 질문을 한 분은)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고 애써 넘겼다. 거기서 그만했어도 질문이 경선 토론회의 품격과는 맞지 않다고 비판을 받을텐데 홍 후보는 첨언을 했다. 홍 후보는 "생머리냐, 보정속옷을 입었냐느니 이 질문도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질문하지 않았지만 질문을 해버린 효과를 냈다. 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도 한 후보가 받았을 모멸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질문이었다. 홍 후보가 종이를 보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을 보니, 아마 경선 토론애서 한 후보에게 꼭 이 질문은 해야 겠다고 준비한 것 같다.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홍 후보의 질문 수준도 충격적이지만, '정치 대선배'임을 강조하고 '청년'들이 한 질문이라고 전제를 한 것은 당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인의 품격과는 맞지 않다. 그것도 전국민이 지켜보는 경선 토론회에서 말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한 후보의 외모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한 후보가 주도권 토론 때 홍 후보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공약에 대해 질의하자 홍 후보는 "나는 잘 모른다"고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 저출생·고령화, 연금개혁, 정년 연장, 북핵 문제 등을 제쳐 놓고 나온 홍 후보의 인신공격성 질문에 경선 토론회의 품격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홍 후보의 해당 질문이 단순한 가십성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 선관위 차원의 경고와 홍 후보의 진지한 사과가 필요하다.

2025-04-20 16:09:52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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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래를 위한 산업구조조정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선포가 내려졌다. 계엄선포에 가장 놀란 국민은 1960~1970년 계엄령을 경험한 이들이었다. 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었던 이들은 창문을 열어 상황을 파악했고, 듣도 보도 못한 이들은 인터넷으로 계엄을 찾았다. 모든 것은 자기가 경험한 대로 움직인다. 계엄을 겪었던 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계엄 이후 자라난 세대는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계엄을 겪었던 이들은 시대가 변화했지만 변화한 세대에 맞게 행동하지 못했고, 계엄 이후 자라난 세대는 그 세대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세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한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946년생인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성장시키기 위해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에는 30~40%가량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저임금에 확대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게 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가 경험한 그 세대만의 성장전략이라는 점이다. 그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효과가 발휘됐다고 해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산업,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산업은 그 이후 급격히 성장했고, 이제는 이 분야가 한 국가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라가 성장했다면 그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로 성장을 꾀하는 것이 맞다. 기존에는 공장을 설립해 조립 등을 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제조업으로 전환을 해야 하고, 도소매, 음식 숙박 등의 서비스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분석해 자산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이 성장의 끝에서 퇴보하는 시간, 우리나라는 이 시간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제조업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고용안정성과 임금이 여타 서비스업에 비해 높고, 내수산업이어서 세계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에 비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다음 세대의 눈으로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미국이 정책을 내밀어도 꿈쩍하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서비스업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다.

2025-04-17 16:16:30 나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