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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 기업의 '대통령 리스크'

"대한민국 대기업에는 오너 리스크가 있고, 대한민국에는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방문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 말이다. 3일 밤 느닷없이 선포된 '깜짝' 계엄령에 한국 경제는 꽁꽁 얼어가고 있다. 예상보다 충격이 덜했다고 하는 국내 증시는 이러나저러나 연중 최저치를 뚫었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하반기 이후 불안한 증세를 보이던 증시에 폭탄을 날린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구성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 정책 추진을 예고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기세가 하락하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리스크'는 국내 기업들에게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난해 수출 성장력을 견인했던 자동차 기업들의 고난이 시작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7%이며, 반도체와 자동차의 주도력이 뛰어나다. 2023년 자동차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2313억달러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한국 부가가치 유발액 1위 품목은 반도체였다. 하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었다. 이후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 부진의 원인도 순수출의 감소로 평가된다. 내수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입이 1.6% 증가한 것에 비해 수출이 0.2%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년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에서 발표한 '2024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2.3%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1%대 성장률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로 인해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 아직도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나라 걱정을 하는 대통령이었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2024-12-11 14:48:13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이복현의 임기 그리고 인사

"계엄이래! 너 괜찮냐? 그런데 내일 국장은 한대?" 지난 3일, 늦은 밤 10시. 기자가 아닌 지인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누군가는 거하게 취했을 시간이기에 '한 잔 했나?', '가짜뉴스 봤나?' 하는 생각으로 뉴스 페이지를 훑었다. 정말 '비상계엄'이었다. 북(北)의 도발도, 침공도 없는 21세기형 계엄. 기괴한 경험이었다. 4일 아침, 6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기 때문일까? 주가는 생각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장은 평소처럼 열렸다. 다수의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양대 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걸릴 수 있다는 공포까지 엄습했기에, 마치 '선방'한 기분마저 들었다. '국가원수'가 만든 증시 변동성에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사단의 '막내 검사'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니던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도 빨라졌다. 4분기 들어 금감원장 임기 '연임설'까지 솔솔 나오긴 했지만, 이번 탄핵 정국으로 연임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탄핵 정국을 돌이켜보면 이 원장이 남은 임기(내년 6월 종료)를 채울 확률이 크다. 금감원장은 통상 차관급으로 분류되며, 금융위원회의 의결과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대통령이 직무정지까지 된다고 하면, 새로운 금감원장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탄핵 절차에만 5~6개월이 소요되며, 윤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하더라도 금감원장 교체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계엄 사태로 대통령실의 업무 시계는 멈췄지만, 금감원의 시계가 멈추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부원장보와 국장 인사가 계엄 사태로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오히려 더 빨리 결정됐다. 13일 발표, 17일 시행 예정이던 국장 인사는 10일 발표, 13일 시행으로 앞당겨졌다. 금융 혼란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지 않았을까. 이번 인사는 이 원장의 마지막 정기 인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까지 그의 인사는 '파격적', '연공서열 파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마지막 정기 인사가 앞으로 금감원이 맞닥뜨릴 과제들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

2024-12-10 16:37:46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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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책임을 피하지 않고 혼란을 막겠습니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혼란을 막겠습니다.' 9일 아침 출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 앞 큰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마주친 흰 바탕에 현수막엔 검은색 굵은 글씨로 짧은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한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한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내건 현수막이다. 해당 현수막은 국민의힘 정당을 나타내는 로고도, 국민의힘을 나타내는 빨간색 글씨도 없다. 어떤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도, 어떻게 혼란을 막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적어도 공당이라면, 윤 대통령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의힘의 일터인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해 동료 당직자와 시민을 위협했다는 사실에 대한 사과가 먼저이지 않은가. 현수막 내용만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어떠한 사고나 실책으로 인해 책임질 일이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한 혼란이 이미 발생했다는 사실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혼란스럽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부결하기로 당론으로 정하고 실제 표결 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투표를 아예 성립조차 못하게 했다. 탄핵 표결 당론을 부결으로 정한 이유는 그들이 겪었던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당이 분열하고 실제로 거의 망했던 경험이 그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이미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그들이 여당으로서 누려왔던 지위를 내려놓지 못하고 차기 대선에서 도저히 정권재창출을 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에 와서 이재명 정권 탄생에 기여할 수 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과 소통하고 대통령의 막가파식 계획을 견제하지 못했나. 탄핵 표결 불성립 다음날일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누가 이들에게 그럴 권한을 줬나. 윤 대통령은 보란듯이 인사권을 행하고 있다. 이들이 의원총회를 그렇게 많이 여는 것은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당내의 혼란을 막겠다'는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2024-12-09 15:08:44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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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드사, 본 업무 충실해야

최근 카드업계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최근 인사를 발표한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가 연달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두 카드사의 전반적인 인사 방향에는 차이가 있지만 양사 모두 '혁신'과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가맹점수수료율 하향 조정과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이 과감한 도전을 부른 셈이다. 카드사의 인사변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업계가 새 먹거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통상 지주회사 계열사 사장의 임기는 '2+1'로 이뤄진다. 2년간 조직을 이끌다가 합격점을 받으면 추가로 1년 더 대표직을 수행한다. 그러나 신한·KB국민카드 모두 신사업에 관한 포부를 밝혔다.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카드사 인사 교체 속도가 가파를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카드사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대표적인 사업은 '플랫폼'과 '데이터'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업태의 변화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차기 대표들의 추가 임기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카드업계가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자칫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도약이 고령소비자의 금융 혜택을 축소할 수 있겠단 우려도 앞선다. 일각에선 카드업계가 디지털로 중무장을 마칠 때쯤이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한 지금의 중장년층이 고령층을 대신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점점 디지털 소외계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란 의견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어림없다고 본다. 어린 시절부터 휴대폰을 사용한 기자 또한 지금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융권을 취재하고 일부러 앱을 더 사용하려고 해도 금융사에서 출시하는 앱의 기능을 모두 사용하지 못한다. 결국 카드사는 좋은 카드와 강력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3조4000억원이 카드로 결제됐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사용 비중은 각각 4.1%포인트, 3.2%포인트씩 상승했다. 여전히 카드가 현금을 대체하는 중이란 의미다. 난잡하고 복잡하면 결국 '마니아층'만 살아남는다. 어린아이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심정으로 신용카드 출시에 집중해야 할 때다.

2024-12-08 17:10:42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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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만 보험과 도덕적 해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7년 '비만에 대한 WHO 자문 보고서'에서 비만을 질환으로 정의했다. 2013년에는 미국의사협회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치료와 예방 등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 인정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한다. 비만은 단순히 살이 찌고 배가 나오고 미적 기준에서 어긋난 것이 아닌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저 개인의 식탐, 식욕이란 범주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비만 유병률은 남자 45.6%, 여자 27.8%다. 남자의 경우 20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추이를 보였고 30~50대 절반이 여전히 비만이었다. 여성의 경우 20~30대의 비만 유병률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대는 지난 2022년 18.2%에서 2023년 22.1%로 3.9%포인트(p) 늘었다. 30대는 21.8%에서 27.3%로 5.5%p나 증가했다. 보험업계가 비만 보험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최근엔 업계 최초로 위고비 등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보장하는 신담보가 출시됐고 특허권인 배타적사용권 신청도 마쳤다. 다만 보험의 고질병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비만에서 특히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만 환자가 아닌 경우에도 비만 치료제를 미용, 다이어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비만 치료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위고비, 삭센다 등은 '꿈의 치료제'로 불리면서 지난 10월 출시 이후 열풍을 넘어 오남용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비만 환자가 아닌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쉽게 비만 치료제가 처방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 처방 전면 제한하기도 했다. 비만 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결국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보험금 지급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조건을 까다롭게 선별해야 한다. 보험의 '꽃'인 실손보험에서도 아직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열풍을 넘어 광풍에 도달한 비만 치료제와 보험의 만남이 또 하나의 사회적 불신으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2024-12-05 14:05:20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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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

가끔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바뀌기도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 '황금어장 - 무릎팍 도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빵 떠서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른 안철수 의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대한민국의 수장이 된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 3일 오후 10시27분경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22대 국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하고자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이다. 계엄령 발표로부터 약 2시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며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 말이 진심이었다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그쳐선 안 됐다. 만약 오 시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면 안 의원이나 윤 대통령처럼 그의 운명이 단번에 바뀌었을 수 있다. 시민들이 오늘, 어제와 같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비상계엄 선포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페북에 짧은 몇 마디를 남기는 대신, 행동으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게 뭔지 몸소 보여줬다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오 시장은 제 코가 석 자라 그런 일을 할 여력이 부족하다. 계엄령이 선포된 날도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3일 오전 오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인도·말레이시아 출장을 돌연 취소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파업 대응을 이유로 들었지만, 명태균 리스크에 즉각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했다. 결국 오 시장은 이날 오후 명태균과 강혜경 등을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공무 국외 출장을 다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허나 이 출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다시금 없던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지난 약 15시간 동안 해외 출장을 '간다→안 간다→간다→안 간다'고 손바닥 뒤집듯 계속 말을 바꾸며 시정 운영에 큰 혼란을 줬다. 3일 개최된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고소 고발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송사를 시작하게 되면 그런 곳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빼앗기는 것이 시민 여러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돼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휘말린 게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일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기는커녕 자신의 송사로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오늘도 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과 멀어져만 가고 있다.

2024-12-04 15:35:3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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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극화 해소 지금 들여다봐야

또래보다 고등학교 졸업이 늦었고 대학에도 입학하지 않았다. 당시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작은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했는데 살던 집은 읍내에서 자전거로 15분 거리였다. 서울에 오랜 기간 살았지만, 당시 기억은 좋게 남아 있다. 마이산 초입에 있는 마을이었고 주말이면 들고양이 우는 소리와 함께 경운기 소리가 잠을 깨웠다. 월세 10만원에 투룸, 심지어 시내버스 2대는 세울 수 있는 크기의 마당도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다. 지난달 휴가로 통영에 다녀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진안에서 점심 식사를 할 겸 내가 살던 마을을 지나갔다.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란 말이 꼭 맞았다. 집의 대부분이 철거됐고 내가 살던 주택 부지에는 양옥집이 들어섰다. 과거 마을에는 수박밭이 있었는데 대부분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제는 마을에 10가구도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서울로 돌아온 지 10년 말로만 들었던 지방소멸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또 10년뒤 마을이 어떻게 변할 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십수년전부터 서울과 지역, 도농간 양극화 해소는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됐다. 양극화 해소는 지역은 물론 금융권에도 적용된다. 특히 저축은행이 그렇다. 올 3분기 상위권 저축은행은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어도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익이 반등했다. 부실채권(PF)을 털어낸 영향이다. 반대로 지방 저축은행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크게 올랐다. 대구·강원·경북, 호남, 충청 모두 연간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도 부산·경남 지역에 있다. 지역이 쇠퇴하면서 부동산 경공매 활성화나 기업 여신 확대가 부진한 탓이다. 결국 지역이 있어야 지역 저축은행도 있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서로의 요구에 따라 꼭 필요한 존재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약속했다. 정작 기획재정부는 지방 교부세와 교부금 6조5000억원을 삭감했다. 정치인들이 지방 살리겠다고 약속한 지 십수년이 지났다. 이미 늦었다. 그러니 빨리 시작해야 한다.

2024-12-03 13:38:18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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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태블릿 교과서', 사라진 사각거림

10여 년 전 대학생들이 두꺼운 전공책에 필기를 했던 것과 달리 최근 대학생들은 태블릿에 저장 된 전공책 이북(e-book)을 보며 전용펜슬로 필기를 한다. 물어보면 간간이 공책에 필기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한 강의실에 몇 명 될까 말까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더 나아가 초·중·고에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DT) 시대가 온다. 수업 풍경을 상상하면 더더욱 어색함이 느껴진다. 고사리 손으로 태블릿에 저장 된 교과서를 넘긴다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한 청소년 보호자들이 최대한 늦게 스마트폰을 사주려 하다 보니 어린애들이 울고 떼쓴다는 이야길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아예 태블릿으로 수업을 한다니. 기성세대여서 일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읽으며 연필로 줄을 긋는다. 사각사각 그어지는 소리도 좋고 책이라고 하는 매체가 주는 냄새와 감촉, 어떤 생생함이 좋다. 이북을 읽을 때면 내가 책을 읽는 건지, 뭘 읽는 건지 스스로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더욱 요즘 광경이 낯선가 보다. 그러나 낯설다고 말하면서도 나 또한 정말 못말리는 유튜브 중독자다. 기껏 책은 종이로 읽으면서 몇 장 넘기기 무섭게 다시 스마트폰을 쥐고 구독 중인 채널에서 새 영상은 올라왔는지 들여다 본다. 쇼츠라도 보면 그날은 끝났다. 하루종일 도대체 의미를 모를 쇼츠를 무한 스크롤링 한다. 신기한 쇼츠를 보며 '우와,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고 나면 난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멈추지는 못 한다. 하나만 더 봐야지 식으로 백 개는 봐야 끝난다. 유튜브만 보면 다행이다.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하질 않으면서도 괜히 들여다보고 없으면 불안해서 얼른 손에 잡으려고 한다. 다음 버스가 언제 오든 사실 중요한 일도 아닌데 굳이 앱(APP)을 켜서 버스가 언제 오나 살피고 딱히 먹고프지도 않으면서 배달 앱을 켜선 배달 음식을 시키고 찝찝한 배부름만 느낀다. 나는 대학을 다니던 중 아이폰3GS가 한국에 들어오며 스마트폰의 시대를 맞았다. 처음에는 신기한 장난감으로 느껴졌지만, 날로 늘어나는 앱 만큼 나는 스마트폰에 목을 매달게 됐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괜찮을까? 아직 두뇌 성장이 한창인 아이들은 계속해서 태블릿 PC를 봐도 괜찮을까? 많은 우려 속에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문득 아날로그(Analog) 시대가 그리워진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4-12-01 11:36:34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확산되는 가축전염병 위기, 방역과 지원이 관건

최근 축산 농가들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LSD) 등 각종 가축 질병으로 인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닭을 비롯해 돼지와 소에서도 제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농가들은 또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5일, 충청남도 서산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29일 강원도 동해시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올해 다섯 번째로 H5형 AI 항원이 확인된 사례다. 한편, LSD는 8월 12일 첫 사례 이후 총 21건이 발생했으며, 지역별로 경기 5건, 강원 7건, 충북·충남·경북·대구 각각 2건, 전남 1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농장에 파견해 외부인, 가축,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감염된 가축에 대한 살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다. LSD는 백신 접종으로 대부분 발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AI와 ASF는 치료 방법이 없어 발병 시 살처분이 유일한 방역 수단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이러한 질병들은 확산 시 통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그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게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동절기 가금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방역 체계에서 여러 미흡한 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겨울철 철새의 본격적인 국내 도래로 AI 추가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방역 규정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규제 강화와 함께 과감한 지원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멧돼지와 철새 등 야생동물이 주요 전염병 매개체로 작용하며 확산되는 상황은 농가 입장에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발생 농가 관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축산 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주요 식량을 책임지는 농가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과감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김대환기자 kdh@metroseoul.co.kr

2024-11-28 11:00:51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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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정 택한 삼성전자의 피치 못할 사정

위기에 처한 삼성이 안정을 택한 인사 발표를 하자 업계 안팎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삼성이 혁신을 안하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중심으로 실적 악화에 처하면서 내부 조직 쇄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앞서 이재용 회장도 조직의 위기를 잘안다면서 혁신을 시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2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외신도 삼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혁신 방안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장이 사업가로서 가장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며 삼성 위기론을 거론하는 등 글로벌 주요 외신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27일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를 중심으로 주요 인사를 연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혁신 속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존의 배테랑 경영진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일부 경영진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체제'가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의 사령탑인 정현호 부회장도 연임된 데 이어 측근 인사인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사업지원TF담당으로 이동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2년 만에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DS 부문 신설 보직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이미 퇴임한 이원진 상담역도 다시 복귀시켰다. 이원진 상담역은 지난해 이미 일선 서 물러났지만 1년만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에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이 발탁되고 CTO 사장에는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됐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도 안정 인사를 택한 데는 '인재부족' 으로 인한 피치못할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내부 인재부족 문제가 이번 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셈이다. 50년 간 한국의 반도체의 역사를 이끌어온 앞으로 삼성전자가 향후 인재 양성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것을 진심으로 바래본다.

2024-11-27 16:21:53 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