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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한국의 '스파이스' 지킬 방법은

"스파이스가 흐르는 곳에서 권력이 탄생한다." 영화 '듄: 파트 2'에서 나오는 이 명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귀중한 자원 '스파이스 멜란지'의 가치를 상징한다. 아라키스 행성의 모래사막에서만 채굴되는 스파이스는 우주 항해를 가능케 하고 초인적 능력을 부여한다. 반도체는 현대 문명의 '스파이스'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팅까지 미래 기술의 심장에는 반도체가 있다. 영화 속 여러 세력이 스파이스를 두고 충돌하는 모습은 오늘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닮아 있다. 영화에서 황제와 하코넨 가문이 스파이스를 독점하려 한 것처럼,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약 520억달러의 보조금과 25% 세액공제를 지원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칩 법'으로 430억유로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점유율을 9%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려 한다. 대만은 TSMC를 앞세워 경쟁 우위를 지키고, 중국은 10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고액 연봉과 유연한 근로환경으로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만, 노동계와 정치권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반도체특별법이 수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핵심 쟁점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이다. 야당은 대기업 중심 지원책이라며 중소기업 배려를 요구하고, 여당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산업계는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 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노동권 침해'라며 반대한다. 민주당은 최근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으나, 정작 핵심 조항인 연구개발직 근로 시간 유연화 조항은 빠져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진전이 없었고, 3월 임시국회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법안이 공회전하는 사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흔들리고 있다. 영화에서 폴 아트레이디스는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는 작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정치 이익을 넘어선 과감한 결단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승자독식 시장이다. 모래 위에 세운 성은 쉽게 무너진다. 정쟁 속에 흔들리는 반도체 특별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지킬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2025-03-31 17:13:46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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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제약 업계, 오너 경영 본격화...전통과 혁신의 교차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지배구조를 재정비하며 경영진 세대 교체를 이뤄내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에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올랐다. 임주현 부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녀다. 선대 회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집념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들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선진 거버넌스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산 신약 '자큐보정'을 발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캐시카우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제일약품은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를 세웠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자큐보정을 개발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고(故) 한원석 제일약품 창업주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보령은 지난달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단독 대표이사로 보령 경영을 맡게 된 김정균 대표는 보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인 동화약품은 기존 유준하 단독 대표 체제에서 유준하·윤인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인호 대표는 동화약품 오너 4세로,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매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K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셀트리온의 경우, 서정진 회장의 아들 서진석 대표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글로벌 현장 곳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온 가운데, 서진석 대표도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한다. 서진석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았고 특히 주총장에서 주주들과 실시간 질의응답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세계적 수준의 무대에서도 발표를 진행하는 등 전문성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제약 기업 본연의 신약개발과 현대 사회에 적극 발맞춘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약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분 확보,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가족 경영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이지만, 선대 회장들의 과업을 이을 핵심 사업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 본다.

2025-03-30 16:09:34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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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의 썩은 뇌

"숏폼(Short form)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은 하루에 몇 개의 숏폼을 보고 있습니까?" 지난해 12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4년의 단어로 '썩은 뇌(Brain rot)'을 선정했다. 숏폼 콘텐츠와 짧은 글만을 읽으며 집중력과 인지력이 급속도로 저하돼 뿌연 안개 속에서 생각을 하는 듯한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오는 현상을 뜻한다. 비슷한 말론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있다. 숏폼과 SNS를 오래 하면 뇌가 썩는다니, 괴담처럼 들리지만 실제 연구결과도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맥쿼리대학교 연구원 미쉘 모셸은 강박적인 콘텐츠 소비에 대하여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리게 하는 무한 스크롤링(Doom Scrolling)은 수 시간 동안 사람을 콘텐츠 소비 순환에 가둔다"며 "이는 새 정보를 찾으려는 뇌의 경향을 이용하지만 정작 회백질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주의 지속 시간을 단축하며 기억력 저하와 핵심 인지 기능 왜곡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썩은 뇌 현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절반 넘는 한국인이 하루 2시간 가량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총 사용시간(2월 25일 기준)은 6965만6607시간으로 전체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와 틱톡 등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들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인문·철학·사회·경제 등과 관련한 고급 정보를 다루는 콘텐츠에 광고비를 높게 책정하는 식이다. 다만 실제 효과는 알 수 없다. 주요 숏폼 플랫폼에서 숏폼 콘텐츠에도 광고비를 책정하면서 오히려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쳐주는 채널이 여느 때 보다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정크 콘텐츠(Junk Content)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수만 개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를 의식없이 시청한다. 한국 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응답자 중 52%는 유해한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 과연 숏폼 콘텐츠 제작 또는 시청을 법으로, 제도로 제한할 수 있을까. 관련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표현의 자유, 개인의 권리 등과 함께 지금은 누군가의 생계라는 각종 복잡한 문제가 모두 얽혔다는 지적이다. 이쯤이면 허공에 한 마디 남기기 외에는 할 것이 없다.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온라인 밖 우리 주변 사람들의 온기를 즐기자."

2025-03-27 14:46:31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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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화에어로 '유증' 설왕설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의 불만은 쏟아졌다. 이를 잠재우고자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3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책임 경영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김동관 부회장이 매입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3조6000억원의 0.1%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측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국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그룹 내 지배력 강화 작업을 통해 승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증 발표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7.3%를 1조3000억원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한화에어로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투입한 거래다. 승계 전략의 일환이란 이야기 나온게된 이유는 매입 시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때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매입한다. 하지만 한화오션 주가의 경우 고공행진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주가가 높은 시기에 무리해서 매입한 것때문에 이례적으로 '승계작업설'이 나온 이유다. 이번 지분 매수로 그룹 내 흩어졌던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 로 모았기 때문에 김동관 부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됐다. 김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34.7%에서 42.0%로 늘어났다. 또한 한화에너지의 경우 한화그룹 3형제(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탤앤드리조트 부사장 등)가 지분 100%가지고 있는 비상장 개인 회사다. 그룹의 승계 절차는 총수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승계를 위해 주주 자금이 동원 돼서는 안된다. 본인들의 잇속만 챙기기보다는 세심한 자금 운용 전략을 통해 인정받는 승계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믿을 수 없는 기업은 주주들이 떠나게 되어 있다.

2025-03-26 15:59:07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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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그들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봐야'

'사실 왜곡, 짜깁기, 일방적 주장, 소송' 지난해 9월부터 반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이같은 단어로 정리된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듣고 있으면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것 같다. 그만큼 죽을 각오로 양측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특히 MBK 연합은 기필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기자회견도 두차례 가량 진행하며 주주와 시장 여론을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언론을 설득하고 있다. MBK 연합은 최윤범 회장이 취임 후 회삿돈 수천억원을 신사업 투자라는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개인적인 지인과 친인척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횡령과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투자로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고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4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 연합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원아시아펀드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했으며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측의 부실경영을 문제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갔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며 역전되는 모습이다. 특히 MBK 파트너스의 주장을 신뢰했던 여론도 돌아서는 분위기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과도한 차입 경영과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가 부재했다. 또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하자 20여개의 점포를 팔아치우며 부동산 투기에 가까운 경영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투자 자본 회수에만 매달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또한 무시했다. 결국 MBK 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고려아연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등을 진행한 뒤 기업을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28일로 다가왔다. 누가 회사를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그동안 양측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할때다.

2025-03-25 15:15:30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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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사(枯死) 위기 코인거래소

금융당국의 법인 가상자산 거래 단계적 허용 방안이 좌초 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조기 대선 혹은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현 정부의 정책들이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거래소들에는 아쉬운 소식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갈라파고스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 투자자의 진입 및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는 경쟁력을 위해 일반 법인에도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한 지 오래다. 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했던 것은 자금세탁과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면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개인 투자자에게도 이롭다는 주장이 우세해졌다. 법인 투자자의 거래를 통해 가상자산의 과도한 가격 변동을 억제할 수 있어서다. 올해 초 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시장에서는 큰 기대감이 모였다. 그러나 탄핵 국면으로 정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빠르게 잦아들었다. 특히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의 아쉬움이 컸다. 국내에서 실명 계좌 인증을 통한 원화 거래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5곳이지만 거래량 1위와 2위 두 곳이 거래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가 잦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형 거래소로 몰려서다. 각 거래소가 수익을 수수료에 의존하는 만큼,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 거래소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 해킹 피해가 늘어나는 것 또한 일부 거래소에는 큰 부담이다. 빈발하는 해킹으로부터 고객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안 인력을 확충하고, 거래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 보안에 들어가는 비용도 전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장 건전성과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선 다수의 거래소가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융당국도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시 독과점 해소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독과점 해소를 위해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업계에서는 법인 거래를 허용되는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고사(枯死) 위기의 중소 거래소들도 시름을 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가상자산 산업이 세계적으로 주요한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정쟁을 떠난 정치권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5-03-23 13:06:31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사모펀드에 개미까지 사냥당한다

사모펀드(PEF)는 흔히 '기업사냥꾼'으로 불린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 내 개인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높아지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까지 사냥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들 수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4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이후 신평사들은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인 'D'로 다시 강등하면서 기업가치가 폭락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회생 절차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직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부분에 대해 "그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제 사건의 쟁점은 MBK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으로 집중되면서 과거 2011년 LIG 사태, 2013년 동양 사태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IG와 동양그룹 모두 차입금 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알고 팔았냐, 모르고 팔았냐에 따라 '사기 채권'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양·LIG 사태는 기업의 자체적인 문제였고,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경영을 실패한 사례라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이른바 '먹튀'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활동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우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말까지 투자자들에게 '홈플러스 채권'을 판매했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린 홈플러스 채권 규모는 2000억원, 중소기업 등 일반 법인에 들어간 채권은 3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 피해자 대부분이 개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재무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기업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낸 후에는 발을 빼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의 기업사냥 희생양으로 개미들이 함께 묶이는 것이다.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사모펀드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투자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025-03-20 15:51:26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소비자는 비싸게, 산업은 위축…누굴 위한 주세법?

국내 주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세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이 주류에 종량세(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종가세(출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를 유지하고 있다. 종가세는 제품 가격이 오를수록 세금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질의 주류를 생산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고급 주류는 원료비와 숙성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종가세 체계에서는 이러한 생산 비용 증가가 세금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진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발효주류(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에는 출고가의 30%, 증류주류(소주, 위스키, 브랜디)에는 출고가의 72%가 주세로 부과되며, 여기에 교육세(30%)와 부가가치세(10%)가 추가로 가산된다. 그 결과 위스키, 프리미엄 소주, 전통주 등 고급 주류일수록 소비자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 활성화에 제약이 걸린다. 2019년 맥주에 종량세가 도입된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위스키나 지역 특산주는 여전히 높은 세율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위스키 업계는 주세법이 지난 35년 동안 개정되지 않았으며, 한국이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만큼 증류주에 부과되는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OECD 38개국 중 한국,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만 유독 비싼 세금 구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종량세 도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석식 소주의 가격 상승 가능성 때문이다. 소주는 대중적인 주류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같은 위스키 제품이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가격에 판매되면서 해외에서 원정 구매 후 재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내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주류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많은 현행 주세법이 조속히 개정되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3-19 12:49:01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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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尹 대통령에 '폭삭 속았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K-컬처의 저력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제주도 사투리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지만,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폭삭 속은 헛헛한 느낌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딱히 기억남을 만한 것이 없지만, 윤 대통령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경제 중심축을 민간과 기업으로 옮겨 잠재성장률(노동·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 규모)을 현재 2%에서 4%까지 끌어올려 경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24~2026년의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국가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봤지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의료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그 어느 하나 결실을 맺은 바 없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후 탄핵 정국 전후 내수와 경기는 얼어붙었다. 내수 침체와 경기 위축으로 자영업자 수는 565만7000명으로 2021년 이후 3년만에 줄었고 IMF 외환위기였던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를 하향 조정한지 한달 만에 건설투자 및 건설업 고용부진, 통상갈등 심화 등으로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폭탄을 공언하며 기존 제조업·서비스 강국을 압박하고 있어 경제계의 고민이 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월 발표한 '2024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사고사망자가 589명으로 직전 연도보다 9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담당자는 경기 영향 등으로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크게 감소하며 전체 사고 사망자 수 감소를 견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업 못한 청년 백수는 50만명을 넘어섰다. 모든 경제 침체의 원인을 윤 대통령 한 사람에 지울 순 없다. 하지만, 대통령 한 사람이 직을 내걸 모험을 하지 않고 경제 공약 실천에 집중했다면 국민들은 적어도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2025-03-18 15:05:54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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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G와 개구리

매일 아침마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살아있는 개구리를 먹는 것이라면, 당신은 그것을 먹고 난 뒤 하루종일 그것보다 더욱 나쁜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대표작 '개구리를 먹어라'라는 책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개구리를 먹어야 하는 것과 비견될 정도로 하기싫은 것들을 가장 먼저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하기싫은 일을 피하고 미루게 된다면 삶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된 이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정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글로벌 의제가 아닌 미국 국익을 강조하며 관세정책을 내밀자,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ESG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까지 기후공시 규정이 필요하다고 옹호하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공시 의무하에 반대하는 소송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때와 달리 법정대응을 하지 않았다. 마크 우예다 SEC 대행은 "현행 규정으로도 재무적으로 중요한 기후 위험은 이미 공시가 가능하다"며 "새 규정은 불필요하게 과도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ESG 정책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도 속도조절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적용 범위를 대폭 완화했다. CSDDD는 기업공급망 내 ESG 위반여부를 감시하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주요국 동향을 참고해 ESG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기후위기를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일 순 있지만 국제적인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후변화가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속도는 더디더라도 국제적으로는 ESG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의미다. ESG 공시기준은 지금 상황에서 어려운 것이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에 따라 반 ESG 흐름을 따라가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점점 소외되고 국내 주식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장에는 반 ESG가 쉽겠지만, 어렵더라도 지금 ESG를 내재화 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2025-03-17 15:09:48 나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