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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케미포비아 시대

[기자수첩]케미포비아 시대 살충제 달걀 파동에 이어 생리대 유해성 논란, E형 간염바이러스 유발 햄·소시지 등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친환경 인증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고 정부에서 안전성을 보장한 생리대에서까지 독성물질이 발견되면서 정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더욱 쌓여만 갔다. 가장 안전해야할 제품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은 공포에 휩쌓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활화학제품을 꺼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살충제 달걀과 생리대 유해성 사태 등 케미포비아 시대를 살게 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책임하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식약처는 살충제 달걀 사태 당시 산란계 농가의 약 96%가 안전하다고 확신했지만 이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농장이 추가로 나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충제 달걀의 위험성 조사를 진행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류영진 식약처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면서 소비자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생리대 유해성분 검출도 소비자는 분노했다. 이번 생리대 유해성분 사태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회사의 생리대 제품을 사용한 결과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글이 확산됐다. 그러나 식약처는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이후 여성시민단체가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에 대한 조사를 국내 한 대학에 의뢰했으며 모든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이 22종 검출됐다. 식약처는 뒤늦게 국내 유통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섰다. 양심 없는 기업과 재역할을 못한 정부때문에 소비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케미포비아는 멈춰야한다. 지금은 누구를 추궁하고 탓하는 것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소비자들이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공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한다. 정부의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7-09-03 16:50:46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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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권리의 정당성을 인정해줘서 감사합니다." 6년간 이어져 온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사측과 노조는 대립하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3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공판에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000여명이 지난 2011년 연 7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1조926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경영계의 시한폭탄이 된 통상임금 소송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때문에 법원이 사측에 손을 들어 줄 경우 비난여론을 피해갈 수 없었을 가능성도 높았다. 이 때문인지 결국 재판부는 노조의 손을 들어 줬지만 이번 판결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는 현재 회사의 재정 및 경영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시장 위축 등으로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제 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55% 줄고 전체 영업이익도 44% 감소하는 등 극도로 부진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상황이다. 물론 재판부는 '안정된 임금체계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실질임금을 확보해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통상임금의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위기에 빠진 기업의 상황은 배제한 채 단순히 과거 경영실적만 반영했다. 오히려 이번 판결로 회사에 위기가 찾아올 경우 직원들의 고용 보장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과거 대법원이 '건전한 재정을 기업의 생명줄'이라고 중요하게 판단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재판부는 오히려 기업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판결을 내린 꼴이 됐다. 회사는 노사가 함께 소통하고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양측 모두 1심 선고 후에 화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번 판결 선고가 양측에서 말한대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 가능성 열어주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2017-08-31 16:39:06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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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길은 하나일까?

얼마 전 모 통신사 상담원이 "자사가 새로 내놓은 서비스인 'LTE 라우터' 단말을 2년 약정에 무료로 제공받으면, 통신비를 현재 10만원대에서 3만원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을 켜 스마트폰의 핫스팟을 켜고 일을 해야 하는 직업 특성 상 귀가 솔깃했다.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연일 이동통신 업계가 시끄럽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두 축으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새 정부에 밉보일 수 없는 이동통신사들은 소송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국민들의 요구가 높고, 실제 통신사도 주파수라는 '공공재'로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높은 공약이다. 문제는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통신비 인하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과 분리공시제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요금제 설정권을 정하는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위에서 통신 요금제를 칼로 자르듯 깎아내는 것인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기도 하고, 단말 제조사·이통사와 협의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만큼 비용도 커져 모두가 원하는 만큼 충분하게 통신비를 깎아줄 수도 없어 효과도 미미하다. 통신비 인하 방안에 다른 길은 없을까. 예를 들어 'ICT 강국'에 걸맞는 신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와 같이 라우터 등의 기기를 추가로 지원하거나 AI, 클라우드 등 신규 서비스와 결합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단말기 자급제'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이통사들이 자유로운 경쟁으로 소비자를 위한 파격적인 서비스와 요금제를 줄줄이 푼다. T모바일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8'을 한 대 사면 한 대를 덤으로 주는 '원 플러스 원' 프로모션을 열기도 한다. 향후 5G 기반의 제4차 산업혁명이 실현되면 가능해질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AI 등의 첨단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통신비 인하의 길은 더욱 다양해진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단통법'이 결국 국민들의 눈총을 받듯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깊은 정책의 성찰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2017-08-29 18:18:17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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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케미포비아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케미포비아'라는 합성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단어는 화학을 뜻하는 chemical과 공포증, 혐오증 등을 뜻하는 pobia가 합쳐진 말로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를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4일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럽산 '감염 소세지' 논란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메르스 사태가 또 다시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사태가 이렇게 커지도록 방치한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실제 살충제 계란의 경우 정부는 초기 현황 파악 과정에서부터 실수를 반복하며 국민 불신을 키웠고, 국민 먹거리 안전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장은 잇따른 말 실수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릴리안 생리대의 경우도 지난해 3월부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유해성 여부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채 사태가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품질검사에 들어갔다. 유럽 감염 소세지 논란과 관련해서도 식약처가 현재 수입·유통 중인 독일·네덜란드산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국민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부터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정부의 부재를 실감하며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취임 100일을 넘긴 문재인 정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듯 지난겨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모인 촛불의 힘으로 수립된 정권이다. 취임 후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케미포비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같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정부의 지혜로운 대응을 기대한다.

2017-08-27 14:47:59 최신웅 기자
[기자수첩] 이 부회장 재판, 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이 오는 25일 열린다. 지난 4월7일 첫 공판이 시작되고 넉 달이 넘도록 이어진 재판이 이제 선고만 남겨놓았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다섯 가지로, 특검과 변호인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맞서는 부분은 뇌물죄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 명목으로 제공했거나 약속한 금액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433억원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7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최순실씨 측에 돈을 건넨 것은 인정하지만 뇌물이 아니라 오히려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피고인 신문에서 청와대 독대에서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 보복 받을 수 있겠다는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삼성 임원들 역시 이 부회장이 정씨 지원 과정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어느 주장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뇌물죄는 청탁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법리의 기본이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박영수 특검의 장담과는 달리 이번 재판을 지켜본 법조계는 이를 입증할 결정적 근거가 없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재판은 '세기의 재판'이란 이름으로 불리듯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민 정서나 사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을 TV로 생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헌법상 보장되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따른 것이겠다. 재판부가 마지막까지 이러한 원칙 아래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기대해본다.

2017-08-24 05:30:00 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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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범죄 근절, 단호한 '응징' 필요해

국회 사무처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생한 회계질서 문란, 성 관련 비위 사건에 대해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초 사무처 한 수석전문위원이 상임위원회 회식자리에서 여성 사무관을 성추행한 사건 등에 대한 국회의 '징계위원회 중징계 의결' 입장발표다. 성추행 사건은 지난 4일 사건 발생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까지 문제의 수석전문위원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사무처가 중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지만,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뒤늦게라도 언로보도가 되지 않았다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쉬쉬하며 덮어졌을 문제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범죄에 대해서 '매우 관대'했다. 술에 취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실수였기 때문에, 젊기 때문에, 고령이기 때문에, 조직문화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은 성범죄 감면의 이유가 됐다. 더 나아가 성범죄의 경우 짧은 치마, 밤 늦은 귀가 등 성범죄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삼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특히 여성들로 하여금 위험에 노출되도록 하였으며, 때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벽'이 됐다. 또한 이런 '관습(?)'은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의 끊이지 않는 성범죄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는 이른바 '조두순 사건' 등 강력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이에 대해서는 마치 '갑자기' 일어난 '특정 범인'에 의한 '개인적인' 사건으로 돌리며 공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정도가지도 뭘'하는, 가볍다고 느끼는 성희롱 등 성범죄가 쌓여 강력 성범죄가 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데도 말이다. 성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은 장기간 지속된다. 개인 차이에 따라 평생동안 고통 받는 피해자도 존재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 공동체 내에서 그 어떤 사람도 타인에게 고통을 줄 권리는 없다. 만약 고통을 주었다면 그 누가 되었든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룰(rule)'이다. 룰을 지키며 건강한 공동체로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관용은 불필요하다.

2017-08-22 15:56:11 이창원 기자
[기자수첩]로봇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무인(無人) 편의점은 전 세계 로봇산업의 시작을 예고했다. 계산 직원이 따로 없는 이곳의 편의점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제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에 무인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국내에도 로봇산업이 본격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미국 시애틀에 무인 편의점이 문을 연 이후 현지에서 계산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340만명 중 대다수가 일자리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로봇 산업이 단순 노동에 머무르는 일자리 만을 노리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로봇 산업은 현재 전통 금융, 법률, 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 관련 인력의 설자리를 좁히고 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 AI 발전에 따른 로봇 산업 열풍이 기존 국내 보험설계사들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텔레마케팅의 선두주자인 라이나생명과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이 앞다퉈 '카톡'을 이용한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학습으로 고도화된 로봇 설계사(로보텔러)가 직접 보험 소비자를 응대해 고객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선 우리보다 앞서 보험은 물론 은행 등 금융산업에 AI 기술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전역에 퍼진 비대면 채널의 확산은 이제 막을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한국은행도 20일 로봇 산업의 급격한 성장세를 예견했다. 우리나라는 로봇 활용도가 전 세계 1위에 달하는 등 관련 기술의 발달로 생산성 증대와 함께 고용불안정 등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발전과 일자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시점이다.

2017-08-20 16:02:20 이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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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는 사람'의 가벼운 죗값

"이제 어쩔거야. 판사가 언니를 사기꾼이라는데. 내 돈 어쩔거냐고!" 지난 1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복도에서 중년 여성 여럿이 '언니'의 어깨를 밀고 있었다. 1만명을 속여 돼지 사업 투자금 2400억원을 가로챈 최덕수 도나도나 대표 등 11명이 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다. 재판 뒤에 만난 피해자들은 '동네 사람'에게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복도에서 언니라고 부른 배모 실장의 사위가 판사이고, 딸은 변호사라고 했다. 배 실장은 사무실에 사위와 딸의 사진을 붙여놓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한모 씨는 2012년께 사위와 딸을 내세우며 원금 보상 각서를 써준 배 실장에게, 아들 대학 등록금 등으로 모아둔 1억5000만원을 건넸다. 같은 시기 노모 실장을 따라 안성 돼지농장을 방문한 문모 씨는 5억원을 투자했다. 80대에 접어든 문씨는 "내가 돼지 목을 끌어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지 않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노 실장은 1950년대에 연세대를 졸업하고 교육계에 몸담아온 문씨의 평판을 이용했다. 이때문에 문씨는 자신을 따라 투자한 동네 이웃 10여명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병합된 사기혐의 등의 유죄도 인정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노 실장과 배 실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의 울분과 배신감은 최 대표가 아닌 '아는 사람'을 향했다. 이 단어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어서, 금이 가면 사람도 함께 쓰러지고 만다. 그 무게에 짓눌린 피해자들은 '진짜 나쁜 사람'을 재판부와 다르게 봤다. 한씨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세운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최덕수, 최치원(아들) 이런 사람 알지도 못해요. 저런 놈보다, 그 밑에서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지인들에게 사기 친 사람이 더 나빠요. 최덕수는 배 실장 같은 사람 없었으면 저렇게 큰 돈 못 끌어모았어요. 집행유예가 말이 되느냐고요."

2017-08-17 15:17:36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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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에 막아야

설마하던 일이 역시나 터지고 말았다. 유럽을 뒤흔든 '살충제 계란' 사태가 설마 우리에게도 닥칠까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지난 14일 국내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지난 10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지난주부터 모니터링했는데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류 처장의 발언은 일주일도 안 돼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었음이 탄로났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와 올 여름 최악의 가뭄에 이어 살충제 파문까지 연이은 악재에 가금류 농가는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상태다. 국민들 또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과연 지금 집에 있는 계란을 먹어도 될 지, 판매 금지가 된 계란이 언제부터 팔릴 지 모든 것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다시 한 번 지적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농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등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한 정부가 있었다. 정부는 2015년까지 생산 단계의 계란에 대한 항생제 성분 검사를 실시했을 뿐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 검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부터 실시한 살충제 검사도 일부 표본 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에 보다 철저하게 살충제 성분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지난 겨울 AI와 구제역 사태 당시에도 정부는 물백신 논란과 허술한 방역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특히 초동 대처에 대한 미흡한 행정으로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는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살균제 성분 계란이 검출되자마자 관계부처 T/F 를 구성해 전체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포함해 24시간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계 업무에 대한 일원화를 지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아무쪼록 이번 만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해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08-16 17:11:46 최신웅 기자
<기자수첩>'순혈주의' 늪에 빠진 BNK와 신라 '골품'

천년 문화를 꽃피운 통일왕국 신라. 유학과 불교를 통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찬란한 문화예술로 한국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천년을 더 갈 것 같던 통일신라도 결국 망했다. 왜일까. 흔히들 신라가 멸망한 원인으로 성골·진골 귀족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든다. 왕족을 의미하는 '골(骨)', 귀족을 뜻하는 '품(品)'으로 신분을 나눈 골품제는 정치·사회 활동의 범위를 정할 뿐만 아니라 가옥의 규모 등 일상생활까지 규제했다. 6두품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아찬 이상의 벼슬을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제약으로 뜻을 펼칠 수 없었던 6두품 중 일부는 중국 당나라로 건너가 관리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방 호족 세력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신라 왕조는 고려에 백기 투항하고, 신라는 56대 992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기자는 최근 BNK금융지주를 보면서 통일신라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지나친 기우였으면 한다. 최근 경영진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는데도 책임은 없고, '우리(BNK 출신)가 아니면 안 된다'며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 실제로 BNK금융지주는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BNK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보고서를 보면 현재 제소된 사건은 40건, 소송금액은1410억원 규모에 달한다. 피소사건은 77건으로 960억원 규모다. 또 BNK금융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 시중은행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BNK금융은 엘시티 사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 부산은행 등 계열사는 지난 2015년 9월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약정했다. BNK금융은 같은해 1월에도 자금난을 겪던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줘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엘시티 시행사는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3450억원의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BNK금융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의 경영권에 도전한 내부 인사중 상당수가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버젓이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앉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급기야 퇴직 임직원과 노조까지 나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부산은행 퇴직 임직원의 모임인 동우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차기 BNK금융지주 수장에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은행 발전을 해치고 지역 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72세의 고령자가 낙하산이 아니면 어떻게 최종 후보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은행 근무 경력이 전무하고 최근 4년간이나 금융권을 떠나 있어 금융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BNK금융 노조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BNK조직원들의 욕심은 권력에 집착하는 신라 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남은행장 등 보기 싫은 6두품 세력과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외부인을 배척한 BNK는 또 다른 굴러온 돌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꼴이다. 금융지주의 미래가 어디로 가든 말든 부산은행 출신의 귀족과 이를 지지하는 조직원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 한마디로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 '패거리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신라에도 기회는 있었다. '시무10조'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최치원의 열정과 좌절이 그것이다. 최치원에게 6두품으로는 최고 관등인 아찬 벼슬을 준 진성여왕이 그를 더 큰 자리에 중용했더라면 통일신라가 그토록 쉽게 쇠락의 길을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BNK에는 의리와 포용으로 신라를 '무장해제'시킨 왕건과 같은 리더가 더 필요해 보인다. 실력은 임추위가 검증하면 될 것이다.

2017-08-16 16:39:51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