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내달 2일이나 9일 중 표결에 부쳐질 탄핵 소추안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다.
우선적으로 든 생각은 '자신에 대한 탄핵안은 스스로 선택해서 받을지 안 받을지 결정하는 부분이 아닌데…. 이상하다'는 점이다.
이미 국회에서 야권은 '단일 탄핵안'을 작성해 통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뭔가 순서가 잘못된 느낌이다.
극단적으로는 국회에서 뭘 하고 있었든 크게 마음 쓰고 있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아마도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온 '불통'·'제3자 화법'이 또 다시 드러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이번에는 진짜일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대국민담화를 한 바 있다.
첫 번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최순실씨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밝혔고, 두 번째 담화에서는 최 씨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인정했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한 말을 자신 스스로 공개적으로 뒤집으며,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이 '상당한 공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수사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박 대통령은 '중립적이지 못한 수사'라며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담화를 통한 박 대통령의 '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 이번 담화의 내용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