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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세보다 무서운 건 '손님 없는 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폭탄'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에 일정 품목을 제외하곤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은 지난 5일부터 10%의 기본관세가 부과되고 있었는데 상호관세까지 붙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업계는 또 악재를 마주했다. 다만 미국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당장 한숨 돌릴 여지는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석화산업 전체 수출액은 약 46억달러이며 이 중 미국 수출은 약 4억달러로 8%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37%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크지 않고 미국 시장 내 한국산 제품은 고기능성·고품질 제품 위주여서 가격보다는 성능으로 경쟁해 왔다. 같은 품목의 중국·유럽산 제품도 관세를 부과받는 만큼 상대적 불이익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수요'다.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전방 산업의 위축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상존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은 자체 석유화학 설비 확장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예전처럼 한국 제품을 수입하기보다 자국 내 생산으로 돌리는 흐름이다. 게다가 중국의 건설·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면서 플라스틱·합성수지 등 주요 석화제품의 소비 자체가 줄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선 관세는 외부 변수다. 불확실하지만 협상 여지가 있다. 다만 수요 부진은 다르다. 고객이 사라진 시장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살아나지 않는다.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쓸 곳이 없으면 끝이다.그래도 우리 기업들은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게 구조 조정이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스페셜티로 옮겨타고, 공정을 줄이고, 기술을 더해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향후에 돌아봤을 때 가장 결정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하게 되길 바란다.

2025-04-08 15:18:12 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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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잃어버린 사슴을 찾아서:지록위마의 종막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4일, 윤석열 정부를 반추하며 떠올린 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2022년 5월 이후 1060일간 우리는 지록위마의 세상에 살았기에. 지록위마의 세상에서 기자는 무엇을 쓰고 있었을까 반성해본다. 사슴을 잃어버리자 세상은 극단적으로 치달았고, 반지성주의가 독약처럼 퍼져갔다. 그동안 '주장'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이든이라는 이름은 진영에 따라 '날리면'이라는 탈을 썼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재가하지 않으면서 '여야 합의'가 헌법의 상위 개념인양 굴었다. 파시스트라고 부르기에 아주 좋은 '덕목'을 갖춘 어떤 이들은 헌법재판소 근무자의 이름만 보고 중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떠들었다. 이런 식으로 굴러가던 세상은, 결국 44년만의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를 흔들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는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 "경고성 계엄이었다" "정치인 체포 지시는 내린 바 없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사실 이런 변명을 안 믿어야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극우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 주장을 믿고, 적극적으로 퍼트렸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 역시 금과옥조처럼 믿었다. 이것 역시 사슴을 말이라 하는 행위 아닌가. 많은 매체는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주장을 비슷한 분량으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탄핵 반대파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해도 되는지를 내내 고민했다. 하지만 오랜 고민에 비해 실제 결과물은 미약했다. 헌법재판소를 위협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매도하고, 야당이 하는 일이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걸 그대로 보도해도 됐을까. 진실과 허위를 나란히 놓는 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외면했던 건 아닌가. 잘못된 주장을 전하면서 상대편 주장을 병렬해 정쟁처럼 취급한 건 아닐까. 결국 기자도 관성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지록위마의 세상에 일조했던걸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작지만 집요한 통증이 내내 남는다. 이제 대통령은 파면됐고 봉황기는 내려졌다. 하지만 이 고민은 앞으로도 안고 가야할 것 같다. 그래야 말로 '변신'했던 사슴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04-07 14:32:14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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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냉정하게 돌아온 2030세대, 대선게임 '스타트'

탄핵 정국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데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의 영향이 컸다. 그간 정치나 경제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2030세대가 이제는 강한 목소리를 내는 추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조사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이하에서 33.1%, 30대에서 43.5%로 집계됐다. 한때는 50%를 넘어섰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중장년층 대비 낮은 수치가 아니다. 이는 2030세대의 정치·사회적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결과다. 실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는 태극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4050세대보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SNS, 트위터 등을 적극 활용해서도 정치·경제 관련 지적과 비판의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실제 꽤나 설득력 있는 객관적인 메시지들이 넘쳐났다. 이처럼 2030세대들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된 것은 세대 갈등에서 비롯된 사회구조 개혁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자리, 교육, 주거, 물가 상승 등의 불투명한 미래가 코앞에 닥친 청년들을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라는 절박한 상황 인식으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현실적인 정치·사회 개혁에 목소리를 결집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하고있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들이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대선에서 누가 선택 받느냐가 이번 탄핵의 승자가 된다. 현재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이 30%에 달하지만 무응답층이 38%라는 점에서 판세가 엇갈릴 수 있다. 무응답층 중 2030세대가 60%라는 점과 그 중 70%는 이 대표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았지만 판세는 유동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무응답층을 확보하는게 이번 대선 공략의 핵심으로 보여진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간 '무반응'했던 2030세대들이 냉정하게 돌아왔다. 진짜 게임은 지금 부터다.

2025-04-06 15:36:39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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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사태, 달과 손가락은?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을 본다." 본질은 저기 빛나고 있는데, 그저 눈앞의 손가락만 쳐다보며 왈가왈부하는 꼴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이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를 지원한 것을 두고 '농축산업계 피해'와 연결 짓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논리다. 본질은 따로 있는데, 잘못된 손가락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관하면서 자금을 지원했다. 이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단기적으로 제공하는 브릿지론 형태로, 금융기관은 자금을 대고 이자 수익과 수수료를 버는 구조다. 문제는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불똥이 NH투자증권으로 튄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와 농축산업계 피해는 '홈플러스 경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지, NH투자증권이 MBK에 돈을 빌려준 것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금융기관이 특정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해서 그 기업의 경영 실패에 도덕적 책임을 묻는 건 금융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자본시장은 경제 생태계의 필수적인 자금 조달 창구고, 금융기관은 다양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순환을 돕는다. 그런데 특정 기업의 실패를 이유로 금융기관을 비난하는 건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NH투자증권은 'MBK 지원은 업계 표준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공개매수 시 브릿지론 제공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에 NH투자증권을 연결시키려는 묘연의 시도가 보인다. 하지만 농민 돈으로 사모펀드를 돕는다는 식의 비판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이며 이를 연계 지어 문제를 확대하는 건 금융 구조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결국 이 논란의 본질은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 자본시장 논리를 흐리면서까지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건 이미 힘든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이다. 논쟁을 위한 논쟁을 멈추고,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2025-04-03 13:40:01 허정윤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규제의 '속도전'과 신뢰

서울시가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불과 두 달여 전 5년간 유지됐던 토허제를 해제했지만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거래가 늘자마자 규제를 다시 씌운 셈이다. 급등 조짐을 선제 차단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투기 수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고 정책 신뢰도만 더 깎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거래를 억제하겠다는 목표 외에 어떤 설계도 없다. 해제하자마자 다시 묶고 또 다시 해제할 가능성도 열어둔다. 시장 참여자들은 더는 정부의 방향을 기준 삼지 않는다. 규제를 앞세운 신호보다 실질적인 대출 조건과 공급의 흐름을 따르는 쪽이 훨씬 많다. 강남3구와 용산이 다시 규제 지역이 되자 수요는 강동·마포·성동으로 이동 중이다. 풍선효과는 지난 2020년과 유사한 흐름이다. 거래는 줄고 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경험이 시장에 깊이 새겨졌다. 실제로 2020년 토허제 지정 당시 거래량은 70% 이상 줄었지만 가격은 대치동 기준 35% 넘게 뛰었다. 규제 하나로 시장 전체를 누르긴 어렵다는 증거다. 이번 조치도 마찬가지다. 실거래 데이터를 보면 가격은 여전히 '버티기' 중이다. 시행 직전 일부 단지는 가격을 낮춰 거래를 시도했지만 표본 수가 적고 대부분은 직거래로 통계의 대표성도 부족하다. 오히려 매수자들은 관망하고 매도자는 버티는 눈치싸움만 심화됐다. 정부가 다시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은 이미 그 수를 읽고 있었다. 문제는 신뢰다. 규제는 정책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규제의 반복은 시장의 무감각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목소리를 공허하게 만든다. 시장은 수없이 많은 규제를 겪었고 그만큼 우회하는 법도 익혔다. 부동산공인중개사 사이에서는 이번엔 얼마나 갈 지가 핵심 화제다. 정책이 통제 수단으로만 작동하면 시장은 결국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진짜 힘은 효과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시장은 이미 과거처럼 단순하지 않다. 규제를 반복할수록 시장은 더 똑똑해지고 정부는 점점 설득력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건 다음 카드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이 규제의 이유를 묻고 해법을 고민하는 일이다.

2025-04-02 08:06:34 전지원 기자
[기자수첩]한국의 '스파이스' 지킬 방법은

"스파이스가 흐르는 곳에서 권력이 탄생한다." 영화 '듄: 파트 2'에서 나오는 이 명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귀중한 자원 '스파이스 멜란지'의 가치를 상징한다. 아라키스 행성의 모래사막에서만 채굴되는 스파이스는 우주 항해를 가능케 하고 초인적 능력을 부여한다. 반도체는 현대 문명의 '스파이스'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팅까지 미래 기술의 심장에는 반도체가 있다. 영화 속 여러 세력이 스파이스를 두고 충돌하는 모습은 오늘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닮아 있다. 영화에서 황제와 하코넨 가문이 스파이스를 독점하려 한 것처럼,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약 520억달러의 보조금과 25% 세액공제를 지원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칩 법'으로 430억유로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점유율을 9%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려 한다. 대만은 TSMC를 앞세워 경쟁 우위를 지키고, 중국은 10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고액 연봉과 유연한 근로환경으로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만, 노동계와 정치권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반도체특별법이 수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핵심 쟁점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이다. 야당은 대기업 중심 지원책이라며 중소기업 배려를 요구하고, 여당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산업계는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 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노동권 침해'라며 반대한다. 민주당은 최근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으나, 정작 핵심 조항인 연구개발직 근로 시간 유연화 조항은 빠져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진전이 없었고, 3월 임시국회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법안이 공회전하는 사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흔들리고 있다. 영화에서 폴 아트레이디스는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는 작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정치 이익을 넘어선 과감한 결단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승자독식 시장이다. 모래 위에 세운 성은 쉽게 무너진다. 정쟁 속에 흔들리는 반도체 특별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지킬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2025-03-31 17:13:46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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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제약 업계, 오너 경영 본격화...전통과 혁신의 교차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지배구조를 재정비하며 경영진 세대 교체를 이뤄내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에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올랐다. 임주현 부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녀다. 선대 회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집념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들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선진 거버넌스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산 신약 '자큐보정'을 발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캐시카우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제일약품은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를 세웠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자큐보정을 개발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고(故) 한원석 제일약품 창업주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보령은 지난달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단독 대표이사로 보령 경영을 맡게 된 김정균 대표는 보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인 동화약품은 기존 유준하 단독 대표 체제에서 유준하·윤인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인호 대표는 동화약품 오너 4세로,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매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K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셀트리온의 경우, 서정진 회장의 아들 서진석 대표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글로벌 현장 곳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온 가운데, 서진석 대표도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한다. 서진석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았고 특히 주총장에서 주주들과 실시간 질의응답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세계적 수준의 무대에서도 발표를 진행하는 등 전문성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제약 기업 본연의 신약개발과 현대 사회에 적극 발맞춘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약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분 확보,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가족 경영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이지만, 선대 회장들의 과업을 이을 핵심 사업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 본다.

2025-03-30 16:09:34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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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의 썩은 뇌

"숏폼(Short form)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은 하루에 몇 개의 숏폼을 보고 있습니까?" 지난해 12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4년의 단어로 '썩은 뇌(Brain rot)'을 선정했다. 숏폼 콘텐츠와 짧은 글만을 읽으며 집중력과 인지력이 급속도로 저하돼 뿌연 안개 속에서 생각을 하는 듯한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오는 현상을 뜻한다. 비슷한 말론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있다. 숏폼과 SNS를 오래 하면 뇌가 썩는다니, 괴담처럼 들리지만 실제 연구결과도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맥쿼리대학교 연구원 미쉘 모셸은 강박적인 콘텐츠 소비에 대하여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리게 하는 무한 스크롤링(Doom Scrolling)은 수 시간 동안 사람을 콘텐츠 소비 순환에 가둔다"며 "이는 새 정보를 찾으려는 뇌의 경향을 이용하지만 정작 회백질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주의 지속 시간을 단축하며 기억력 저하와 핵심 인지 기능 왜곡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썩은 뇌 현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절반 넘는 한국인이 하루 2시간 가량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총 사용시간(2월 25일 기준)은 6965만6607시간으로 전체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와 틱톡 등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들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인문·철학·사회·경제 등과 관련한 고급 정보를 다루는 콘텐츠에 광고비를 높게 책정하는 식이다. 다만 실제 효과는 알 수 없다. 주요 숏폼 플랫폼에서 숏폼 콘텐츠에도 광고비를 책정하면서 오히려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쳐주는 채널이 여느 때 보다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정크 콘텐츠(Junk Content)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수만 개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를 의식없이 시청한다. 한국 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응답자 중 52%는 유해한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 과연 숏폼 콘텐츠 제작 또는 시청을 법으로, 제도로 제한할 수 있을까. 관련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표현의 자유, 개인의 권리 등과 함께 지금은 누군가의 생계라는 각종 복잡한 문제가 모두 얽혔다는 지적이다. 이쯤이면 허공에 한 마디 남기기 외에는 할 것이 없다.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온라인 밖 우리 주변 사람들의 온기를 즐기자."

2025-03-27 14:46:31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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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화에어로 '유증' 설왕설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의 불만은 쏟아졌다. 이를 잠재우고자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3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책임 경영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김동관 부회장이 매입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3조6000억원의 0.1%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측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국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그룹 내 지배력 강화 작업을 통해 승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증 발표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7.3%를 1조3000억원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한화에어로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투입한 거래다. 승계 전략의 일환이란 이야기 나온게된 이유는 매입 시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때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매입한다. 하지만 한화오션 주가의 경우 고공행진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주가가 높은 시기에 무리해서 매입한 것때문에 이례적으로 '승계작업설'이 나온 이유다. 이번 지분 매수로 그룹 내 흩어졌던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 로 모았기 때문에 김동관 부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됐다. 김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34.7%에서 42.0%로 늘어났다. 또한 한화에너지의 경우 한화그룹 3형제(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탤앤드리조트 부사장 등)가 지분 100%가지고 있는 비상장 개인 회사다. 그룹의 승계 절차는 총수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승계를 위해 주주 자금이 동원 돼서는 안된다. 본인들의 잇속만 챙기기보다는 세심한 자금 운용 전략을 통해 인정받는 승계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믿을 수 없는 기업은 주주들이 떠나게 되어 있다.

2025-03-26 15:59:07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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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그들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봐야'

'사실 왜곡, 짜깁기, 일방적 주장, 소송' 지난해 9월부터 반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이같은 단어로 정리된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듣고 있으면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것 같다. 그만큼 죽을 각오로 양측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특히 MBK 연합은 기필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기자회견도 두차례 가량 진행하며 주주와 시장 여론을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언론을 설득하고 있다. MBK 연합은 최윤범 회장이 취임 후 회삿돈 수천억원을 신사업 투자라는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개인적인 지인과 친인척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횡령과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투자로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고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4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 연합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원아시아펀드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했으며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측의 부실경영을 문제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갔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며 역전되는 모습이다. 특히 MBK 파트너스의 주장을 신뢰했던 여론도 돌아서는 분위기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과도한 차입 경영과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가 부재했다. 또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하자 20여개의 점포를 팔아치우며 부동산 투기에 가까운 경영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투자 자본 회수에만 매달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또한 무시했다. 결국 MBK 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고려아연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등을 진행한 뒤 기업을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28일로 다가왔다. 누가 회사를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그동안 양측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할때다.

2025-03-25 15:15:30 양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