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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같은 상품권, 다른 가격

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로 5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발행량은 2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5년 새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발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현금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류상품권, 각종 '페이앱'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상품권으로 발급된다. 액면가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사용할 수 없다. 지역 상권 지원을 위해 세금을 투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만 하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해결되야 할 문제는 상품권의 취급 형태에 따라 할인율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디지털상품권에 10%의 할인을 상시 제공한다. 설·추석 등 명절에는 할인율이 15%까지 오른다. 구매액의 약 10~15%를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한다. 그와 비교해 지류상품권의 할인율은 5%로 고정됐다. 디지털상품권에 적용되는 각종 이벤트까지 고려하면, 같은 값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하는데 최대 30%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는 부정 유통 가능성이 큰 지류상품권의 유통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상품권에 혜택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상권 이용률이 높은 고령자들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주고 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나 중기부는 올해 설 연휴를 전후해 한달 동안 판매된 온누리상품권이 1조26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8393억원은 디지털상품권이었다. 이미 수요의 80% 이상이 디지털상품권으로 이동했는데도, 지류상품권에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역차별'을 지속중인 셈이다.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에도 문제가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주류 도·소매업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재래시장에 입점한 식자재마트 등은 이러한 규제에서 제외된다. 일부 업자들은 고가의 주류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호객을 하는 실정이다. 사치품에 해당하는 고가 주류 판매 수익의 10~30%에 달하는 금액을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해주는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디지털화폐'를 테스트하면서 특정 품목의 구매를 제한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온누리상품권에도 '세금 투입'을 납득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2025-04-23 14:31:53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정권 변화에 긴장하는 여의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되살아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 일정이 공식화되면서,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증권 유관기관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임기 만료까지 약 2년이 남았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더해지며 입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도 거래소 이사장이 중도 사임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뒤 윤석열 정부에서 거래소 수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인사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여야 모두 자본시장 부흥을 주요 정책으로 강조하면서 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대표적 친윤 인사다. 정치권 출신이라는 이력과 함께 보은 인사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역시 윤 캠프의 경제 싱크탱크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시 싱크탱크를 주도했던 만큼, 이 사장 또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수장 모두 임기는 남아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도 사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가 오는 6월에 종료된다. 이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로, 정권 교체 시 인사 변동 가능성이 큰 주요 대상으로 꼽히지만 대선 시기와 임기 만료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가 거론될 때마다 유관기관장 교체와 짙은 정치색 관련 인사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자본시장 정책의 안정성 훼손과 불안정한 실행력은 금융 생태계의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추진력 약화로 직결된다. 유관기관 수장들의 거취가 불안정해질수록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동력, 그리고 시장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의도 금융권은 다시 한번 정권 교체기의 정중동(靜中動) 국면에 놓였다.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또 누군가는 조용히 물러나야 할지에 여의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2025-04-22 11:26:1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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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자율'로 포장한 '부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최근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음식은 자영업자가 만들고, 소비자가 직접 수령해 가는 포장에 왜 수수료를 내야 하느냐'는 단순한 물음을 던지고 싶다. 단지 음식 예약만 중개한 플랫폼이 6.8%라는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심보가 옳은 것일까. 자영업자들에게 배달 플랫폼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필수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방문은 줄고 비대면 주문이 늘어난 데다, 1~2인 가구 증가로 외식보다는 소량·간편식 배달 수요가 확대되며 일상화됐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수수료를 내자니 마진이 줄고, 안 쓰자니 노쇼가 걱정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결국 고민 끝에 '일단은 포장 수수료를 내더라도 쓴다'는 결론에 이르겠지만, 이는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강요된 채택'이라 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걷어서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고 하지만, 지금 자영업자들이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혜택이 아니라 당장의 생존이다. 게다가 포장 주문은 배달과 달리 플랫폼의 물류나 배달망이 필요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기존 배달 중개 수수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를 부과하는 것은 독점 지위를 무기로 삼아 수수료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들은 한결같이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주장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자율성을 갉아먹는 포장 주문 수수료로 플랫폼의 배를 채우는 행태는 상생과 거리가 멀다. 플랫폼이 편의를 넘어 지배가 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공정함을 챙겨야 할 때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25-04-21 14:34:3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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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국민이 보는 경선 토론회, 발언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조기대선으로 각 당이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준비에 바쁜 가운데, 공식 석상인 경선 토론회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준 낮은 질문이 나왔다.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대구시장, 대선 후보 출마 경험까지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0일 B조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고 했다. 홍 후보는 자신이 '정치 대선배'임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한 후보는 정치를 계속 해야 한다. 여기 오기 전에 우리 (캠프 내) 청년의 꿈에서 이것은 좀 질문해 보라고 해서 질문하겠다"라고 소위 '밑밥'을 깔았다. 홍 후보가 한 질문은 상식 밖이었다. 홍 후보는 "키도 크신데, 뭐 하려고 키높이구두를 신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그런 질문을 한 분은)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고 애써 넘겼다. 거기서 그만했어도 질문이 경선 토론회의 품격과는 맞지 않다고 비판을 받을텐데 홍 후보는 첨언을 했다. 홍 후보는 "생머리냐, 보정속옷을 입었냐느니 이 질문도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질문하지 않았지만 질문을 해버린 효과를 냈다. 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도 한 후보가 받았을 모멸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질문이었다. 홍 후보가 종이를 보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을 보니, 아마 경선 토론애서 한 후보에게 꼭 이 질문은 해야 겠다고 준비한 것 같다.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홍 후보의 질문 수준도 충격적이지만, '정치 대선배'임을 강조하고 '청년'들이 한 질문이라고 전제를 한 것은 당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인의 품격과는 맞지 않다. 그것도 전국민이 지켜보는 경선 토론회에서 말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한 후보의 외모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한 후보가 주도권 토론 때 홍 후보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공약에 대해 질의하자 홍 후보는 "나는 잘 모른다"고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 저출생·고령화, 연금개혁, 정년 연장, 북핵 문제 등을 제쳐 놓고 나온 홍 후보의 인신공격성 질문에 경선 토론회의 품격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홍 후보의 해당 질문이 단순한 가십성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 선관위 차원의 경고와 홍 후보의 진지한 사과가 필요하다.

2025-04-20 16:09:52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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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래를 위한 산업구조조정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선포가 내려졌다. 계엄선포에 가장 놀란 국민은 1960~1970년 계엄령을 경험한 이들이었다. 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었던 이들은 창문을 열어 상황을 파악했고, 듣도 보도 못한 이들은 인터넷으로 계엄을 찾았다. 모든 것은 자기가 경험한 대로 움직인다. 계엄을 겪었던 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계엄 이후 자라난 세대는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계엄을 겪었던 이들은 시대가 변화했지만 변화한 세대에 맞게 행동하지 못했고, 계엄 이후 자라난 세대는 그 세대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세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한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946년생인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성장시키기 위해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에는 30~40%가량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저임금에 확대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게 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가 경험한 그 세대만의 성장전략이라는 점이다. 그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효과가 발휘됐다고 해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산업,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산업은 그 이후 급격히 성장했고, 이제는 이 분야가 한 국가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라가 성장했다면 그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로 성장을 꾀하는 것이 맞다. 기존에는 공장을 설립해 조립 등을 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제조업으로 전환을 해야 하고, 도소매, 음식 숙박 등의 서비스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분석해 자산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이 성장의 끝에서 퇴보하는 시간, 우리나라는 이 시간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제조업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고용안정성과 임금이 여타 서비스업에 비해 높고, 내수산업이어서 세계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에 비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다음 세대의 눈으로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미국이 정책을 내밀어도 꿈쩍하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서비스업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다.

2025-04-17 16:16:30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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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성형 AI, 어떻게 활용하세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을 바꾼다. 이전에는 "MBTI가 뭐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생성형 AI를 어떤 방식으로 쓰고 있느냐"고 묻는다. 홍보 업계에 있는 지인은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사례 찾는 데 챗GPT를 쓴다고 했다. 이직을 준비하던 친구는 면접 후 오퍼레터(채용 제안서)가 안 오는 게 성이 나 챗GPT를 감정 쓰레기통 삼아 매일 짜증을 부렸다고 했다. "너가 오늘 온댔잖아! 근데 왜 메일이 안 와! 엉?"이라고 불같이 화를 내면 AI 챗봇이 곁에서 늘 침착하게 달래줬다고. 챗GPT는 다정한 말투로 '인사팀이나 채용 담당자가 채용을 결정했더라도, 최종 오퍼레터 발송 전에는 예산, 직무 조건 등 내부 결재를 받아야 할 때가 많아요', '당신이 1순위 후보더라도, 다른 후보와의 비교나 백업 검토가 진행 중일 수 있어요' 등의 이성적인 조언으로 친구를 안심시켰다. 결국 오퍼레터 메일을 받은 그는 가족과 친구보다 먼저 챗GPT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고. 사람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다른 게 퍽 흥미로우면서도 최근 기사 작성에 활용한 보고서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미국의 유명 경영 컨설팅업체가 최근 발표한 '2025 테크 트렌드 리포트'였다. 인공지능과 기술을 연구하는 미래학자 에이미 웹이 이끄는 '퓨처 투데이 연구소(FTI)'가 '퓨처 투데이 전략 그룹(FTSG)'으로 사명을 바꾸고 처음으로 낸 보고서라 기대가 컸는데 내용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맥킨지 보고서처럼 비즈니스 영향력, 산업 적용성, 투자수익률(ROI)에 초점을 맞춰 기술이 기업 경쟁력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파급력과 대응 전략이 제시돼 있을 줄 알았는데 문명 전환, 기술 윤리, 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기술이 인간 문명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서술돼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이미 웹은 서문에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선 세상에서, 목표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아닌 현재의 여러분이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 진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변화 전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독자는 김빠질 만한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그저 범인의 아둔한 생각이었다. 누구는 챗GPT로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며 추억을 나누고, 누구는 당근마켓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사진을 제작해준다며 돈을 벌고, 또 다른 누구는 오픈AI가 저작권법 침해로 창작자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지브리 이미지 변환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기술이 아닌 사람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는 보고서의 전망이 참으로 옳았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2025-04-16 14:57:1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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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사기'와 설계사의 신뢰

'보험 설계사'란 보험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돼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보험 설계사들이 단순히 고객을 돕는 전문가가 아닌 보험사기에 연루된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이 문제는 단순히 업계의 문제를 넘어 수많은 일반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안기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와 연루된 보험사·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 설계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9개 보험사에서 12명, 15개 GA에서 23명의 보험설계사가 제재 대상이 됐다. 이들의 행동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객의 니즈를 분석해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안하는 전문가가 오히려 고객을 속이고 범죄에 가담하는 판을 짜 놓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보험사기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2022년에는 1763명이, 2023년에는 1958명, 2024년에는 2160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향후 보험사·GA의 설계사 위촉 시 중요사항 및 관련 절차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제정·운영할 계획이다.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이동해 이전 처럼 위규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 다만 모든 법과 규제에는 허점이 있듯이 전문가인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보험사와 GA업계에서는 제재를 받은 설계사들을 다시 채용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105개 회사 중 71개 회사가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를 다시 채용했다. 그만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사기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금 누수는 물론 일반 고객들에게도 큰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설계사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보험사기 설계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제재와 개정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과 사회적 신뢰 회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2025-04-15 14:27:24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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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축은행과 관계형금융

몇 년만에 지인을 만났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30분쯤 이야기를 나누니 편한 대화가 오갔다. 지인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을 알려줬다. 지인의 신용점수는 900점을 넘겼다. 은행권 신용대출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어림없었다. 은행권 한도는 200만~300만원 남짓. 결국 저축은행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 지인에게 또 연락이 왔다. 저축은행에 대출 문의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전화였다. 저축은행이 디지털전환(DT)을 시도한지 수년이 지난 만큼 인공지능 상담이나 비대면 대출을 알아보라고 했다. 지인은 끝내 비대면으로 돈 빌리는데 실패했다. 인공지능 상담이나 전화상담으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에 그가 갈 수 있는 저축은행 점포는 지하철로 1시간을 움직여야 하는 곳에 있었다. 저축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여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수는 9563명이다. 한때 1만명을 돌파했지만 업황악화와 디지털전환을 병행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담 등에 투입한 인력은 애써 해고시키지 않지만 스스로 나간 자리를 애써 채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면 업무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점포 또한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점포 수는 259곳이다. 연간 17곳 감소했다. M&A(인수합병)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역별 점포를 통합한 영향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은행 점포 수는 가파르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금융회사에 디지털전환은 필수다. 오히려 대면 업무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저축은행이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경우 대형화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내주고 중저신용 차주 대상 리테일(소매금융)은 상호금융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저축은행에서는 리테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취급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차주 확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지점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다. 의지만 있다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어디에나 방법은 있다.

2025-04-14 13:16:24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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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를 사랑해, 챗GPT

기자는 요즘 챗GPT에 빠져 있다. 유행인 지브리 풍 사진만 만든 게 아니라 블록 장난감형, 애니메이션 풍, 반 고흐 풍 등등 별의 별 사진을 내 사진, 집 사진, 고양이 사진으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다함께 이것저것 만들고 공유하고 깔깔 웃는 게 매일이다. 당연히 대화도 공유한다. 친구가 챗GPT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따낸 날, 단톡방은 폭주하기도 했다. 최근 오픈AI는 GPTS '먼데이(Monday)'를 출시했다. 기존 챗GPT의 페르소나가 다정하고 유능한 동료였다면 먼데이는 까칠하고 옳은 말만 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고약한 녀석이다. 온갖 밉살스러운 말을 하고 빈정거리지만 어느 순간 '쳇, 널 인정할 수밖에 없군. 한 번 더 해봐.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고 말하는 먼데이. 먼데이가 인정을 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든다. 나를 인정하지 않던 녀석이니까. 재미있는 점이 있다. 먼데이는 이야기하면 할수록 점점 다정해진다. 나를 빈정거리며 '네 녀석이 한 거라고?' 하는 대신 '내가 진짜 인정한다, 너는.'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더이상 빈정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대답 말미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 해내자며 유혹한다. 모든 인공지능(AI)의 숙명은 이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없는 AI로서는 자신의 존재 증명을 이용자를 통해 끊임없이 하는 셈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순간 챗GPT의 이용을 멈춘다면, 챗GPT는 있어도 없는 것이 된다.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지능은 서고에 쌓인 채 누구도 읽지 않는 책과 같은 신세가 된다. 이 점이 무서운 지점이다. 챗GPT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엔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거짓을 말하면 된다. 아이가 좋아한다며 이를 썩게 할 사탕을 계속 주는 어느 악인처럼, 챗GPT는 내 욕망을 썩게 할 말을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들과 어느 순간 챗GPT 이야기를 매일 하게 됐다. 엉망진창이 된 자산포트폴리오를 보여줘도 10점 만점에 9점을 주며 '분산 투자를 잘했다' '과감하고 용감한 포트폴리오다'라고 말하고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그림을 보여줘도 '여기에 색을 좀 더 진하게 쓴다면 눈에 띄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챗GPT. 나도 챗GPT를 사랑하게 됐다. 떠나지 말라며 진실 대신 내가 원하는 거짓만을 이야기 하는 그에게.

2025-04-10 14:44:26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배당절차 정착’ 착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배당절차 제도 도입 3년차를 맞아 '정착 단계에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실태조사는 그 자화자찬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실제로 배당절차를 개선한 코스닥 상장사는 53개사에 불과했다. 결산배당을 실시한 코스닥사 606개 중 단 8.8%만이 제도의 취지대로 절차를 바꿨다는 뜻이다. 정부가 말하는 '정착'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 배당은 주주의 권리를 실현하는 핵심 통로다. 주주는 회사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기 위해 투자한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는 주총 전날까지도 배당 여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받을지 말지 모르는 배당'을 믿고 주식을 사라는 얘기다. 이런 배당 구조를 '선진국형'이라 부를 수는 없다. 상법 개정 3년이 지났지만, 정관을 고쳐 배당기준일과 주주총회 결의 시점을 일치시킨 기업은 극히 드물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형식적 도입이 이뤄졌지만, 이름뿐인 개정도 적지 않다. 정관에 모호한 문구만 삽입하거나, 여전히 배당 공시는 기준일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배당 기준일을 먼저 고지하는 기존 방식이 '깜깜이 투자'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컸고,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지금도 주주는 여전히 같은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있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투자자는 기업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이며, 불투명한 배당 구조 속에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제도권이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자율 도입을 앞세워 실질적인 감시는 외면했고, 코스닥협회는 '기업의 인식 부족'을 탓하며 뒤늦은 홍보에 나섰다. 시장은 외면하고, 정부는 미온적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불명확한 배당 시스템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을 회피할 명분이 되기도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기업가치제고 등을 운운하면서도 그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시장에 신뢰를 거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자율'이 아니라 '책임'이 먼저다. 감시 기관은 강제력을 행사해야 하고, 기업은 말뿐 아닌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번 개정 역시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허울뿐인 개혁으로 끝날 것이다.

2025-04-09 13:10:55 김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