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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프라인 유통업 경고음에 지방부터 흔들린다

"당장 식재료를 사야 하는데, 집 앞이 아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멀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방에 마트 하나 없어지는 것은 지역민들에게 큰 타격입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임대점주들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 마트 점포 폐지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 지역민이 건넨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마트 방문이, 누군가에게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옆 동네에 땀을 흘리며 다녀와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되었다. 마트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산유동화를 이유로 하나둘씩 지방 점포를 폐점하며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랜드 리테일의 경우에도 지난 2020년부터 잇따라 점포를 폐점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대구 동아아울렛, 뉴코아아울렛 안산점, 모란점 등 주요 매장들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에는 부산의 NC백화점 서면점이 문을 닫았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를 정리하고 도심형 아울렛으로서 새로운 공간 혁신에 나선다는 전략에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탓에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는 매출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렇게 유통기업들이 매장을 철수하고, 폐점하면서 유통 인프라는 다시 약해진다. 이같이 점포 수가 줄면서 지방상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니 해당 지역에는 거주민들이 몰리지 않는 구조가 계속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대표적으로는 해묵은 마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 영업시간 제한,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제한 등의 여건을 풀어 자유로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매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규제는 풍선효과를 야기한다. 풍선효과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다른 곳의 문제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규제를 가하면, 그 억눌린 문제점은 또 다른 곳에 문제로 튀어나오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방 상권 타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 곳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 경기 침체로 지방 상권이 무너지고, 다시 인구가 모여들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다.

2025-06-01 14:46:00 안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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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실속 없는 청년금융 공약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이 길게 이어지는 만큼 자영업자 폐업 지원, 채무 조정 확대 등 '금융 공약'이 주요 공약으로 자리했다. 지금의 2030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청년 금융 공약'도 다수 등장했다. 2030세대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힌다. 앞선 세대보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고 연금, 부동산, 금융 등 각종 경제 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그런데도 각 후보의 청년 금융 공약은 기존 상품의 '재탕'에 불과하다. 정책에서 소외되는 청년이 다수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그대로 답습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도약계좌, 근로장려금, 저축공제 등 기존 정책 상품의 가입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도약계좌가 과도한 납입액을 이유로 가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대다수 청년에게는 와닿을 만한 공약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재개를 약속했다.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상품이지만, 고용인의 부담액이 있어 사업주가 동의해야 가입할 수 있다. 대상도 정규직에 한정돼 20대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는 '잠시 멈춤 대출'을 공약했다. 사용 목적에 제한이 없는 5000만원 한도의 대출을 공급하고, 일정 기간 동안 원금 상환 없이 이자액만 납입하는 상품이다. 유동성 공급이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청년의 부채 부담을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청년도약계좌는 출시부터 '5000만원'의 액수를 내세웠고, 잠시 멈춤 대출이 제시한 한도도 '5000만원'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운영 당시 '1200만원'의 액수를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액수에만 치중한 '자산형성' 상품을 내세우는 동안, 소득 불충분이나 생계 곤란, 실직 등을 이유로 상품 가입이 어려운 청년들은 금융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평균 소득은 2625만원으로, 같은 기간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원에 달했다. 정치권에서 선심성으로 내놓는 각종 '자산형성' 상품을 이용하려면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생활비의 50~60%는 식료품비와 주거비가 차지했다. 지출을 줄이려면 생활 수준을 낮춰야 한다. 후보자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자의 공약을 겨냥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부채 지원에만 수 조원이 투입되는 현 상황에, 충분한 해명이 안된다.

2025-05-29 13:38:18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개미들은 더 큰 시장을 원한다

한국거래소의 독주 체제를 깨고 등장한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두 달 만에 점유율 20%를 넘겼다.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며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 약 30% 수준까지 올라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2025년 내 10% 도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확실한 모습이다. 앞서 넥스트레이드는 가동 이후 3년 안에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우리는 시장의 니즈를 몰랐던 것이다.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 상승에는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이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SOR은 최선집행기준에 따라 투자자의 주문을 두 거래소 중 더욱 유리한 시장으로 배분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첫 두 달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했고, 이후에도 한국거래소 대비 20~40% 낮은 수수료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사실상 SOR 구조에서는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이 점점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주식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최선집행기준은 가격·수수료 중심의 단편적 구조로 설정돼 있어 전략적 수요, 거래 익명성, 시장 충격 최소화 등 고도화된 조건들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더불어 증권사 간 SOR 시스템 운영 방식의 실질적인 차별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자자 맞춤형 서비스로의 발전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주문 방식뿐만 아니라 거래시장 유형의 다양화도 언급된다. 일본에서는 Japannext, Cboe Japan, Osaka Digital Exchange(ODX) 등 3곳의 민간 대체거래소(PTS)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도 Japannext와 Cboe Japan은 각각 4개의 하위 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투자 목적, 투자자 유형, 거래 시간 및 체결 방식에 따라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넥스트레이드의 선방은 투자자들이 더 크고, 더 섬세한 시장을 원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이 거래 플랫폼 자체의 변화라면, 이제는 그 플랫폼 위에서 투자자들이 얼마나 더 똑똑하게 거래할 수 있을지를 설계하는 일이 남았다. 그 거래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는 훨씬 복잡하고, 시장은 정교해져야만 커진다. 시장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고, 제도가 따라가야 한다.

2025-05-28 13:36:19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TV 떠난 소비자, 못 떠나는 홈쇼핑

"매출의 60%를 떼어주고도 버텨야 하는 사업이 과연 정상일까요?" 홈쇼핑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종종 하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떠난 시대에도, 홈쇼핑사는 여전히 자기 채널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매출의 절반 이상, 많게는 60%를 케이블·IPTV 플랫폼에 송출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송출 수수료는 TV 방송을 통해 발생한 매출에만 부과된다. 온라인·모바일 앱을 통해 발생한 매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TV 채널을 통한 매출이 홈쇼핑사의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많은 업체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TV 방송에서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을 플랫폼에 떼어줘야 한다. 남는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홈쇼핑이 유통기업임에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라는 지위 아래 방송사업자 수준의 규제와 플랫폼 종속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편성권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가 쥐고 있고, 황금 시간대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홈쇼핑사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며 시간대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 협상이라기보단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다. 소비자가 이미 TV를 떠나고 있음에도, 홈쇼핑사는 여전히 '방송 채널'을 유지해야만 생존 가능한 구조다. 이를 포기하면 TV 매출 자체가 급감하고, 이를 유지하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악순환이다. 유통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소비자는 짧은 영상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접하고 구매한다. 그보다도 쿠팡이나 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홈쇼핑도 디지털로 옮겨가려 하지만, 법적 지위와 수수료 구조는 여전히 '방송 시대'에 묶여 있다. 홈쇼핑사는 왜 여전히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고정 수입원이 되어야 하는지 이제는 묻고 싶다. 플랫폼은 리스크 없이 수수료만 챙기고, 홈쇼핑사는 기획, 판매, A/S까지 책임진다. 소비 환경과 구조가 바뀌었다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5-27 14:44:09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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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쁜놈 옆에 나쁜놈?

'죄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늘의 벌을 받을때 같이 휩쓸려 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은행과 2금융권을 모두 포함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모두 가산금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은 일반적인 DSR 계산 방식에 추가적으로 금리 상승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해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 계산하는 제도다. 즉, 미래의 금리 상승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더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의 영향으로 주담대가 늘어났다"며 "지방은 연말까지 주담대 가산금리를 0.75%포인트(p)로 유지하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트레스 가산금리 수준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입장에선 벌써부터 억울하다. 주택거래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늘었고, 가계부채도 이곳을 중심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보면 가계부채가 오른 곳은 서울에 제한됐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재지정했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월 3300호에서 9300호로 늘었고, 이를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만6000호로 1만5000건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은 서울에서 높아졌음이 분명함에도 지역의 경기가 악화되지 않는 한 똑같이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겠다는 말이다. 생각해볼 것은 지역의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될 부분이 있는 지 여부다. 지난달 지역의 고령인구 비율은 부산 24.4%, 강원도 25.9%, 전라남도 27.6%를 차지했다. 오는 12월 규제가 공평히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빨리오르는 서울에 더 몰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의 집값은 3.5% 증가할때 지방은 1.9% 증가했다. 이는 되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제는 '나쁜놈'과 '나쁜놈' 옆에 있는 놈을 구분해야 할 때다. 옆에 있다 맞은 규제가 아닌, 지방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2025-05-25 14:55:19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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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 맘고생시키지 않으려면, '만약의 만약'을 대비해야

얼마 전 지갑을 분실해 맘고생을 심하게 했다. 가장 먼저 '정부24'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분증 분실신고를 하려 했지만, 마땅한 인증 수단이 없어 첫 단계부터 막막했다. 가까스로 은행 앱을 통해 금융인증서를 발급받아 로그인에 성공한 뒤 '주민등록증 분실신고'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어 '카드 분실신고'를 위해 카드사 대표번호로 연락했다. '카드 분실일괄신고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카드사 직원이 그간 발급받은 카드의 이름을 전부 대라고 했다. 다 기억나지 않아 당장 떠오르는 카드만 분실 신고를 했다. 현재 보유 중인 카드 정보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누리집에서 알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 '카드정보조회'를 한 다음 나머지 카드에 대한 분실신고를 마쳤다. 이 사이트에서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신청도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누리집에 접속해 '개인정보노출'을 검색한 뒤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 신청을 했다. 끝이 아니었다. 엠세이퍼 홈페이지에 들어가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에도 가입해야 했다. 사이트에 접속하자 팝업창이 떴다. 이용자 급증으로 서비스 운영 시간이 조정된다는 내용이었다. SKT 해킹 피해자들이 몰려 홈페이지 접속 장애로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이뤄진 조치였다. 사건 직후 SK텔레콤 고객들은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에 가입하고, 유심을 교체하거나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의 행동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대처법은 '금융사기'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을 때 대응과 다르지 않다. 만약 소비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2500만 SK텔레콤 가입자 모두가 주민등록증분실신고, 카드 분실신고,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등록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해킹으로 인해 한 달 내 국민 절반이 불안을 겪을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해킹 사태 이후 불안을 느낀 사람 중 일부는 위에 나온 대비책들을 선제적으로 마쳤을 수도 있다. 이제는 통신사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보유한 모든 기업과 기관들이 '만약의 만약'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때론 '사서 하는' 걱정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되기도 한다.

2025-05-22 13:43:5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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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로에 놓인 대부업계

대부업계가 생존 기로에 놓였다. 고금리 지속으로 신규 차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수익성이 나빠졌다. 일부 국내 대부업체는 물 건너 동남아시아에 전당포를 차리는 한편 아예 간판을 내리는 대부업체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등록 대부업체는 8437곳이다. 연간 300여곳이 문을 닫은 결과다. 대부업체의 경기한파에 불법사금융이 난립한다. '대부업체=불법사금융'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으면서 이미지 쇄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불법사금융이란 제도권 밖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이 정한 법정최고금리를 준수하는 정식 금융회사다. 은행권 대비 대출금리가 높지만, 유동성이 큰 자영업자나 저신용자에게는 필요한 기관이다. 올해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살펴봤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책금융자금을 확대하거나 내수 활성화와 캐시백 등에 초점을 맞췄다. 서민금융기관의 자립과 영업환경을 조성하겠단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차주를 위해 취급하는 햇살론이나 사잇돌도 결국 세금이다. 당장 시장에 자금을 풀면 팍팍한 살림살이가 나아지겠지만 지속가능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다. 향후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놓였을 때는 불법사금융이 최선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떤 분야든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필리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쌀 생산 국가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의 쌀 소비국가로 변모했다. 쌀값이 치솟자, 정부가 쌀 가격에 상한제를 도입하면서다. 농부의 소득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농산업에 관한 공급과 투자가 감소했다. 덩달아 농경지 출신 도시 난민도 대거 발생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에서 쌀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국내 대부업계가 과거 필리핀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갚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득수준이 낮아 신용이 떨어진 사람에겐 더 가혹한 대출이다. 그러나 당장의 곡소리를 피하고자 서민금융기관의 쇠락을 방치해선 안 된다. 대부업계 생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시기다.

2025-05-21 11:02:11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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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워진 교실, 남겨진 책임

수천 명의 유급생, 붕괴된 교육 일정, 엉킨 학년. '정원 확대'에 맞선 저항이 결국 의대 교육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됐다. 올해 1학기에만 전국 의대생 8305명이 유급됐고, 제적도 46명에 달한다. 전체 재학생 1만90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사실상 수업에서 이탈한 셈이다. 항의는 거셌지만, 책임은 끝내 개인에게 돌아왔다. 그 여파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교육부는 예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할 인원을 5500명에서 6100명으로 추산한다. 세 개 학번이 한 학년 강의에 몰리는 '트리플링' 현상이다. 교육부는 "예과는 교양 중심 수업이라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일부 의대에서는 본과 수업을 예과로 내려보낼 만큼 여건이 빠듯하다. 강의실과 실습병원 확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정부 책임을 지적한다.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교육의 질 유지 없이 밀어붙인다"며 교육부를 비판했고, 대한의사협회는 "부당한 유급과 제적을 철회하라"며 국민감사청구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교육의 질과 학생 보호를 말하면서도 유급이라는 학사 원칙마저 정치화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당한 학사 평가 결과조차 '정부의 압박 때문''억울한 조처'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교육기관과 전문가 집단의 태도인지 되묻게 된다. 유급은 교육을 포기한 대가이자, 그 자체로 제도적 책임이다. 아무리 명분 있는 문제 제기라 해도,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고 그 대가마저 부정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절반 넘는 동료가 교실에 없는 상황에서, 남은 학생들도 압박감 속에 등교하고 있다.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이다. 정원 확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비판이 비생산적인 저항으로 흐르면 공적 신뢰는 무너진다. 의대생은 단지 '학생'이 아니라, 환자를 마주할 '미래의 의사'다. 공적 책임과 공동체 신뢰를 저버린 선택의 끝에 남은 유급 통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2025-05-20 15:32:24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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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695만건이 사라진 사이, 책임도 사라졌다

정부가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지난 1차 조사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발표했던 입장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2년 전 심어진 'BPF도어'란 백도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용히 2695만건의 유심 정보를 훔치고 있었다. 정부 1차 조사 당시만 해도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차 조사에서는 이름·전화번호·생년월일·IMEI 등 민감정보가 담긴 임시저장 서버 2대까지 감염됐다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문제 없다더니? 악성코드가 설치된 시점은 2022년 6월. 로그가 남아있지 않은 기간이 1년 반에 달해 피해 범위는 오리무중이다. 조사단이 "기술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대중은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보다 '어디까지 당한 건지'를 먼저 묻고 있다. 이 가운데 피해 이용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SK텔레콤에 냉정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계약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가.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이어지고, 법적인 해석도 갈리고 있다. 핵심은 이 해킹 사고가 'SK텔레콤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일부 법조계는 유심 정보 유출이 보안 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만큼, 통신서비스 전체 책임 주체로서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포함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또 다른 법조계 시각은 달랐다. "음성·데이터 등 본래 통신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약관상 면제 요건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같은 사안을 놓고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극명히 갈린다.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기술적으로 무력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SK텔레콤도 "IMEI만으로 복제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모든 해명은 결국 사후 대응이다. 앞서 간단히 뒤집혔던 사실처럼 이번 입장도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뒤집힐지 모를 일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위약금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통신망이 뚫렸는데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믿어야 하는가. 6월 말까지 조사 완료가 목표다. 그 사이 우리 통신망 안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침입자가 또 다른 문을 두드릴지 모른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5-05-19 14:43:24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감언이설의 ‘무능한 개혁’, 경제가 죽는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이 정부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다. 재계의 우려와 학계의 지적을 외면한 채 밀어붙여졌던 개정안은 겉으론 주주 보호와 투명경영을 위한 개혁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선언적 문구와 모호한 규정뿐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이다. 이는 이미 판례와 실무에서 확립된 개념이다. 그런데도 굳이 법에 새로 넣은 건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명문화하면서도 그 기준이나 범위는 흐릿하게 남겨뒀다는 점이다. 분쟁의 소지만 늘었고 법적 해석의 통일성은 무너졌다. 재계는 오래전부터 미국식 충실의무 도입에 경계심을 보여왔다. 미국은 수백 년간의 판례와 제도로 기준을 쌓아왔지만, 우리는 그런 기반 없이 껍데기만 흉내 낸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던 민주당이 오히려 자본을 내쫓을 법을 만든 셈이다. 전자주총 의무화 조항도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다. 대기업 기준으로 만든 전자시스템을 중소·코스닥 기업까지 강제하려는 발상은 실행 비용과 준비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만 요란할 뿐이다. 어릴 적 어른들은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도 그렇다. 주주 보호, 투명 경영, 책임 강화 등 말은 멀쩡하지만, 내용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 설계도일 뿐이다. 말이 좋다고 좋은 법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개혁은 혼란만 부른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민주당은 과연 경제를 이해하고 있는가. 이재명 대표는 과거 "호텔 예약금 10만원이 지역을 돌고 돌아 경제를 살린다"고 말했다. 선의의 소비가 선순환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빚을 소비로 포장한 착시 속에서 재정은 망가지고 미래 세대는 빚더미에 오른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등 이재명표 경제정책은 하나같이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재정 만능주의다. 하지만 그런 국가는 없다. 재정은 고갈되고 시장은 질식한다. 단기적 표는 얻을지 몰라도 경제를 망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법은 선언이 아니라 도구다. 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책임이다. 실체 없는 개혁과 계산 없는 포퓰리즘이 활개치는 사이, 기업은 움츠러들고 자본은 한국을 떠난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경제까지 무너뜨리려 한다.

2025-05-18 10:17:54 김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