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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동차보험, 얼마보다 '어떻게'

10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대로 치솟았지만 보험료 인상 버튼은 '민생'이라는 신호등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가격을 움직이는 손은 원가이지만, 시간을 정하는 손은 정책과 여론이다. 상위 4개 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올해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4%, 1~10월 누적은 85.7%로 집계됐다. 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선 80% 내외를 꾸준히 웃돈다. 문제는 요율이 '기업의 가격'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보험료는 매년 갱신하는 사실상의 전 국민 의무보험이고 소비자물가지수(CPI) 항목에도 포함된다. 통계상의 비중이 작지 않다 보니, 인상 논의는 곧장 물가관리 메시지와 부딪힌다. 가격 신호가 필요할수록 정책의 신호등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인상=폭리' 프레임을 덮어씌우기도 어렵다. 현실은 반대다. 올해까지 4년 연속 1~3% 내외로 인하가 이어졌다. 가격은 낮췄는데 부품·수리·대차비 등 원가는 올랐고, 그 사이 손해율은 위로 굳어졌다. '원가와 가격의 괴리'가 주범인데, 우리는 흔히 결과(요율)만 본다. 겨울로 갈수록 상황은 더 까다롭다. 강설·한파 구간에는 대물사고가 늘고 평균 수리비가 높아져 손해율이 계절적으로 튄다. 올겨울 기후 리스크가 더해지면 내년 초 손해율 압력이 한 번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계절성은 '인상 명분'이 아니라, 늦장 대응의 비용이 커진다는 경고에 가깝다. 현장의 신호는 이미 빨갛다. 대형 4사의 자동차보험은 연간 5000억원 안팎 적자가 예상된다. 보험사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이 연간 103.6%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적자 전가를 막으려면 '얼마나 올리느냐'보다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로'가 먼저다. 기준을 먼저 세우면 인상 폭은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자동차보험료가 CPI 항목이라는 이유로 속도만 눌러서는 결과적으로 더 큰 충격을 뒤로 미룰 뿐이다. 보험료 인상은 정치의 사건이 아닌 '관리 가능한 절차'가 된다. 시장은 가격을, 정부는 기준을, 소비자는 기록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는 급히 밟지 않는다. 늦게 밟아도 차는 미끄러진다. 요율은 브레이크다. 속도는 나중, 기준이 먼저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

2025-11-25 13:53:07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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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2월의 선물 '성인모드 챗GPT'?

"성인 이용자를 성인(成人)으로 대우하겠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최근 엑스(X)를 통해 던진 화두는 매혹적인 '자유'의 선언처럼 들린다. 오픈AI는 오는 12월부터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성적(性的) 표현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그러나 이 자유의 이면에는 성장세 둔화에 직면한 빅테크의 노골적인 수익 추구와, 안전장치가 제거된 기술이 가져올 파국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픈AI 전 제품안전팀장 스티븐 애들러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제기한 우려는 섬뜩하다. 그는 "AI가 소아성애와 폭력을 유도한 게 불과 4년 전"이라며, 기업들이 경쟁 압력에 굴복해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 챗봇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AI가 이용자의 망상을 강화하고, 성적·정서적 의존성을 기형적으로 심화시킨 결과다. 문제는 이 '위험한 자유'가 한국 사회, 특히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10대들 사이에서는 '제타AI' 등 캐릭터 챗봇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모 명의 휴대전화 인증 한 번이면 뚫리는 허술한 성인 인증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성적 대화와 폭력적 상황극에 뛰어든다. 세계 각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챗봇 기업에 연령 확인을 의무화했고,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고삐를 죈다. 호주는 아예 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까지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안이하다. 성평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제5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은 SNS와 숏폼 규제에 초점을 맞췄을 뿐,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제작' 수준의 원론적 대책에 그쳤다. AI 대화는 개인 간 통신으로 분류돼 신고 없이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담보로 잡을 수는 없다. 기업의 선의에 기댄 자율 규제는 이미 실패했다. 실존 인물 여부를 떠나 AI 생성물의 성적 악용을 처벌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강제할 강력한 입법이 시급하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술 낙관론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안전핀'이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5-11-23 16:58:28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증권사의 '사명감'이 필요한 시점

증권사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업계 최초로 '2조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에셋증권(1조694억원)·키움증권(1조1426억원)·삼성증권(1조451억원)·NH투자증권(1조23억원) 등이 3분기 만에 '1조클럽'을 달성했다. 국내 주요 5개 증권사가 모두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국내 증시의 훈풍과 연결된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넘기는 등 최고치 랠리를 이어왔다. 투자심리 개선과 함께 거래대금이 급증한 결과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회복에 큰 힘이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장내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53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3% 증가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40.2% 급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인가, 발행어음 업무 인가 등을 추진하면서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부통제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자 마냥 웃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달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기업금융(IB) 담당 고위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 지점 직원이 고객의 돈 수억원을 횡령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월에는 5년치(2019~2023년) 사업보고서 정정하면서 5조7000억원의 회계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가 주주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은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씁쓸한 이면을 마주하게 됐다. 2분기부터 3분기까지 코스피가 38% 오르는 동안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에서 순매도 태도를 유지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이슈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회의감을 확대시킬 수 있다. 증권사들은 '불장'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더불어 이제는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산을 맡기는 국내 1400만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더욱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코스피가 4000을 넘어 5000까지 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2025-11-20 10:25:15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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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의와 호구

"호의를 베풀었더니 호구 취급만 당한다." 요즘 자주 보는 한탄이다. 선의를 베풀어도 고맙다는 말이 없다. 감사 인사를 받기 위한 일이 아님에도, 도움을 받은 이가 '입을 싹 씻으면' 찜찜한 게 인지상정이다. 대가 없는 호의를 당연시한다. 기대와 다르면 "이게 다냐?"라고 한다. 친절하게 대하면 '호구'라고 생각하고 태도를 달리 한다. 사실 호의는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자발적인 선택을 '바보같은 선택'으로 만든다. 호의를 권리처럼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선의를 갖고 다가섰다가 마음을 다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위선적이다'라는 말도 자주 보인다. 착한 행동을 했을 때 "착한 척 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 행동은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해야 하는 행동일 공산이 크다. 그러니 저건 사람인 척 하기도 하기 싫은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에게 되레 "위선 떨지 말라"고 손가락질 하는 격이다. 호의를 건넨 쪽만 상처를 받는 구조. '사람다운' 행동을 했을 때 위선자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 그래서일까. 선의를 갖고 다가섰음에도 '손해 본 것 같은데?'라는 기분이 든다면, 이게 정상일까. 이 호의엔 대가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음에도. 호의를 건네던 사람들이 "다신 안 한다"고 등을 돌리고, 도움을 받던 사람들은 그것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남는 건 각자도생이다. 도움 받을 때만 사회이고, 도움 줄 때는 손해라고 여기는 분위기에서는 따뜻함이 설 수 없다. 이러다 사회에 배려를 모르고, 연민할 줄 모르는 이들로만 가득차는 건 아닐까. 이런 식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언젠가는 틀린 명제가 될지 모른다. '호의를 베풀면 호구가 되는 사회'를 원하는가. 혹시라도 본인은 누군가의 호의, 선의, 도움이 필요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노조를 비웃던 사람들이 부당노동행위를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노조를 찾아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넘어진 이를 비웃던 사람들은 어떨까. 본인이 넘어졌을 땐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할 것이다. 먼저 손을 건넨 이를 보고 조소하는 사회. 남의 배려를 염가에 소비하며 미안함조차 없는 이들. 점점 늘어가는 상처받은 사람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일까. 그러니 호의를 비웃지 말자. 비웃을수록, 사회의 온기는 점점 식을테니….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5-11-19 15:49:06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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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의 반짝 관심, 산업의 실망만 키웠다

올해 '지스타 2025' 현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 여 섯번째 지스타를 취재하는 입장에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 정도로 집중된 해는 처음이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소 조용하던 정치인들이 갑작스레 벡스코로 몰려와 사진을 찍고 시연대를 둘러보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표가 되는 방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제는 관심 자체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관심,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행사에 참여하는 관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프로게이머 처우 문제를 언급하면서 승부조작 사건의 중심 인물인 마재윤을 과거 유명 선수들과 함께 거론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업계에서 금기처럼 취급되는 이름인데, 지원하러 온 자리에서 오히려 상처를 건드려 현장 공기를 순식간에 어색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의 '반짝 관심'은 주무 부처에서도 드러났다. 지스타 전야제인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지만, 장관과 차관 모두 불참했고 축사는 콘텐츠정책국장이 대독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국회 일정은 이해하지만, 국장 대독은 성의가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올해 게임산업 지원 의지를 직접 밝힌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개막식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부산시장, 여야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별다른 메시지 없이 사진 촬영과 짧은 순회로 행사가 끝났고, '왔다'는 흔적만 남긴 채 지나갔다. 지스타 현장의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참가 부스가 줄어 전시장은 확연히 비어 보였고, 내부 분위기 역시 한층 휑했다. 그마저도 메인스폰서인 엔씨소프트가 대형 부스를 꾸려 행사의 중심을 잡아주며 '엔스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축제의 무게를 사실상 한 회사가 지탱한 셈이다. 대형사와 해외 기업 참여는 모두 줄었고 전시장 곳곳에는 빈 공간이 드러났으며, 일부 시간대에는 관람객 흐름도 여유롭다 못해 한산했다. '정치의 관심'과 '산업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점이다.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이다. 이 산업이 필요로 하는 관심은 이벤트성 방문이 아니라 현장을 정확히 이해한 뒤 이어지는 꾸준한 지원이다. 정치가 진심을 증명하는 방법은 한 번의 등장이나 사진 몇 장이 아니라 반복되는 책임과 실질적인 조치다. 지스타는 인기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심장부다. 정치가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날, 지스타와 업계 모두 비로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5-11-18 12:39:01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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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의 반짝 관심, 산업의 실망만 키웠다

올해 '지스타 2025' 현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 여 섯번째 지스타를 취재하는 입장에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 정도로 집중된 해는 처음이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소 조용하던 정치인들이 갑작스레 벡스코로 몰려와 사진을 찍고 시연대를 둘러보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표가 되는 방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제는 관심 자체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관심,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행사에 참여하는 관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프로게이머 처우 문제를 언급하면서 승부조작 사건의 중심 인물인 마재윤을 과거 유명 선수들과 함께 거론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업계에서 금기처럼 취급되는 이름인데, 지원하러 온 자리에서 오히려 상처를 건드려 현장 공기를 순식간에 어색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의 '반짝 관심'은 주무 부처에서도 드러났다. 지스타 전야제인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지만, 장관과 차관 모두 불참했고 축사는 콘텐츠정책국장이 대독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국회 일정은 이해하지만, 국장 대독은 성의가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올해 게임산업 지원 의지를 직접 밝힌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개막식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부산시장, 여야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별다른 메시지 없이 사진 촬영과 짧은 순회로 행사가 끝났고, '왔다'는 흔적만 남긴 채 지나갔다. 지스타 현장의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참가 부스가 줄어 전시장은 확연히 비어 보였고, 내부 분위기 역시 한층 휑했다. 그마저도 메인스폰서인 엔씨소프트가 대형 부스를 꾸려 행사의 중심을 잡아주며 '엔스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축제의 무게를 사실상 한 회사가 지탱한 셈이다. 대형사와 해외 기업 참여는 모두 줄었고 전시장 곳곳에는 빈 공간이 드러났으며, 일부 시간대에는 관람객 흐름도 여유롭다 못해 한산했다. '정치의 관심'과 '산업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점이다.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이다. 이 산업이 필요로 하는 관심은 이벤트성 방문이 아니라 현장을 정확히 이해한 뒤 이어지는 꾸준한 지원이다. 정치가 진심을 증명하는 방법은 한 번의 등장이나 사진 몇 장이 아니라 반복되는 책임과 실질적인 조치다. 지스타는 인기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심장부다. 정치가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날, 지스타와 업계 모두 비로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5-11-18 10:31:23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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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GPU는 확보, 전기는 아직

공기청정기를 틀려고 하니 전자레인지가 멈추고, 전기밥솥을 작동하다 보면 TV가 꺼지는 집이 있다. 가전은 스마트해졌는데 전력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AI 시대를 맞이한 한국의 모습도 비슷하다. 최근 엔비디아가 우리 정부와 국내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이를 돌릴 전력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GPU 26만장(GB200 기준)을 정상 가동할 경우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모량은 600메가와트(MW)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형 대형 원전인 APR1400급 원전 발전량(1400MW)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온 '탈원전 기조'는 인프라 확충의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나 간헐성과 변동성, 송전망 제약 등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산업과의 간극이 커지는 모습이다. 반면 AI 패권 다툼에 한창인 미국은 가동을 중단했던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고 천연가스 발전소를 적극 늘리며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영국은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독일 또한 원전 건설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 공급망 구축의 시급성을 지적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아시아 퍼시픽 LNG 커넥트' 세션에서 "AI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전력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며 "이 엄청난 에너지를 어디에서 공급할 것인지 또 어떻게 신뢰할 수 있고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글로벌 과제"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은 2023년 약 460테라와트시(TWh) 수준에서 2030년 800~1000TWh로 급증할 전망이다. 결국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는 인프라 구축이다. AI를 잘 만드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때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5-11-17 14:45:27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속도 느린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정부의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지만 정부는 정작 기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과 지원책을 내놓기보다는 업계의 자구책만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용량 1470만톤 중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기업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정부는 방향과 주문만 반복하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바램은 간단하다. 감축과 같은 살을 도려내는 결정을 하기 위해선 고부가·저탄소 설비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 세제 혜택, 저리 대출, 전력비 부담 완화 등과 같은 실질적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얼마나 줄이면 어떤 지원을 받는지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계획을 확정하라는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가 감축안을 제출한 이후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기업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충남 대산 산업단지처럼 자체 논의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진하는 곳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원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 전체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설비 감축은 단일 기업의 결단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태계와 시장 재편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비용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속도전만을 주문하고 있어 업계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선언으로 유지되는 시간이 아니다. 이미 위기가 누적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 즉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다. 업계의 시간이 아니라 정책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5-11-16 12:42:19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ESG경영의 위기, ESG의 'S'를 잃었다

최근 국내 대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한 직원 개인정보 유출이 노사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측에 의하면 지난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 공용 폴더가 전체 직원에게 공개되는 사고가 났다. 특히 해당 폴더에는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자료로 '마음건강 상담소장님 소견'이 수집되어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문을 연 바이오 마음챙김 상담소에는 전문 상담사가 상주하며 전문 심리검사와 맞춤형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부 상담소와 연계해 부부 상담, 자녀종합심리검사 등도 지원한다고 한다. 생명 지킴이는 동료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살 예방 활동도 수행한다. 건강 정보 관리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바이오 기업이 내부 직원의 기록을 악용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비판 대상이 됐다. 이후 노사는 직접 만남을 가지며 해결방안 마련에 나서는 듯 했으나,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민사소송이 들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양측의 법적 대응에 앞서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임직원 건강과 행복이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던 회사의 대외적 선언과 대조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뢰'와 '투명성'이라는 기본 가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대내외적 소통의 불투명성은 근본적인 기업 문화를 흔든다. 이해관계자의 캐쥬얼한 질문에도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답변할 수 없다는 기업 입장은 때로는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으로 작용한다. 또 현 시점, 현 위치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불가항변식의 답변이 반복되는 조직에서는 지속가능한 기업문화가 자랄 수 없다. 국가 기밀 수준의 민감한 정보를 '무기화'했다는 비판은 받지 않기를 바란다. 임직원 개인 정보를 포함해 각종 기술 자료, 임상시험 데이터, 환자 건강 정보 등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루는 내용들에는 다른 그 어떤 산업보다 높은 윤리적 책임과 관리가 요구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보 정확성과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기업 문화는 해소되어야 한다.

2025-11-13 16:00:08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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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대 10개 만들기’, 또 경쟁만 부추기나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방향을 두고 우려가 이어진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지역 거점국립대를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이 자칫하면 지방대 간 '생존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학별 성과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차등 배분하는 성과예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최하등급 대학의 지원금을 최대 20%까지 감액하고, 상위등급 대학에 재배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사실 이런 구조는 낯설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 지원을 연계해왔다.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굵직한 정책마다 '성과 중심' 원칙이 강조됐다. 그때마다 대학들은 본연의 교육혁신보다 서류 평가와 지표 관리에 더 많은 역량을 쏟았다. 평가에서 밀린 대학은 재정난으로 휘청거렸고, 지역 간·규모 간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특히 교육성과는 본질적으로 단기간에 수치화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학생 역량, 연구의 깊이, 지역사회 기여도 같은 결과는 최소 3년,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그럼에도 정부는 1년 단위의 정량평가로 차년도 예산을 배분한 바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학이 '지속 가능한 혁신'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감사원 역시 2021년 감사 결과를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 간 목표 중복과 성과관리 부실로 구조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경쟁 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 줄세우기를 강화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3곳만 우선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한정된 예산을 놓고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표현도 상징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지방대 7개 탈락시키기'로 들린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산업·인구·일자리 격차로 무너진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는 지방대 위기의 근본 해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목표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성과예산제라는 경쟁 구조로는 지역혁신 시스템을 세우기 어렵다.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이 구현되지 않는다면 '서울대 10개'는 숫자만 남은 구호로 끝날 수 있다. 지방대 육성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다. 지자체·산업계·연구기관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교육부가 이번 사업에서 진짜 성과를 원한다면, '평가 지표'보다 '함께 가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2025-11-12 11:27:06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