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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테이블 코인, '옥석 가리기'의 시간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 주가는 올해 초 2만6000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6월 한 달에만 2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 9만4000원까지 치솟았고,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이 제기했던 스테이블 코인 관련 우려에도 강세를 지속 중이다. 간편결제 앱에서 시작된 기대감은 모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강세로 이어졌다. 은행들이 잇따라 스테이블 코인 상표 선점에 나서자 금융주도 상승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P2E(게임을 플레이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게임주까지 강세를 보였다. 스테이블 코인은 '테마주'를 넘어, 마치 성공을 담보하는 '보증수표' 처럼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될수록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고정돼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발행기관은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에 따라 발행량을 늘리고, 늘어난 발행량을 기반으로 국채·예금 등 담보성 자산을 확보해 수익을 발생시킨다. 수요 없이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 규모는 약 2500억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점유율 상위 5개 코인이 전체의 96%(2400억달러)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에 해당하는 2200억달러 중 1590억달러가 테더(USDT), 620억달러가 USDC다. 가치가 일정한 일종의 '화폐'에 해당하는 만큼 유통량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상품에 수요가 집중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이 불편하고 매매도 어려운 코인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문턱을 크게 낮춘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해외와 비슷하게 발행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소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도 신뢰도가 낮은 스테이블 코인의 무분별한 발행은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더군다나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다.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도 발행 요건을 20억원, 30억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입법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투자 열풍은 뜨겁지만, 침착하게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2025-07-06 15:29:56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한국인이 좋아하는 주식

지난달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들인 주식은 서클 인터넷 그룹(CRCL)이다. 지난 6월 5일 상장했지만, 서학개미들의 상반기 순매수 상위 4위 종목에 등극했다. 서클은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순수 스테이블 코인 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12거래일 만에 공모가 263.45% 뛰었고, 이후 5거래일 만에 31.51% 하락했다. 다만 타이밍은 다소 아쉬웠다. 서학개미들은 서클이 조정받기 시작하자 더 열심히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레버리지·인버스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은 서학개미들에게 서클은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흥미로운 투자처인 것이다.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 시장의 90%는 심리학이 지배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난히 '군중심리의 역설'이 잘 먹히는 요즈음 개인 투자자들에게 특히 들어맞는 말이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비단 서클뿐만 아니라 한 번 불이 붙으면 고점에서도 쉽게 진입했고, 저점에서도 쉽게 손절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보였다. 눈앞의 급등 차트를 두고 '나만 못 먹는 이익'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막연한 추세에 대한 믿음, 언제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복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불나방 흐름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은 '테슬라'라고 생각된다. 테슬라는 주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서학개미들에게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심어 줬다.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사랑'은 어쩌면 당연하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2023년에는 첫번째로, 2024년에는 두번째로,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다시 첫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특히 올해는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도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다. 지난해 7월, 한국인들이 테슬라 주식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전 트위터) 계정에서 한국인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 당시 테슬라의 주가는 저점에서 다시 고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에 대한 순매수 성향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테슬라의 주가 등락과 관계 없이 매수 태도를 지속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엔 결코 공짜 점심이 없다. 손해 본 누군가의 피눈물이 타인의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제는 급등주가 아닌 실적주를 직접 찾아나설 때다. '한 방'을 기대할수록 계좌는 빈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도 다르지 않다.

2025-07-03 14:40:03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진짜 맛은 얼마인가?

한국 식품산업이 '가성비'의 그늘에 갇혀 휘청이고 있다. 좋은 원료를 쓰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을 낮추면 품질이 떨어지는 구조 속에서 산업은 생기를 잃고 있다. 소비자는 가격표부터 보고 유통업체는 공급가를 깎는다. 결국 중소 제조사는 수입산 원료에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제품으로 '최저가 경쟁'에 내몰린다. 대기업조차 프리미엄 제품을 한정판처럼 눈치 보며 내놓을 뿐이다. 싸고 무난한 제품은 넘쳐나지만, 비싸도 좋은 식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일부 식품 회사들은 가성비라는 명목을 앞세워 국산 원료보다 수입산을, 깊은 풍미보다 익숙한 자극적인 맛을 택하면서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유통을 단순화해 간편식을 내놓는다. 마트 진열대가 순식간에 비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은 적겠지만, 산업 전반이 '싼맛'에만 몰두할 때 잃어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항생제 없이 키운 동물복지 닭, 국산 곡물 사료,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 등 품질을 앞세운다. 간편식을 만들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진짜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신뢰를 파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는 느리지만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중요한 걸음이다. 미국·유럽·일본의 식품산업은 '저렴함'보다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지속 가능한 생산'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한국도 '저렴한 맛'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품질'과 '글로벌 시장 속 국내 식품 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수입산 원료 의존을 줄이고 국산 유통망과 R&D에 투자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적정 마진을 보장해 상생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도 가격보다 가치를 보는 시선으로 바뀌어야 한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식품은 하루 세 번,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한국 식품산업이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얼마냐'보다 '어떻게 만들었냐', 즉 가치를 먼저 따져물어야 할 것이다.

2025-07-02 15:16:49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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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 정부·집권여당의 첫 과제는 '물가안정'

집에 계란이 없어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갔다. 계란 한 판 가격이 8990원인 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계란 한 알에 300원, 이제 집에서 계란 프라이를 해 먹을 때마다 눈치가 보일 것 같다. 내가 산 계란은 난각번호 4번 계란. 0.05제곱미터(㎡) 이하의 작은 케이지에서 사는 산란계가 낳은 알이다. 공장형 사육장에서 나오는 제일 싼 계란이다. 내가 산 계란 옆에 있던 알이 큰 특란은 9900원이었다. 바야흐로 계란 한 판 1만원 시대가 왔다. 새 정부는 계란값이 오르자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생산자단체에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가격 담합 시도를 의심한다. 생산자단체에선 정부가 케이지 면적 확대 정책에 따른 생산비 상승을 외면하고, 유통 과정의 폭리보다 애꿎은 계란 생산자에만 책임을 전가한다고 반박한다. 대책 없이 치솟은 계란값에 제과, 제빵, 외식 등 관련 산업의 물가를 상승시키는 '에그플레이션(Eggplation)'까지 우려된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다. 계란만 오르나. 본격적인 폭염과 장마가 찾아오며 채솟값도 오를 예정이다. 라면 등 밥상 물가도 올랐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상승까지 사회 전반의 물가가 뛰고 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원자재 공급 불안정이 우려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에 시민과 정부 당국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도 급등세로 돌아서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대출 규제를 내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듯, 새 정부와 여당의 제1과제는 물가 안정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봉지에 2000원"이라고 언급하며 물가 상승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가안정 TF를 꾸려 활동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누적된 고물가로 민생에 큰 부담이 되는 생활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2차 추경안에 담긴 약 13조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정대는 내수 진작 효과를 최대화하고 재정 투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정책 실행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2025-07-01 15:26:15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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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널뛰는 스테이블코인

시총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회사인 써클 인터넷 그룹이 지난 5일 상장했다. '얼마나 성장하려나?'라며 구매한 주식은 64달러에서 약 10일 만에 298달러까지 오르더니 그 이후 18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이슈다. 이름답지 않게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코인만 들어가면 주식이 널뛴다. 네이버는 원화스테이블코인을 선점하겠다고 하자마자 주가가 25만6500원에서 40%나 급등했다. 키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전달 2만8800원에서 6만4000원까지 올랐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상표를 출시하고 있다. 원화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련 정책과 법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우선 뛰어들고 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시간 장소 등에 관계없이 자금이 효율적으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만큼이나 위험 요소가 많다. 앞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고객 예금을 장기 국채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예금액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 고객들은 예금 인출을 강행했고, 실리콘밸리은행은 손해보고 국채를 팔면서 유동성 위기가 와 파산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또한 안정적인 화폐를 대신해 주로 국채를 보유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이를 우려한 고객을 중심으로 코인런이 일어나게 되면 거래소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은행도 파산, 한 나라의 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탄할 것 같았던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도 하원에서 연방기관의 역할, 기업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에 따른 은행업에서의 분리 문제 등을 이유로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원, 시장의 활성화 만큼이나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늦더라도 확실한 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2025-06-30 16:13:43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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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실이 된 AI 직원 대체...기회일까 위기일까

직원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는 건 빅테크 기업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었다. 지난 주말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테이블 간격이 좁아 옆자리 대화를 주워듣게 됐다. 이야기인즉, 자기가 다니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AI가 신입 직원보다 일을 잘해 새로 사람을 뽑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는 괜찮은 거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는 "중간 관리자라 아직은 괜찮지만, 아마 다음은 내 차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앞날뿐 아니라, AI가 고용 시장을 집어삼킨 뒤의 근미래도 걱정했다. 일자리가 사라져 사람들의 주머니가 비면, 이 첨단 AI 기술을 누가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최근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흥미로운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AI 세상, 인간은 어디에'라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최 교수는 '직업 창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어렵고 힘든 일은 AI가 대신하고, 그 덕분에 생긴 여유와 생산성을 인간이 새로운 가치 창조에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AI에게 일자리를 뺏긴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에게 일거리를 맡기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며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한 얘기가 가장 현실적이다. AI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게 아니라, 나보다 먼저 AI를 활용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AI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와 공동체 위기도 우려했다. 그는 "성공하는 소수만 살아남고 대다수는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은 결국 사회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일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에 이 문제를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신이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기본 소득으로 지급해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시를 짓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영화를 찍고,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떠나는 세상. 모두가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치열한 아귀다툼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AI는 기술 그 자체이기에 이런 유토피아를 실현해줄 수 없다.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지, 궁지로 몰아갈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5-06-29 12:39:2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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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레이크 없는 車손해율

자동차보험은 사고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금융 에어백'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보험은 여기저기서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고 빈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정비공임·부품비·교통량이 동반 상승하면서 보험사가 떠안는 비용은 급격히 불어났다. 그럼에도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에어백이 터져야 할 순간, 안쪽 충전재가 비어 가는 형국이다. 올해 1∼5월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평균 82.7%까지 치솟았다. 1년 새 2.9%포인트나 오른 수치로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삼는 80% 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보험업계는 "여름 장마가 본격화되면 손해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진한 우려를 내비친다. 적자는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독감·산불 같은 계절 변수도 있었지만 "자동차보험 손익이 각각 50% 안팎으로 급감한 것이 치명타"라는 게 업계의 공통 진단이다. DB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 이익이 458억원으로 1년 새 51.4% 줄었고, 삼성화재 역시 관련 손익이 70% 가까이 축소됐다. 아이러니는 이런 적자에도 보험료가 거꾸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사는 올 초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 인하했다. 보험개발원 집계 평균 보험료는 작년보다 3.6% 줄어든 69만원에 그쳤다. "한 번 낮춘 요율은 올리기 어렵다"는 정치적 부담이 요율 인상 논의를 가로막는다. 반면 정비공임은 2.7% 올랐고 부품비, 교통량까지 함께 뛰었다. 보험료 수입은 줄고 원가는 불어나니 적자는 예고된 사고였다. 회계장부는 새빨갛지만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 보험사는 "정부 눈치"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소비자는 "더 내려야 한다"를 외친다. 손해율이 더 오르면 급제동은 불가피하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다음 신호는 뻔하다. 보험료 급등, 담보 축소, 할증 강화 중 하나다. 에어백이 터진 뒤에야 안전벨트를 찾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의 페달'을 밟을 주체가 결정을 미루지 않는 일이다.

2025-06-26 15:24:42 김주형 기자
[기자수첩] 성장 대신 생존…수익성 무너진 상장사들

대전의 전문 제빵업체인 성심당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78억원이다. 놀랍게도 이 금액은 코스피 상장사의 63%, 코스닥 상장사의 95%가 넘지 못한 수치다. 이는 상장사 상당수가 지역의 전문 제빵업체만도 못한 수준으로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우리 증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장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외형은 그럭저럭 갖췄지만 내실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더욱 안 좋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절반가량이 영업적자를 냈고, 상당수 상장사는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인 경기 둔화와 고금리의 영향도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상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 이후에도 신제품이나 기술력을 쌓은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과거 사업모델에만 의존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이 나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0.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4곳에 달한다는 의미다. 특히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여서 이자보상비율이 0% 이하인 기업도 28.3%에 이른다. 사실상 기업으로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적 없이 상장사 지위만 유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본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수익 기반이 무너진 기업을 시장에 그대로 두면 투자자는 물론 건전한 기업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또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자금만 흡수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성장 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숨통까지 막힌다. 연명은 가능할지 몰라도 회복은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 있는 정책 집행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대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고, 결국 전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정책을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2025-06-25 11:14:34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진짜 성장’과 ‘호텔경제학’의 미학

'진짜 성장'이라는 말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권은 과거 정부의 성장을 '가짜'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모델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술주도(T), 모두를 위한(G), 공정한(F) 성장이라는 'TGF 전략'은 얼핏 그럴듯하다. AI·바이오·콘텐츠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는 구호만 보면 미학(美學)에 가깝다. '가짜'를 걷어내고 '진짜'가 온다니 국민 입장에선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 19일 발표한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핵심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상위 10%는 15만원, 일반 국민은 25만원, 차상위층은 40만원, 기초수급자는 50만원을 받는다. 이름만 다를 뿐, 실질은 전국민 지역화폐 지급이다. 기술 혁신을 말하던 정부가 첫 카드로 꺼내든 건 소비만 부추기고 생산은 자극하지 못하는 과거식 경기부양의 반복이었다.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자주 언급한 '호텔경제학' 모델이 깔려 있는 듯하다. 호텔 손님이 맡긴 10만원이 지역 상권을 돌며 모두의 빚을 갚고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는 비유다. 순환이 이뤄지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낙관적 서사지만 이상적인 이론일수록 현실에선 깨지기 쉽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매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효과가 있어도 슈퍼·식료품점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되며,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단기 수요 쏠림으로 서비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감사원은 일부 지자체의 허위발행과 부정 결제 사례를 지적했다. 지역화폐는 실효성, 효율성, 투명성 모두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추경에는 배드뱅크도 포함됐다. 5000만원 이하 장기채무를 탕감해주는 구조다. 사회안전망은 필요하지만, 재정으로 모든 문제를 덮으려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조치를 '진짜 성장'의 마중물이라 자평한다. 국가채무는 이미 1200조원을 넘었다. 대규모 현금성 지출을 반복하면서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이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 마케팅에 가깝다. '진짜 성장'은 정책이 현실을 정직하게 직면할 때 설계될 수 있다. 소비로 돌리는 순환에 의존하는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순환에만 머문다면, '진짜'라는 말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2025-06-22 07:30:40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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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독 아이의 인생 바꾼 서울 교육…멈추지 않으려면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첫 시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해 0점을 받은 아이가 있었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글자를 읽을 수 없어서였다.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부모는 그저 아이가 느린 아이라고 생각했다. 치료도, 지원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교육청의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아이의 삶은 달라졌다. 이제는 나눗셈 문제를 척척 풀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학습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바뀐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학습진단성장센터는 난독증, 난산증, 기초학력 부진 등 복합적인 학습 취약 요인을 가진 학생들에게 정밀 진단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통합형 시스템이다. 기존 '학습지원센터'를 고도화해 지난 3월 서울 강동송파센터를 포함한 4개 권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오는 2026년까지 11개 교육지원청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정근식 교육감의 '취임 1호 결재'로 출발했으며, 서울시 초등학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난독 검사를 시작하는 정책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던 정 교육감의 신념이 오롯이 녹아든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안착을 넘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닿기 위해선 '예산'이라는 현실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센터 한 곳당 운영 예산은 연 4~5억 원 수준이다. 이 예산 안에서 진단, 상담, 학습 지도, 정서 지원이 이뤄지지만, 난독·난산 등 정밀 진단과 집중 개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벌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이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서 개최한 '서울시의회와 서울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강동송파학습진단성장센터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별 신청 가능 인원이 제한돼 있어, 실제로 난독증이나 기초학력 부족 문제를 겪는 학생이 있어도 센터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은 별도 예산 없이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의 협조에 의존하고 있다. 프로그램 확충 및 지속성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할 가능성도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의 배움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난독이나 난산처럼 '보이지 않는 학습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정확히 개입하면 큰 어려움 없이 일상 학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문제는 정서, 자존감, 사회성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기초학력 문제는 서울시 전체가 안고 가야 할 공동 과제"라며 "예산 확보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화는 시작됐다. 한 아이가 시험지를 읽지 못해 늘 0점을 받다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이 변화가 서울 전역으로,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2025-06-19 13:16:02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