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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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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좋좋소'를 아십니까

파격은 우리 주변에 있었다. 유튜브와 왓챠에 제공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좋소좋소좋소기업(이하 좋좋소)'이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심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를 안겨주고 있다. '좋좋소'는 가상의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를 배경으로 그동안 미디어가 담아내지 않던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중소기업 흑역사를 댓글로 쏟아내고 있다. 이래서 중소기업은 안된다는 '무용론',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탈주론', 그래도 참고 버텨야한다는 '참을 인(忍)'론까지 많은 중소기업만큼 그 양태도 다양한다. 감독과 출연진도 남다르다. 세계여행 유튜버로 유명세를 탔던 빠니보틀(구독자 63만 명)이 감독을 맡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며 중소기업들을 리뷰하는 유튜버 '이과장'(구독자 39만 명)이 실제로 극 중 이과장 역을 맡았다. 회식으로 간 삼겹살 무한리필집에서 술값은 각출해서 받는 정필돈 사장, 토익 500점의 신입사원 조충범 주임, 외국 바이어와의 통화에서 파파고 번역기를 들려주는 이미나 대리, 정필돈 사장의 조카 정정우 이사, 정승네트워크의 주력 사업을 빼앗아 자기 회사를 차리려고 하는 백진상 차장이 현실감을 더한다. 주먹구구식 면접·근로계약서 미작성·막내 직원의 탈주·믹스커피와 사발면이 전부인 복지·불만 있는 직원들만 올려주는 연봉 등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현실을 그려내는 '좋좋소'에 공영방송류의 '중소기업이 미래다'는 없다. 2014년 티비엔 드라마 '미생'이 정글같은 대기업 정규직을 뚫어내려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의 판타지적 악전고투를 그린다면, 정승네트워크의 신입사원 조충범에게 시청자들은 '1년만 돈벌고 공무원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악순환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 의욕과 소속감을 잃고 사용자도 적합한 인재 채용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채용 시장의 현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취준생의 마지노선은 요지부동이고 사장님은 구색 좋은 계약직 인턴을 찾아나선다. '믿음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좋좋소'에서 신입사원들이 근로계약서를 요구할 때마다 정필돈 사장은 "믿음으로 가는거지"라고 얼버무린다. 본인 혼자 굳건히 갖고 있는 그 믿음, 600만개의 중소기업과 여기에 다니는 1700만명 재직자의 적이다.

2021-05-02 13:05:01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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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옵티머스 사태와 판매사

"나중에 어쩌려고 판매사 100% 반환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라임, 옵티머스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까?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금감원이 또 다시 100% 전액 반환을 내뱉을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다."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온 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판매사에게 100% 책임을 지는 결정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금감원은 NH투자증권에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옵티머스펀드의 투자원금을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그 근거다. 이미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펀드가 약속했던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만큼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이 해당 권고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3000억원의 투자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결과 계약취소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두번째다. 당초 NH투자증권이 주장한 다자배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해외 금융시장은 국내와 달랐다. 2008년 미국에서는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매도프가 650억달러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행각을 벌였다. 20여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시장의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펀드를 평가하는 사무관리사와 투자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 기관이 사모펀드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펀드 운용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무관리사와 수탁 기관도 공동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은 판매사에게 100% 책임을 물었다.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는 '권한이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이 명백한 점은 사실이다. 다만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금감원,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 금융사고가 또 터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다음번에도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2021-04-29 16:36:39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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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30세대와 가상화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원전 1700년 경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큰 돌위에 법정을 새겼다. 내 눈을 상하게 하면 상대방의 눈을 상하게 하고, 내 이를 상하게 하면 상대방의 이를 상하게 한다. 야만적이어 보일 수 있는 이법은 알고 보면 권력자가 당한것 이상으로 약자에게 보복하려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애초부터 약자는 보복하기 어려우니, 권력자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며칠 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20%씩 오르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거래를 늘릴 수 있다. 이런부분은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30세대들은 오히려 이 말에 더 분노했다. 어른들이 얘기해줄 수 있는 만큼 본인들도 공정하게 자산의 이익을 불렸냐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땅투기 의혹을 받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 중 5명은 부장급인 2급이었다. 또 나머지 8명은 과천지역본부를 매개로 근무한 정년퇴직을 앞둔 이들이었다. 본인들은 온갖 꼼수로 자산을 증식해 놓고, 2030세대에게는 막무가내로 가상화폐 투자가 위험하다고 말했으니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2030세대들은 가상화폐 소득세에서도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체계와 질서가 마련돼 있는 부동산과 주식 등은 과세를 매길수 있지만, 그만큼의 체계와 질서가 마련돼 있지 않은 가상화폐에 대해 소득세를 내는 것은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30세대의 태도가 일방적인 복수심 또는 '행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2030세대는 복수는 불가하다.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소득도, 부동산 대출이 막혀 투자도 할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만 25~3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미래사회에서 개인의 자산축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자산축적이 가능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타인의 고통을 똑같이 경험하지 못해 공감하기 어렵다면 그들의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 지금은 2030세대가 분노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할 때다. 누구의 어떤 분노인지, 가지지 못한자가 더 갖지 못한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때다. 그것이 가진자의 탐욕이 실현되는 것보다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2021-04-28 15:21:10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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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창업주 이상직 의원, '누구'를 위한 매각이었나?

이스타항공이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공개 매각 공고까지 앞두고 있지만,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여전히 반성 하나 없이 제 살길만 찾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한때 600만 명이 넘는 여객을 수송하며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항공사였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019년 연간 기준 약 619만 명 여객의 하늘길 이동을 도왔다. 여객 기준 LCC 시장 내 점유율은 13.4%가량이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수익을 내던 상황에서도 당사의 매각을 결정했다. 2019년 10월 처음 나왔던 매각설을 부인한 후 약 두 달 만에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의원의 딸이자 당시 이스타홀딩스 이수지 대표는 "국내·외 항공 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양사가 뜻을 같이하게 됐다"라며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서 최대 주주인 제주항공과 공동경영체제로 항공 산업 발전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수지 전 대표는 현재 이른바 '포르쉐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검찰은 2017년 7월부터 2019년까지 이수지 전 대표가 포르쉐 차량을 빌리면서 계약금 및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1억1천만 원을 이스타홀딩스 자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나오던 시기에도 회삿돈으로 포르쉐를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결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판단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 가운데 창업주 이 의원도 외려 "배임, 횡령으로 회사를 도산에 이르게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라며 이스타항공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또한 증거자료 확보와 변론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하루 연기했다. 당초 1600여 명에 달하던 이스타항공 직원은 현재 470명만 남았다. 약 12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잘못된 매각 결정으로 인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번 이스타항공 매각이 성공한다면 퇴직했던 직원을 우선 채용한다지만, 아직 새 인수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을 길거리로 내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때다. /김수지기자 sjkim2935@metroseoul.co.kr

2021-04-25 11:59:20 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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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 딜레마

1980~2000년대 출생한 일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관심이 여러모로 뜨겁다. MZ세대는 인터넷이 발전한 시기와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통신 네트워크가 진화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앱 서비스를 어려서부터 체험하면서 ICT 기술에 익숙하다.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새로운 소비 권력층으로 부상한 MZ세대에 대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기술에 친숙하고 취향 소비, 가치 소비를 하는 MZ세대를 잡아야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또한 미래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M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분석된다. 이들을 겨냥해 환경을 생각한 '제로 웨이스팅' 활동을 하거나 친환경 전기차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몰두한 기업들이 호평을 받기도 한다. 딜레마도 있다. '공정'이나 '지속 가능한 삶', '선한 오지랖'에 나서는 MZ세대들은 기성 세대들처럼 불공정하거나 누군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묵인하지 않는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얻고 뭉치기도 잘한다. 최근 이슈가 된 KT의 인터넷 속도 문제 또한 유명 IT 전문 유튜버 '잇섭'에 의해 불거져 MZ세대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잇섭의 영상 게재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과 SNS에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인터넷 속도 불만이나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결국 정부가 실태점검 한다고 밝히고 CEO까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IT 기업에서 잇따른 연봉 인상 또한 MZ세대들의 적극적인 반발에서 시작됐다. 그간 주는 대로 연봉을 받던 직원들이 '산정 근거가 뭐냐'는 질문을 던지며 성과급 체계 전면 개편을 요구하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노조 또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한 투명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공정성과 실리를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의 목소리다. MZ세대들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핵심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쉬쉬'하던 기업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고, 환경과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착한 행보'를 이어가는 똑똑한 전략을 세워야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

2021-04-22 15:22:53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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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번에는 '협치'가 통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야당 소속 서울·부산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협치'를 말했다.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진 문 대통령은 오세훈·박형준 시장에게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청와대는 정무수석비서관을 소통 창구로 할 테니, 두 시장도 (소통) 채널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 앞서 문 대통령이 국정 과제 잘 마무리해야 하는 책임을 진 만큼 '협치'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부동산 논란 등 현안에 문 대통령이 대응해야 하는 만큼 '소통'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첫해인 2017년부터 줄곧 '협치'를 말했다. 2017년 5월 10일,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8년 '협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분기마다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현안에 대해 야당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여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협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현안인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조치를 언급하며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년 차인 2020년에도 '협치'를 말했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을 한 국회에 찾아간 문 대통령은 그동안 '협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반성한 뒤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말한 '협치'는 올해도 통하지 않았다. 야당 동의 없는 장관 임명이나 정책 실행 등을 강행하면서다.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부터 올해까지 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9명이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 개원 기념 연설에서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야당의 손바닥을 마주칠 수 있도록 조금 더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4-21 14:39:14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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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옥석가리는 'AI 인증', 기술 검증 제대로 될까

인공지능(AI) 업계에 AI 서비스나 솔루션의 품질을 인증하는 'AI 인증'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인공지능협회가 가장 발빠르게 2019년부터 AI 인증에 나서 이미 100여 개 기업이 인증을 획득했다. AI 기술에 대한 인증을 부여하는 'AI 테크' 인증과 AI 기업을 검증하는 'AI 비즈 인증'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표준협회가 SW 품질 전문기업 와이즈스톤과 공동으로 'AI+' 인증제도를 시행하면서 AI 인증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주요 가전제품에 대해, 금융업계 리더인 신한카드가 AI 챗봇과 플랫폼에 대해 인증을 받으면서, 굴지의 대기업들이 AI 인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이루다 사태'로 AI 개발할 때 AI 윤리를 필수로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국인공지능협회는 하반기 AI 윤리 인증도 시작할 계획이며,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도 AI 윤리 인증을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준비에 돌입했다. AI 기업인 회원사들에게 아직 별도의 회비를 받지 않는 한국인공지능협회와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등에는 AI 인증제도가 큰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AI·데이터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맞물려 500여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너도나도 'AI'를 표방하는 현 시점에서 AI 기업 및 기술에 대한 인증은 필요하다. AI 인증을 받으면 정부 사업 수주에 유리해질 수 있고, 해외 수출에도 힘을 받을 수 있어 AI 인증을 희망하는 기업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AI 인증에는 제대로 된 AI 기술, 기술력이 탄탄한 AI 기업을 가려내는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는, 철저한 기술 및 기업 검증이 수반되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인증 시험은 물론 현장 평가 등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협회의 수익 모델 마련을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AI 인증이 '얼렁뚱땅' 마련된다면, AI 생태계 조성과 AI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우량한 AI 기술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철저한 준비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추상적이기까지 한 AI 윤리를 제대로 적용했는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 지는 더 민감한 문제다. 대표 AI 기업인 네이버 조차도 AI 윤리를 어떻게 적용할 지 고심하고 있고, 올해 서울대 등과 이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AI 윤리 인증 도입도 필요하겠지만, 어떻게 제대로 검증하고, 공신력을 확보할지 준비과정은 더더욱 중요하다.

2021-04-20 11:12:29 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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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입맛따라 ESG…식품기업에 장애인은 소비자가 아닌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자가 아닌 걸까. 장애인에게 사람의 삶 중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식(食)'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품의 제품명, 유통기한 등 최소한의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음료의 경우 제품명 표기 없이 점자로 '음료'라고만 쓰여있고, 과자에는 점자표기가 전혀 없다. 신체장애인이 스스로 제품을 개봉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시스, 비락식혜, 칠성사이다, 코카콜라, 테라 등 점자 표기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하다.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제조 일자 및 유통기한과 같은 세부적이지만 기본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결국 장애인은 식품을 구매하고 섭취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은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판단하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의 원칙이 자기결정권 보장임에도 식품기업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은 이들의 '식(食)'에 대한 권리마저 침해한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 방법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소비자 기본법의 법률 제10조(표시의 기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물품 등을 잘못 선택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방법에 대한 기준을 국가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4조에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물품뿐 아니라 이를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식품 기업에서 주장하는 것은 '비용의 문제'다. 음료 캔에 점자를 넣을 경우 캔 뚜껑을 찍는 금형을 추가로 제작해야 한다. 해당 비용은 약 2000만원 정도다. '음료'라고 동일하게 표기하는 대신 개별 음료마다 다른 점자가 새겨진 뚜껑을 덮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종류에 따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비용논리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데서 나온다. 같은 '사람'으로서 음식을 누릴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신 '비용이 더 드는' '시혜의 대상'인 장애를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돌아왔다.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곳곳에 남아있고, 사회는 장애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식품회사의 제품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마저 부재함을 찾을 수 있다. 식품회사가 생각하는 ESG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들의 ESG는 '스펙좋은 여성임원 최초 선임'으로 끝나는 걸까.

2021-04-19 16:24:56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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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토부 장관과 집값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뒷모습은 여느 때 보다도 쓸쓸했다. 변 장관은 2·4대책을 발표하며 주택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했지만 맡은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다. 후임자로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뒤를 이었지만 노 전 실장이 부동산 관련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물론 그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당시 공공기관 기능조정, 임금피크제 등의 공공 부문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현 정부의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이란 점을 생각하면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내놓은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국무총리와 5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했다. 변 장관은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직전 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를 예고했다. LH직원의 부동산 투기 문제는 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주요원인으로도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변 장관은 재임시절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 전 공유하는 것은 형사처벌에 해당된다"며 정보 유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집안단속에 실패한 뒤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부동산 시장 불안은 전임자인 김현미 전 장관 때부터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역사상 유례없는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집값을 올려놓은 '1등 공신'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상 3기 신도시를 주도하고 발표한 김 전 장관은 현 시국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 궁금하다. 물론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이 김·변 두 장관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연 이들만의 잘못일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람에게 묻는다면 문책할 인물은 얼마든지 더 있다. '음참마속(泣斬馬謖)'도 대신할 인재가 있을 때 행해야 한다. 난국을 해결한 만한 인물이 없다면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책 설계 과정의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결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당장 발표되는 대책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되겠다.

2021-04-18 14:39:27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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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의 날'에만 풍족한 생리대?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한달 전 여성의 날을 맞아 여러 기업체에서 취약 계층 여성을 위한 생리대 기부에 한창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좋은느낌 생리대의 라이브 커머스를 기부와 연계해 최초로 진행하며 목표치 10만뷰 이상인 15만뷰를 달성, 약속했던 10만패드를 기부했다. 당시 유한킴벌리의 '힘내라 딸들아' 생리대 기부 캠페인에 30만명이 동참하며 주목받았다. 콜만은 '공식 홈페이지 리뉴얼 기념 댓글 이벤트' 내에 참여 댓글 1000개가 모이면 자사 생리대 1000개를 취약 계층 여성에게 후원하는 기부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자체의 후원도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는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보건위생물품인 생리대 구입비용을 1인당 월 1만1500원씩 지원한다고 다음날인 9일 밝혔다. 중랑구는 올해 1억4000여 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096명의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등 보건위생용품 구매권을 지원한다고 이후 발표했다. 많은 기업과 지자체에서 여성의 날에 생리대가 없어 곤란한 상황과 마주하는 여성들을 위해 힘써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아직도 월경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는지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선진국에서조차 여성 청소년의 10~15%(영국)는 생리용품을 구매할 수 없거나, 구매에 어려움이 있다. 월경권이란 모든 사람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생리를 할 수 있는 권리로 UN에서 명시한 기본 인권이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2000일 이상 생리를 하게 되어 있다. 오는 5월 28일이 세계 월경의 날이다. 기부와 지원도 좋지만 조금 더 지속적으로 여성의 월경권을 지킬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지난해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생리용품의 무료 제공을 법률로 정한 바 있다. 뉴질랜드는 올 6월부터 학교에서 생리용품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청하는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도록 하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자체 단위로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조례도 마련되고 있다. 정책이 어떻게 시행될지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2021-04-15 13:34:57 원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