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원전 1700년 경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큰 돌위에 법정을 새겼다. 내 눈을 상하게 하면 상대방의 눈을 상하게 하고, 내 이를 상하게 하면 상대방의 이를 상하게 한다. 야만적이어 보일 수 있는 이법은 알고 보면 권력자가 당한것 이상으로 약자에게 보복하려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애초부터 약자는 보복하기 어려우니, 권력자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며칠 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20%씩 오르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거래를 늘릴 수 있다. 이런부분은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30세대들은 오히려 이 말에 더 분노했다. 어른들이 얘기해줄 수 있는 만큼 본인들도 공정하게 자산의 이익을 불렸냐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땅투기 의혹을 받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 중 5명은 부장급인 2급이었다. 또 나머지 8명은 과천지역본부를 매개로 근무한 정년퇴직을 앞둔 이들이었다.
본인들은 온갖 꼼수로 자산을 증식해 놓고, 2030세대에게는 막무가내로 가상화폐 투자가 위험하다고 말했으니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2030세대들은 가상화폐 소득세에서도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체계와 질서가 마련돼 있는 부동산과 주식 등은 과세를 매길수 있지만, 그만큼의 체계와 질서가 마련돼 있지 않은 가상화폐에 대해 소득세를 내는 것은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30세대의 태도가 일방적인 복수심 또는 '행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2030세대는 복수는 불가하다.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소득도, 부동산 대출이 막혀 투자도 할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만 25~3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미래사회에서 개인의 자산축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자산축적이 가능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타인의 고통을 똑같이 경험하지 못해 공감하기 어렵다면 그들의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 지금은 2030세대가 분노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할 때다. 누구의 어떤 분노인지, 가지지 못한자가 더 갖지 못한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때다. 그것이 가진자의 탐욕이 실현되는 것보다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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