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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조조정·항공료 논란' 대한항공 약속 지키길

"구조조정은? 항공료는?" 최근 지인을 만나면 꼭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관련한 얘기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부 주도로 통합되면서 32년간 유지해 온 양강체제가 저물고 대한항공 독주 체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969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대한항공이 탄생됐다. 이후 무려 20여년 가까이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하늘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당시 대한항공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항공사였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 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은 대한항공의 서비스를 개선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아시아나항공 등장 이전까지 대한항공은 서비스 질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두 항공사가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항공권 안정된 가격을 유지했다. 이처럼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던 아시아나항공은 등장과 함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리스크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까지 겹치며 추락했다. 결국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자 대한항공과 합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통합을 통해 규모 경제를 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회사 소속원과 국민들은 통합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바로 구조조정과 항공권 가격 인상 등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해도 대한항공이 수년간 독점해온 몽골 노선에 대해 논란이 됐다. 몽골 노선은 홍콩과 비슷한 거리지만 대한항공이 독점하면서 항공권 가격은 성수기 최대 100만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홍콩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몽골 노선을 공동 운항하면서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또한 양사 통합으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벌써부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8일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며 "절대 고객의 편의나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부채비율을 보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없이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정부와 한진그룹 모두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항공권 가격 인상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2020-11-19 09:04:42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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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제의 기회 비용

한 임차인이 전셋집을 보러 다니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이번 계약 뿐만 아니라 갱신시에도 집주인이 전세자금대출에 적극 협조해준다는 조건이었다. 자금이 모자란가 했더니 막상 계약 당일에는 대출 하나 없이 한 번에 전셋값을 치뤘다. 계약 직전까지 은행에서 상담을 받은 임차인. 입주하고 몇 달 뒤까진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임대인에게 가능한 늦게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도와달라고 당부한다. 용도는 언제 당첨될 지도 모를 청약자금이었다. 서울에서 네 식구가 살만한 집이라면 이제 분양가 9억원 이하는 없다. 중도금 대출이 안되니 소위 '패밀리뱅크(증여)' 신세를 질 수 없는 서민들은 전세자금대출이라도 미리 받아놔야 할 터. 대출금 3억원, 금리는 낮게 2.5%만 잡아도 1년 이자만 750만원이다. 될 지 안될지도 모를 아파트 청약을 위해 매달 60만원 넘게 내야 한다. '청약로또'라는 희망고문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비용이다. 이젠 신용대출이다. 금융당국이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하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금요일에 규제 방안이 나오면서 시중은행의 온라인 창구로 신용대출 수요가 몰렸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접속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 두달 뒤에 매매잔금을 치뤄야 할 사람 뿐만 아니라 잠재적 매수자까지 '일단 받고보자'는 분위기다. 대출규모는 전세자금보다 작겠지만 금리는 더 높다. 이들 역시 한 달에 수 십 만원씩 쓸데없는 비용을 내게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시중 유동성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풀린 돈은 오른 전셋값으로, 잠재 매수 자금으로 장롱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수요과 공급이 아닌 금융으로만 규제를 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금융규제에 나섰다고 가계부채의 질이나 건전성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보다 더 위험한 신용대출과 보증대출만 급증했다.

2020-11-18 15:52:3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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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직도 동학개미?

대중의 언어는 때론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동학개미'가 그랬다. 조선 말엽 보국안민과 제폭구민을 내건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과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개미를 합친 말. 주식투자자들은 동학개미란 이름 아래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을 받아내는 힘 약한 독립투사가 됐다. 그 말이 생겨난 지도 1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동학개미의 집단적 영향력은 발생 당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단단해졌다. 표 셈법을 끝마친 계산 빠른 정치인들은 그 영향력에 탑승했다. 이젠 동학개미는 정책 방향성도 바꿀 수 있게 됐다.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 시킨 데 이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도 현행 유지에 성공했다. 현대판 연좌제로 불리게 된 가족합산 규정 또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견뎌내기 버거울 터다. 약자를 자칭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성을 발휘하더니 동학개미란 깃발 아래 정의(正義)가 됐다. 최근 수급 상황은 오히려 개인이 뱉고 외국인과 기관이 사는 형국인데도 그들은 여전한 동학개미다. 기관과 외국인은 국민과 충돌하는 기득권으로 묘사된다. 최근 대주주 요건 관련 사태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 백성을 침탈하려는 '왜장'으로 그려졌다. 그의 사표를 받아 냈을 때 동학개미의 결집력은 또 한 번 소리 없이 강해졌다. 이쯤 되면 기관도 안쓰럽다. 기관투자자는 연기금을 비롯해 금융투자, 보험, 투자신탁, 은행, 사모펀드 등이다. 모두 개인이 투자한 자금으로 운용된다. 기관이 돈을 벌면 최종적인 과실은 개인의 몫이다. 외국인과 함께 기득권 동맹으로 묶이기엔 결이 너무 다른데도 개인은 기관이 배를 불렸다는 소식에 분노한다. 동학개미는 집단의 목소리가 정치적 지형마저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젠 동학개미라는 억지스러운 포장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외세를 몰아내고 희생을 감내했던 동학농민운동이 주식투자와 비견됐던 것 자체가 억지였다. 개인은 시세 차익을 통한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 참가자일 뿐이다. 투자와 애국은 결이 다르다. /송태화기자 alvin@metroseoul.co.kr

2020-11-16 10:07:14 송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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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영어이름' 보다 우선돼야 할 것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에서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하던 도중 길을 잘못 들어서 인간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곳에서 치히로는 '센'으로 불리고, 기존에 입던 옷은 '유카타' 로 바뀐다. 인간 세상의 치히로를 완전히 잊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최근 은행들도 '이전의 치히로'를 잊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직원간에 직책이 아닌 영어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고, 유니폼 대신 복장자율화도 꾀한다.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를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꿔 IT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들이 애매하게 시행되면 '센'이 '치히로'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않는 이상 영어이름 부르기와 복장자율화는 취지와 달리 어떤 '형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몇 해전 한 핀테크 기업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주로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영어이름을 사용하다보니 같은 팀이더라도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웠다. 회의에서도 알수 있는 것은 A님 의견이 논리적이다,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다 정도. 몇 개월 뒤에서야 대표님이 B님이라는 것을 알게됐지만 그것을 알든 모르든 회의 분위기는 같았다. 이미 내부에서는 기탄없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의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이름 부르기와 복장자율화는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만 악화시킬 뿐이다. C님이 대표 부장 팀장인 것을 알게된 이상 의견을 걸러서 내놓을 수 있고, 유니폼과 같은 단정함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직원에게 유니폼보다 더 큰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혁신적인 은행을 위해 영어이름 쓰기와 복장자율화를 시행하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같은 시행에 앞서 누구의 의견이든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어떤 옷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우선 돼 있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2020-11-15 16:28:47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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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사기의 나라'

라임자산운용이 일부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을 처음 선언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환매중단 규모만 무려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제2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인가 했지만 라임사태는 불완전판매는 물론 자산의 98%가 부실해진 이후에도 투자자들을 속여 펀드를 판매한 '사기성' 사건이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시작됐지만 들여다보니 라임사태보다 더했다. 라임이 그래도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입었고, 그 손실을 감추려던 것이었다면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그냥 '사기'였다. 자금을 모으며 내세웠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는 아예 투자한 적이 없었다. 사모사채 발행사를 경유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거나 펀드간 돌려막기에 투자자들의 자금을 사용했다. 이 모든 일이 1990년대 우간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때는 2020년, 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꾼다는 나라에서 발생했다. 사모펀드로 입은 피해규모만 더해도 수조원대에 달한다. 회계법인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자금을 가지고 무얼 했는지 들여다 봤다. 절반이 넘는 금액을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1000억원 넘는 돈은 아예 어디에다 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금융인재들이 모여있다는 판매 금융사도,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당국도 운용사가 환매중단을 말하기 전까진 엉터리 금융사기를 몰랐다. 오히려 펀드 투자금 5146억원 가운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많아야 783억원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 넉 달이 걸렸을 뿐이다. 그것도 회계법인 인원 20명이 달라 붙어서 한 결과다. 수 조 원대 금융사기가 벌어지는 나라에선 사기 피해자는 많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직원 하나 남지 않은 빈 집이 됐다. 감독자는 썩은 사과를 판 게 잘못이라며 소매상을 닥달하고, 소매상은 감독실패를 탓하는 반박만이 빈 집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2020-11-12 15:37:4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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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는 부동산 폭등의 책임이 없습니까?

"서울시는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오른 서울의 아파트값은 오롯이 중앙 정부만의 실책인가요? 서울시의 정책 발표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기억은 잊으셨나요? 공급은 다 막아버리고 헛발질이나 차면서 정부 보조 맞춰 집값 올린 것은 누구 책임인가요?" 지난 7월 시민 이모씨가 서울시에 올린 상소문이다. 그의 지적대로 서울시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동족방뇨식 주택 공급 정책과 교통 인프라 차별로 지역 격차를 심화시킨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말처럼, 집값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는 이 상황만 어떻게든 모면해 보고자 하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서울시가 8·4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노원구와 마포구, 용산구에 각각 1만가구, 6200가구, 31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며 들고 일어섰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상암동 공공주택 건립 계획에 반대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숙고해 마련한 정책에 이런 부작용이 발생했을 리 없다. 특정 지역에만 대중교통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투자해 불균형 발전을 이끈 것도 서울시다. 서울연구원이 시내 대중교통 서비스의 지역 형평성을 평가한 결과 금천구와 관악구는 서울에서 대중교통 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혔다. 이 지역 주민들은 걸어서 10분 거리 이내에 이용 가능한 버스·지하철 노선이 드물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단시간 내 이동 가능한 지역도 얼마 안 됐다. 서울시는 이처럼 정작 필요한 곳에는 대중교통을 마련해 주지 않고 녹색순환버스라는 '수요 없는 공급'을 만들어냈다. 시는 녹색교통지역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시내 4개 노선에서 27대의 녹색순환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버스는 서울역·시청·종로와 명동·남산 관광지를 오가는데 해당 노선엔 이미 충분히 많은 버스가 운행 중에 있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홍보비로 10억원을 썼으니 41억원의 손해가 난 셈이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60.8%가 녹색교통지역을 모른다고 했다.

2020-11-11 16:18:3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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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소득 주도 성장.' 한 때 서민들을 열광시켰던 단어다. GDP 3만달러 시대, 사람들은 이제서야 선진국 수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높였다. 3년여가 지난 지금 이 단어를 말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글로벌 경기 불안 확대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급감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나마 있던 소득조차 받지 못하게된 탓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규제 확대는 기업들이 돈 주머니를 잠그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부탁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채용 계획을 포기하는 일도 속출했다. 뒤 이은 부동산 사태는 소득 주도 성장을 완전히 무덤 속에 밀어 넣었다. 불과 2~3년 만에 서울 아파트 값이 2배 이상 폭등하면서 노동 가치가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 실거주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내년에는 다시 한 번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잘못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등 수요 제한 이후 재개발 제한 등 공급을 막은 탓이라는 것. 뒤늦은 보유세 인상에 1주택자들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 순서가 반대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규제 완화로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제고한 이후에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더라면, 부동산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준 다음 중과세 정책을 펼쳤다면, 가재와 붕어들이 살기 좋은 개천을 만들 수 있었을테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한 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목표로 공정 경제 3법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초법적 권한을 제한해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취지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지배력을 잃거나 외국계 자본에 경영권을 뺏기면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으로 전세계가 국내 재계에 주목하는 상황, 오너 경영보다 위기를 잘 극복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 물론, 늘 그랬듯 정부와 여당은 이득이다. 오너 지분과 권한이 줄어들면 국민연금을 통해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축소와는 별개로 말이다.

2020-11-10 16:00:02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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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당은 왜 소상공인연합회를 '패싱'했나

지난 5일 아침 8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회의실에 이 대표를 포함해 김태년 원대대표 등 여당 핵심관계자들이 함께 둘러앉았다. 이날 자리는 여당이 법정기념일인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소상공인 관련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뿐만 아니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함께 했다. 소상공인 업계와의 간담회인 만큼 업계 관계자들도 배석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당연히 함께 해야 할 소상공인연합회는 당초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초청 명단에 없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도 빠졌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든 소상공인 관련 유일한 법정단체가 소상공인 날에 여당이 만든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대신 ○○○연합회, ○○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소상공인을 대표해 간담회 좌석을 채웠다. 일부 단체는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곳들이다. 소상공인연합회를 왜 부르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부회장을 맡고 있는 수퍼마켓조합연합회 관계자가 자리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게 여당측 답변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정식 초청을 받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연합회 관계자는 "참석한 분이 부회장은 맞지만 개인자격으로 간 것일뿐, (여당이)연합회에는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당측에)서운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며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리를 주재한 이낙연 대표야 초청자 명단이 왜 그리 됐는지, 누가 빠졌는지를 소상히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자리를 세팅한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가 만들어놓은 법정단체가 실수든, 의도적이든 빠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상공인 관련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많이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패싱'을 할 일은 아니다"면서 "소상공인은 보듬어야 할 대상이지 배제할 대상이 아닌데 이번 '패싱'만 봐도 소상공인에 대한 여당의 편협한 시각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20-11-08 10:31:5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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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호家에 화난 소액주주들

아시아나항공의 소액주주들이 금호가(家)에 대해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균등 무상감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하에 대주주에게만 잘못한 경영의 책임을 묻는 '차등 감자' 방식이 아닌, 전 주주를 대상으로 3 대 1 비율의 무상 감자를 추진하겠다는 것. 그러나 아시아나가 이 같은 경영난에 몰리기까지 과연 코로나19 여파가 주요한 원인이 된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2분기부터 지속 적자를 내왔을 뿐만 아니라, 앞서 2009년 말에도 모회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뒤 약 5년간 자율협약 후 졸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공적 자금 투입으로 살려놨던 아시아나가 잘못된 경영으로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이 같은 균등 무상감자의 추진 결정에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호석화는 앞서 산업은행에 균등 무상감자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문서로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금호석화가 향후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경우 소송까지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금호석화마저 사실상 균등 무상감자를 하더라도 법적 조처를 취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가 경영난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여러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아시아나를 믿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만 '날벼락'을 맞게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소액주주는 당초 1억2994만3831주에서 3분의 1을 균등감자해 4331만4610주를 보유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이 잘못된 경영으로 인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은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2020-11-05 15:30:46 김수지 기자
[기자수첩] 민주당에서 사라진 '문재인의 무공천 약속'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무공천 약속'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 차원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약속을 당헌 제96조 2항에 명문화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서 이 약속이 사실상 사라졌다. 문 대통령의 '무공천 약속'이 사라진 것은 내년 4월 치르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 당원 투표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추천' 찬반 여부를 물었다. 투표 결과 찬성 86.64%, 반대 13.36%로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지난 3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제96조 2항에 '단,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어긴 데 대해 사과한 뒤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해 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핑계로 문 대통령이 정치 개혁 차원에서 한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 사라진 셈이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결과가 2022년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에 중요한 선거일 수 있다. 그럼에도 공당이 약속한 '정치 개혁' 과제가 선거를 이유로 무너질 만큼 사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또 이번 결정에 대해 '당원에게 뜻을 묻고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는 어쩌면 비판받을 수 있는 결정을 당원에게 미룬 것은 아닐까. 책임 정치가 결정의 이유라면 숙의를 거쳐 결론 내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아닐까. 물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두고 투표하는 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당원에게 되묻고 번복하는 행동은 옳은 게 아니라고 본다.

2020-11-04 14:30:12 최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