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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국대 AI', 누구를 위한 패자부활전인가

대한민국 AI 주권을 지키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공허한 울림만 남기고 있다. 정작 판을 키워야 할 대기업들은 줄줄이 보따리를 쌌고, 그 자리를 스타트업들이 채우고 있다. 겉보기엔 '스타트업의 반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료주의적 경직성과 오락가락하는 행정이 만든 '흥행 참패'의 기록일 뿐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국대'급 후보들의 이탈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NC AI 등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패자부활전 불참을 선언했다. 한 번의 탈락으로 낙인찍힌 '기술력 부족'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다시 도전하기엔, 정부가 제시한 '룰'이 너무나도 자의적이고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와 학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독파모의 가장 큰 결함은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바닥부터 개발)'에 대한 강박이다. AI 석학 조경현 교수의 비판처럼, 기술의 성능과 활용도보다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형식에 집착하는 것은 지극히 관료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효율성과 속도전으로 넘어갔는데, 우리 정부만 '독자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매몰되어 기업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트릴리온랩스 같은 실력파 스타트업들이 참전을 선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과는 별개로, 프로젝트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이미 4개월 이상 앞서나간 기존 3개 정예팀과의 격차를 후발주자가 압축적으로 따라잡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번 패자부활전은 자칫 '들러리 세우기' 혹은 '행정적 면피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똑같은 기간을 주겠다"며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기업들에 필요한 건 공정한 시험 시간이 아니라 유연한 지원과 명확한 로드맵이다. 툭하면 바뀌는 가이드라인과 '패자부활전'이라는 급조된 규칙은 기업들에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정부가 임명장을 준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될 때 자연스럽게 붙는 칭호다. 지금처럼 관료적 잣대로 줄을 세우고, 기술의 본질보다 형식적 독자성에 매몰된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면 '국대 AI'는 그저 정부 보고서 속의 박제된 성과로 남을 뿐이다. 알맹이가 빠진 패자부활전에 박수를 보낼 기업이 얼마나 될지, 정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6-01-20 14:03:53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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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식투쟁

투쟁 현장에서 '단식'은 최후의 방법으로 쓰인다. 약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닿지 않을 때, 목소리가 들려도 강자들이 듣지 않을 때다. 단식은 제도와 권력, 발언권을 갖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극단적인 의사표현'이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하는 이들 앞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래 전 단식투쟁을 하던 세월호 유족 앞에서 일명 '폭식'을 한 이들이 비판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모든 단식을 같은 공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국회, 그리고 상당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점유하는 정치 세력이 단식을 선택한다면 말이다. 야당이 뭔가를 얻고 싶다면 여당에게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야당은 협상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대화를 거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당대표가 단식에 나섰다. 이번엔 이유가 '독재 타도'거나 '국정조사', '야당과의 대화 촉구'가 아니다.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 도입을 위한 것이다. 충분히 협상이 가능한 주제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대여(對與) 투쟁용'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흔히 보는 투쟁 현장에서의 단식은 '출구 전략'이 없다. 약자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라서다. 약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단식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단식'은 출구 전략을 세워놓는다. 이번 단식도 마찬가지다. 여론의 부담을 느낀 여권이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상응하는 조건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의료진 권고'를 통해 단식을 멈출 수도 있다. 이것만 봐도 통상의 '단식투쟁'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단식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음에도 논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부작용이 생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의 필요성을 면밀히 따질 시간은 사라진다. 논리적인 협상은 사라지고, '누가 더 고통받고 있나'라는 문제만 부각된다. 단식은 약자의 수단일 때만 의미가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단식을 택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전락한다. 단식이라는 투쟁 행위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은 정치권에서 '정치적 이유'를 내세운 단식 투쟁을 보고 싶지 않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1-18 17:08:00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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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뢰로 벼텨야 할 때

가전업계가 수요 침체와 원자재·부품 비용 부담이 겹치며 어려운 업황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가전 기업들이 외형 성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보다는 '버티기 싸움'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조원의 영업익을 기록했으나 TV·가전 사업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LG전자 역시 TV등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부진과 마케팅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제는 단순한 수요 둔화에 그치지 않는다. 샤오미,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경쟁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더욱이 샤오미는 단독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며 브랜드 노출에 적극이다. 과거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던 중국 가전 기업들이 이제는 디자인과 기능 측면에서도 빠르게 개선된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에는 미묘한 경계심이 남아 있다. 품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평가와 달리 보안·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스마트TV와 가전이 개인 정보와 생활 데이터를 다루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가전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중국 업체들과 맞붙기보다는 신뢰·품질·사후 서비스·보안 역량 등에서 차별화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어려운 업황 속에서 살아남는 힘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라, 얼마나 탄탄한 브랜드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는 브랜드 신뢰를 지키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누가 더 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1-14 14:59:11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성장 멈춘 배터리 산업…남은 것은 체력 싸움

전기차(EV) 수요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간은 '성장'이 아닌 '버티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V 중심 사업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어느 쪽도 단기간에 실적을 떠받칠 만큼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CATL, BYD 등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동시에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수정과 EV 생산 계획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대규모 공급 계약 취소와 집행 축소가 잇따르며 한때 성장 산업의 상징이던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올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업계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 시점을 2027년 전후로 보고 있다. EV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기간 반등보다는 체력 유지가 우선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도 공격에서 방어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증설 계획은 축소되거나 연기됐고, 일부 기업은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설비 투자와 신규 사업보다는 현금 흐름 관리와 고정비 통제가 우선되는 분위기다. '언제 다시 성장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왔다. 대체 시장으로 거론되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기대만큼 빠른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설치 용량은 늘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터리 셀 수요 역시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V 부진을 단번에 상쇄할 만큼의 규모와 속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배터리 산업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는 잠시 접어두고,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늦추며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견디느냐가 중요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기차에 대한 보급 확대는 물론 재생 에너지 육성에 발빠른 행보가 요구된다. 특히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을 손 놓고 방관자로 머물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국내업체의 육성에 도움이 되도록 행정당국의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다.

2026-01-13 14:36:34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쌓인 힘의 K-뷰티, 기회와 과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2208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직전 분기 전망치인 74보다 3p 상승한 77로 집계돼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100)에 못 미쳤다.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 기업의 전망지수가 90으로 16p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의 전망지수는 74에 그쳤다. 고환율과 고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초 체감 경기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화장품'이 반도체와 함께 업황 호조를 기록했다. 화장품은 '언제부터 수출 효자 품목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K뷰티는 결코 낯설지 않은 산업이다. 과거 1960년대 경공업 수출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중공업 중심의 성장 전략 뒤편에서 자리를 지켰다. 위기 국면마다 산업의 변두리에서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최근 K뷰티의 발전하는 모습은 또 확연하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브랜드 기업은 세계 곳곳으로 입지를 넓혀 'K' 위상을 높이고, 제조개발생산(ODM) 기업은 국산 기술력으로 'K'의 가치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가치사슬은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J올리브영 등 단일 허브 체제가 사실상 표준이 되고, 방한 외국인을 사로잡으며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이어지는 역직구 소비 흐름까지 아우른다. 화장품 산업 전반에 걸쳐서 가시화되고 있는 수출 성과 이면에는 내수 부진이라는 그림자도 공존한다. 원팀처럼 보이는 생태계는 효율적이지만 일각에선 성공 공식의 획일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소 및 인디 뷰티 브랜드는 특정 플랫폼과 검증된 인기 코드에 의존하게 되고 K를 대표하는 요소들은 점차 비슷한 얼굴을 띤다. 단기 성과에는 유리하지만 다양성과 실험성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 있다. 화장품은 위기의 수출 국면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공식을 내수 생태계로 이식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열풍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혁신과 경험 축적에서 나온다. 수출 성과 뒤에서 내수를 다시 묻지 않는다면, 오늘의 효율은 내일의 제약이 될 수 있다.

2026-01-12 16:42:1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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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시 ‘지방대 반등’인가…관건은 ‘지역인재 채용 실적’

올해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에서 '서울=정답'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권과 지방권의 경쟁률 격차는 0.40대 1까지 좁혀지며 최근 5년 새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했다.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은 평균 경쟁률이 서울권을 앞질렀다. 지방권 경쟁률은 5년 새 최고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방대 반등'처럼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단순히 지방대 선호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경쟁률 격차 축소는 "지방대가 좋아져서"라기보다 서울 진학에 따른 거주비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숙사 자리를 놓치면 월세로, 월세가 버거우면 통학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비용이 선택의 기준을 바꿈 것이다. 등록금에 더해 거주비와 생활비까지 고려하는 '총비용 경쟁'이 수험생 선택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수험생 선택의 언어가 '간판'에서 '생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지방권 경쟁률 상승은 '지방대 반등'이 아니라 '수도권 비용폭탄'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방권 선택도 '하향'이 아니라 '선별'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종로학원 자료를 보면 지방권 지원은 일부 대학으로 집중됐다. 지거국 가운데 지원자 수 상위 대학은 △부산대 7551명 △경북대 6494명 △전북대 6292명 △충북대 5759명 △경상국립대 5568명으로 집계됐고, 지방 사립대 역시 △단국대(천안) 6212명 △계명대 5864명 △순천향대 5522명 △고려대(세종) 4350명 등 특정 대학으로 지원이 집중됐다. 지방권 경쟁률 상승은 '지방대 전반의 반등'이라기보다, 수험생들이 지역 내에서도 취업·전공 경쟁력, 정주 여건을 감안해 실리적으로 선택지를 좁혔다는 신호로 읽힌다. 취업이 서울과 지방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비명문 서울 진학이 주는 비용 대비 효용은 과거만큼 선명하지 않다. 결국 일부 수험생들은 서울 하위권보다 지역 내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택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학업을 이어갈 경로를 택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경쟁률이 아니라 취업 데이터가 결정한다. 글로컬대학, RISE 등 지방대 육성 정책도 결국 '지원율'이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채용 성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역인재 채용의무가 실제 성과로 축적돼 취업률로 확인될 때, 지방대에 대한 인식은 비로소 재평가될 수 있다. 결국 수험생이 보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취업 데이터가 쌓일 때 인식도 바뀐다.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1-11 15:25:28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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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피지컬AI 대전환속 안전·윤리 등 사회적 논의도 중요하다

2026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AI)다. 글로벌 기업들의 새해 전략은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2026'에서도 가전, 자동차 등 산업 전체에 AI는 깊숙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스스로 판단해 직접 실행까지 옮기는 '에이전틱 AI', 디지털을 넘어 물리 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피지컬 AI'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는 AI 기술은 인간의 삶과 사회적 문제 등을 풀어내는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CES2026에서 LG전자는 사용자 생활패턴을 학습하고 집안일을 실제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품하고, 현대차도 산업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자동화 로봇을 공개했다.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로봇, 사람을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헬스 케어 로봇,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 자율주행, 제조 공장에서 로봇이 물건을 조립하고 옮기는 산업 로봇 등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AI 기술 고도화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도 확대되고 있다.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와 영상에 딥페이크를 활용한 악의적인 정보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는 피지컬 AI로 확대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즉 AI기술의 진화가 우리의 안전, 윤리, 일자리 변화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사회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1월 22일부터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AI 기술 발전이 막히지 않도록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기본으로 하며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는 고위험 AI로 지정해 보다 꼼꼼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미래 먹거리 AI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만큼 규제 리스크 확대가 아닌 AI가 우리 산업과 일상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2026-01-07 16:27:04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이제 디지털자산은 '눈치 게임'이 아니다

지난달 증시에서 증권사들의 준비성이 확인됐다. 고점을 향해 가는 코스피와 상반되게 증권 업종은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다만 조용히 준비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갈라지고 있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만 선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가의 등락보다, 누가 이미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진 시기였다. 증권사들이 찾는 '새로운 먹거리'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기존 수익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고, 실적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지에 가깝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에 이어 디지털자산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에게 디지털자산은 여전히 '해볼까 말까'의 영역일까. 적어도 요즘 시장에서 그 질문은 이미 과거형에 가깝다.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증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이 아니라 제도화다. 법과 규칙이 마련되는 순간, 디지털자산은 '하고 싶으면 하는 사업'이 아니라 '준비된 곳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STO) 법안 통과가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회를 여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을 세운다. 이 장벽 앞에서 증권사들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대형사는 이미 인프라와 인력, 내부 통제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면, 중소형사 대부분은 기존에 노출됐던 사업에서만 성패가 좌우된다. 자본 여력과 조직 규모의 한계로 신사업 진입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이 본격화될수록 증권사 간 격차는 단순한 성과 차이를 넘어, 사업 구조의 차이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발주자의 유리함은 단순히 먼저 뛰어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제도가 시행되는 순간, 시장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시스템과 통제를 먼저 갖춘 곳은 규칙을 설계하는 쪽에 서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그 규칙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발행어음과 IMA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자산 역시 단기적인 테마라기보다는 어떤 구조로 다음 사이클을 맞이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증권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눈치를 보느냐, 준비를 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간극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1-06 13:18:58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막차 이후, 남은 질문

"이제 '막차'도 끊겼네요." 메리츠증권이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종료한 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나온 말이다.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담은 '슈퍼365' 계좌 혜택이 종료(기존 고객은 유지)되면서, 수수료 우대 이벤트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의 문제의식과 시장의 반응 사이에는 온도 차가 있다. 당국은 과열된 마케팅을 문제 삼았지만, 투자자들이 받아들인 변화는 '마케팅 자제'가 아니라 '해외투자에 대한 경계 강화'로 집중됐고 항간에는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줬다. 흥미로운 건 뒤이은 투자자 반응이다. "애초에 이벤트 때문에 해외주식 한 건 아니다", "막차 끊겼다고 가던 길을 멈추진 않는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조치가 투자 행태를 뒤집어엎을 만큼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향한 자금의 방향은 수수료 몇 푼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더 나은 실적, 더 빠른 성장, 더 명확한 스토리를 향한 투자자들의 '결정'이었다. 막차를 끊는다고 해서 목적지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지금 국내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그 사이 급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의 저력은 다시 증명되고 있고, 코스피는 4400선을 넘어섰다. '국장은 안 된다'는 말이 자동 반사처럼 나오던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국면이다. 시장은 살아 있고, 몇몇 기업은 결과로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더더욱 필요한 건 '해외투자를 줄여라'는 신호가 아니라 '국장으로 돌아올 만하다'는 근거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주주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규제가 아니라 신뢰가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불공정거래가 국내 주식시장에는 발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당국이 말하는 '코리아 프리미엄' 역시 마찬가지다. 구호만으로는 '프리미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공정거래를 잡고,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성장의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작동할 때 비로소 설득력이 생긴다. 투자자는 방향을 지시받아 움직이지 않는다. 납득할 수 있을 때 움직인다. 수수료 막차는 끊겼다. 하지만 시장이 진짜 던지는 질문은 따로 있다. 돌아오라고 부를 만한 '역'을, 지금 우리는 만들어두었는가.

2026-01-05 15:50:51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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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의 화두, 내부통제 강화

새해부터 제2금융권 수장들이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체계와 상시 검사 시스템을 고도화해 금융 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도입을 통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금융권의 경우 내부통제 문제는 금융 사고와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상호금융권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15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신협이 68건, 새마을금고 39건, 농협 28건, 수협이 22건으로 집계됐다. 정보보호 유출 사고와 연결고리도 있다. 최근 신한카드에서 내부 직원의 일탈로 가맹점주 다수의 개인정보가 3년간 유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24년에는 우리카드 직원이 가맹점주 개인정보를 카드 모집인에게 넘겨 정보를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관련 이슈는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하고 상호금융권을 향해 내부통제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해 금융위원회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상호금융권에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하고 외부감사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국회도 나섰다. 지난 2024년 국회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그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단순 기준 강화를 넘어 처벌에 대한 규정 역시 촘촘하게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내부통제 문제는 소비자 피해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공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반복되는 금융 사고를 두고 "내부통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이드라인만 강화될 뿐, 내부통제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올해만큼은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2026-01-04 13:12:52 안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