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라 쓰고 파트너십 코드라 말한다] <4> 기업에도 방패있어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 수탁자책임) 도입 후 첫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의 의결권 행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의 의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오히려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행동주의, 기업경영 악화시켜…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 개입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등 기업의 모든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경연은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행동주의로 공격한 438개 기업 중 2013년, 2014년에 공격을 시작하고 종료한 48개 기업을 대상으로 3년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공격을 시작~종료한 해)의 고용인원은 전년 대비 4.8% 감소했고 공격 다음 해에는 18.1%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공격 이전 매년 증가하던 설비투자는 공격 종료 직후(1년) 연도 및 2년 후에는 각각 전년 대비 23.8%, 21.2% 감소했고, R&D 투자는 전년보다 20.8%, 9.7%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의 당기순이익, 영업이익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과 다음해까지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공격한 기간에는 전년 대비 46.2%, 공격 기간 다음 해에는 83.6%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또 영업이익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 동안 전년 대비 40.6%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의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은 급격히 늘었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공격하기 전 전년 대비 7~8% 내외로 증가하던 자기주식은 공격한 기간 동안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 공격한 기간에 배당금은 전년 대비 63.8% 급증했다. 흔히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을 공격하면서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보다 고용, 투자,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기업 가치를 악화시켰다"면서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역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경영권자의 경영권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 가입자만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제정되고 운영되면 자본시장이 망가질 것"이라면서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경영권 강화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게 최소한의 방어막을…
재계에서는 선진국 처럼 대주주 경영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일본을 비롯한 주요국가는 포이즌 필(poison pill), 차등(差等)의결권, 황금주 등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도입하고 있다.
먼저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대주주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외부 세력의 공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기업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의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실제로 미국 포드차는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7% 지분만을 갖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최대 4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황금주는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진 주식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포이즌필 등 대주주에게 경영 안정성을 부여하는 관련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단기 차익만 노리고 떠나는 헤지펀드로부터 최소한의 방패는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대주주 견제'에만 방점을 찍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논하는 건 자본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