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어 한 줄에 디자인 완성…‘바이브 디자인’ 경쟁 본격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라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자연어 명령만으로 높은 수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현하는 이른바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사용자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맥락을 AI가 파악해 결과물을 내놓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그래픽 AI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0일 <메트로경제 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그래픽 생성 AI 신제품을 공개하며 '바이브 디자인'을 차세대 핵심 경쟁력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오픈AI는 오는 21일(현지시간) 새로운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출시할 예정으로, 업계에는 최근 AI 블라인드 테스트 플랫폼 '아레나 AI'에 올라온 '덕테이프(Duck-Tape)'를 해당 모델로 추정하고 있다. 덕테이프는 그간 이미지 생성 AI의 고질적 난제로 꼽혔던 한글 등 비(非) 영어권 언어의 렌더링 장벽을 완벽에 가깝게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모델들이 한글 문자를 입력할 때 글자가 뭉개지거나 오타가 빈번했던 것과 달리, 덕테이프는 복잡한 문장은 물론 간판, 말풍선, 손글씨 노트까지 오류 없이 구현한다. 업계에서는 덕테이프가 생성한 광고 시안의 품질이 전문 디자이너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픈AI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실적 반등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8월 '나노바나나(Nano Banana)' 시리즈를 출시해 이미 바이브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줬다. 최신 모델인 '나노바나나 2'는 제미나이의 실제 세계 지식 기반을 활용하고 웹 검색 기능을 통해 최신 정보나 특정장소, 실존하는 사물 등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 머리카락 한 올, 피부 질감, 복잡한 패턴의 직물 등 전문가급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을 구현하며 실사 사진부터 유화, 3D 랜더링, 픽셀아트, 인포그래픽 등을 넘나든다. 나노바나나는 이미 2억 건 이상의 이미지 편집을 수행하며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실질적인 서비스 점유율 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앤스로픽 또한 지난 17일 시각디자인과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 '클로드 디자인'을 새롭게 공개했다. 최신 AI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7'을 기반으로 상위 멤버십 사용자를 시작으로 제공되고 있다. 클로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어로 설명한 디자인을 AI가 초안을 생성한 뒤, 사용자가 추가 대화와 주석, 직접편집, 슬라이더 조정 등을 통해 결과물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핸드오프(Handoff)' 구조로 완성된 디자인을 하나의 패키지로 정리해 AI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에 전달, 실제 구현까지 가능하다. 생성형 AI 기업들에서 연이어 출시되는 그래픽 AI 툴들에 전통적인 디자인 툴들도 AI로 항전하고 있다. 어도비는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 '에이전틱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으로 진화시키며 대응에 나섰다. 어도비가 최근 공개한 '파이어플라이 AI 어시스턴트'는 포토샵, 프리미어, 일러스트레이터 등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앱 전반의 복잡한 다단계 워크플로우를 스스로 조율한다. 사용자가 일상적인 언어로 결과물을 설명하면 AI가 각 앱의 기능을 호출해 작업을 완수하는 방식이다. 이는 앱과 앱 사이의 벽을 허무는 '통합 실행력'을 핵심으로 하며, 창작자가 방향을 제시하면 AI가 실제 실행을 담당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캔바(Canva)는 '캔바 AI 2.0'을 통해 디자인 플랫폼에서 AI 플랫폼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캔바의 차별점은 아이디어 구상부터 최종 결과물 완성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에 있다. 캐머런 애덤스 캔바 CPO는 "대다수 AI 도구가 일회성 이미지 생성에 그치는 것과 달리, 캔바는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의도 라우팅' 기술을 통해 수정과 편집이 가능한 살아있는 디자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