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佛 샤블리 '윌리엄 페브르'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 사람이든 와인이든 마찬가지다. 와인마다 그렇게 테루아를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 샤블리가 그렇다. 포도밭을 그랑 크뤼 등급으로 지정하는 기준 자체가 토양이다. 불과 몇 발자국 차이로 크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가 나뉘기도 한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골든'을 노래하며 내면의 빛나는 본질을 깨닫듯이 샤블리의 도멘 윌리엄 페브르에게 와인 양조는 테루아의 가치를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도멘 바롱 드 로칠드(DBR) 피에르-안투안 발랑 아시아 태평양 매니저(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윌리엄 페브르의 철학은 샤블리의 정통성과 탁월함, 순수성, 그리고 테루아에 대한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페브르는 작년 DBR 라피트 가문에 합류했다. 윌리엄 페브르 자체로는 3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와인을 맛보기에 앞서 먼저 샤블리가 어떤 곳인지 보자. 지리적으로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북쪽이다. 와인 이름에 우리로는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지역이나 마을명이 많아 그렇지 사실 샤블리 와인은 쉽다. 포도품종 단 하나, 샤도네이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전부다.
다른 화이트 와인으로는 대체 불가한 샤블리의 매력은 순수한 미네랄감이다. 한 때 바다였던, 그래서 굴 등 해양 화석을 품은 토양 덕분이다. 무려 1억5000만 년의 시간을 담은 테루아다.
윌리엄 페브르는 샤블리 와이너리 가운데 가장 많은 78㏊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특히 7개 그랑 크뤼 포도밭(끌리마) 중 5곳에 포도밭이 있다.
피에르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자로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30~60년인 올드 바인 위주"라며 "소출량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응축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지닌 와인을 만들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루아를 강조했으니 같은 그랑 크뤼, 같은 프리미에 크뤼라도 포도밭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집중해 본다.
레 끌로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상징과도 같은 포도밭이다. 면적도 가장 넓다. 가파른 경사와 석회질과 점토가 깊은 토양이 와인에 힘을 실어준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 2022'는 맑은 황금빛에 자몽, 레몬 등 시트러스와 백도같은 핵과일, 흰 꽃과 오렌지 껍질, 부싯돌의 아로마가 복합적이다. 입안에서는 과실미는 응축됐고, 좋은 질감과 선명한 산도, 짭쫄한 미네랄이 그랑 크뤼 와인의 전형이다.
피에르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경우 2-3년 후부터 시음 적기에 들어서지만 15년 안팎이 최고 절정이 될 것"이라며 "너무 차갑게 마시기 보다는 적당한 온도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레 프뢰즈는 그랑 크뤼 포도밭 가운데 가장 우아함을 가진 곳이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프뢰즈 2020'는 과실에 꽃향, 농축된 미네랄과 미묘한 부싯돌 아로마가 어우러진다. 입 안에서는 매끄러운 질감과 둥글면서 존재감 있는 산도가 확실이 세련되고 우아하다.
테니스 선수로 비교하자면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가 힘을 가진 나달, 샤블리 그랑 크뤼 레 프뢰즈가 정교하고 우아한 페더러다.
푸르숌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이지만 그랑 크뤼인 레 프뢰즈와 바로 맞닿아 있다. 베이비 그랑 크뤼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단 얘기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푸르숌 2020'은 과실미는 신선하면서 햇살을 충분히 받은만큼 풍성한 질감과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기본 샤블리급과 비교하면 미네랄감은 더 좋아졌고, 여운도 길다. 해산물이나 굴과 잘 어울린다.
보로랑은 푸르숌 포도밭에 속해 있지만 좀 더 작은 구획인 단일 파셀이다. 레 프뢰즈와 붙어있고, 방향도 좀 더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거의 그랑 크뤼와 같은 조건이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보로랑 2020'은 풍부한 과실미와 뚜렷한 미네랄감, 우아한 질감과 집중력있는 모습이 확실히 그랑 크뤼에 한 발 다가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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