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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동의 없는 녹음’ 증거는 되지만…원칙적으론 ’음성권 침해’

김지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대법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한 행위와 그 법적 효력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04730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녹음 증거 사용은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 사건은 A자산운용사에서 원고가 근무하고 있는 영업소 폐점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A회사는 원고에게 영업소를 폐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면서 원고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때 A회사의 마케팅부서장이 원고와의 대화를 원고 동의 없이 녹음했고, 이를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원고는 A회사 및 A회사의 대표이사와 마케팅부서장(이하, 피고들이라고 한다)을 상대로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 침해와 음성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되는 인격권의 일환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본인 의사에 반해 함부로 녹음·재생·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음성권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기존의 판례가 인정해온 것과 같이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했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해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곧바로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해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해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춰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피고의 녹음행위가 분쟁 예방과 증거 확보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피고 측은 녹음 파일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을 뿐, 방송이나 배포 등 외부 공개는 하지 않았으며, △그외 원고의 피해 정도가 크지 않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녹음의 목적·방법·사용 범위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달라진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즉, 증거 확보 목적의 녹음은 허용되지만, 공개·배포 행위로 인하여 그 피해가 확대되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 녹음은 분쟁 상황에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그 목적과 사용 범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녹음의 목적·방법·사용 범위에 따른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분쟁 대응과 증거 제출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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