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동학개미’…우량주 쓸어 담고 인버스 팔고
오랜 증시 격언인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엔 팔아라)'를 의식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전략에 변화를 둔 정황이 포착됐다. 계절적으로 5월엔 지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미국이 코로나19 책임을 두고 대(對)중 관세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2차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부각된 점 등도 시장에 단기적인 조정기가 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개미들은 최근 한동안 외면했던 우량주에 몰려갔다. 황금연휴가 끝난 후 2차 상승의 갈림길로 평가됐던 5월 첫 거래일(4일)에 5089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두 번째로 많이 산 SK하이닉스(1691억원)의 3배 이상을 쓸어 담았다. KODEX 레버리지(1587억원), LG화학(922억원), 삼성전자우(534억원), KB금융(492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랐다. 연휴 시작 전 3일만 장이 열렸던 지난주와 정반대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인 순매도 종목 1·2위에 올랐다. 각각 2324억원, 1092억원씩 순매도했다. 지난 4월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 과정을 거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망한 개별 종목이나 테마 쪽으로 자금이 향했던 상황에서 반등 가능성이 커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주 쪽으로 다시 자금이 쏠렸다. 지수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성장주를 활용하는 방법을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시 불확실성이 짙을 때는 뚜렷한 이익이 눈에 보이는 우량주가 안전지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수가 떨어졌을 때 저가매수에 나섰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똑똑해졌다"며 "주가가 내려갔을 때 사자는 저가매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가 저점이라고 판단한 개인들이 우량주 위주로 재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개인 순매수액이 2조원에 달했던 인버스(하락장에서 수익을 냄) 상품을 팔아치운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1790억원 순매도돼 가장 많이 팔린 종목으로 나타났고, KODEX 인버스도 468억원 순매도됐다. 이어 카카오(197억원), 부광약품(88억원), LG전자(73억원), TIGER 200선물인버스2(51억원), 호텔신라(40억원)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개인의 매도세에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쓸어 담으며 인버스 상품은 일제히 뛰어 올랐다. 특히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인버스2X의 강세가 돋보였다. 이날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전 거래일보다 445원(6.59%) 오른 7195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인버스2X 상품 역시 비슷했다. ARIRANG 200선물인버스2X(6.35%), KBSTAR 200선물인버스2X(6.31%), KOSEF 200선물인버스2X(6.2%), KODEX 200선물인버스2X(6.01%)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인버스 상품을 짧은 기간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유효해 보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현시점 대비 10% 내외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선 주가 급등에 따른 피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 상승 탄력이 둔화하면서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의 비관론에도 IT주로 대표되는 언택트(Untact) 트렌드 관련주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업종들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는 이전보다 더 집중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4차 산업혁명 사이클 속에 정책·사회변화가 가세하며 차별적인 수요·이익모멘텀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언택트 확산은 결국 첨단 IT 기기와 반도체 수요 증가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