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ETN 반복된 투기 굴레…금융위 강경책에 불만 속출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 상장지수증권(ETN) 4종의 시계는 멈춰 있다. 삼성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은 지난 12일 전 거래일보다 2.77% 내린 700원에 거래를 끝냈다. QV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3.70%), 신한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0.00%),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1.47%)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들 종목은 WTI 선물 가격을 두 배로 추종한다. 앞서 기초지표 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급등하면서 매매가 정지됐다. 이날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 거래정지도, 투기 굴레도 반복 투자자 사이에선 "원유 거래가 오일장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괴리율이 30%를 넘어설 경우 3거래일간 정지한다는 한국거래소 방침에 따라 3거래일 정지 후 1거래일 단일가 매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거래가 재개된 ETN 4종은 국제 유가가 진정됐음에도 "유가는 결국 오른다"는 기대감 속에 매수가 몰려들며 높은 괴리율이 해소되지 않아 또다시 거래정지가 반복됐다. 13일 오후 기준 삼성 ETN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괴리율(278.66%)을 보였고, QV ETN 역시 비슷한 수준인 271.59%를 기록했다. 다음 거래일은 오는 18일이다. 큰 가격 변동폭이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 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삼성 ETN은 전일보다 100원(13.8%) 떨어진 6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 시간만인 오전 10시 무려 133.06% 치솟은 825원을 기록했다. 원유 ETN 투자자들의 모인 한 온라인 채팅방에선 "개장 때 삼성 레버리지를 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쉬움은 오전에 사서 오후에 파려는 투기 본능으로 변질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발행사 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높은 괴리율로 인해 단일가 매매와 거래정지 상태가 반복되며 실시간으로 가격조정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점이 투자자들의 매매를 쏠리게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주일 정도 국제유가가 20불 초반에 머물다 보니 가격변동에 대한 투자심리가 조금씩 안정화 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 거래일엔 규제? 금융위는 '신중론' 12일이 초강경 조치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ETN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책을 예고하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대상이나 범위에 있어 이야기가 오갈 뿐 사실상 고강도 제재는 확정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레버리지(상승장에서 수익을 냄)와 인버스(하락장에서 수익을 냄)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시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ETP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다양한 기초자산에 소액으로 쉽게 투자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 개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ETN 담당자는 "원유 선물 광풍의 원인은 ETN 구조적 문제가 아니다"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이유로 강제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시장 발전과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며 "강한 규제안이 오히려 거래 대금이 급감하는 등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 중이다. 자세한 규제책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신중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러한 정황을 추측해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력하다고 알려진 기본예탁금 설정을 비롯해 액면병합 허용, 사전교육 의무화, ETN 자진청산, 유동성공급자(LP) 평가 강화, LP 추가상장 효력발생기간 단축 등에 대해선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