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통위, 이창용의 마지막 판단과 신현송의 계승 '관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가오면서 이번 회의 의미가 단순한 금리 결정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4월 금통위는 지난 4년간 이창용 체제가 보여준 정책 판단의 최종 정리이자, '유연한 통화정책'을 강조한 신현송 후보자가 이어받을 한은의 출발점이 될 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0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이창용 총재의 임기는 20일 끝난다. 일정상 이번 회의는 사실상 그가 주재하는 마지막 통방회의다. 후임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었던 신현송 후보자가 지명된 상태다. 이번 금통위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이창용 체제의 마지막 정책 언어와 차기 체제의 출발점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 될 전망이다. ◆ '균형'과 '파장'의 4년 이 총재의 4년은 긴축과 완화를 모두 거친 시간이었다. 기준금리는 2022년 4월 1.50%에서 2023년 1월 3.50%까지 올라갔고, 이후 2024년 10월과 11월, 2025년 2월과 5월 네 차례 인하를 거쳐 현재 2.50%까지 내려왔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는 국면과 둔화하는 성장을 떠받치는 국면을 모두 통과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가 남긴 가장 뚜렷한 색깔은 물가만 보거나 성장만 고려하지 않았고 금융안정과 환율, 자산시장까지 함께 보는 '균형 판단'이었다. 한은은 지난 2월 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 "성장은 예상보다 강한 개선세를 이어가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에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환율 변동성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끝까지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로 남겨둔 것이다. 이창용이라는 이름이 늘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정책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시장 친화적 메시지보다 불편하더라도 경고를 먼저 던지는 총재였다는 점이 이창용 체제의 특징으로 남는다. 지난 2023년 7월 금통위 직후 이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서 "연내 인하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한국은행이 다음 날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고 다시 설명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지난해 6월에도 그는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조차 "과도한 금리 인하가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다시 밀어 올리고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의 이번 마지막 금통위는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보다, 지난 4년간 이 총재가 반복해온 우선순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회의에 가깝다.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이 충돌할 때 그는 늘 금융안정과 신호 관리의 비중을 높게 두는 쪽을 택했고, 이번 회의는 그런 '이창용식 균형론'의 최종 정리다. ◆ '유연' 내세운 신현송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출발점부터 관심을 끈다. 그는 프린스턴대 교수와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 재직을 거쳤고, 2014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을 맡아 최근까지 통화경제국을 이끌었다. 대통령실도 지명 당시 그를 국제금융과 거시경제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학문적 깊이와 실무 통찰력을 함께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본흐름과 금융안정 이슈에 강한 총재가 한은에 온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 후보자의 첫 메시지도 분명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매파나 비둘기파로 단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동 위기'를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고, 정부의 추경은 저소득층 지원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설계와 규모를 감안할 때 물가 자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현송의 첫 언어가 '방향'보다 '유연성'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환율을 둘러싼 첫 톤은 적지 않은 해석을 낳았다. 원화가 2009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까지 밀린 상황에서도 그는 환율 레벨 자체보다 "유동성은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까지 환율 변동성을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반복해서 언급해온 이창용식 언어와 비교하면, 같은 위험을 두고도 신 후보자의 표현은 한결 더 유연하게 들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국제금융형 총재의 시각이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 체감경기 같은 국내형 변수와 실제 통화정책에서 어떻게 만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이 총재가 물가·성장·금융안정을 함께 보는 균형론을 남겼다면, 신 후보자는 같은 복합위기를 더 유연한 톤과 국제금융의 언어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이번 4월 금통위는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이창용 체제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남기고 떠나는지, 그리고 신현송 체제가 어떤 문제의식과 어법으로 그 우선순위를 이어받을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